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아버지가 제주4ㆍ3 때 돌아가셨다는 것을 안 것은, 불과 몇 년 전 일이다. <제주대신문> 기자 때, 4ㆍ3 유족들을 만나고 위령제도 몇 번 쫓아다녔지만 정작 내 가족사는 알지 못했다. 가족들이 4ㆍ3에 대해 말하려고 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4ㆍ3은 침묵의 역사였으니. 외할머니집에 갔을 때 우연히 제주4ㆍ3 이야기를 하게 됐다. 할머니는 나를 한참 쳐다보더니 “아버지가 4ㆍ3 때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외할머니의 아버지는 한 극단의 단장이었다. 당시에는 꽤나 의식 있는 축에 속했을 테다. 4ㆍ3이 발발하자 군경은 마구잡
‘핸디캡 경주’라는 게 있다. 경마에 출전하는 말의 능력에 따라 부담 중량을 달리하는 경주다. 경주력이 상대적으로 뛰어난 말이 더 무거운 패드를 안장 밑에 깔고 달린다. 말들의 실력을 비슷하게 만들어 경마의 박진감을 높이고 레이스의 불확실성을 끌어올리려는 것이다.경주마의 부담 중량을 조절하는 사람이 ‘핸디캐퍼(Handicapper)’다. 이들은 부담 중량을 결정하기 위해 말들의 경주 기록뿐 아니라 보행 상태, 진료 경력, 상대 전적, 그리고 최근 컨디션까지 꼼꼼히 살핀다. 한편으로 역차별 논란이 일 듯하지만 경마를 살리기 위한 방편
‘쾅!’7일 오전 11시 20분쯤 제주도 강정마을의 용암너럭바위 지대인 구럼비 해안에 폭음이 울려 퍼졌다. 제주해군기지 시공사인 삼성건설과 대림건설이 기지건설 부지 일대에서 구럼비를 부수기 위한 화약 발파 공사를 강행한 것이다. 기지 건설에 반대하는 강정마을 주민들과 활동가들은 전경버스로 길을 막아선 경찰병력과 대치하다 20여 명이 연행됐다. 새벽부터 긴장감....경찰력으로 봉쇄 후 여섯 차례 발파 강정마을에는 이날 새벽 3시쯤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해군과 전경들이 강정마을에 들어와 발파 공사를 위한 폭약 운반 작업을 시작하자 마
동국대 윤리문화학과는 올해 마지막 신입생을 받는다. 신입생을 기다리는 조승연(27•윤리문화) 부총학생회장의 마음은 무겁기만 하다. 조씨는 며칠 전 학교에 찾아 온 신입생들을 만났다. 어차피 알게 될 사실이니 신입생들에게 학과가 사라질 위기라고 털어놨다. 사라진 학과의 선배들은 신입생들 앞에서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있다.동국대는 지난해 12월 9일 학문구조개편안(학과구조조정)을 발표했다. 윤리문화학과는 철학과에 통폐합될 예정이고, 국어국문학과와 문예창작학과, 물리학과와 반도체과학과는 각각 통합된다. 경영대학 경영학부(경영학 전공, 회계
사진작가와 인류학자가 빛 바랜 기억 속에서 되살려낸 것“두 노처녀가 설에 무슨 일을 벌이나 궁금해 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저희는 대단한 변화를 일으키거나 결과를 내려는 게 아니에요. 설에 고향을 찾은 사람들과 강정마을 주민들이 함께 모여서 ‘아, 우리가 이렇게 화목하게 살았었지’하고 한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싶었어요. 사진도 모두 마을사람들 것이고 사진에 나온 사람들도 다 강정마을 사람들이죠. 스스로를 돌아보는 사진전이에요.”설 전날인 22일 제주도 서귀포시 강정마을을 찾았다. 설 연휴에 한파가 몰아치면서 바닷가 마을의
지난 12월 29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단비뉴스> 기자들은 연말을 맞아 뜻 깊은 시간을 갖고 특집기사를 내보낼 요량으로 무료급식소 봉사를 계획했다.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바하밥집’. 대광중고등학교 옆에 딸린 작은 도서관에 더부살이하는 밥집이다.적어도 이삼백 명은 모여서 식사를 하는 곳에서 밥을 날라야 그래도 봉사 좀 했구나 생색이라도 낼 텐데, 이곳은 하루 이삼십 명이 오는 작은 밥집이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밥집 주인장의 봉사 철학과 노숙자를 대하는 태도는 이내 기자들을 부끄럽게 했다.
형님 깍듯이 모시는 ‘조폭’?짧게 깎은 머리에 까무잡잡한 피부, 짙은 눈썹에 강렬한 눈빛, 턱 끝에만 기른 턱수염까지. 수컷 냄새가 물씬 풍기는 그는 ‘조폭’ 아니면 최소한 ‘잘 노는 아저씨’처럼 보였다. 그런 그가 남을 위해 주걱을 든 지 3년째. 대체 무슨 사연이 있었을까? 지난 12월 29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생 여섯이 봉사활동을 갔다가 ‘바하밥집(bahameal.tistory.com)’ 주인 김현일(47)씨의 뭉클한 얘기를 들었다. 바하밥집은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다. 대광중고등학교 옆에 딸린 작은 도서관에 더부
종합편성채널(종편) 방송국들이 지난 1일 동시에 개국하면서 ‘보수 신문’으로 꼽히는 <조선> <중앙> <동아> <매경>의 목소리가 방송으로 확장됐다. 각각 <채널A> 으로 간판을 단 종편 방송들은 아직 낮은 시청률로 고전하고 있지만 강한 정파성을 가진 이들 방송이 향후 총선과 대선 과정 등에서 여론왜곡을 주도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 같은 맥락에서 종편 반대 운동을 펼쳐온 민주언론시민연합(민언련)과 전국언론노동조합(언론노조)이 지난달 29일 ‘조중동 종편 공동모니터단’을 만들어 활동에
모든 질문이 누구에게나 중요한 건 아니다“어우, 저 사람 교양 없어.” “나, 교양 있는 여자에요.” 우리는 누군가와 개인적인 친분을 맺을 때 ‘교양’의 유무를 중요한 잣대로 사용한다. ‘교양’은 한 사람의 지적 취향을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고 욕이 되기도 한다. 그런데 이처럼 익숙하게 사용하는 개념인 ‘교양’이란 과연 무엇일까? ‘로쟈’라는 인터넷 서평꾼으로 유명한 이현우 한림대 연구교수는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인문교양특강’에서 ‘교양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 자체에 의문을 던지며 강의를 시작했다.“모든 질문이 그 자체로 자연스러운
양호근(단비뉴스 피디): ‘아프면 망한다’ <단비뉴스>가 우리 사회의 그늘진 곳을 집중 조명한 [가난한 한국인의 5대 불안] 시리즈 중 근로빈곤, 주거불안, 보육전쟁에 이어 네 번째로 다룬 의료기획의 주제입니다. 말 그대로 아픈데 병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고통 받는 서민들의 이야기를 취재했습니다. 난치병에 걸려 엄청난 치료비가 들지만 정부와 사회로부터 변변한 지원을 받지 못하는 사람을 만났고, 아픈 아이를 돌보느라 삶을 지탱하기 힘든 가정도 찾아갔습니다. 환자에게 별 도움이 안 되는 보험회사를 취재할 때는 화가 치밀기도 했습니다.
어린 남매 잇단 발병에 남편과도 멀어져 바람이 조금만 차다 싶으면 어린 종호(11ㆍ가명)는 시골에 있는 할머니에게 곧잘 전화를 걸었다.“할매, 조금만 기다려. 내가 돈 많이 벌어서 보일러 사줄게요.” 친가 식구들은 정 많은 종호를 유난히 예뻐했다. 종호가 아프기 전엔 화목했던 가정이었다. 그러나 지난 2009년, 9살이던 종호가 병색이 완연해진 후부터 분위기가 달라졌다. 종호 아빠가 ‘애들 때문에 힘들다’고 불평한 탓인지 친가 어른들도 전 같지 않았다. 딸 은희(10ㆍ가명)가 지난 2004년 ‘미토콘드리아근병증’ 판정을 받아 병원에
내레이션(설명)이 없다. 보고 듣고 느끼기를 바랄 뿐이다. 그런데 여운이 길다. 한국방송(KBS)이 지난 15일과 16일 ‘대장경 천년 특집’으로 방영한 <다르마> 1,2부가 뛰어난 영상과 음미해 볼 만한 내용으로 호평을 받고 있다. 총 4부작으로 제작된 이 다큐멘터리는 오는 22일과 23일 저녁 8시 3, 4부가 방영될 예정이다. 윤찬규, 최근영 피디(PD)가 연출한 <다르마>는 1부 ‘붓다의 유언’, 2부 ‘치유’, 3부 ‘환생과 빅뱅’, 4부 ‘행복은 어디에 있는가’로 구성됐다. 우리나라뿐 아니라 중국과 미국, 인도, 티베트,
15일 아침, 날씨가 흐리고 싸늘했다. 이미림씨(21ㆍ한신대 국제관계학 3)는 서둘러 나갈 채비를 했다. 경기도 오산시에 있는 학교에서 서울 여의도까지는 두 시간 가까이 걸린다. 학교 기숙사 입구에서 친구 4명과 함께 모였다. 우선 근처 가게에서 매직펜을 샀다. 손팻말로 쓸 종이는 여의도에서 구하기로 했다. 아침식사는 빵·과자 등으로 대충 때웠다. 오전 10시 30분. 학교 입구에서 지하철 1호선이 다니는 화성시 병점역으로 향했다. 서울로 향하는 지하철 안에서 이씨는 친구들과 피켓에 어떤 구호를 쓰고 집회에서 무얼 할 지 구상했다.
찬반 논란이 격렬했던 ‘이승만 다큐’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결국 방영되자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비난과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1 TV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1부 ‘개화와 독립’, 2부 ‘건국과 분단’, 3부 ‘6·25와 4·19’로 나눠 방영했다. 이승만이 배재학당에 들어가 개화청년으로 거듭나는 장면과 고종폐위운동으로 투옥된 일화, 하버드와 프린스턴 등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5년 만에 마친 경력 등을 소개하며 그의 비범함을 강조했다. 반면 친일
9명의 감독이 뭉쳤다. 제주 강정마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세상에 알리기 위해서다. 100일 동안 100분짜리 다큐멘터리를 만들었다. 지난 24일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 상영된 ‘잼(JAM)다큐 강정’이 그 작품이다. 잼(JAM)은 재즈에서 어떤 정해진 규칙이나 구속 없이 연주자끼리의 호흡만으로 하는 즉흥 연주를 뜻한다. 이 작품도 아홉 감독이 호흡을 맞추면서 짧은 분량들을 나눠 완성했다. 영화가 상영되는 동안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은 웃고, 울고, 분노한 뒤 큰 박수를 보냈다.상영직후 <단비뉴스>와 만난 최하동하(43)
비무장지대(Demilitarized Zone․DMZ)를 사이에 두고 북한 땅과 맞닿은 경기도 파주에서 지난 22일 제3회 디엠지(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가 개막됐다. 경기도와 파주시가 ‘분단과 분쟁의 현장을 소통과 만남, 화해의 공간으로 재탄생시킨다’는 취지로 지난 2009년 개설한 이 영화제는 올해 ‘평화, 생명, 소통의 DMZ’를 내걸고 오는 28일까지 파주시내 극장 씨너스이채와 파주출판단지 등에서 국내외 감독들의 101개 다큐멘터리 작품을 상영한다. 자연다큐, 학생참여다큐 등 풍성영화제에서는 지난 23일과 24일 국제구호단체
“어떻게 여자가 그 위험한 전쟁터에 갔다 왔냐고 물으시는 분들이 많은데, 기자가 현장에 가는 것은 어떻게 보면 당연한 거잖아요? 단지 ‘여’기자라 더 부각되는 것 같아요. 가족들도 걱정을 많이 했지만 막상 현지에서 위험에 처한 적은 없어서 ‘종군기자’란 말이 쑥스럽네요.” 아직 내전이 끝나지 않은 리비아 현지에서 시민혁명의 현장을 생생하게 전한 취재기로 큰 반향을 일으킨 <경향신문> 이지선 기자(31·국제부)를 지난 13일 서울 정동 사옥에서 만났다. 지난 6일 귀국한 뒤 이튿날 곧바로 출근했고, 추석 연휴도 다 쉬지 못한 채 야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