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현장] 성매매 집결지 폐쇄 갈등 현장 취재

[앵커]

경기도 파주시에 있는 성매매 집결지 용주골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파주시는 용주골을 연내 폐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는데, 성매매 종사자와 여성단체는 지원대책이 부족한 상태에서 폐쇄를 밀어붙이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습니다.

이선재 기자가 현장을 취재했습니다.

[기자]

경기도 파주시 파주읍 대추벌입니다.

이곳에는 ‘용주골’이라고 불리는 성매매 집결지가 있습니다.

이곳 용주골은 6.25 전쟁 당시 미군기지가 들어서며 형성된 성매매 집결지입니다.

파주시는 용주골을 올해 안에 폐쇄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는데, 반대 움직임이 거세게 일고 있습니다.

용주골은 경기도에 사실상 마지막으로 남은 성매매 집결지입니다.

올해 초 김경일 파주시장은 성매매 집결지 폐쇄 계획을 1호 사업으로 결재하며 성평등과 지역 발전을 위해 연내 폐쇄를 추진하겠다고 밝혔습니다.

3월부터는 지역사회와 함께 성매매 집결지 폐쇄에 대한 공감대를 넓혀간다는 취지에서 매주 화요일에 ‘여성이 행복한 길’이라는 이름의 걷기 캠페인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걷기 캠페인에는 지금까지 누적 703명이 참가했습니다.

그러나 반대 움직임도 거세지고 있습니다.

파주 연풍리 문화극장에서 성매매 종사자와 여성단체를 중심으로 반대 기자회견이 열린 지난 16일도 파주시가 걷기 캠페인을 하는 날이었습니다.

[별이(활동명) / 파주 용주골 여종사자 모임 자작나무회]

“파주시는 아직 아무 지원대책도 마련되지 않은 상태에서 종사자들을 집중 단속했고, (중략) 매주 화요일에는 시민과 여행길 걷기 행사라는 명목으로 우리들의 생존 터전을 동물원 원숭이 보듯 비웃으며 구경했습니다”

[기자]

재개발을 위해 성매매 종사자들을 내쫓는다는 주장도 있습니다.

[차차(활동명) /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작은 농촌 마을이었던) 용주골은 국가의 기획과 관리에 의해 미군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습니다. (중략) 파주 1~3구역이 재개발 구역으로 지정된 이후로 용주골 집결지 여종사자들은 자신이 언젠간 사라져야 하는 존재라는 외부의 압력을 천천히 받아들이는 중입니다.”

[기자]

이들은 기자회견 뒤에는 걷기 행사에 맞서 용주골에서 1인 시위에 나섰습니다.

걷기 행사를 하던 사람들이 시위대를 피해서 돌아가면서 현장이 소란해졌습니다.

시위대는 자신들을 피해 돌아가는 ‘여행길’ 참여자들의 옆에서 구호를 외치다 충돌을 막으려는 경찰과도 대치하는 상황도 벌어졌습니다.

[현장음]

파주 시민들은 용주골 폐쇄를 반기면서도 종사자들의 처지에 대해서는 엇갈린 반응을 보입니다.

[길춘옥 (65) / 46년 거주]

“46년 살았는데, (업소가) 자꾸 늘어나니까 애들도 밤에 잠을 못 자고, 이상한 소리 난다고...(중략) 용주골 발전되는 게 없어. 빨리 없어졌으면 좋겠어. (대책은) 나라서 알아서 해주겠지.”

[차심철 (67) / 2년 거주]

“안타까운 이야기죠. 주민들 입장에선 없어져야 하는 것도 맞고, 여기 계신 분들 입장에선 내몰리는 것이고. (중략) 원만하게 협의를 해서 잘 되길 바라야죠.”

[기자]

파주시는 성매매 종사자 자활 지원 조례를 제정해 지난 9일부터 시행에 들어갔습니다.

올해 20명에 이어 내년에는 80명을 추가 선정해 모두 100명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성매매 집결지가 폐쇄되면 자활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종사자에게 첫해는 매달 100만 원씩, 다음 해는 매달 50만 원씩을 지원합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 나선 여성단체는 파주시의 조례가 모든 여종사자를 지원하는 것이 아니고, 기초생활수급자나 한부모가정 혜택의 중복 지원이 안 된다며 개정을 요구합니다.

하지만 파주시는 “중복 지원이 안 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며, 현재 지원 규모도 다른 곳보다 많은 편”이라고 밝히고 있어서 추가 협상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입니다.

단비뉴스 이선재입니다.

(편집 : 이선재 기자 / 촬영 : 목은수, 이선재 기자 / 앵커 : 이다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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