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월 29일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단비뉴스> 기자들은 연말을 맞아 뜻 깊은 시간을 갖고 특집기사를 내보낼 요량으로 무료급식소 봉사를 계획했다. 수소문 끝에 찾은 곳은 서울시 동대문구 신설동에 있는 ‘바하밥집’. 대광중고등학교 옆에 딸린 작은 도서관에 더부살이하는 밥집이다.

적어도 이삼백 명은 모여서 식사를 하는 곳에서 밥을 날라야 그래도 봉사 좀 했구나 생색이라도 낼 텐데, 이곳은 하루 이삼십 명이 오는 작은 밥집이다. 하지만 실망도 잠시, 밥집 주인장의 봉사 철학과 노숙자를 대하는 태도는 이내 기자들을 부끄럽게 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영혼에 집중하라는 김현일 ‘바하밥집’ 주인의 말을 듣고 기자들은 정성스레 음식을 장만하고, 천막을 쳐 무료급식소를 만들었다. 이날 식단은 이가 좋지 않은 노숙자들을 위해 두부찜과 미역줄기볶음, 그리고 김칫국, 쌀밥, 김, 김치였다. 밥집 문을 여는 저녁 6시30분이 되자 노숙자들이 한둘씩 찾아오기 시작했다.

기자들은 노숙자들에게 음식을 담아주며 “맛있게 드세요”라고 인사를 건넸다. 하지만 몇몇 노숙자를 빼고는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다. 주인장의 말대로 낯선 이를 경계했다. 노숙자들은 주인장이나 그동안 계속 봐왔던 봉사자들과는 웃으며 인사를 나눴다. 한 노숙자는 밥을 세 번 퍼가기도 했다. 주상돈 기자는 “밥 맛있죠? 저희가 만들었어요”라고 웃으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그는 “배고프니까 맛있지”라고 답하며 자리로 갔다.

저녁 8시가 넘어 밥집 문을 닫았다. 봉사를 마친 기자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말없이 웃었다. 이날 밥집에서 깨달은 바가 있었다. 주인장의 말처럼 기자들은 자비를 베푼 게 아니라 오히려 사랑을 배우고, 은혜를 받았다.

 

▲ 세명대 저널리즘스쿨의 <단비뉴스> 기자들이 새해를 맞아 지난 29일 '바하밥집'에서 봉사활동을 했다. ⓒ 양호근

 

▲ <단비뉴스> 기자들이 천막을 쳐서 무료급식소를 만들고 있다. ⓒ 양호근

 

▲ <단비뉴스> 기자들이 정성스레 음식장만을 돕고 있다. ⓒ 양호근

 

▲ 주상돈 기자가 요리솜씨를 발휘하며 두부찜을 만들고 있다. ⓒ 양호근

 

▲ 공대 출신 이지현 기자가 '바하밥집' 천막 안에서 전깃불이 들어오는지 확인하고 있다. ⓒ 양호근

 

▲ <단비뉴스> 기자들이 '바하밥집'에서 배식 봉사를 하고 있다. ⓒ 양호근

 

▲ 바하밥집에서 식사를 하는 노숙자들은 식사를 마치고 직접 잔반을 정리한다. ⓒ 양호근

 

▲ 기자가 새해 소망을 묻자 '바하밥집' 조운학 반장은 부끄러운듯 고개를 숙여 웃었다. 그는 "새해에는 더 많은 분들이 한 끼라도 같이 따뜻한 밥을 먹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바하밥집' 김현일 주인장은 "새해에는 밥 굶는 청년들을 위해 국밥집을 만들고 싶다"고 소망을 말했다. ⓒ 양호근

 

▲ 왼쪽부터 윤지원, 이지현, 최원석, 정혜아, 주상돈 기자. ⓒ 양호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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