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다큐 3부작...설득력 없는 미화와 짜깁기에 시청자 비난
[지난주 TV를 보니:9월28일~10월2일]

찬반 논란이 격렬했던 ‘이승만 다큐’가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결국 방영되자 예상대로 시청자들의 비난과 여론의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KBS1 TV는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그린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1부 ‘개화와 독립’, 2부 ‘건국과 분단’, 3부 ‘6·25와 4·19’로 나눠 방영했다. 이승만이 배재학당에 들어가 개화청년으로 거듭나는 장면과 고종폐위운동으로 투옥된 일화, 하버드와 프린스턴 등에서 학사부터 박사까지 5년 만에 마친 경력 등을 소개하며 그의 비범함을 강조했다. 반면 친일파청산을 포기하고 제주 4.3사태 등을 통해 양민을 학살한 일, 정치적 반대자들을 탄압한 독재자로서의 면모 등은 제대로 드러내지 않았다.

▲ KBS는 지난달 28일부터 30일까지 사흘간 <대한민국을 움직인 사람들- 초대 대통령 이승만>을 방영했다. ⓒ KBS 화면 갈무리

1부가 방송된 28일부터 KBS 시청자게시판에는 ‘독재자 미화’를 비난하는 글이 이어졌다. 반대로 균형 잡힌 방송이었다고 반박하는 지지자들의 글도 올라왔다. 학계에서는 역사적 사실을 누락하거나 교묘하게 왜곡해서 이승만을 두둔하고 미화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3년 전 KBS <한국사전>에서 다룬 ‘이승만 다큐’를 짜깁기 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KBS <한국사전> 짜깁기?

지금은 폐지된 KBS의 <한국사전>은 지난 2008년 8월 30일과 9월 6일 2부에 걸쳐 이승만을 다뤘다. 당시에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서니 이승만을 미화하려한다’는 반대 여론이 거셌지만 막상 방송이 나간 후엔 큰 비난이 없었다. 이승만의 공과 과를 비교적 균형 있게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이승만 다큐’는 형식면에서 <한국사전>의 내러티브 방식과 같고 내용면에서는 당시의 장면들을 짜깁기 했으며, 균형 면에서는 일방적 미화로 쏠렸다는 점에서 혹독한 평을 받고 있다.

▲ KBS가 '이승만 다큐'를 방영하자 시청자 게시판에는 이를 비판하는 글로 들끓고 있다. ⓒ KBS 자유게시판 갈무리

이번 다큐에서는 이승만의 부정적 측면이 거의 비춰지지 않았다. 하와이 취재만 하더라도 그가 한인기독학원을 만들어 교육자로서 모범을 보였다는 부분만 강조했다. 맹목적 복종을 요구하는 동지회 결성은 민족을 위한 독립투쟁단체로 미화했다. 현지 교민 인터뷰도 3년 전 <한국사전>에 등장했던 비판적인 교민 발언은 빼고, 이승만을 ‘영웅’이라고 표현한 인터뷰만 내보냈다. 일부 인터뷰나 그래픽은 당시 <한국사전>에서 썼던 것을 짜깁기해서 사용했다.

또 1921년 국제연맹에 위임통치를 청원하고 이로 인해 임시정부에서 탄핵당한 사건 등 부정적 부분에 대해서는 단순 설명에 그쳤다. 김구와 이승만을 비교하는 부분에 대해서도 <한국사전>에서는 둘을 라이벌로 비교한 반면, 이번 다큐에서는 김구가 이승만을 추종한 것처럼 묘사했다. 또 친일파를 청산하지 못한 과오에 대해 친일파가 이승만의 지지 세력이었다는 부분은 축소하고, ‘인재가 부족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강조했다.

제주 4.3, 여순 사건 등 과오 줄이기

이승만 정권이 자행했던 민간인 학살에 대해서도 어물쩍 넘어갔다. 제주4ㆍ3과 여순 사건에 대해서는 민간인 학살부분을 빼고 짧게 한 마디만 언급했다. 그나마 거창양민학살은 다뤘지만 ‘체계적으로 훈련되지 않은 병력이 저지른 사건’이라고 비호했다. <한국사전>에서는 이승만이 좌파척결을 외친 데 대해 ‘극단적 반공주의자’로 표현한 반면, 이번 방송에서는 국민의 지지를 받는 합리적인 지도자로 비췄다.

▲ KBS는 '이승만 다큐'에서 이승만을 영웅으로 미화하려 한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 KBS 화면 갈무리

결국 이전 다큐의 일부 내용을 갖다 쓰면서 이승만의 공적에 대해서만 살을 붙여 강조한 꼴이 됐다. 일각에서는 3년 전 이승만을 다큐로 다루고도 또 이런 프로그램을 제작한 이유가 ‘박정희 미화를 위한 초석 다지기’가 아니냐는 의심의 눈길도 보내고 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박근혜 의원을 띄우기 위한 수순이라는 것이다.

방송관계자들은 진보단체들의 이승만 다큐 방영중단 요구에도 불구하고 일단 제작과 방영의 자유는 존중하는 것이 옳다는 의견을 보이고 있다. 반면 방영된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엄중한 평가를 받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그런 의미에서 3년 전 제작한 프로그램을 재활용하면서 결과적으로 양민학살과 부정선거, 독재의 책임자를 미화한 이번 다큐의 제작진과 방송사는 국민적 비판을 면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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