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기사] 청년 당원 인터뷰 ②

선거제도 개편이 적폐 청산 출발점

정의당원 임의진(30) 씨에게 최근 논란이 된 ‘적폐’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그녀는 “분명히 적폐가 있다고 생각했으니 촛불을 든 것”이라며 단호한 답이 돌아왔다.

정·재계에 기득권을 가진 다수의 적폐 세력이 있습니다. 그들의 지지자들도 잘못된 집단의식에 사로잡혀 있고요. 어렸을 때부터 세뇌된 반공교육은 그 예죠.” 

▲ 임의진 씨는 반공교육처럼 세뇌에 가까운 집단 교육이 잘못된 집단의식을 낳았다고 말했다. ⓒ flickr

임 씨가 적폐로 규정한 정치세력의 범주는 어떻게 될까. 자유한국당은 물론 바른정당도 다를 바 없단다. 국민의당은 정체성이 모호하기에 수구세력과 손잡을 것 같다고 날을 세운다. 더불어민주당에 대해서는 ‘보수’의 길을 충실히 걷고 있다고 진단했다.

임 씨는 낮은 취업률에서부터 열악한 근로조건과 주거환경 같은 ‘생존의 문제’ 해결이 정치에 달렸기 때문에 더 많은 청년들이 현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길 바란다.

장하성 교수의 저서 <왜 분노해야 하는가>에 깊이 공감했다는 임 씨는 사회적 난제와 적폐 해소가 결국, 정치권이 다양한 목소리를 수용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고 본다. 이를 위해 선거제도 개편이 절실하다는 주장에 힘을 싣는다.

“정권교체가 되어도 혁신적인 개혁이 나오지 않는 이유는 국민의 다양한 의사를 국회가 수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라고 봐요. 그러려면 소수정당도 국회에 교두보를 확대해야 하는데, 지역구와 비례대표의원을 동시에 선출하는 ‘독일식 정당명부제’를 도입한다면 사표를 최소화하며 진보정당들도 국회에 진입할 수 있고, 자연스레 적폐는 물론 적폐세력을 퇴출시킬 수 있다고 봅니다.” 

보스가 군림하는 것이야말로 ‘적폐’

바른정당 청년 당원 정두현(27) 씨는 “보스 정치가 가장 큰 적폐”라고 본다. 왜 그럴까? 2016년 4월 총선, 새누리당은 이른바 ‘친박 공천’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박’ 죽이기에 나섰던 친박은 당시 비박계 핵심 유승민 후보의 공천을 마지막 날까지 주지 않았다. 2015년 4월 8일 국회 연설에서 박근혜 정부를 겨냥해 “증세 없는 복지는 허구다”라고 발언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에게 “배신의 정치”라고 낙인찍혔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보스 정치’ 민낯이 드러난 사건이었다.

▲ 2016년 4월 총선, 새누리당은 이른바 ‘친박 공천’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비박’ 죽이기에 나섰던 친박은 당시 비박계 핵심 유승민 후보의 공천을 마지막 날까지 주지 않았다. ⓒ 채널A News 갈무리 화면

가장 높은 지지율로 달리고 있는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는 보수로부터 ‘패권주의’라는 꼬리표가 붙어 다닌다. 보수정당을 지지하는 정 씨는 ‘친문패권’ 문제를 어떻게 바라볼까?

"문재인 후보보다는 오히려 지지자들이 더 부추기는 모양새죠. '문자 폭탄'같은 데서 보듯이 문재인 후보에 대한 비판을 막는 건 민주당이 자칫 문재인을 위한 당, 특정인을 위한 당으로 비쳐질 수 있습니다."

정 씨와 교류하는 민주당 청년 당원들의 일부도 문재인 후보의 인격보다는 그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싫어서 ‘비문’ 성향이 됐다고 이야기하는 경우도 종종 있다고 털어놨다.

유승민 후보는 다른 후보에 비해 압도적 공약 이행률을 자랑한다. 한겨레에 따르면 유승민 후보는 총선 공약 이행 70%로 문재인 후보(16.7%)와 안철수 후보(22.2%)에 비해 단연 돋보인다. 정 씨는 이 부분이 유승민 후보를 뽑아야 하는 이유라고 말한다. 유승민 후보가 ‘돌발노동’을 없애겠다는 일명 ‘칼퇴근법’을 실현시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유승민 후보는 자신의 보좌관들을 칼퇴근시키는 것으로 유명하다. 자신 스스로 먼저 실천한다. 정 씨는 사표 심리로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이 말만은 하고 싶단다.

“유승민 후보는 5년 뒤 자신을 뽑은 유권자들을 적어도 부끄럽게 하지 않을 것입니다.”

적폐는 과거청산이 실현되지 못한 결과

국민의당 김성찬(27) 씨는 한국 사회의 적폐는 과거청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데서 비롯됐다고 봤다. 해방 이후 청산하지 못한 일제 부역자들이 대한민국 정부 수립을 주도한 데 이어, 두 번에 걸친 군사 쿠데타 세력과 결합해 권력을 유지, 운용해온 결과라는 주장이다.

“적폐세력이 권력을 운용한 결과 우리나라가 왜곡된 보수와 진보 프레임 싸움 속에서 소모적인 논쟁만 지속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지금이라도 과거 문제에 대해서 정리하고 적폐세력을 청산해야만 미래에 대한 이야기를 할 수 있다고 봅니다.”

김 씨는 안철수 후보를 정치입문부터 곁에서 지켜본 입장으로서 그의 성장에 높은 점수를 매긴다. 정치신인 시절의 유약한 이미지와 달리 작년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강단과 결단력을 보여줬고 사안을 꿰뚫어 보는 정치적 식견도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 김성찬 씨는 안철수 후보가 유일하게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고 있다고 평했다. ⓒ 단비뉴스 청년부

그러면서 안철수 후보에 대해서 ‘미래’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하는 유일한 후보라고 치켜세운다. 다른 당 후보들이 대부분 현재 상황에 초점을 맞춘 공약들 제시한다면 안 후보는 미래 청사진 제시로 차별화된다는 것이다.

김 씨는 국민의당을 ‘선다형 답안지’라는 말로 규정짓는다. 자신이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 좌우 논리를 깨기 위해 국민의 당에 입당한 것처럼 그동안 다양한 답안 중 두 가지 답안만 제공했던 우리 정치에 국민의당이 제3의 답이 됐다는 주장을 편다. 그동안 정치적 성향을 대변하지 못했던 무당층에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이라는 그의 주장이 얼마나 효과를 거둘지 지켜볼 일이다.

적폐청산은 정치적 구호에 그쳐야  

자유한국당 김건호(27) 씨가 꼽는 적폐는 사법 권력의 비대화, 대안 언론 성장 억제, 교육 서열화, 포퓰리즘이다. 하지만, 적폐 청산론에 대해선 고개를 젓는다. 민주주의 체제에 대한 도전이라는 주장이다.

“적폐청산은 막강한 힘을 이용해 ‘쓸어버리는 작업’을 뜻하는데, 그 힘의 원천이 국민이 아니라 정부와 권력자가 되면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국민을 청산할 위험이 큽니다. 적폐청산은 정치적 구호로 그쳐야지 집권할 때 ‘청산’의 방식으로 사회의 적폐를 해결하려 하다간 대가를 치러야 할 것입니다.”

▲ 지난해 촛불집회에 모인 시민들의 모습. 김건호 씨는 적폐청산의 주체가 정부와 권력자가 되면 자신의 입장과 반대되는 시민을 청산할 위험이 클 것이라 우려했다. ⓒ 박진영 기자

김 씨는 대통령 선택 기준으로 첫째, 먹고살 만하게 해 줄 후보 둘째, 정의로운 국가를 만들 후보 셋째, 국가 안보를 튼튼히 해줄 후보를 꼽는다. 그 기준에 부합하는 후보가 바로 홍준표라고 말했다.

경제 영역에 있어서 홍준표 후보는 조세개혁에 집중하는 모양새다. 조세 기준을 공정하게 책정해 세금부담을 줄이는 것이 골자다. 김 씨는 현행 시스템에서 증세는 누진세 폭탄이 된다는 홍 후보 입장에 동조했다.

김 씨는 정의로운 국가를 만드는 적임자도 홍 후보라고 주장한다. 홍 후보가 검경수사권 분리를 공약으로 내세웠기 때문이다. 김 씨는 다른 후보들이 내세운 ‘공수처 신설’ 공약으로는 검찰들의 비리를 막기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마지막으로 안보 역시 홍준표 후보가 우세하다고 말한다. 이미 다른 국가 지도자들이 이용하는 ‘스트롱맨’ 전략이야말로 자주외교를 위한 최선의 방법이라는 것이다.

정치가 청년들을 이용만 하는 행태는 사라져야 한다는 김 씨 주장에는 누구나 공감할 것으로 보인다.

기득권의 불공정과 불공평이 적폐 핵심

더불어민주당 조원영(26) 씨는 기득권 세력의 횡포에 따른 불공정과 불평등이 적폐의 핵심이라고 짚는다. 소수 기득권 세력이 다수 국민의 권익을 빼앗는 현실이 적폐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는 입장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를 다시 채택하면서 형성된 기형적 정치체제가 오늘날까지 이어지며 적폐를 심화시켜 왔습니다.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건은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된 ‘적폐 청산’이 사회정의 실현의 출발이라는 것을 잘 보여 줍니다.”

조 씨는 문재인 후보에 대해 무엇보다 ‘신뢰할 수 있는 후보’라고 말한다. 기성세대의 사고와 논리에만 갇히지 않고, 청년의 마음으로 사회를 바라볼 수 있는 후보라는 설명이다. 아울러, 민주당이 자신만의 길을 걸으며 일관성 있는 목표와 논리를 국민들에게 제시했기 때문에 더욱 신뢰가 간다고 강조한다.

▲ 조원영 씨는 이 시대의 청년으로서 보다 근본적으로 변화하는 정치를 바란다고 했다. ⓒ 단비뉴스 청년부

조 씨는 민주당을 ‘광장’이라는 말로 정의한다. 광장은 굉장히 넓고 소란스럽지만 결국 답은 그 안에 있다는 의미에서다. 민주당은 굴곡진 길과 우여곡절의 과정을 거쳐 오늘날 ‘더불어민주당’이라는 광장을 만들어냈다.

한국 사회가 촛불 지핀 광장에서 ‘답’을 찾았듯이, 국민들이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이라는 드넓은 광장에 서서 ‘답’을 찾기를 조 씨는 기대한다. 불공정과 불공평이라는 적폐를 청산하기 위해서라도 문 후보가 당선돼야 한다는 희망이 실현될지 두고 볼 일이다.


북한과 미국발 안보논란 속에서도 대선 열기가 뜨겁다. 열띤 토론과 정장정책 소개가 TV 화면과 지면을 가득 메운다. 후보들은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다. 그 성과는 고스란히 지지도로 나타난다. 지지도 변동에 따라 정당 대선 캠프의 희비가 엇갈린다. 하지만, 춤추는 지지도에 상관없이 외길 걷는 이들이 보인다. 매달 당비를 내며 자신의 철학을 정당정치에 쏟아붓는 당원들이다. ‘진성 당원’들의 눈에 비친 한국 사회 문제점은 무엇이고, 이상적인 정치는 어떤 모습일까? 5당(정의당·바른정당·국민의당·자유한국당·더불어민주당)의 ‘진성’ 청년 당원들을 만나 속내를 들어봤다. (편집자)

편집 :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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