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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양극화 해소에서
[역사인문산책] 양극화
2017년 05월 21일 (일) 20:21:34 송승현 기자 gorhf011@daum.net
   
▲ 송승현 기자

러시아 민담 한 토막. 부잣집 옆에 한 농부가 살았다. 부자에게는 암소가 한 마리 있었는데, 가난한 농부에게는 평생 일해도 갖지 못할 재산이다. 농부는 하느님께 도와달라고 기도를 드린다. 마침내 하느님이 무엇을 원하느냐고 응해 주자, 농부가 답한다. “이웃집 암소를 죽여주세요.” 로버트 라이시는 자신의 저서 <위기는 왜 반복되는가>에서 사회심리학자들의 이야기를 빌려 다음과 같이 정곡을 찌른다. “사람들은 자신의 몫을 챙기는 것보다, 부당한 방법으로 돈을 벌었다고 여기는 사람들의 몫을 빼앗는 데서 더욱 만족감을 느낀다.”

염소를 죽이려는 움직임은 세계 곳곳에서 관찰된다. 최근 프랑스 대선 결선투표에 오른 극우정당 국민전선의 르펜 후보의 약진은 무엇으로 설명할 수 있을까? 이슬람국가(IS)의 테러에 지친 프랑스 국민들에게 르펜이 내건 ‘반 이민 정책’과 같은 극단적 전략이 유효했다는 평가다. 극단주의의 득세는 비단 프랑스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영국은 ‘브렉시트’를 결정했고, 미국은 트럼프 대통령을 골랐다. 프랑스의 실업률은 2016년 기준 10%에 달했고, 영국과 미국의 양극화는 갈수록 심해진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에 결정적으로 힘이 된 ‘러스트벨트’ 지역 제조업 저소득층 백인들의 실업과 생활 수준 하락은 그 한 예다. 나치의 출현도 마찬가지였다. 독일은 1차 대전에서 패전한 후 과도하게 부과된 전쟁배상금으로 인플레이션을 겪으며 서민경제가 어려워졌다. 극단주의 득세에 경제문제와 양극화는 빠질 수 없는 요인이다.

   
▲ 63년 체제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대통령이 탄핵되는 건 자신들이 일궈온 마지막 자존심마저 사라지는 것이다. ⓒ 박진영

한국의 상황도 다르지 않아 보인다. 동국대 김낙년 교수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2012년 상위 1%가 전체 소득의 12.2%, 상위 10%가 44.9%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양극화와 극단주의 병리 현상은 태극기집회로도 설명 가능하다. 김호기 교수는 한국일보 칼럼에서 태극기 집회의 원인을 두고 “63년 체제를 통해 가난에서 벗어난 이들에게 태극기는 자부심의 상징이다.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건 자신들이 일궈온 마지막 자존심마저 사라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국가발전을 위해 자신을 희생했으나, 경제성장을 이룬 국가는 노인이 된 그들에게 남은 것은 빈곤밖에 없다. 이들의 분노가 엉뚱하게도 국가가 아닌 ‘국가전복의 빨갱이’로 여겨지는 촛불로 옮겨갔다.

칼 폴라니는 사회 위기의식이 과도하게 불거지면 사회는 ‘자기보호’를 행한다고 봤다. 하지만 이 ‘사회의 자기보호’가 언제나 옳은 방향으로만 흘러가는 건 아니다. 칼 폴라니에 따르면 세계 1·2차 세계대전이 ‘사회의 자기보호’로 터진 미증유의 비극이었다니 말이다. 한국은 국내외적으로 백척간두에 서 있다. 북한의 미사일과 핵 위협 수위는 날로 높아지고, 미·중간 세력 싸움에 한국 정부는 주체성과 자존을 잃고 갈피를 못 잡는다. 실업률은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고, 가계부채는 줄어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문재인 정부는 이 모든 것을 해결해 나갈 막중한 책무를 맡고 있다. 민주주의적 소통과 화합이 절실히 요구된다. 그러나 합리와 이성이 배제된 극단주의의 득세는 이 모든 것을 공염불로 만들 가능성이 크다. 자칫 문제 해결이 “염소를 죽여 달라”는 방식으로 흐른다면,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 민주주의 수호가 양극화 해소 노력에서 닻을 올려야 하는 이유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이민호 기자

[송승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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