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인터뷰] 이창호, 홍봄 뉴스하다 기자

지난 6월 1일, <뉴스하다>가 창간됐다. 뉴스하다는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비영리 독립언론이다. 광고를 전혀 받지 않고 시민의 후원으로만 운영한다. 창간 주역은 이창호(39), 홍봄(33) 기자다. 둘은 뉴스하다의 공동대표이기도 하다.

이들 모두 인천·경기 지역 종합지 <기호일보>에서 일했다. 이창호 기자는 10년, 홍봄 기자는 7년 동안 일했다. 기호일보 생활에 마침표를 찍고, 지역 언론 생태계에 새로운 변화를 만들겠다는 포부로 뉴스하다를 창간했다. 지난 8월 22일, <단비뉴스>는 인천시 부평구에 위치한 공유오피스에서 만나 두 기자를 인터뷰했다. 그 뒤, 두 차례 서면 인터뷰도 진행했다.

홍봄(왼쪽), 이창호(오른쪽) 기자가 ‘뉴스하다’ 사무실이 마련된 인천시 부평구의 공유오피스에서 단비뉴스와 만나인터뷰하고 있다. 이은별 기자
홍봄(왼쪽), 이창호(오른쪽) 기자가 ‘뉴스하다’ 사무실이 마련된 인천시 부평구의 공유오피스에서 단비뉴스와 만나인터뷰하고 있다. 이은별 기자

내 삶을 다루는 지역언론의 매력

경기도 포천에서 태어난 이창호 기자는 고등학생 때부터 인천으로 옮겨 살았다. 어린 시절의 좌우명은 ‘억울한 약자를 돕자’였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며 약자를 돕는 법조인을 꿈꿨지만, 사법고시에 연이어 낙방했다. 자신의 좌우명에 부합하는 새로운 직업을 모색했다. 약자를 돕는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다. 처음엔 수산 전문지에 들어갔다. 그 언론사에선 기자에게 광고 영업을 시켰다. 6개월 만에 퇴사해 버렸다. 다시 언론사 입사 공부를 하여, 인천·경기 지역 종합지인 기호일보의 기자가 되었다.

홍봄 기자는 경남 밀양에서 태어났다. 경남 지역 일간지인 <경남도민일보>를 읽는 아버지를 보며 자랐다. 기자의 꿈을 자연스레 품게 됐다. 인천에 있는 대학에 진학해 신문방송학과 일어일문학을 전공했다. 대학 시절, 인천의 어느 언론에서 현장실습을 하면서, ‘나와 내 이웃의 삶을 다루는’ 지역 언론의 매력을 발견했다. 그때부터 ‘좋은 지역 기자’가 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지역아동센터와 환경단체에서 일하면서 기자를 준비했다. 2년 동안 공부하여 기호일보에 입사했다.

뉴스하다 취재진이 부천지청 검찰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뉴스하다 유튜브 갈무리
뉴스하다 취재진이 부천지청 검찰의 특수활동비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 뉴스하다 유튜브 갈무리

좋은 지역 기자의 꿈을 앗아간 지역 언론

두 기자가 한창 취재 현장을 누비던 2018년, <뉴스타파>가 인천 지역 언론사의 ‘공짜 취재’ 관행을 보도했다. 인천 지역 언론사들이 인천관광공사에 섬 관광 비용 지원을 요청했다는 내용이었다. 여러 언론 가운데 특히 기호일보 사장은 인천관광공사에 취재비 요청 공문까지 보냈다고 뉴스타파는 보도했다.

뉴스타파 보도 이후, 기호일보 기자들의 노동조합 활동이 본격화됐다. 사장 퇴진을 요구하는 한편, 편집권 독립과 근로환경개선도 요구했다. 2018년 12월, 재판에서 한창원 기호일보 사장은 업무상 횡령으로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았다. 그런데도 사장은 자리에서 물러나지 않았다. 사내 갈등은 더 악화됐다. 2022년, 한 사장은 업무상 배임과 노동조합 관련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 와중에 사장 퇴진을 촉구했던 이창호 기자는 명예훼손으로 고소당했고, 4개월 정직 처분까지 받았다. 당시 그는 기호일보의 노조위원장이었다.

그러면서 이창호 기자는 새 길을 찾았다. 정직 중이었던 2022년 3월, 뉴스타파가 비영리 독립언론 창업을 코칭하는 ‘뉴스쿨’ 프로그램을 수강했다. 석 달 동안, 데이터 저널리즘과 탐사보도를 공부했다. 이창호 기자는 뉴스쿨 1기 졸업생이었다. 이후 기호일보에 복직했지만, 그의 마음은 지역 독립언론 창업을 향해 달려가고 있었다.

이창호 기자의 꿈을 함께 할 동료도 생겼다. 꿈쩍하지 않는 기호일보 경영진에 실망한 홍봄 기자는 2023년 초부터 휴직했다. 그저 쉬지는 않았다. 기호일보 선배인 이창호 기자의 추천을 받아 뉴스타파의 뉴스쿨 2기를 수강했다. 이후 두 기자는 인천·경기 지역에 천착하는 독립언론을 창간하기로 뜻을 모았다. 데이터 분석에 기초한 탐사보도 언론 뉴스하다가 태어났다.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탐사보도언론 뉴스하다 홈페이지 갈무리
인천·경기 지역을 기반으로 하는 탐사보도언론 뉴스하다 홈페이지 갈무리

지역의 부정부패를 파고들다

지난 7월, 뉴스하다의 첫 보도가 나왔다. ‘언론 감시하다’라는 제목이었다. 4편에 걸쳐 보도됐다. 인천광역시의 광고·홍보비 집행 내역을 면밀히 분석한 내용을 담았다. 두 기자는 2021년부터 2023년 5월까지 인천시가 집행한 언론사 광고비 2425건을 전수조사했다.

보도 이후인 지난 10월, 인천시에 대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의 국정감사 현장에서 ‘언론 감시하다’ 보도가 거론됐다. 유정복 인천시장의 측근이 창간한 언론사에 대한 인천시의 광고비 지급도 중단됐다.

지자체의 고질적 관행을 바꾼 것은 데이터 저널리즘이었다. 뉴스하다는 데이터 분석을 기반으로 한 탐사보도를 추구한다. 홍봄 기자는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정보가 아니라, 데이터를 분석하여 보도하면 취재원이 말하는 대로, 그들이 원하는 대로 보도하는 일을 피할 수 있다”고 말했다.

두 기자가 데이터 분석의 특별한 노하우를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숫자와 정보를 일일이 수작업으로 옮기고 정돈하느라 힘들 때도 많다. 그래도 “천천히 데이터를 들여다보면 새로운 것이 보인다”고 이창호 기자는 말했다. 데이터가 알려주는 패턴과 맥락을 발견하는 것이다.

홍봄(왼쪽), 이창호(오른쪽) 기자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은별 기자
홍봄(왼쪽), 이창호(오른쪽) 기자가 단비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이은별 기자

지역 탐사보도에 최적화된 독립 언론

그런 고생을 마다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 인천·경기 지역에 ‘올바른 언론’이 극히 드물다고 두 기자는 생각한다. 이창호 기자는 “광고 의존도가 높은 지역 언론은 (지자체 등 지역 권력을) 제대로 비판하는 기사를 보도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홍봄 기자도 “지역 언론은 광고와 협찬을 받으려고, 지역에 형성된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한다”고 말했다.

이를 뒤집으면, 지역 탐사보도의 길이 열린다. “촘촘한 인적 네트워크를 (광고나 협찬이 아니라) 탐사보도에 활용하면, 이른바 중앙언론이 시도하지 못하는 질 좋은 기사를 보도할 수 있다”고 홍봄 기자는 말했다.

독립언론의 희망을 믿으며, 멈추지 않을 ‘뉴스하다’

현재 뉴스하다를 후원하는 이는 약 40명이다. 공유사무실 임대료를 감당하기에도 어려운 형편이다. 두 기자는 퇴직금과 은행대출금으로 생활비를 해결하고 있다.

그러나 두 기자는 지역 독립언론의 꿈을 접을 생각이 없다. “우리가 멈추지 않으면, 독립언론을 응원하는 손길도 늘어날 것”이라고 두 기자는 말했다. 그 손길을 기다리면서 “앞으로도 후원금만으로 뉴스하다를 운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호 기자는 “끝까지 정의로운 기자 정신을 이어가는 취재와 보도를 하고 싶다”고 말했다. 뉴스하다가 자리를 잡으면, 독립언론의 정신을 가르치는 저널리즘스쿨을 인천에 만들고 싶다는 꿈도 갖고 있다.

홍봄 기자는 “세상을 바꾸는 데 도움이 된 기사를 내가 얼마나 썼는지” 스스로 질문하면서 살고 있다. 더 좋은 기자가 되어 더 나은 세상이 되는 데 힘을 보태는 게 그의 꿈이다. 언젠가 취재 현장에서 은퇴하게 되면, 지역의 독립언론을 이어받을 후학을 양성해 세상을 바꾸는 더 큰 물결을 만들고 싶다는 소망도 품고 있다.

※ 인천·경기 지역 비영리 독립언론 <뉴스하다> 후원 방법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단비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