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수상작- 국민일보 ‘혐오 발전소, 댓글창’

지난달 8일, 포털사이트 다음은 뉴스 댓글을 없애고 ‘타임톡’을 도입했다. 타임톡은 실시간 소통에 초점을 맞춘 댓글 공간이다. 기사 게재 후 24시간이 지나면 기사에 달린 댓글과 댓글창이 모두 사라진다. 이용자가 표현의 자유를 누릴 수 있도록 하면서도, 부적절한 댓글을 걸러내기 위해 타임톡을 도입했다고 다음은 밝혔다.

댓글이 과연 공론에 기여하는지를 둘러싼 문제는 비교적 오래전부터 제기됐다. 다른 사람들의 생각을 접하며 의견을 주고받는 순기능보다 익명성에 기대 허위 사실을 퍼뜨리거나 타인의 인격을 모독하는 등의 부작용이 더 커졌다. 유명인에게 향하던 비난과 혐오는 성범죄 피해자와 참사 유족 등 일반인에게까지 번졌다.

<국민일보> 온라인뉴스부의 기자 네 명은 다음의 서비스 개편이 이뤄지기 훨씬 전에 댓글창의 문제를 보도했다. 취재팀은 ‘네이버 뉴스 댓글’을 분석 대상으로 삼았다. 카이스트 연구팀과 협력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작성된 네이버 기사 약 537만 개에 달린 뉴스 댓글 약 1억 2000만 개를 분석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가 터진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 개를 추가로 분석했다. 맥락이 비슷한 댓글들을 모아 추려내는 ‘토픽 모델링’을 이용했다. 또 스마일게이트 AI 프로그램을 활용해 여성·가족, 남성, 성소수자, 인종·국적, 연령, 지역, 종교, 기타혐오, 욕설·악플 등 9개 카테고리로 혐오 표현을 추출해 분류했다.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하다

댓글을 분석한 내용은 지난해 12월 9일 <국민일보>에 ‘혐오 발전소, 댓글창’이라는 제목으로 5편에 걸쳐 보도됐다. 1편에서 이태원 참사 기사에 달린 댓글을 분석했고, 2편에서는 20대 대선과 코로나19 백신에 대한 댓글을 분석했다. 자신의 이익에 따라 태도를 바꾸는 ‘헤비댓글러(댓글을 많이 다는 사람)’의 실태도 담았다. 3편에서는 여성과 전라도, 민주노총 등 세 분야에 혐오 댓글의 비중이 높다는 것을 밝혔다. 4편과 5편에서는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혐오 댓글에 대한 대안을 소개했다. 또 인터랙티브 페이지를 만들어 기사에 담긴 데이터와 사례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했다.

국민일보는 카이스트 연구팀과 협력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작성된 네이버 기사 약 537만 개에 달린 뉴스 댓글 약 1억 2000만 개를 분석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가 터진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 개를 추가로 분석했다. 국민일보 누리집 갈무리
국민일보는 카이스트 연구팀과 협력해 2021년 1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작성된 네이버 기사 약 537만 개에 달린 뉴스 댓글 약 1억 2000만 개를 분석했다. 여기에 이태원 참사가 터진 지난해 10월 29일부터 11월 9일까지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23만여 개를 추가로 분석했다. 국민일보 누리집 갈무리

이 기사는 제388회 이달의 기자상 기획보도 신문·통신 부문 상을 받았다. 뉴스 댓글 1억 2000만 개라는 방대한 빅데이터를 분석해 우리 사회의 혐오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 수작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 댓글창의 순기능과 부작용을 함께 제시해 건전한 여론 수렴을 위한 기틀을 마련했다고 평가됐다.

혐오가 향하는 대상

누구에게나 열려있는 포털 뉴스 댓글창이 우리 사회 속 혐오를 대중에게 널리 퍼뜨리는 곳으로 변질됐다는 문제의식에서 취재가 시작됐다. 모두가 댓글을 쓰진 않지만, 대다수가 댓글을 읽기 때문에 댓글창의 영향력에서 자유롭기 어려운 것이다. 2021년 5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온라인혐오표현 인식조사’ 결과, 뉴스·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경험했다는 응답자는 71%였다. 개인 운영채널(53.5%)이나 온라인게시판(47.3%)에서 혐오 표현을 접한 경우보다 많았다. <국민일보>가 심층 인터뷰한 뉴스 소비자 61명 중 57명도 ‘뉴스 댓글에서 혐오 표현을 본 적 있다’고 밝혔다.

방대한 댓글을 분석한 결과를 통해, 취재팀은 ‘여성’, ‘전라도’, ‘민주노총’과 관련한 뉴스에 대한 댓글에서 혐오 감정이 뚜렷하게 나타나는 것을 발견했다. 특히 정치권에서 해당 이슈를 정쟁화할수록 혐오 댓글이 급증했다.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을 언급한 댓글의 72%에서 혐오가 감지됐다. 국민일보 누리집 갈무리
‘여성가족부 폐지 정책’을 언급한 댓글의 72%에서 혐오가 감지됐다. 국민일보 누리집 갈무리

혐오 감정이 담긴 혐오 댓글은 사회적 재난인 이태원 참사 기사에서도 발견됐다. 관련 기사에 달린 댓글 10개 중 6개가 혐오 댓글이었다. 그 비중은 코로나19와 대통령 선거 때보다 컸다. 정부가 국가애도기간을 지정하고 유족 지원금 지급 방침을 발표하면서 정치적 공방도 벌어졌다. 참사의 희생자를 내 쪽이 아닌 저쪽으로 구분 지어 공격하는 댓글이 많아졌다.

변신하는 헤비 댓글러들

취재팀은 수백에서 수만 개의 댓글을 쓴 ‘헤비댓글러’, 그리고 혐오 표현과 욕설을 담아 댓글을 쓴 ‘악플러’의 댓글 이력도 추적했다. 이들은 때로 따스한 공감의 댓글을 남기기도 하지만, 특히 정치 성향이 다른 이들에게 무차별적인 비난과 혐오를 쏟아냈다. 자신을 여자라고 언급했다가 다른 곳에서는 여성을 누나라고 부르는 등 성별을 바꾸기도 했다.

상반된 댓글이 적힌 ‘두 얼굴의 댓글’편. ‘혐오 발전소, 댓글창’ 인터랙티브 누리집 갈무리
상반된 댓글이 적힌 ‘두 얼굴의 댓글’편. ‘혐오 발전소, 댓글창’ 인터랙티브 누리집 갈무리

이런 현상이 나타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취재팀이 분석한 결과, 헤비댓글러들은 ‘뉴스의 주제에 따라 태도를 바꿔 댓글을 달아도 된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알아냈다. 뉴스 댓글 작성자의 세대적 특성도 혐오 댓글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2019년 이후 3년간 네이버 댓글 사용자의 성별·연령별 특성을 분석했더니, 40~60대 남성이 쓴 댓글이 절반을 넘었다. 특히 이들은 정치 이슈에 관심이 많은 동시에 휴머니즘이나 온정주의에 적극 반응하는 특성을 나타냈다. 댓글의 내용은 ‘진지한 의견’이라기보다 ‘즉각적 반응’에 가깝다는 점도 드러났다.

혐오 표현, 어떻게 대처해야 하나

취재팀은 국내외 전문가들을 만나 대안을 모색했다. 덴마크의 사회인민당 소속 정치인 외즐렘 튀레치는 ‘정치와 혐오가 불가분의 관계가 됐다. 정치인들이 혐오 발언에 대해 책임감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핀란드 탐페레대학교에서 사회심리학을 가르치는 아테 옥사넨 교수는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혐오 글이 테러로 이어질 수 있다. 온라인의 혐오 표현을 강하게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에서 혐오표현심의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온라인 공간에서 표현의 자유를 보장하되 혐오 표현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이뤄 대응해야 하고, 혐오 표현이 사회적 해악이라는 점을 전 세대가 인식할 수 있도록 학교와 사회에서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기사에 담긴 데이터와 사례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누리집 메인 화면. ‘혐오 발전소, 댓글창’ 인터랙티브 누리집 갈무리
기사에 담긴 데이터와 사례 등을 시각적으로 표현한 인터랙티브 누리집 메인 화면. ‘혐오 발전소, 댓글창’ 인터랙티브 누리집 갈무리

<국민일보>의 ‘혐오 발전소, 댓글창’ 보도는 그동안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던 댓글의 여러 이슈를 다뤘다. 혐오 댓글은 자신의 발언과 행동에 책임을 지지 않는 사람들의 즉각적이고 감정적인 표현이었다. 댓글창을 건강한 공론장으로 만들려면, 정치인부터 기자, 포털업자, 댓글을 쓴 사람과 읽는 사람 등 각자가 혐오 표현의 심각성을 알고 이를 책임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는 점을 취재팀은 심층 기사를 통해 세상에 알렸다.

*<국민일보>의 ‘혐오 발전소, 댓글창’ 기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기사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세상에는 좋은 기사들이 있다. 저널리즘의 이상이 어디에 있는지 알려주는 기사다. 언론을 비난하는 목소리가 높아도 여전히 언론에 희망이 있음을 증명하는 기사이기도 하다. 기자는 그런 기사를 꿈꾸고, 독자는 그런 기사를 기다린다. <단비뉴스>는 2000년대 이후 국내외 주요 기자상 수상작을 중심으로 기자와 독자에게 두루 도움이 될 만한 좋은 기사를 골라 소개한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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