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인터뷰]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 현황 분석을 보면, 2021년 우울증 환자는 93만 3481명이다. 2017년과 비교해 35.1% 늘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우울감과 무기력증을 겪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코로나 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긴 시기다.

지난해 2월, ‘터치유’는 “여러분의 마음, 안녕하신가요.”라며 첫인사를 건넸다. 많은 사람이 원래의 일상을 잃어버린 지 2년째가 되던 해였다. ‘터치유’는 <한국일보>에서 격주 목요일 발행하는 뉴스레터다. ‘치유하는 터전’이라는 뜻과 독자의 마음을 감동(Touch you)시키겠다는 뜻으로 이름을 지었다. 체험기, 인터뷰, 콘텐츠 추천 등을 통해 마음 돌봄과 관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터치유’는 지난해 11월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이 주관하는 ‘2022년 4분기 생명존중 우수보도상’을 수상했다.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은 “자살 예방과 관련해 심층적인 기사를 작성한 점을 높이 샀다”고 선정 배경을 설명했다. ‘터치유’는 이웃의 마음을 어루만지는 콘텐츠로 일상 치유에 도움을 주고 싶다는 손성원(29) <한국일보> 기자의 다짐으로 시작됐다. <단비뉴스>는 지난달 17일 서울시 중구 회현동 한국일보 사옥에서 '터치유'의 에디터인 손성원 기자를 만났다.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지난달 17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예나 기자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지난달 17일 한국일보 사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전예나 기자

어려운 뉴스를 쉽게 전달하는 방법

대학에서 불문학을 전공한 손 기자가 언론을 만난 것은 우연이었다. 대학 시절, 막 창간한 어느 대학 언론 잡지의 표지 모델에 지원한 것이 인연이 되어, 그 잡지의 기자로 활동하게 됐다. 그렇게 1년간 12권의 잡지를 만들었다. 다양한 사람을 만나 취재하는 일은 생각보다 더 즐거웠다. 이 과정에서 기자가 되겠다는 꿈을 다졌다.

손 기자는 2년 넘게 준비한 끝에 <한국일보> 기자가 됐다. 수습 기간을 마친 후 처음 배정받은 부서는 국제부였다. 국제부 기자로 일하던 시절, 유튜브 채널 기획을 공모한다는 사내 알림을 보았다. 그는 국제 뉴스를 쉽게 알려주는 콘텐츠를 기획했다. 20여 개의 기획안 중 그의 기획안이 1등을 차지했다. 다만 일상적으로 기사를 보도하면서, 유튜브 콘텐츠까지 만드는 일이 쉽지 않았다. 디지털 뉴스를 제작하는 이슈팀으로 옮겨 콘텐츠를 계속 제작했다. 파일럿 프로그램이라 오래 이어가진 못했지만,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서 자신의 강점을 발견했다.

‘치유하는 터전’, 터치유

디지털 콘텐츠를 개척하는 일은 그것으로 끝나지 않았다. 이후 사회부 시청팀으로 옮긴 그는 사내 공모에 또 한 번 도전했다. ‘나만의 출입처’를 주제로 한 콘텐츠 공모였다. 손 기자는 평소에도 마음 돌봄에 관심이 있었다. 심리적 문제로 어려움을 겪는 기자 동료들도 많이 만난 터였다. 당시 <한국일보>에 실렸던 오은영 박사의 정신 상담 칼럼에 많은 독자가 반응하는 것도 보았다. 코로나19 상황까지 겹쳐 마음 돌봄의 사회적 중요성이 더 커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터치유’를 기획해 사내 공모에 지원했고, 당선됐다.

이번에는 커넥트팀으로 옮겨 가게 됐다. 독자와 접점을 넓히는 다양한 프로젝트를 진행하기 위해 만들어진 신생팀이었다. 그곳에서 본격적으로 뉴스레터 기획을 시작했다. 기획 초기에는 많은 독자에게 읽힐 만한 기사를 써야겠다는 목표로 인터뷰 시리즈를 구상했다. 그때 팀의 선배 기자가 다른 방향을 제안했다. 손 기자가 직접 경험해본 게 많고, 알고 있는 자료도 많으니 그걸 활용해보자는 거였다.

‘터치유’는 크게 세 가지 코너로 구성됐다. 첫 번째 코너인 ‘에코의 마음 청소’는 손 기자가 직접 체험했거나 인터뷰한 경험을 통해 들려주는 마음 돌봄 이야기를 담는다. 두 번째 코너인 ‘별별치유’는 고민을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는 책이나 체험과 같은 다양한 콘텐츠를 추천해준다. 세 번째 코너인 ‘1분 심리학’은 마음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심리학 이론을 쉽고 재밌게 설명해준다.

자신의 체험이나 추천을 바탕으로 ‘터치유’를 만들면서도 최대한 경계하는 일이 있다. 손 기자가 직접 나서 조언하거나 상담하지 않으려 했다. “누군가를 상담하려면 전문성이 있어야 하니까, 내가 직접 나서기보다는 늘 전문가의 입을 빌려 이야기를 전하려 했다”고 손 기자는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말했다.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제작하는 뉴스레터 ‘터치유’의 소개 사진. 오른쪽 하단에는 손 기자가 요가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제작하는 뉴스레터 ‘터치유’의 소개 사진. 오른쪽 하단에는 손 기자가 요가하는 모습을 담았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해 2월 첫 뉴스레터를 발행한 ‘터치유’는 올해 한 차례 변화를 겪었다. 손 기자는 올해 초부터 <한국일보> 미디어전략부 산하 H랩으로 부서를 이동했다. H랩은 ‘탈포털 시대’에 맞춰 디지털 콘텐츠를 폭넓게 시도하기 위해 만들어진 조직이다. H랩이 발행하는 뉴스레터로는 손 기자가 담당하는 ‘터치유’와 더불어 현대인의 직업에 초점을 맞춘 ‘커리업’이 있다. H랩은 다양한 실험을 통해 두 뉴스레터를 성장시키고 있다.

그 일환으로 '터치유'는 지난 4월부터 ‘에코 라디오’를 시작했다. ‘에코 라디오’는 손 기자가 내레이션하는 오디오 콘텐츠와 그에 어울리는 화면으로 구성한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결합해 마음 치유 가이드를 제공한다. 이름은 라디오지만, ‘듣다’와 ‘보다’ 두 옵션 중 하나를 선택해 청각에만 집중하거나 시각과 청각, 두 가지를 모두 경험할 수 있다.

지난달 17일 자 ‘터치유’에 실린 ‘에코 라디오’ 8화. 무기력 극복을 위한 손성원 기자의 오디오 가이드를 인터랙티브 페이지와 함께 제공한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지난달 17일 자 ‘터치유’에 실린 ‘에코 라디오’ 8화. 무기력 극복을 위한 손성원 기자의 오디오 가이드를 인터랙티브 페이지와 함께 제공한다. 한국일보 홈페이지 갈무리

다채로운 일상에서 아이디어를 찾다

손 기자는 일상과 밀접한 콘텐츠를 만드는 일에 오래전부터 관심이 있었다. <한국일보> 입사 지원서에 ‘<한국일보>가 생활형 어젠다에 특화되어 지원한다’고 적었을 정도다. 이제는 손 기자가 생활형 어젠다를 발굴하고 있다. 일상에 밀착한 소재를 다루는 만큼 자신의 일상에서 콘텐츠 아이디어를 얻을 때도 많다. 그는 다양한 취미를 가진 ‘취미 부자’이고, 각 테마에 맞게 자신을 표현하는 여러 계정의 소셜미디어도 운영하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가진 손 기자와 인터뷰하는 취재원이 감탄할 때도 있다. “‘진짜 이 분야에 관심이 있으시다’라는 이야기를 취재원한테 자주 듣는다”며 손 기자는 웃었다.

다양한 경험과 관심은 콘텐츠 제작의 전문성으로도 이어진다. ‘에코 라디오’를 제작하는 과정에서는 손 기자의 요가 전문 지도자 자격증이 도움이 됐다. 명상과 호흡 가이드를 제공하고, 일상에 도움이 되는 스트레칭도 보여준다. 심리 분야에 관한 관심으로 최근에는 한국 MBTI연구소에서 주관하는 MBTI 전문자격증도 취득했다. 이 자격증은 앞으로 ‘터치유’에서 시도할 심리 테스트에 활용할 예정이다.

스페셜리스트가 만드는 지속가능한 콘텐츠

손 기자의 요즘 고민은 ‘터치유’에 저널리즘적 특성을 더하는 것에 있다. 명상 가이드를 제공하는 서비스는 이미 많으므로 ‘터치유’가 제공할 수 있는 차별적 콘텐츠가 과연 무엇일지 고민하고 있다. “기본적으로는 독자의 필요에 부응하는 서비스적인 콘텐츠에 기자가 직접 취재한 내용을 잘 녹여 뉴미디어에 융합하고 싶다”고 그는 말했다.

저널리스트로서 손 기자의 목표는 ‘지속가능한 전문가’가 되는 것이다. 여러 뉴미디어가 명멸하고, 이를 담당하는 기자들도 언제건 다른 부서로 옮겨가는 국내 언론 환경에서 자신만의 분야에서 전문성을 갖춘 기자가 되고 싶다는 것이다. 그동안 ‘터치유’를 운영하면서 손 기자는 마음 돌봄 분야가 ‘블루오션’이라는 걸 깨달았다. 이 분야에 계속 집중해 전문성을 키우는 게 그의 꿈이다.

그 길에서 손 기자는 기자의 삶에 만족한다. 새롭게 발견한 자료를 ‘터치유’ 콘텐츠에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면서 그는 문득 생각한다. ‘내가 잘할 수 있고 좋아하는 분야에서 지금 일하고 있구나.’ 그 길을 손 기자는 계속 걷고 싶다.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인터뷰 중 내레이션과 스트레칭 가이드에 직접 참여한 ‘에코 라디오’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전예나 기자
손성원 한국일보 기자가 인터뷰 중 내레이션과 스트레칭 가이드에 직접 참여한 ‘에코 라디오’ 콘텐츠를 보여주고 있다. 전예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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