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영화 같은 인생을 꿈꾼다. ‘영화 같은 인생’에서 ‘영화’는 스릴러나 공포,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로맨스나 가족 영화같이 사랑의 감정으로 가슴이 두근거리고, 가족의 따뜻한 정이 가득한 아름답고도 황홀한 인생을 말하는 것이다. '영화 같다'란 표현을 환상적인 일들이 눈 앞에 펼쳐질 때 사용하는 이유다. 영화와 달리 현실은 달콤하지 않다. 뜻대로 되지 않는 일이 부지기수다. 좌절과 실패가 성공으로 이어지지도 않고 사랑하는 사람을 불시에 잃기도 한다. 우리가 영화를 보는 많은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영화는 고단한 현실을 잊
상상이 만든 ‘나의 <미생>’한 작품을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방법은 상상이다. 독자는 작가가 작품 속에 남겨 둔 빈 곳에 상상을 채워 넣는다. 인물의 외모, 걸음걸이, 잠버릇 등 작품에서 표현되지 않은 부분을 상상한다. 채워 넣을 공간은 무궁무진하고 상상은 자유다. 같은 인물이라도 전혀 다르게 해석되기도 한다. 해석의 기준은 오로지 ‘나의 상상’이다. 그렇게 한 작품은 ‘나의 것’이 된다. 웹툰 <미생>을 봤다. 주인공 장그래에게 빠져들었다. 18살까지 오로지 바둑에 전념했지만, 프로 입단에 실패했다. 그 원인을 ‘열심히 안 한 것
'올인'과 '모든 것을 버리기''올인(all-in)'은 포커게임에서 자신이 가진 모든 돈을 밀어 넣는 것을 뜻한다. 지면 모든 걸 잃지만 이기면 건 만큼의 보상이 뒤따른다. 올인은 소유욕을 자극해 인간을 유혹한다. 더 많이 가지려는 마음이 올인하게 만든다.반면 '모든 것을 버리기'도 있다. 평생 타인을 위해 헌신했던 테레사 수녀나 '무소유'를 온몸으로 실천했던 법정 스님의 삶이 그러하다. 이 행위의 목적은 물질이 아닌 진리와 양심이다. 지난 2일 개봉한 영화 <제보자>에서 윤민철(박해일 분) PD는 줄기세포 조작사건 취재에 모든 걸
조금은 간지러운 느낌이 드는 제목의 드라마였다. 지난 11일 SBS 드라마 <괜찮아, 사랑이야>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끝난 지 2주가 지났지만 드라마의 여운은 깊게 남았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 ‘정신병’은 숨겨야 하는 질병이었다. 단순한 우울증조차 백안시하는 문화적 배경 속에서 ‘정신병’을 정면으로 다룬 이 드라마가 인기를 끈 이유는 무엇일까? 우울증 걸린 사회정신과 전문의 지해수(공효진 분)는 자신이 불안장애를 앓고 있다. 정신과 전문의가 정신병을 앓는 설정은 우리 모두가 마음의 병을 앓고 있다는 사회현실을 대변한다. 한국의 자
점심시간에 뭘 할지는 우리에게 매우 중요하다. 놀 만하면 끝나버리는 쉬는 시간과 달리 한참 놀 수 있기 때문이다. 점심시간을 주도하는 사람이 곧 우리 반 리더이다. 우식(右式)이와 나는 교탁을 사이에 두고 점심시간에 뭘 할지 다퉜다. 나는 왼쪽에 우식이는 오른쪽에 섰다.우식이는 축구를 좋아한다. 언제나 축구를 하자고 했다. 우식이는 ‘다른 반을 이기자’며 친구들을 설득했다. 특히 우리와 사이가 좋지 않은 ‘윗반’ 이야기를 자주 했다. 같은 4학년이지만 우리 반보다 한 층 위에 있는 윗반은 쉬는 시간마다 뛰어다녀 시끄럽게 하거나 칠판
공상과학(SF: Science Fiction) 장르는 우리나라에서 인기가 별로 없는 편이다. SF영화는 그나마 낫지만, SF소설이나 만화에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 쏠린다. <경향신문>에 네 컷짜리 시사만화 ‘장도리’를 그리는 박순찬(43) 화백은 원래 SF만화를 그리고 싶었다고 한다. 그러나 한국에선 사람들이 ‘상상할 여유’가 없어 SF 장르가 인기를 끌지 못하는 것 같다고 진단했다. 군부독재를 겪으며 언제 어디로 끌려갈지 몰라 전전긍긍하고, 경제성장을 최고의 가치로 내세운 정부가 만든 물질만능의 사회 분위기 속에서 ‘상상’은 사람
이름도 생소한 콘삭스(cornsox)는 옥수수로 만든 양말이다. 콘삭스 생산공정은 요리 레시피 같다. 옥수숫대와 잎, 열매를 통째로 발효시켜 만든 투명한 알맹이를 녹인 뒤 가늘게 뽑으면 옥수수실이 된다. 맛있을 것 같은 옥수수양말은 착하기도 하다. 친환경섬유라 피부자극을 주지 않아 착하고, 수익금 10%를 아프리카 식량 부족 국가인 부르키나 파소에 기부하기 때문에 착하다. 강원도 춘천시 운교동에 더뉴히어로즈라는 회사를 차려놓고 ‘착한’ 옥수수양말을 만드는 이가 이태성(31) 대표다. 옥수수가 양말이 될 거라는 아이디어가 나오기까지
노애에게,삐육삐육. 안녕, 노애야! 오랜만이다. 잘 지내나? 이번에 결혼했단 소식은 들었다. 가시나. 내가 아무리 멀리 살아도 그렇지, 연락 좀 주지 그랬어. 한 걸음에 갔을 텐데. 남극에서 한국으로 가는 공항 이름이 뭐더라. 세종기지랬나?작년에 내가 알 낳았단 소식은 들었니? 말도 마. 낳고 나서 먹이 구하려고 120km를 왕복하는데 진짜 내 짧은 다리와 날개가 빠지는 줄 알았어. 그래도 우리 그이 덕분에 버텼지. 얼마나 자상한지, 햇볕도 없는 남극 겨울에 혼자 알을 품고 있었지. 내가 먹이 구하고 돌아올 때 쯤 우리 펭돌이가 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