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에 불법은 있어도 불륜은 없다”“혼외자녀가 영어로 뭔지 아세요? 러브 차일드(Love child)예요. 제도권 안에서 태어난 아이는 사랑의 결과가 아니라는 함의의 흥미로운 표현이지요.” <한겨레>와 <경향신문>에서 도발적인 칼럼을 연재하는 여성학 강사 정희진씨는 ‘사랑에 불법은 있어도 불륜은 없다’고 말한다. 혼외정사와 혼외자식도 마찬가지다. 불륜은 문자 그대로 윤리에 어긋나는 행위를 말하는데, 상대방에게 폭력을 행사하거나 금품 또는 노동력을 착취하는 것이 여기에 해당한다. 사랑은 그 대상이 동성이든, 동물이든 나이 차이가 크
도시의 부자 노인도 불행할 수 있지만 가난한 농촌 노인의 삶은 하루하루가 고통인 경우가 많다. 현실적으로 소수의 부농을 제외한 우리나라 농촌 노인은 대부분 가난하고, 아프고, 외롭다. 그것은 무엇보다 농촌 자체가 가난하기 때문이고, 의료혜택으로부터 소외돼 있고, 자녀 등 젊은 세대가 떠나고 있기 때문이다. 경북 영주시농민회 장성두 사무국장은 농촌 문제가 근본적으로 해결되지 않는 한 농촌 노인 문제도 해결되기 어렵다고 말한다.“농민들 다 해봤자 300만 표에 불과해요. 그러니 정치인들이 어디 우리 목소리를 대변해 줍니까. 농민들이 중
전형적인 농촌 마을인 경북 영주시 이산면 운문1리. 마을 중간쯤에 있는 작고 낡은 기와집에는 제대로 된 담이 없어 마당에 쌓인 연탄재 따위가 길에서 훤히 보인다. 좁은 마루 위엔 갖가지 농기구와 포대자루가 이리저리 흩어져 있다. 그 틈에서 이영숙(84·여·가명)씨는 성치 않은 다리를 주물러가며 쪽파를 다듬고 있었다.“내가 행복할 때가 어딨노. 만날 일만 하고 사는데. 나한테는 아무 것도 없다. 그저 자다가 죽게 해달라고 기도한다.” 평생 남의 땅을 소작하며 사남매를 키워 출가시킨 이씨는 혼자 사
“아직도 생생해요. 11월 농번기 가을방학 하던 날, 별안간 우리 마을로 불도저가 들이닥쳤어요. 어른들은 불도저 앞에 드러눕고. 그런들 뭐합니까? 태산 같은 흙더미가 결국 우리 기와집을 덮쳤고 마을의 커다란 버드나무도 쓰러졌습니더. 그때 열두 살이었는데 무슨 일인지도 모르고 떨면서 얼마나 울었던지. 그 날 기억은 평생 마음의 상처지예. 어째 잊겠는교."박종염(여·55)씨의 본적은 부산시 기장군 장안읍 고리마을 202번지다. 그러나 그가 나고 자란 ‘고리마을’은 사라진 지 오래다. 물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마을 앞바다 조개를 잡던
빼어난 자연 앞에 서면 우리의 표현력은 얼마나 궁한가? “그림 같다”는 말은 자연에 대한 모독이다. ‘스스로 그럴듯한’ 자연(自然)이 거기 있을 뿐이다. 허물어진 옛집과 오래된 철길마저 자연의 일부가 되어가는 듯한 풍경 속으로 앙증맞은 열차가 들어간다. 협곡(Valley)의 머리글자를 따 ‘브이트레인(V-train)’이라 부르는 백두대간 협곡열차는 경북 봉화군 분천역과 강원 태백시 철암역 사이를 하루 세 번 왕복한다. 앙증맞은 기차로 떠나는 ‘시간여행’ 협곡열차는 시속 30Km로 달리는 저속열차
식탐이 강해졌다. 당장 눈앞에 보이는 음식을 먹지 않으면 영영 만날 수 없을 것 같아 정신없이 먹어치운다. 음식을 삭이느라 뱀처럼 늘어져있다 보니 붙는 건 군살이다. 살이 찌지 않아 고민스럽던 날도 있었건만 이젠 ‘말라깽이’라는 별명과 작별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체중계 바늘이 휘청휘청하다 멈췄다. 공부한답시고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 불어난 체중이라고 애써 자위해보지만 사실이 그렇지 않으니 위안이 되지 않는다.몸과 마음은 하나라더니 책 읽는 습관도 게걸스러워진 듯하다. 취향과 상관없이 이것저것 읽다 보니 잡식성이 됐다. 맛있는 음식을
청년 시절의 그는 질곡의 현대사를 기록했다. 펜이 아닌 붓과 물감으로. 곳곳에서 최루탄이 터졌고 학생들은 ‘민주화’를 외치며 분신까지 감행했다. 그는 그 처절한 현장을 기록하고 알려야 했다. 1980년 5.18 광주항쟁을 계기로 그가 민중미술 운동에 뛰어든 것도, 1988년 5월 국민주로 탄생한 <한겨레>의 첫 만평가가 된 것도 민주화의 역사를 기록해야 한다는 사명감 때문이었다. 청년 박재동, 망치 대신 붓을 들다 “연일 최루탄이 터지고 학생들은 분신하고 민주화 투쟁 열기는 날로 높아져 갔어. 이때 일부 예술가들은 사회와 예술이 무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만 세찬 바람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이리저리 휘청댄다. 왜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고 흔들릴까? 학교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국내 유일의 시리즈 드라마 한국방송(KBS2) ‘학교2013’이 28일 종영했다. ‘학교’ 시리즈로서는 다섯 번째였다. 지금까지 ‘무늬만’ 청소년 드라마인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2013’은 학교와 아이들의 삶에 훨씬 가깝게 다가간 느낌을 주었다. 교육현장의 부조리와 절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 했다. ‘학교’ 시리즈가 대개 ‘청춘 드라마’였다면,
거스를 수 없는 시간을 닮은 강은 깊고 낮은 곳으로 하염없이 흐른다. 꽃들이 지천으로 피어나는 춘삼월에도, 낙엽이 물 위에 떨어지는 구시월에도 쉬지 않고 흐른다. 대지가 달아오르는 한여름에도, 눈발이 흩날리는 세모에도 강은 흐름을 멈추지 않는다. 때로는 불어난 물이 한 해 정성을 쏟은 농사를 망쳐도 사람들은 그 곁을 떠나지 못한다. 이마에 밭고랑처럼 깊게 주름진 한 노인은 ‘먹고 살만큼만 부치면 되는겨’라며 자족한다. 강변에서 평생 땅콩을 심고 캐며 구부정해진 허리는 그가 손에 쥔 호미를 닮았다.섬의 생김새가 길쭉한 주머니를 닮아
“자~ 떠나자 몽구 잡으러~, 대법 판결 무시하는 몽구 잡으러~.”17일 저녁 8시 울산시 북구 현대자동차 송전탑 앞에서 열린 ‘울산 현대차 3차 포위의 날’에서 밴드 액트(ACT)가 송창식의 ‘고래사냥’을 개사해 부르자 무대 아래 모인 비정규직노동자, 학생 등 1600여명이 함께 움직였다. 자리에서 일어나 어깨동무를 하고 몸을 좌우로 흔들거나 큰 소리로 휘파람을 불며 호응했다.이날 오후 3시 태화강역 앞에서 모인 이들은 ‘비정규직 철폐’ 등을 요구하는 집회를 연 뒤 송전탑 앞까지 행진해 왔다. 지상 25미터(m) 철탑 위에서 33
“정치하면서 처음 한 게 방명록 쓰는 것이었는데 못 쓰는 글씨로 쓰느라 혼났어요. 그런데 오늘은 가장 못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네요… 생각나는 건 청춘콘서트 때 부른 ‘젊은 그대’입니다.” 사회자가 갑작스레 노래를 시키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각본에 없던 것 같은데...”라며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이다 작은 목소리로 첫 소절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 무대에 등장한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어깨동무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자 한층 밝은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 청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1219 대선 찍고 해피 크리스마스’라고 적
중국인의 실리추구 성향은 <관자>에 뿌리"대통령 선거는 성직자가 아니라 리더를 뽑는 것입니다. 유교문화의 영향이 강한 우리나라는 지나치게 엄격한 도덕적 잣대로 대통령을 바라보는 경향이 많습니다. 리더는 유연하고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는 게 관자의 생각입니다."장승구 세명대 교수(교양학부)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과 악을 분명하게 구분해 군자 스타일의 대통령으로 뽑으려는 것은 유교적 유산"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공자와 맹자 중심의 유교사상을 넘어 동양사상에 대한 공평하고 객관적인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대표적 유교국
부산 해운대 해변 포장마차촌의 밤은 낮보다 뜨거웠다. 시인 남진우는 ‘달의 음악을 들어라’에서 “달빛 아래 서면 그대와 나는 지느러미를 흔들며 헤엄치는 물고기가 된다”고 노래했다. 지난 10일 새벽, 주황색 포장마차촌에 모여든 ‘물고기들’은 해운대 달빛 아래 지느러미를 흔들며 밤새 헤엄쳤다. 취기로 얼굴빛이 붉어진 배우 정우성은 포장마차 17호에서 지인들과 술잔을 기울였고 그의 팬들은 주변을 서성였다. 백사장에선 맨발로 모래의 까끌함을 느끼며 ‘성(性)적 속사정’을 털어놓는 젊은이들에게 ‘누님 배우’ 서갑숙이 맥주 캔을 부딪치며 ‘
‘송송이’의 소원, ‘죽기 전에 날 데려가 주세요’내 이름은 송송이(4․암컷․슈나우저 믹스견). 나는 아기 코끼리 ‘덤보’를 닮은 큰 귀와 하얀 털을 가졌다. 지난 해 8월까지 다른 이름으로 불렸지만 지금은 이름도 주인의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다. 과거의 흔적은 당시 입고 있던 빨간 옷과 작은 목줄이 전부다. 지나가는 차에 치일까 노심초사하며 경기 포천시 죽엽산 터널을 걸었던 게 거리 생활의 마지막이다. 누군가 구원의 손길을 내밀었을 때 나는 피부병에 걸려 등쪽 피부가 일부 벗겨진 상태였다. 생명의 은인은 경기도 포천시 동물사랑실천협
인적도 없는 반(反)생태공원 제천 중전지구강둑에 서자 보이는 건 온통 황량함이었다. 이것이 33억원을 들여 만든 생태공원이라니! 잡초만 자욱한 공원에 새로 심은 나무들은 이미 죽었거나 한두 가지 살아있어도 생명부지조차 힘겨워 보였다. 겨우 돋아난 몇 개 단풍나뭇잎 등이 그들이 값비싼 조경수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사람이 다니게 돼 있는 길마저 잡초들이 무성할 정도로 인적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농사짓는 늙은이들이 공원 가서 노닥거릴 시간이 어딨어? 강 둔덕에 농사나 짓게 놔두었더라면 잡초도 없고 밭이 이쁠 텐데……”충북 제천시 금성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