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미디어오늘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불리는 챗GPT가 출시된 뒤 콘텐츠 제작 방법에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생성형 인공지능이 콘텐츠 생산 방식을 획기적으로 바꾸면서 ‘크리에이터’라고 불리는 콘텐츠 창작자들의 숫자도 크게 늘었다.

구글코리아에서 유튜브를 담당했던 안정기 작가는 지난 24일부터 이틀 동안 <미디어오늘> 주최로 열린 ‘미디어의 미래 컨퍼런스’에서 앞으로 생성형 인공지능이 미래 세대의 콘텐츠 생산과 소비 방식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안 작가는 지난 6월 유튜브에서 전 세계 유튜브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올해 1월부터 5월 말까지 생성형 인공지능 관련 유튜브 영상 조회 수가 17억 회가 넘었다고 밝혔다.

AI로 변화하는 콘텐츠 생태계…버추얼 콘텐츠 급증

특히 설문조사 응답자 가운데 60%는 인공지능을 사용한 콘텐츠를 시청하는 것에 긍정적이었고, 52%는 최근 버추얼(Virtual) 기술을 활용해서 만든 이른바 ‘버추얼 크리에이터’가 나오는 콘텐츠를 시청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버추얼 유튜버라고도 불리는 버추얼 크리에이터는 인공지능과 컴퓨터 그래픽(CG)을 활용해 만든 가상의 캐릭터로 유튜브 등의 인터넷 방송을 진행하는 1인 창작자를 말한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저자인 안정기 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 크리에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의 저자인 안정기 작가가 생성형 인공지능 크리에이터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이혜민 기자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라는 책의 저자인 안 작가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콘텐츠 제작 영역이 확장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유튜브 등 웹 2.0의 등장으로 1인 미디어 시대가 열렸던 것처럼 생성형 인공지능의 도입으로 앞으로 1인 스튜디오 시대가 개막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생산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공간 제약을 없애고 혼자서 독창적인 콘텐츠를 쉽고 빠르게 만들 수 있어서, 적은 자본으로도 스튜디오를 꾸릴 수 있다는 것이다.

안 작가는 “생성형 인공지능의 발달로 창작의 진입장벽이 절대적으로 낮아져 결국에는 우리 모두를 창작자로 만들 것”이라며, “생성형 인공지능을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달려있다”라고 말했다. 실제로 창작자의 숫자는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어도비에 따르면 지난해에 이미 창작자의 숫자가 약 3억 300만 명을 기록했다. 2019년의 1억 5000만 명에 비해 두 배 정도 증가한 것이다.

안 작가는 구글과 메타, 네이버 등 이른바 ‘빅테크’ 기업들도 창작의 장벽을 낮추기 위해 각자의 플랫폼에 AI 기술을 적극적으로 접목하기 위한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고 소개했다. 다만,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만든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문제는 여전히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로 지적됐다. 유튜브는 저작권을 보호하면서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창작자와 협업해 음원을 만드는 ‘음악 AI 인큐베이터’를 출시하면서 이 문제에 대한 정면 돌파에 나섰다.

또, 창작자가 콘텐츠를 좀 더 쉽게 만들 수 있도록 동영상 제작 도구에 인공지능 도구를 넣거나 AI 더빙 기술을 통해 콘텐츠의 언어를 자동으로 더빙해 송출하는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교육용 영상에서 인공지능이 자동으로 퀴즈를 만들어 추가적인 학습을 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도 개발해 시험운영을 하고 있다.

챗GPT와 미드저니 등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학생과 중학생이 각각 만든 “신비한 숲속 모험”과 “환생한 신데렐라는 치킨을 튀긴다” 책 표지. 이혜민 기자
챗GPT와 미드저니 등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대학생과 중학생이 각각 만든 “신비한 숲속 모험”과 “환생한 신데렐라는 치킨을 튀긴다” 책 표지. 이혜민 기자

이미 우리 주변에는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하는 창작자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안 작가는 “생성형 인공지능으로 단편 영화와 애니메이션 영상 등이 제작되고 있다”며 사례들을 소개했다. “신비한 숲속 모험”은 한 대학생이 수업 과제물로 만든 뒤 출판한 책이며, “환생한 신데렐라는 치킨을 튀긴다”는 중학교 2학년생이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2주 만에 부모님과 만들어 출판한 책이다. 이 밖에도 버추얼 유튜버나 메타버스 등과 결합해 더 많은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다.

안 작가는 전통 언론사들도 현재의 부족한 영역을 채우는 데 생성형 인공지능을 접목할 여지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미지의 품질을 높이거나 저작권 때문에 사용할 수 없는 이미지나 영상을 생성형 인공지능을 활용해 만들 수도 있다는 것이다.

“AI시대에 전통 언론은 더욱 정확한 정보 제공 필요”

컨퍼런스에서 첫 연사로 나선 강정수 <더코어> 총괄에디터는 지난 10년을 ‘소셜 미디어의 시대’라고 규정하면서 아침마다 새로운 유행이 등장하고 있는 현상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트위터를 중심으로 형성되던 유행은 틱톡이 등장하며 쇠퇴했다. 틱톡의 성공 이후 인스타그램은 ‘릴스’를, 유튜브는 ‘쇼츠’를 출시했다. 경쟁이 치열해지며 플랫폼들이 비슷해졌다. 플랫폼들은 빠르게 변하는 유행 속에서 사용자를 모으기 위해 더 자극적인 마케팅을 펼친다. 전반적인 품질이 낮아진다. 자극적인 제목 없이는 사용자에게 도달하지 못한다.

강정수 에디터는 이런 상황에서 전통 언론은 오히려 더욱 정확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놓았다. 하지만 전통 언론은 이전과 같은 방식으로 시장의 주도권을 가져갈 수 없다. 그는 해결책으로 ‘멤버십 확보’를 제시했다. 돈을 지불하는 유료 멤버십이 아니라 충성도 높은 회원을 확보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충성도 높은 독자를 확보한 뉴스레터 같은 것이 사례다.

AI 시대에도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듣는 것이 언론인이 할 일

아무리 대화형 AI가 발전해도 당사자에게 직접 묻고 듣는 언론인의 기본 역할은 사라질 수 없다. CBS ‘김현정의 뉴스쇼’를 진행하는 김현정 PD는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의 대담에서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원칙을 지킨 것이 ‘뉴스쇼’가 오랫동안 탄탄한 시청층을 확보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자평했다.

그는 15년 전 첫 번째 방송을 사례로 들었다. 2007년 당시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을 납치했다. 피랍자들이 석방된 이후 이듬해 한국 검찰은 탈레반 관계자들에게 살인과 특수감금 혐의를 적용했다. 이에 대해 ‘뉴스쇼’ 제작진은 탈레반 홈페이지에 나와 있는 대변인의 메일로 인터뷰를 요청했다. 당시 탈레반의 대변인과 직접 전화 인터뷰를 했고, 그는 “한국 정부가 경찰을 아프가니스탄에 파견할 경우 한국인을 납치할 것”이라 발언해 큰 화제가 됐다. 제작진은 접촉 경위에 대해 국가정보원 조사를 받기도 했다.

김현정 CBS PD(오른쪽)가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이선재 기자
김현정 CBS PD(오른쪽)가 이희정 미디어오늘 대표와 대담하고 있다. 이선재 기자

김 PD는 15분짜리 인터뷰를 기획하기 위해 5시간 이상 밤새워가며 준비한 적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전체 지도를 잘 파악하고 그 안에서 보물을 찾는 것이 인터뷰”라고 말했다. 그는 당사자의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은 언론이 공론장을 마련하는 것이기도 하다고 강조했다. 김 PD는 “15년 전과 비교했을 때 가장 심해진 것은 지독해진 분열”이라며 “다른 사람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가질 수 있다는 것에 마음을 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리고 이런 생각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도록 언론이 제 역할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컨퍼런스에서는 또 국내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언론사와 포털의 관계도 다뤄졌는데, 뉴스만을 보기 위해 인터넷에 접속하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는 점을 감안해 포털과 언론의 협업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돼 눈길을 끌었다. 황용석 건국대 교수는 뉴스 구독자의 포털 이용률이 줄어드는 추세지만 여전히 포털은 중요하다면서, 사람들이 뉴스를 다른 콘텐츠와 차별되는 콘텐츠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언론은 포털과 협업을 통해 사람들에게 다가가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강신규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 연구위원은 대안매체나 다양성에 기여하는 매체가 포털을 통해 여론에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면서 “포털은 언론 지형을 재구성하는 효과를 창출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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