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겉은 대단히 세지만, 읽다 보면 뒤가 허전한 기승전결이 없는 프랑스 영화 같다.”<르몽드 디플로마티크>(르디플로) 성일권 한국어판 발행인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사회교양특강에서 시사 월간지 <르디플로>의 특징을 프랑스 영화에 비유했다. 그는 ‘<르몽드>가 바라본 오늘의 세계’라는 주제 강연에서 “<르디플로>는 프랑스 영화처럼 명쾌한 답이 없지만,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한 부분을 건드려 토론 거리를 많이 남긴다”고 설명했다. 답을 내놓지 않는 신문이 오히려 답을 찾게 도와주고 있다는 것이다.모신문인 <르몽드>는 1954년 창간 이
혐오는 ‘연결짓기’다. <혐오사회>를 쓴 카롤린 엠케는 ‘모든 혐오는 개인이나 집단을 깎아내리는 특징들과 연결된다’고 했다. 혐오의 연결짓기에는 언어와 이미지가 동원된다. 그것이 사실일 필요는 없다. 혐오를 합리화하는 데 효과적이면 된다.제주도로 입국한 예멘 난민에게는 우리 국민의 일자리를 빼앗는 ‘외노자’(외국인노동자)라는 언어, 유럽 난민들이 때린 ‘여성의 멍든 얼굴’ 이미지 등이 SNS로 유통되며 난민에 연결된다. 퍼런 멍이 든 여성 얼굴은 시민들을 섬뜩하게 하며 난민 반대 시위에 참여하게 하는 데 충분했다. 그 사진의 출처와
1948년 UN은 세계인권선언에서 인간 기본권 중 하나로 ‘음식주권’(right to food)을 언급했다. 음식주권은 곧 식량권으로, 누구나 좋은 음식을 먹을 수 있어야 하며 무엇이 좋은 음식인지 알아야 함을 뜻한다. 과연 우리는 ‘좋은 음식’이 무엇인지 알고, 제대로 먹고 있을까? 질문의 답을 찾기 위해 대산농촌재단 연수단은 첫날 서울시 안국동에 있는 ‘상생상회’를 방문했다. 상생상회는 음식이 주는 진정한 ‘즐거움’을 지키기 위한 다양한 형태의 슬로푸드 운동을 벌이며, 지역의 좋고 깨끗한 농축산물과 음식을 도시 소비자와 매개하는
강화에서 고성까지 약 500㎞ 비무장지대(DMZ) 평화누리길을 ‘인간띠’로 잇는 운동이 충북에서 시작됐다. DMZ 500㎞에 50만 집결, 평화의 손 잡기로 DMZ평화인간띠운동 충북본부는 7일 충북도청 브리핑룸에서 발대식 기자회견을 열고 운동의 취지와 계획을 밝혔다. DMZ평화인간띠운동은 남북판문점선언 1주년인 오는 4월 27일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다. 이 운동에는 50만 시민이 손을 잡고 인천시 강화에서 강원도 고성까지 500km 평화누리길을 잇게 된다.이 운동은 민간이 남북평화운동을 견인한다
‘우리 국민은 하나다!’ 동독이 붕괴한 뒤 통일을 원한 동독 주민들이 시위에서 외친 구호다. 서독 주민들은 이를 받아들였고 독일은 신속한 통일을 이뤄냈다. 이들이 하나의 국민이라는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통일 전의 언론 교류 덕분이라는 분석이 많다. 이때 서독 언론은 사회주의 국가였던 동독에 체제 우월적 태도를 보이거나, 반대로 좋은 관계를 위해 갈등 요소를 일부러 배제하지 않았다. 단지 동독을 객관적이고 정확하게 보도하려고 애썼다. 이를 통해 동·서독 주민 서로의 삶을 이해하고 동질감을 형성할 수 있는 토대를
소비자가 식품을 살 때 가장 우려하는 점은 ‘방사능오염’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음은 중금속, 환경호르몬, 잔류농약 순서였다.소비자단체인 소비자시민모임은 올해 5월부터 11월까지 전국의 소비자 1846명을 대상으로 식품 안전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이 조사에 따르면 일본에서 2011년 3월 11일 일어난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한 지 7년이 지났지만 전체 조사대상자의 43.1%(795명)가 ‘방사능오염’이 가장 두렵다고 대답했다.평소 식품 방사능에 관한 우려·불안이 어느 정도였는지에 대한 질문에도 절반 이상
세명대학교가 주관하는 열세 번째 ‘인문주간’이 30일 개회식을 하고 ‘클래식과 함께하는 북콘서트’ 등을 열었다. 실제 ‘인문주간’은 27일 ‘다문화가정 한국역사문화체험’으로 시작해 11월 4일 ‘대구미술관과 김광석문화거리 탐방’에 이르기까지 9일간이며 17개 행사가 열린다.시민과 함께하는 17가지 행사이번 ‘인문주간’은 제천시가 적극 참여해 31일 ‘시민과 함께하는 시와 가곡의 밤’, 11월 1일 ‘시민과 함께하는 작은 음악회’, 29~2일 ‘시민과 함께하는 지역역사문화 이해’(전시회) 등에서 보는 바와 같이 ‘시민이 함께하는’ 행
“가짜뉴스가 아니라고 해서 다 진짜뉴스인 것은 아닙니다.”경향신문 편집국장과 편집인, 한국신문윤리위원회 위원 등을 지낸 김지영(65) 동양대 초빙교수가 지난 24일 충북 제천시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언론윤리 특강에서 ‘진실하지 못한 뉴스’가 넘쳐나는 현실을 비판했다. 그는 ‘가짜뉴스와 진짜뉴스 그리고 비진실 뉴스’라는 제목의 강의에서 “의도적인 허위조작정보를 말하는 ‘가짜뉴스(fake news)’ 외에 광고성 기사 등 ‘비진실 뉴스’를 구별해 내는 안목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지난 28일 서울 논현역 부근의 한 카페에서 김
너와 나의 소득 차이는 우리의 ‘성적표’다. 학창시절 받았던 성적표만큼 정직한 게 없다. 공부는 노력한 만큼 나온다. 머리가 나쁘면 그만큼 노력하면 된다. 성적표로 시작된 너와 나의 차이는 시간이 갈수록 더 벌어졌다. 나는 좋은 수능 성적표를 받았고, 높은 학점으로 졸업했고, 고소득 직장을 얻었다. 나는 나의 실력과 노력이 계속 차이를 벌렸다고 믿는다. 너는 나보다 실력과 노력이 부족해 그에 합당한 인생 성적표를 받은 것이다.너와 나의 소득 차이는 나의 ‘짐’이다. 너의 소득은 정부가 보전해줘야 하는 대상이다. 나의 소득에 세금을
나는 중산층 기자다. 자기 목소리를 들어주지 않아 거칠어지고 두서없어진 이들의 시위를 취재할 때 나는 폭력을 거부하는 본능도 논리도 없이 격정뿐인 고함에는 귀를 기울이고 싶지 않다. 복지 사각지대의 처참한 삶을 취재하며 차별과 고통에 연민을 갖고 글을 쓰지만, 동시에 내가 아님에 안도하는 마음이 내 몸 한구석에 자리하고 있음을 안다.나는 때로 내 계급적 위치를 탓한다. 중산층으로서 내가 누린 혜택은 기자인 나를 그들의 틀 안에 가뒀다. 찌든 가난, 가진 자들의 핍박과 차별을 겪어보지 않은 기자가 온몸으로 겪어온 이들의 경험담을 온전
“저는 승적이 박탈돼 아무 말이나 해도 됩니다.”명진 스님의 신랄한 비판에 진행자인 양문석 아나운서가 괜찮겠냐고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옥천 송건호 언론문화제의 일환으로 만난 명진(69) 스님과 김인국(56) 신부는 ‘평화의 길, 종교의 길, 언론의 길’을 주제로 한 대담에서 때로는 신랄한 비판으로, 때로는 웃기며 좌중을 사로잡았다. 이 대담은 KBS 청주총국의 ‘금요일에 만난 사람’으로 14일 오후 7시 50분부터 방영한다.명진 스님은 조계종 적폐 청산을 위해 단식을 하고, 조계종의 촛불집회 불참을 비판하는 등 평소 사회 현안
스승의 날을 며칠 앞두었던 지난 5월 11일 충북 제천시 용두천로의 제천솔뫼학교 교실. 곱슬곱슬한 흰머리를 단정하게 빗어 넘긴 장재희(91·여) 씨가 연필로 한 자 한 자 정성스럽게 편지를 써 내려갔다.“선생님 고맙습니다. 우리 식사 자리를 자주 합시다. 선생님 사랑합니다. 나는 너무 행복합니다.”도와주겠다는 짝꿍의 제의도 사양하고 혼자 편지봉투까지 다 쓴 장 할머니의 얼굴에는 자부심 어린 미소가 번졌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간단한 한글을 읽는 것조차 불가능했던 장 할머니가 이렇게 편지를 쓸 수 있게 된 것은 이 학교의 ‘문해교
한량. 과거 일정한 직책 없이 놀고먹던 양반 계층을 부르던 말이다. 지금도 놀고 먹는 백수를 비아냥댈 때 ‘한량‘이라 부른다. 중고교 시절에는 비행 청소년을 ‘노는 애’라고 불렀다. 다른 학생들이 공부할 때 노는 학생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시각이 드러난다. 노는 것은 이처럼 우리 사회에서 비난의 대상이 되기 일쑤였다. 이런 시선은 더욱 확장돼 일한 뒤 노는 사람들도 일종의 자책감을 느껴야 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됐다. 시골 농민들이나 아주머니들이 일 년에 한두 번 버스를 대절해 춤을 추거나 관광지에서 음주가무를 하는 것조차 비난의 대
역사학자 르낭은 ‘민족은 망각의 공동체’라고 했다. 국가라는 큰 공동체를 결속하기 위해 근래에도 바뀐 게 없다. 세월호 당시 대통령은 문책을 피하고자 조직적으로 사실을 은폐했다. 촛불 시민의 유혈 진압으로 비화할 수 있는 계엄령 문건이 발견됐지만 군부는 기무사를 싸고돌며 보고 자체를 기피했다. 보수언론은 최악의 경우에 대비해야 하는 게 군대라고 강변한다. 쿠데타 세력이 두 차례나 집권했는데도 엄중하게 처벌한 적이 없으니 망각에 의한 인과응보를 민주시민이 당하는 걸까? 망각과 용서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한국 현대사에서는 국가라는 공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