채재돈(75·서울 용산구)씨는 매일 새벽 5시 반이면 어김없이 눈을 뜬다. 배달된 신문을 잠깐 훑어본 뒤 아내(70)가 차려준 아침을 먹고 오전 8시쯤 집 부근의 효창공원으로 향한다. 공원에는 이미 노인 사오십 명이 삼삼오오 모여 서성이거나 바둑 둘 채비를 한다. 바둑에 흥미가 없는 채씨는 공원 주위를 걷기 시작한다. 규모가 작은 효창공원을 한두 바퀴 걷고 그늘에 앉아 쉬기를 몇 차례 반복하는 것이 그의 아침 일과다.오전 11시 반쯤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먹는다. 채씨의 아내는 손주 둘을 돌봐주고 있다. 이른바 ‘황혼 육아’다. 손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하루 평균 1만5천 관람객이 방문한다는 프랑스 파리 루브르 박물관은 수많은 인파로 북적였다. 이곳저곳을 구경하는데 유독 어떤 공간에 수십 명이 몰려 있었다. 까치발을 하고 목을 길게 뺀 채 무언가를 보려고 애쓰는 관람객들 시선 끝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가 걸려 있었다. 세계적 명화로 손꼽히는 <모나리자> ‘원본’을 마주하는 것은 무척 설레는 일이었지만, 너무 많은 관람객 때문에 그림을 제대로 감상할 여유가 없었다. 사람들에 떠밀려 그림 바로 앞에까지 갔지만 몇 분도 안 돼 빠져 나와야
‘문학’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눈앞에 보이는 성과만을 중시하는 요즘, 문학의 가치에 회의를 품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당장 손에 잡히는 결과를 가져다 주지 않는 문학은 정말 자연과학이나 공학에 견주어 무용하고 열등한 것일까? 신형철 문학평론가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인문교양특강’에서 ‘우리에게 문학이 필요한 이유’를 주제로 자신의 생각을 풀어놓았다.“많은 사람들이 문학의 가치를 의심하는 지금, 문학만이 할 수 있는 유일한 가치를 찾고 싶었습니다. 문학이 할 수 있는 일을 다른 것이 할 수 있다면 제치고 넘기면서 오로지
우체국 공무원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던 한 남자에게 별안간 벽을 뚫고 자유자재로 오갈 수 있는 능력이 생긴다. 어떤 벽이든 뚫을 수 있는 남자! 고지식한 상사에게 소심한 복수 따위를 하며 즐거워하던 남자는 갈수록 대담해져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빵과 보석을 훔치는 의적노릇을 하면서 급기야 프랑스의 영웅으로 떠오른다. 1940년대 파리 몽마르뜨 언덕을 배경으로 한 환상적 이야기 <벽을 뚫는 남자>가 뮤지컬로 다시 만들어져 지난해 11월부터 한국 관객을 만나고 있다. ‘이야기의 거장’으로 불리는 프랑스 소설가 마르셀 에메(1902~19
<지금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책 제목 앞에 나는 꼼짝없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 아직 제대로 된 사랑 한번 못해본데다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것이 어려운 내게 ‘지금 사랑하지 않는 것은 죄’라는 선고는 가슴을 찌르듯 아프게 다가왔다. “형량을 따지면 나는 무기징역 감”이라는 친구의 농담에 그저 웃어넘기려 했지만, 우리는 왜 그 흔한 사랑조차 할 수 없는 사람들인가 싶어 못내 씁쓸한 기분이 들었다. 한국의 수많은 이삼십대 젊은이들은 ‘사랑’이 어려워 세 가지를 포기했다. 그리고는 ‘삼포(三抛) 세대’라는 이름으로 불린
수습사원을 공채하는 언론사들이 토익성적, 학력 등의 지원자격 제한을 없애는 대신 응시자의 역량을 보다 정밀하게 평가하기 위해 다양한 전형 방식을 도입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최근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내 채용을 진행 중인 <에스비에스(SBS)>, , <채널에이(A)> 등은 지원조건에 학력과 어학성적 제한을 두지 않았다. 또 <티비(TV)조선>과, <서울경제>, <엠비엔(MBN)>의 피디(PD) 직군에서도 어학성적 제한이 없어졌다. 와 <채널 A>는 지난해에도 어학과 학력 제한을 두지 않았고, <서울경제>와
이빨을 드러내며 맹렬한 기세로 짖던 개가 일순간 순한 양으로 변한다. ‘그’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아무리 사나운 개라도 단번에 복종시키는 카리스마의 소유자는 이삭애견훈련소 이웅종(43) 소장. 에스비에스(SBS) 에서 ‘문제 강아지들’의 원인을 귀신같이 찾아내 행동을 바로잡아 주는 그를 사람들은 ‘애견 훈련의 달인’으로 꼽는다. 한국방송(KBS)의 <1박 2일>에 출연한 스타견 ‘상근이’의 주인으로도 유명한 이 소장을 지난 5월 26일 경기도 하남의 (주)동물과 사람에서 만났다. “어렸을 때 소, 돼지, 닭을 키우는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에이에이쓰리(Aa3)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미국 프랑스 등 신용도가 가장 높았던 국가들까지 줄줄이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나 홀로’ 등급상승을 한 셈인데요, 이후 금융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그 나라의 채권, 주식, 통화가치가 모두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을 뿐 무디스의 신용등
너무 더워 공부하기도 힘들다. ‘공부를 놓는 기간’인 방학(放學)이 시작된 지 한 달이 지났지만 대학생들은 학기중보다 더 바쁘다. 좁은 취업문을 뚫기 위해 여름방학은 계절학기, 토익, 인턴, 속성 다이어트 등 단기간에 ‘스펙 벼락치기’를 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다수 기업들이 학점이나 토익 점수가 몇 점 높은 학생들보다 지원 분야의 실무 경험이나 도전정신, 열정, 창의력을 보이는 지원자들을 뽑는 경향을 보이면서 대학생들 사이에서 ‘스펙’에 대한 인식이 바뀌고 있다.누구나 가진 스펙으로 눈에 띄는 자기소개서를
노출의 계절인 여름, 툭 튀어나온 뱃살에 축 늘어진 옆구리를 보면 한숨이 절로 나온다. 유행하는 짧은 반바지에 착 달라붙는 티셔츠를 입고 싶지만 지금 몸매로는 무리다. 과다 체중이 각종 질병의 원인으로 지목되니 건강을 위해서라도 다이어트를 해야겠다고 결심한다. 탄수화물을 줄인 식단, 규칙적인 운동, 금주, 숙면 등 다이어트 계획을 열심히 세우고 있을 당신에게 한 가지 더 제안한다. 그것은 건강기능식품으로 분류되는 영양제, 바로 '종합비타민제'다.아니, 살을 빼려는 사람에게 오히려 영양제 섭취를 권하다니? 농담처럼 들릴지도 모르지만,
‘고귀한 신분’ 소금의 영고성쇠“Pass me the salt, please(소금 좀 건네주세요).” 소금이 돈보다 귀했던 시절, 소금 그릇은 제일 높은 사람 앞에만 놓여있었다. 소금을 먹으려면 정중히 건네주기를 부탁해야 했다. 소금을 뜻하는 한자 ‘염(鹽)’이 왼쪽 위는 신하(臣), 오른쪽 위는 소금물(鹵), 아랫부분은 그릇(皿)을 의미하는 것을 보더라도 소금은 국가에서 관리하는 ‘권력’이자 ‘부’의 상징이었음을 짐작할 수 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반드시 필요한 ‘하얀 황금’은 가격이 떨어지면서 대중화했지만, 현대인의 건강을 위
괴상하다 못해 역겹기까지 하다. 마약에 취한 아이들은 더러운 방구석에서 쥐를 구워먹는다. 전라의 여인들은 서너 명씩 뒤엉켜 레즈비언 성행위에 몰두한다. 눈알이 빠진 시체가 아무렇게나 널브러져 있는 장면도 보인다. 필리핀의 빈민가를 배경으로 밑바닥 삶을 사는 인간 군상의 처절한 모습을 담은 영화 <몬도마닐라(Mondomanila)> 얘기다. 지난달 26일부터 9일간 열린 전주국제영화제에서 ‘불면의 밤(28일)’ 프로그램을 통해 선보인 이 작품은 1500석 규모의 대극장을 거의 메운 관객들을 75분 내내 강렬하고 파격적인 영상으로 몰입
한국언론의 위기상황이 심상치 않아서인가? 석가탄신일로 이어지는 사흘연휴를 앞두고도 한국언론정보학회 학술대회에 모인 사람들의 토론은 총회 진행에 차질을 줄 정도로 진지하게 이어졌다. 언론학자와 언론인, 학생 등 120여명은 25일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에서 ‘언론정보학: 비판과 성찰을 넘어 치유와 대안의 모색’을 주제로 봄철 정기학술대회를 열었다. 이날 오후 개막된 학술대회 겸 총회에서 정연우 신임 학회장은 인사말을 통해 "중생이 아프면 부처도 아프다고 하고, 환자가 고통스러워하면 의사도 아픔을 느껴야 훌륭한 의사라는데, 언론이 아프면
지난 23일 저녁 8시 서울시 서교동 홍대 거리의 미디어극장 아이공(I-GONG)에서 인디다큐페스티벌(3월22~28일)의 부대행사 ‘다큐로 이야기하기’가 열렸다. 40석 규모의 아담한 극장에 영화감독 6명과 30여 명의 관객들이 주최 측이 제공한 맥주 한 캔씩을 손에 들고 마주 앉았다. 무대와 객석 사이가 1미터도 되지 않아 사랑방에 둘러앉은 듯 편안한 분위기였다. <술자리 다큐>를 제작한 공미연 감독이 사회자로서 “다큐 제작 전반에 대해 좀 더 집중해서 이야기를 나누기 위해 자리를 마련했다”고 운을 떼자 영화를 공부하는 고등학생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