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란으로 바위 치기. 불가능한 일을 무턱대고 하는 것을 이르는 말이다. 계란으로 바위를 깰 수는 없다. 그렇지만 계란이 아무 것도 하지 못한 것은 아니다. 던진 계란은 깨지며 바위를 더럽힐 수 있다. 내게 계란으로 바위 치기는 무모한 일이 아니라 ‘그럼에도 계속해야 하는 일, 희망을 가지고 작은 균열을 내는 일’이다. 박상규 기자와 박준영 변호사가 쓴 <지연된 정의>는 계란으로 바위를 더럽히는 일의 의미를 보여준다.보이지 않는 것을 발견하고 바라보기<지연된 정의>는 ‘백수 기자와 파산 변호사의 재심 프로젝트’라는 부제를 달았다. 책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어느덧 2년. 달라진 것 없이 시간만 속절없이 흘렀다. 여전히 세월호는 바닷속에 있고, 304명의 죽음은 버려져 있다. 세월호 참사 일 년여의 기록을 담은 <바다에서 온 편지>가 지난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 상영된 후 다시 일 년이 지났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 우리가 붙잡아야 할 것은 무엇인가. 기록으로 남겨야 할 것은 무엇인가. 올해 인디다큐페스티발에서는 4·16연대 미디어위원회가 기획, 제작한 <416 프로젝트 망각과 기억>(이하 <망각과 기억>)이 상영됐다.참사를 주체적으로 기억하려는 시도세월호 참사 이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윤증현 전 장관님 하면 누구나 아는 대한민국 정통 경제관료십니다. 제 기억에는 재정경제원시절 세제실장하셨고, 금융정책실장하셨고, 금융감독위원장, 금융감독원장을 겸해서 하셨고 기획재정부 장관까지 40년 공직생활을 하시고 은퇴하셨습니다. 현직에서 물러난 후에 느끼는 즐거움이 있을 것이고 아쉬움, 안타까움 같은 것들도 있을 것 같은데 어떻습니까?‘창살 없는 감옥’ 벗어난 ‘자유로운 영혼’ 윤증현(전 기획재정부 장관): 제일 홀가분하고 즐거운 것은 제 영혼이 자유롭다는 겁니
“‘삶의 의미’는 너무 거창하고 뻔한 말이어서 오히려 잘 생각하지 않는 주제입니다. 하지만 저한테 ‘왜 사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에요.”우리는 삶의 의미를 어디에서 찾을 수 있을까? 문학평론가인 신형철 조선대 교수는 자신이 지나온 삶에 대한 소회를 풀어내며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특강을 시작했다.“서른이 되는 해에 등단이란 걸 하자마자 바쁘게 글을 쓰기 시작했어요. 자신을 돌아볼 겨를도 없었죠. 정신없이 살다 보니 마흔, 10년이 금방 지나가 버렸다는 사실이 허무했어요. 10년 동안 뭘 했는지 기억도 안 나고.
“내 경험으로 문학은 우리가 가장 고통스러울 때 위안이 되고 힘이 돼 주는 것이 아닌가 싶어요…내 문학도 남에게 그런 것이었으면 좋겠어요…고통에만 위안이 필요한 게 아니라 안일해서 무기력해져버린 삶에도 위안이 필요하죠.” (<우리가 참 아끼던 사람>, 호원숙 엮음, 달출판사 p.201)소설가 박완서 선생이 문학평론가 박혜경과의 인터뷰에서 말한 문학의 효용이다. 누구에게나 위안이 되고 힘이 되어주는 문학. 그래서일까. 지난 3일 저녁 7시 30분 서울 영등포 아트홀에서 열린 ‘故 박완서를 추억하는 밤’에는 행사가 시작하기 전부터 많은
대담: 이상요 세명대학교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장윤택 1983년 당시 <추적 60분> 제작팀장.우리나라 방송 역사는 1947년 9월 3일부터 시작한다. 일제 강점기를 벗어나 우리나라 독자적인 호출부호 HL을 국제통신연맹(ITU)으로부터 할당받은 날이다. 그러나 우리나라 방송이 방송다운 모습을 세우기 위해서는 몇 가지 화두에 대한 답을 스스로 찾아야만 했다. 첫 번째 화두는 방송이 어떻게 우리나라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제대로 담을 것인가 하는 문제였다. 해방 후와 전쟁기 그리고 정부 수립 이후를 거치면서 방송은 최근까지도 선전,
2015년을 관통한 키워드를 꼽자면 단연 ‘헬조선’이다. 헬조선이라 이름 붙인 데서 지금 발 딛고 사는 이 땅이 지옥같이 살기 어렵다고 인식하는 대중의 고통을 읽는다. 일자리는 ‘비정규직’만 늘어나고 3포(취업, 결혼, 출산 포기), 5포(내 집 마련, 인간관계도 포기), 7포 세대(꿈, 희망까지 포기)가 상징하듯 꿈조차 꾸기 힘든 현실에서 선택할 수 있는 삶의 모습은 다양하지 않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를 꿈꾸기보다 생존 자체를 고민해야 한다. 살기란 말 그대로 지옥이다. 헬조선에서 살기 위해서는 목숨 건 ‘노오력’을 하거나 도저
“(제게) 잘 맞는 일을 찾은 덕분에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자신의 일에 대해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볕 좋은 창가에서 해사하게 웃는 출판편집자 겸 작가 김민채(27)씨에게서 진심으로 일을 즐기는 사람의 기분 좋은 에너지가 느껴졌다. 여행과 예술분야의 책을 주로 내는 북노마드에서 3년차 편집자로 일하고 있는 그녀와 지난 5월 서울 종로의 한 카페에서 만난 데 이어 17일 온라인 메신저로 못 다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작은 출판사에서 글을 쓰고 책을 만드는 편집자의 삶은 어떤지 궁금했다.
"와, 저기 단풍 봐. 하늘에 구름도!" 시험이 끝난 날 야외로 향하는 학생들 입에서 감탄사가 절로 터져 나온다. 지난 5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들은 '지역농업보도실습'을 겸해 사과밭 일손 돕기에 나섰다.충북 제천시 신월동 산자락에 있는 해맞이농원은 학교에서 차로 10분 거리.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산자락 좁은 길가에 피어있는 코스모스가 우리 차가 지나갈 때마다 허리를 굽히며 인사한다.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높다랗게 서있는 감나무는 주황이 파랑의 보색인 줄 어떻게 알았을까? 주황색 감들이 파란색 배경에 알알이 박혀있다.아삭
‘늦은 밤, 홀로 잠 못 이루고 귀를 기울인다. 청취자의 사연과 음악, DJ의 다정한 말투는 감미롭다.’ 심야 라디오 하면 떠오르는 풍경이다. 화려한 볼거리와 촘촘하게 박힌 재미요소로 시청자를 사로잡는 예능프로그램에 비해 라디오프로그램은 DJ와 청취자가 소소한 일상 이야기로 소통한다. 소박한 라디오가 변신을 시도했다. 지난 추석 파일럿 프로그램으로 선보인 뒤 정규편성이 될 것이란 관심을 끈 한국방송(KBS) 2TV <속보이는 라디오 여우사이>(이하 <여우사이>)다. 라디오의 진화, 쌍방향과 ‘보
“올해도 어김없이 8월이 왔다…그래도 축제는 시작된다.” 건조한 내레이션으로 시작한 영화 <어떤 이의 꿈>은 무대에는 서보지 못했지만 5년간 펜타포트 록 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 초청 및 통역을 담당해 온 실제 인물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극화한 페이크 다큐 형식의 드라마다. 조성규 감독은 록 페스티벌에서 아티스트를 초청하고 통역을 하며, 아르바이트생을 관리하는 동완과 군필자임을 빼면 내세울 것이 변변치 않아 직장도 구하지 못하고 이곳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게 된 필립, 무대에 서는 남자친구를 만나기 위해 통역 아르바이트에 지원한 일본인 미나
지난 4일 저녁 6시, 서울 시민청 지하 2층 바스락 홀에서 사회에 만연한 외모지상주의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의미의 '미-루어볼(美-루어볼)'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미-루어볼'은 나 자신을 거울(mirror)을 통해 찬찬히 '이미 알려진 것으로써 다른 것을 비추어 헤아려(미루다)' 보자는 뜻이다. 프로젝트는 대학생 비영리단체 아트앤쉐어링(ART & SHARING)이 기획했다. 아트앤쉐어링은 문화예술에 접근하기 어려운 소외계층부터 문화예술의 가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사람이 문화 예술을 더 넓고 깊게 누릴 수 있도록 나눔 활동을 기획하
높은 건물 신축공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공사가 끝나면 패밀리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이다. 그 옆 야트막한 건물은 허물 채비를 하고 있다. 매캐한 시멘트 냄새와 귀를 찌르는 드릴 소리가 어딜 가든 따라붙는다. 걷다 보면 블록마다 한두 개 건물에는 반드시 공사용 가림막이 쳐져 있다. 2012년 어느 날 삼청동과 홍대앞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2014년, 비슷한 현장이 ‘경리단 길’과 ‘서촌’에 재현됐다. 올해도 지역은 다르지만 반복해서 일어나는 똑같은 현상은 우리에게 더 이상 낯설지 않다.도시는 살아있는 유기체다. 자본주의 사회
길이 끝나자 여행은 시작되었다. 우리네 삶도 그렇다. 지난해 종영한 한 드라마의 대사처럼 ‘눈앞에 닥친 문 하나를 온 힘을 다해 열고 넘어가면 이내 곧 또 다른 문 하나를 마주하는 일’이 바로 삶이다. 끝없이 뚜벅뚜벅 걸어가야만 하는 것, 그 안에서 나만의 문을 마주하고 차례차례 열고 넘어가 또 다른 문을 마주하는 일, 그를 통해 ‘나’의 본질과 가까워지는 과정이 바로 삶이다. 결국, 삶이란 나다움을 찾아가는 과정이다.나다움을 찾아간다는 것은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제대로 알아가는 여정이다. 지금까지 내가
일시: 2015. 5. 10장소: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 상영관 전주국제영화제는 올해 16회째를 맞이했다. 국고지원을 받는 영화제 중에서 유일하게 영화적 실험, 대안을 고민하는 영화제다. 매년 봄이 오면, 영화 팬들은 참신하고 실험적인 영화를 찾아 전주로 향한다. 천편일률적인 영화들이 넘쳐나는 요즘, 참신한 영화적 실험을 만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영화의 실험과 대안에 관한 고민을 담은 영화를 만나러 단비뉴스 기자 셋이 전주영화제에 다녀왔다. 단비뉴스팀이 주목한 영화는 ‘전주 프로젝트: 삼인삼색’이다. 전주영화제
경복궁역 4번 출구 계단을 채 오르기도 전에 형광 조끼를 입은 경찰들과 마주쳤다. 사진전 <빈 방>이 열리는 갤러리 류가헌으로 가는 길, 영추문을 따라 걷는 인도엔 봄나들이를 나온 사람들과 경찰들로 가득했다. 경복궁을 오른편에 두고 걷는데 전봇대에 걸린 노란색 현수막이 펄럭였다. '세월호 참사 1주기 사진전.' 표지를 따라 경복궁을 등 뒤에 두고 좁은 골목으로 들어섰다. 한옥을 개조한 갤러리로 들어가는 사람들이 보였다. ‘ㄷ’자 모양의 갤러리 마당 툇마루에는 관람객들이 앉아 봄볕을 쬐며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긴 나무 테
다큐멘터리는 현상이나 이슈의 ‘무엇’을 ‘어떻게’ 볼 것인가를 고민한다. ‘무엇’이 주제의 문제라면 ‘어떻게’는 그 주제를 풀어내는 양식이다. 잘 만들어진 다큐는 사실 속에 담긴 본질과 진실을 우리에게 들려준다. 여기 세월호 참사의 ‘무엇’을 ‘어떻게’ 주목한 시선이 있다. 27일 인디다큐페스티발2015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영화 <바다에서 온 편지>다. 세월호 1년, 우리는 어디 있는가다큐 <바다에서 온 편지>는 세월호참사국민대책회의 미디어팀이 만들었다. 주류 미디어에서 보기 어려웠던 세월호 유가족들의 고통스런 삶과 이들과 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