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SNS에서 하나의 사진을 둘러싸고 사실 여부를 따지는 논박이 오갔다. 사진 속 주인공은 검은색 바탕에 옅은 녹색으로 스마일(smile) 모양이 그려져 있는 일명 ‘스마일 새’. 정체는 파푸아뉴기니에 서식하는 극락조였다. 극락조는 화려할수록 구애 성공 확률이 높아진다. 논란이 됐던 사진도 극락조가 암컷에게 구애하던 중이었을 터다.수컷 새는 종종 화려하다. 화려한 자태를 뽐내는 수컷은 천적의 눈에 띄기 쉽다. 날기에도 거추장스럽다. 그런데도 그들이 지금 형태로 진화한 이유로 ‘핸디캡 이론’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비싸고 위험한 꼬
니체의 장대한 철학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는 사상적 혁명의 반동(反動)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잘 드러낸다. 산에서 내려온 차라투스트라는 “신은 죽었다”며 새 가르침을 전파하고 다녔다. 대부분의 사람은 이를 듣지 않았으나, ‘보다 높은 인간들’만은 가르침에 감동하며 차라투스트라를 좇았다. 그러나 “신은 죽었다”는 가르침을 따르던 ‘보다 높은 인간들’은 도리어 나귀를 숭배하고 만다. 기가 막힌 차라투스트라가 그 이유를 묻는다. 보다 높은 인간들 중 한 명인 교황은 “이 지상에 아직도 경배할 것이 있다는 사실에 나의 늙은 마음은
"이유는 설명할 수 없어요. 노무현 전 대통령과 일면식이 있던 것도 아니었고요. 말 그대로 '운명'이라고 표현하고 싶습니다. 유시민 작가의 말을 빌리자면 노 전 대통령의 육신이 별과 바람과 사람들의 마음으로 흩어졌는데, 그중 한 조각이 내 마음속으로 들어온 거죠."2009년 5월 23일, TV에서 전직 대통령의 서거 소식을 본 중2 소년은 자신도 설명할 수 없는 이유로 '정치인이 돼야겠다'고 결심했다. 친구도 별로 없을 정도로 내성적이었던 소년은 그때부터 태도를 바꿔 고등학교 졸업 때까지 계속 임원을 맡았고, 학교 일에 앞장서서 목
주식이 '쌀'이라는 말은 오래된 얘기다. 2016년 기준으로 우리나라 1인당 하루 쌀 소비량은 약 169.5g. 한 공기를 200g이라고 했을 때 우리는 하루에 밥 한 그릇도 채 먹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국농촌연구원(KREI) ‘2016 양곡소비량조사’에 따르면 1인이 먹는 쌀은 연간 61.9kg에 불과하다.우리나라 농가 인구는 256만9천 명으로 이 중 40대 미만 청년 농가 인구는 약 1만호밖에 안 된다. 65세 이상이 40%에 가깝다는 통계는 고령화해가는 우리 농촌의 현주소를 보여준다. 젊은 농가 인구가 적은 이유는 농업이 그
늦었지만 취임 축하드립니다. 비정상의 정상화가 무엇인지 체험하는 요즘입니다. 겨우 두 달, 벌써부터 시작된 보수언론과 보수정당의 대통령님 때리기가 시작됐습니다. 모든 방해를 뚫고 개혁을 성공시키기 위한 제언을 대통령님께 올리고자 합니다.대선 기간 동안 여러 우려들이 대통령님을 따라다녔습니다. 지금도 궁금합니다. 왜 국민들이 2016년 총선 당시 대통령님께서 하셨던 약속, “호남에서 지면 정치에서 은퇴하겠다”는 발언을 문제 삼지 않았는지. 물론 정치인이 모든 약속을 지켜야 하는 것은 아니며, 그만큼 ‘절박한 마음으로 호남 민심에 호소
19대 대선 사전투표가 이뤄지던 날 페이스북을 보고 적잖이 놀랐다. 심상정 후보가 사전투표를 독려하기 위해 펼친 해시태그 운동 ‘#사전투표했5’ 때문이다. 이 운동에 동참한 사람들은 사전투표 인증사진을 올리고 해시태그를 걸어 심상정 후보(5번)에게 투표했음을 알렸다. 내가 놀란 이유는 페친(페이스북+친구)의 대부분이 이 운동에 동참한 점이다. 5월 1일 한국리서치가 발표한 심 후보의 지지율은 11.4%인데, 페이스북만 보면 대통령 당선은 심 후보의 몫이었다.여론 조사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탓은 아니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의 결과다.
러시아 민담 한 토막. 부잣집 옆에 한 농부가 살았다. 부자에게는 암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가난한 농부에게는 평생 일해도 갖지 못할 재산이다. 농부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마침내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느냐고 응해 주자, 농부가 답한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로버트 라이시는 자신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사회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려 다음과 같이 정곡을 찌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보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몫을 빼앗는 데서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염소를 죽이려
2000년 스페인 명문 축구팀 레알 마드리드의 플로렌티노 페레스 회장은 깜짝 발표로 세상을 놀라게 했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모으겠다”는 일명 ‘갈락티코(Galáctico, 은하수)’ 정책. 흔히 이 전략은 우승을 위한 필살기라 평가받지만, 이면엔 또 다른 속내가 숨겨졌다. 레알 마드리드는 4년마다 ‘소시오(Socio, 축구 클럽의 멤버십 회원)’의 투표로 회장을 뽑는다. 소시오의 지지는 경기 결과에 따라 매번 달라진다. 따라서 결과에 상관없이 소시오의 지지를 유지하는 게 필수다. 세계적인 선수들의 개별 인지도는 경기 결과의 불확실
선거제도 개편이 적폐 청산 출발점정의당원 임의진(30) 씨에게 최근 논란이 된 ‘적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분명히 적폐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촛불을 든 것”이라며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정·재계에 기득권을 가진 다수의 적폐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지지자들도 잘못된 집단의식에 사로잡혀 있고요. 어렸을 때부터 세뇌된 반공교육은 그 예죠.” 임 씨가 적폐로 규정한 정치세력의 범주는 어떻게 될까.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다를 바 없단다. 국민의당은 정체성이 모호하기에 수구세력과 손잡을 것 같다고 날을 세운다. 더불어민주당
신물 난 기성 정치에 사이다 같은 희망을! 정의당임의진(30) 씨는 학창시절부터 진보정당에 관심이 많았다. 사회생활을 시작하면서 정의당을 후원했다. “여성과 노동 문제에 관심을 두는 정의당의 정체성이 마음에 들었어요.” 세무사인 그녀는 전문성을 활용해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고충을 상담해주는 정의당 ‘민생사이다’ 활동에 적극적이다.“여성들의 가려운 마음을 긁어줄 수 있는 진짜 후보라고 생각해요.”정의당 심상정 대선 후보에 대한 임 씨의 평가다. 심 후보가 여성정책을 언급할 때 가장 공감한다며 강한 추진력으로 개혁할 수 있는 ‘돌파
그는 아침에 영장 심사를 받았고, 어둠이 짙게 깔린 새벽에 구속인 신분으로 바뀌었다. 어둠은 빛을 이길 수 없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마침내 자신의 신분을 되찾았다. 그 순간 구속을 찬성하던 75%의 국민은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국정농단의 여러 증거와 정황들이 나왔지만 “그래도 기각되면 어쩌나”하는 마음에 잠을 설쳤던 국민이 아침에 핸드폰을 켜고 구속 여부를 확인했던 이유는 하나다. 지난 몇 년간 가라앉았다고 여긴 정의가 이번만큼은 떠오르길 바랐기 때문이다.철학자 존 롤스는 정의의 형성을 ‘무지의 장막’으로 설명한다. 서로가
알랭 드 보통은 <여행의 기술>에서 ‘아름다움의 소유’에 대한 통찰을 보여준다. 그는 러스킨의 말을 빌려 다음과 같이 읊는다. “아름다움을 소유하는 방법은 하나다. 스스로 아름다움의 원인이 되는 요인들을 의식하는 것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그런 재능이 있건 없건 글로써 아름다운 장소들을 묘사하는 것이다.” 아름다운 광경에 대한 소유 방식은 저마다 다르다. 감상에 젖기 좋은 계절, 내가 소유한 아름다움을 뽐낼 백일장으로 여행을 떠나보는 건 어떨까. 소설가 한수산, 김별아가 함께하는 세명대 ‘민송 백일장’백일장은 원래 어
애끓는 3년의 시간, 바다에 가라앉았던 세월호가 뭍으로 올라왔다. 2014년 4월 16일 참사 이후 시민들은 세월호를 가슴에, 광장에 각자의 방식으로 우리 곁에 머물게 하며 잊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달랐다. 세월호 관련 시국선언과 예술 작품에 참여했던 사람들을 ‘블랙리스트’로 낙인찍으며 세월호 지우기에 바빴다. 뒤늦은 세월호 인양에 분노의 감정이 일렁였던 것도 잊지 않으려는 자와 지우려는 자의 갈등이 이어졌기 때문이다. 세월호 3주기를 맞아 참사 이후 “왜 그때 그랬을까” 아쉬웠던 대목을 짚어본다.특조위 발목 잡은 정부와 집권
<앵커>박근혜 대통령이 오늘 자로 파면됐습니다. 헌법재판소는 오늘 오전 대통령 탄핵 인용 결정을 내렸습니다. 지난해 12월 9일 국회가 탄핵안을 발의한 지 92일 만입니다. 지난 4개월 동안 2천만 명이 참여해 벌인 탄핵 요구 촛불집회의 결과이자 시민민주주의의 승리입니다. 송승현 기자가 헌법재판소에서 현장 취재했습니다.<기자># 헌재 “박 대통령 파면 결정탄핵 열차의 종착점은 결국 대통령 파면이었습니다. 이번 국정농단 사태가 대통령 탄핵 사유 쟁점인 헌법수호의 관점에서 용납될 수 없는 경우라고 판단한 겁니다.자료화면> 이정미 헌법재
3명. 시리아를 탈출해 대한민국에서 난민으로 허용된 사람 수다. 전체 신청자의 4.3%. 94년부터 2015년 기간 동안 난민으로 인정받은 비율로, 유엔 난민협약국의 난민 인정률 평균 38%에 한참 못 미친다. 수십 년간 초등학교에서는 “우리는 단일민족”을 자랑스러운 역사로 가르쳤다. 지금 성인남녀 대부분은 이를 사실로 받아들이며 자라왔다. 한국에서 역사란 그들만의 리그다. 개방되지 않은 게임에 흥행이 있을 리 없고, 고인 물이라 썩기에 십상이다. 한국에 다양성이 설 자리는 좁다.2016년 미국에서 노벨상을 받은 6명 전원이 이민자
이재명 성남 시장의 상승세가 가파르다. 한국갤럽이 발표한 대선주자 지지율(6~8일 기준)을 보면 이재명 성남시장은 문재인(20%) 전 대표를 턱밑까지 추격한 18%로 나타났다. 흥미로운 사실은 이재명 시장의 지지율 상승 요인이 ‘영남 청장년층의 30% 유입’이라는 점. 즉, 이재명 시장의 약진은 민주당의 외연확장이 아닌 여야를 포괄해 기성 정치권에 대한 반발심리가 뚜렷하다. 트럼프 후보의 깜짝 당선을 ‘반(反) 기성 정치인’에 대한 선호에서 찾는 분석이 많다. 한국 사회도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사태로 기성 정치권에 대한 불신이
미국 덴버대학 정치학 교수 에리카 체노우스는 "3.5%의 국민이 평화적으로 시위하면, 정권은 무너진다"는 '3.5% 법칙'으로 화제를 모았다. 지난 3일 전국에서 232만의 촛불이 ‘박근혜 퇴진’을 외쳤다. 전 국민의 4.5%다. 에리카 교수의 말대로라면, 박근혜 정권은 사형선고 정족수를 넘겨도 한참 넘겼다. 촛불민심은 박근혜 심판과 법치 회복을 넘어 한계를 보인 대의민주주의에서 직접 민주주의로의 도약을 꿈꾼다. 그러기에 대통령 탄핵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다음 날 10일에도 전국적으로 수십만의 촛불이 추위에도 아랑곳없이 광장을 뜨겁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