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기업부채와 가계부채, 자영업 경영난 등 경제 첩첩산중
[두런두런경제] 김광진 제정임의 경제카페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국제신용평가회사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 수준인 에이에이쓰리(Aa3)로 상향조정했습니다. 유럽재정위기 여파로 미국 프랑스 등 신용도가 가장 높았던 국가들까지 줄줄이 등급이 하향 조정되는 가운데 ‘나 홀로’ 등급상승을 한 셈인데요, 이후 금융시장 반응은 어떻습니까.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올라가면 그 나라의 채권, 주식, 통화가치가 모두 상승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그러나 이번의 경우 시기를 특정하지 않았을 뿐 무디스의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미 지난 4월에 예고됐던 상황이었어요. 등급전망을 ‘안정적’에서 ‘긍정적’으로 올렸던 상황이라, 금융시장 반응은 그리 뜨겁지 않았습니다. 발표가 났던 지난 27일 국내주가는 삼성전자의 애플 소송 패소 영향으로 전 거래일보다 오히려 약간 떨어졌고, 원화도 약세를 보였습니다. 시장에서 평가하는 국가부도 위험이라고 할 수 있는 신용부도스왑 가산금리, 즉 CDS프리미엄은 발표 직후 약간 하락했습니다. 한국의 5년물 국채에 대한 CDS프리미엄이 27일 103.6 베이시스포인트로 전날의 106.5에 비해 2.9베이시스포인트 떨어졌어요. 1 베이시스포인트는 0.01%포인트니까 가산금리가 0.029%포인트 낮아진 것이죠. 보통 신용등급이 상승하면 CDS프리미엄이 0.1~0.15%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분석되는데, 이번에는 아주 소폭 하락한 셈입니다. 전문가들은 이번 신용등급 상향조정이 이처럼 단기적 효과는 크지 않지만 장기적으로 외국인투자여건 개선 등에 도움 될 것이라고 진단하고 있습니다. 

김: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국가신용등급을 이렇게 상향조정한 배경은 무엇인가요?

제: 우선 우리나라의 재정건전성이 양호하다는 점을 높이 평가했습니다. 현재 국가부채비율 이 국내총생산(GDP)의 33% 수준이거든요. 일본은 이 비율이 200%를 넘고 100%를 넘는 나라들도 꽤 많습니다. 무디스는 또 우리나라가 비상상황 때 국내외 충격에 대응할 수 있는 정책여력과 경제회복력을 갖췄다고 평가했고, 거시건전성규제로 은행의 대외취약성이 완화됐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소로 지적했습니다. 이와 함께 북한리스크가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 기업이 주도하는 대외경쟁력이 개선됐다, 노동시장도 비교적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김정은 안정적 권력승계로 '코리아 디스카운트' 약화돼

김: 무디스는 ‘지정학적 리스크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는데, 과연 그런가요. 현재 남북관계나 북미관계 모두 냉랭한 상황인데, 어떤 부분을 보고 북한변수가 잘 관리되고 있다고 평가했을까요. 
 
제: 무디스 얘기는 북한의 김정은 체제 개막에도 불구하고 한미동맹을 바탕으로 지정학적 위험이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다는 것입니다. 지난 연말 김정일의 돌연한 사망 후 김정은 체제가 출범해서 8개월이 지나고 있는데, 우려했던 돌발 상황 등 체제불안정이 나타나는 대신 안정적으로 권력승계가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는 것입니다. 또 최근 북한이 중국과 접경한 3곳의 경제구역을 새롭게 발표하면서 경제협력을 본격화하는 등 개방 쪽으로 가고 있는 조짐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한반도의 안보 불안 때문에 한국의 대외신인도가 저평가되는 현상, 즉 ‘코리아 디스카운트’가 약화됐다는 얘기입니다. 무디스는 그러나 앞으로 한반도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경우 신용등급조정의 주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밝혀, 이 부분을 계속 주목할 것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김: 우리 경제의 여러 현안 중 가장 골치 아픈 문제의 하나가 바로 급증하는 가계부채인데요, 무디스는 이번 평가에서 이 문제를 그리 심각하게 반영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가계부채에 대해서는 어떤 얘기를 했나요.  

제: 우리나라의 가계부채는 금융기관대출과 신용카드잔고 등을 합쳐 최근 920조원을 돌파했고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습니다. 많은 가계가 주택담보대출 등 빚을 갚느라 다른 지출을 할 여력이 줄어들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이것이 내수침체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죠. 여기에 부동산 등 자산가치는 지속적으로 떨어져서 담보가치 하락으로 인한 금융부실의 가능성도 없지 않은 상황이고요. 무디스도 가계부채로 민간의 소비지출이 급감할 수 있다는 점, 또 가계부채가 정부부채로 전이될 가능성을 우려하긴 했는데 아직은 이것이 신용등급 조정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는 아니라고 본 것 같습니다. 

김: 정부는 ‘무디스의 등급 상향조정이 예상보다 빨랐다, 의외다’라는  반응이었는데요, 일부에선 외국인들이 등급조정을 예상하고 6월부터 순매수를 했다는 보도도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신용평가회사들의 움직임에 둔감했던 것일까요.  

제: 우리 정부는 무디스가 지난 4월에 등급전망을 안정적(stable)에서 긍정적(positive)으로 높였기 때문에 대략 1년 안에 신용등급이 오르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생각보다 상향조정시기가 빨랐다고 설명했습니다. 하지만 금융시장 참여자들 입장에서는 무디스의 등급조정 시기가 특정되지 않았을 뿐 등급상향은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미 거래를 할 때 이 변수를 반영했다고 할 수 있죠. 과거에는 정부가 신용등급의 상향이든 강등이든 손놓고 있다가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가 많았는데, 요즘은 신용등급을 높이기 위해 각 신용평가회사와 적극적으로 접촉을 하기 때문에 상황이 예전과는 달라졌다고 볼 수 있습니다. 

김: 세계 3대 신용평가회사 중 스탠더드앤푸어스(S&P)와 피치는 아직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조정하지 않고 있는데요, 이들도 곧 상향조정할 가능성이 있나요.

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더블에이(AA)로 준 것은 현재까진 무디스 뿐이고 S&P와 피치는 A등급에 머무르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런데 피치의 경우 이미 지난해 11월 한국의 등급전망을 긍정적으로 조정했기 때문에, 조만간 무디스에 이어 피치도 한국의 등급을 AA급으로 올릴 가능성 높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S&P의 경우 북한리스크를 더욱 중시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번 무디스의 평가가 S&P의 등급조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끼칠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습니다.  

부채 심각한 상황, 결코 자화자찬해선 안 돼

김: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무디스가 한국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자 “경제올림픽에서 역대 최고의 성적을 거둔 셈”이라며 자찬했습니다. 하지만 우리 경제의 여러 문제점들을 생각하면 이것은 태풍이 오기 직전에 날씨가 맑은 것, 즉 ‘태풍 전야의 고요’가 아닌가 하는 지적도 있는데요.

제: 그렇습니다. 물론 세계 모든 국가들이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이 올라간 것은 반갑고 다행스런 일입니다. 그러나 신용평가라는 것은 과거의 실적을 사후적으로 평가하는 것이고 미래를 전망하는 효과는 매우 제한적이기 때문에, 신용등급이 올라갔다고 해서 샴페인을 터뜨리는 것은 경솔한 태도죠. 우리 경제의 성장 동력이 급격히 떨어지고 가계부채의 증가, 자영업자 경영난 등 민생 문제가 산적한 상황에서 정부는 결코 자화자찬할 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무디스는 가계부채와 공기업부채가 정부의 채무로 전이될 가능성을 향후 신용등급조정의 주요 변수로 꼽았는데. 현재 우리나라의 공기업부채는 286회사 총액이 463조원을 돌파해 국가부채 420조원을 웃돌고 있습니다. 이명박 정부 4년간 214조원이나 불어난 것이죠. 4대강 사업 등 국책사업을 하면서 공기업에 부채를 전가했기 때문인데, 이들 공기업부채를 국가부채에 포함하면 GDP대비 국가부채비율이 아까 말씀드린 33%에서 69%로 쑥 올라갑니다. 국가부채로 잡혀야 할 부분이 공기업부채로 감춰져있다고 볼 수 있는 것이죠. 이 부분을 잘 관리하지 않으면 앞으로 재정건전성에 금이 갈 것이고, 신용등급에 악영향을 끼칠 것입니다. 또 우리경제는 대외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은 수출의존형 경제인데요, 미국 유럽 중국 등 3개 시장의 침체로 인한 수출부진이 내수악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와 정치권이 비상한 각오로 대응에 나서야 할 때라고 하겠습니다.


* 이 기사는 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와 제휴로 작성했습니다. 방송 내용은 8월 29일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다시 듣기를 통해 들으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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