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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며 크는 아이들을 보듬는 방식
‘학교2013’ 아쉬움 속 종영
[TV를 보니: 1.23~30]
2013년 02월 01일 (금) 11:22:24 박다영 기자 dureooi@naver.com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이 어디 있으랴’만 세찬 바람이 아니어도 아이들은 이리저리 휘청댄다. 왜 아이들은 쉽게 상처받고 흔들릴까? 학교와 청소년 문제를 다루는 국내 유일의 시리즈 드라마 한국방송(KBS2) ‘학교2013’이 28일 종영했다. ‘학교’ 시리즈로서는 다섯 번째였다.

   
▲ 일진, 왕따, 자살, 대학입시 등 학교의 현실을 정면으로 바라본 '학교2013' ⓒ KBS

지금까지 ‘무늬만’ 청소년 드라마인 경우가 많았지만 ’학교2013’은 학교와 아이들의 삶에 훨씬 가깝게 다가간 느낌을 주었다. 교육현장의 부조리와 절망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면서 교육문제를 정면으로 다루려 했다. ‘학교’ 시리즈가 대개 ‘청춘 드라마’였다면, 이번 ‘학교2013’은 ‘학교 드라마’라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 

‘결핍’ 열쇠말로 들여다 본 오늘의 학교

드라마는 먼저 ‘일진’ ‘빵셔틀’ 같은 무서운 소재로 출발한다. 그리고 아이들이 왜 폭력을 행사하고 학교를 싫어하고 그래서 자꾸만 더 엇나가는 것인지 그 이유를 찾아 나선다. ‘일진’ 멤버들의 과거를 추적하고 그들이 ‘왜 그렇게 되었을까’라는 의문을 던진다.

아이들은 단순히 힘 자랑을 하기 위해 ‘일진’이 되는 게 아니었다. 폭력을 행사하는 아버지와 단둘이 사는 오정호(곽정욱 분)는 가족 사랑이 ‘결핍’된 친구였다. 문제의 원인이 학생 자신 탓만은 아니라는 점을 짚어낸다. 그렇다고 해서 잘못된 행동을 무조건 용서하거나 면죄부를 주지는 않는다. 규칙을 위반하면 반성문을 쓰고 교내 봉사를 하고, 반 아이들 모두에게 잘못을 이야기하고, 용서를 구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서로에게 무관심했던 2학년2반 35명의 아이들은 차츰 서로를 ‘이해’하는 법을 배워나간다.

   
▲ '요즘 아이들은 자기밖에 모른다'는 어른들의 말. 과연 그들에게 주변을 돌아볼 기회를 줬던가? 아이들은 점차 서로 보듬는 방법을 배워간다. 평소 괴롭혔던 영우에게 스스로 '사과' 편지를 쓴 지훈처럼. ⓒ KBS

오정호가 어머니 부재에 따른 ‘사랑 결핍’을 겪고 있다면, ‘소통 결핍’에 시달리는 친구도 있다. 가족 모두 S대 출신인 송하경(박세영 분)은 그 압박감 때문에, 특목고생만 등록할 수 있는 논술학원에 특목고생이라 속이고 다닌다. 엄마의 치맛바람이 부담스러운 김민기(최창엽 분)는 자살을 결심하고 옥상에 올라간다.

제 자식이 무엇을 하고 싶은지, 어떤 고민을 하는지 알지 못하는 부모와 그 부모 아래서 탈출구를 찾지 못하는 아이들. 그래서 이 드라마는 고등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을 불편하게 만들었을 것이다. ‘혹시 내 아들도?’ 그러면서 밤잠을 설쳤을지도 모른다.

해결의 열쇠는 청춘 스스로에게 있다?

결핍은 또한 채워지는 법. 자못 심각하고 무거운 내용의 이 드라마를 밝게 만드는 역할을 한 이는 사랑으로 아이들을 품고자 했던 정인재(장나라 분) 선생님이다. 그는 담임으로 부임하자마자 가정환경조사서부터 읽는다. 아이들 문제가 어디에서 출발했는지, 어떤 도움을 줘야 하는지를 알기 위한 것이었다. 맟춤형 지도를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 매일 지각하는 아이들에겐 문자를 보낸다.

그가 사직을 고민하며 학교에서 사라진 순간 아이들은 지겹기만 했던 그 문자를 떠올린다. “그래도 우리를 챙겨주는 건 정쌤뿐이었어!” 현실에선 정인재 같은 교사가 드물지 모른다. 아니, 모든 교사가 정인재를 꿈꾸지만 현실적으로 그렇게 되기는 어렵다.

   
▲ 꿈을 앗아간 친구에게 흥수가 다시 손을 내민건 남순과의 우정이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것임을 알았기 때문이다. 열여덟 남자들의 우정은 그래서 뜨거웠다. ⓒ KBS

하지만 드라마는 교사들에게만 책임을 떠넘기지 않는다. 결국 부족한 부분을 채워가는 건 너희들 스스로의 몫이라 말한다. 박흥수(김우빈 분)는 자신을 때려 축구선수의 꿈을 앗아간 같은 일진 고남순(이종석 분)과 다시 ‘가족만큼’ 소중한 친구가 된다. 문제아 오정호 곁에는 오랜 시간 함께하며 무엇이든 잘 통하는 이이경(이이경 분)과 이지훈(이지훈 분)이 있다. 휴대폰을 훔친 계나리(전수진 분) 곁에도, 공부밖에 모르던 송하경 곁에도, 선생님과 엄마에게 털어놓지 못하는 비밀을 나눌 ‘절친’이 있었다. 그들은 서로 소통의 창구 역할을 하면서 고민의 탈출구를 찾는다.

청춘의 문제는 언제나 현재진행형

결핍은 또한 완전히 채워질 수 없는 법. 주인공들도 모든 것을 채우지는 못했다. 모든 아픔이 치유되지도 않았다. 어느 경우에는 더 어긋나기도 하고 터져버리기도 한다. 다시 일어서는 아이도 있었고, 끝내 돌아서지 않는 아이도 있다. ‘학교2013’은 문제를 억지로 봉합하지 않는다. 청춘의 아픔, 교육 현장의 한계가 그리 쉽게 해결될 문제이던가?

마음을 바꿔 ‘학교를 다니고 싶다’고 말했던 정호는 결국 아버지 병원비 때문에 학교를 다닐 수 없게 된다. ‘도와주겠다’며 손을 내민 강세찬 선생님에게 정호는 그만 손을 놓으라고 한다.

“언제까지요? 이번 달 도와준다고 치면 그 다음 달은요? 저 그 돈 못 갚아요. 졸업한다고 바로 직업 가질 수도 없고, 대학도 못 갈 거고.”

   
▲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인생을 살았던 정호이지만 그에게도 '학교'는 소중했다. 가난과 폭력에 노출된 아이에게 매일 같이 자신을 기다려주던 친구들과 담임선생님이 있던 곳이다. ⓒ KBS

군대 안가도 되고, 바로 돈 벌 수 있으니 차라리 잘됐단다. 그에게는 밀린 전기세를 마련하는 게 더 급했다. 학교를 그만두는 것은 당연했다.

“너무 걱정하진 마세요. 나쁘게는 안 살게요.”

결국 강세찬은 손을 놓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노력했지만 그는 아이의 인생 전체를 책임질 수 없음을 잘 안다. 2학기 종례식 날. 방학이라 들뜬 아이들. 그 속엔 고3이 된다는 압박감 때문에 문제집에서 시선을 떼지 못하는 아이들도 있다. 하지만 정호는 끝내 나타나지 않았다.

   
▲ 마지막 장면에서 정호는 나타나지 않았다. 하지만 끝까지 교실을 지켰던 정인재 선생처럼 모두가 그를 향한 손은 놓지 않았다. ⓒ KBS

그렇게 청춘은 풀꽃처럼 흔들리며 오늘도 내일도 여기저기 서있을 것이다. 청춘의 아픔은 누구나 한번은 겪는 통과의례이며, 그래서 언제나 현재진행형이다. 다만 고통의 특징과 해결책은 세대별로 조금씩 다를 터. 그래서 청춘을 치유하는 일은 세대를 달리하며 계속되어야 한다. 10년 만에 재개된 ‘학교 2013’도 영원히 미완인 채 계속되어야 한다. 정호가 다시 돌아오길 기다리며 마지막까지 종례를 마치지 못하는 정인재 선생님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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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biuse (220.XXX.XXX.250)
2013-02-01 13:47:05
정호가 맞닥뜨린 현실, 그리고 정호의 학업포기선언. 드라마를 보지 않아서 맥락은 잘 모르겠지만 정호가 정말 학교를 나올 수 밖에 없었나 의문이듭니다.
사실 저도 어려운 청소년기를 보냈던 적이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담임선생님들이 옷도 사주시고, 쌀도 사주시고, 어떻게든 장학금도 마련해주시면서 저를 계속 이끌어주셨거든요. 그 분들의 관심과 도움이 없었다면 저는 여기까지 올 수 없었겠죠.
강세찬 선생님이 포기하지 않고 어떻게든 병원비를 마련하는 등 도움을 주었더라면 정호는 다시 학교로 돌아올 수 있었을 겁니다. 그건 학생의 인생을 책임지는 따위의 거창한 게 아닙니다. 다만 관심을 계속 쏟을 자신이 없었던 거겠죠.
어떤 이유에서든 학교가 학생을 포기하는 일이 생긴다면, 정호같은 학생들은 더 늘어날 겁니다. '학교2013'에서 보여준 정호의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습니다. 그게 교육현장의 한계라고 생각하지도 않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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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0.XXX.XXX.250)
2013-02-03 14:25:06
정호의 이런 대사가 있었습니다. "저 같은 놈들 계속 이렇게 도와주실거예요?" 물론 강세찬 선생이 오정호 하나는 도와줄 수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저 말을 듣고 강세찬 선생이 포기하고 뒤돌아 선건 교사가 아니라 학교가 나서고, 사회가 나서야 함을 간접적으로 보여준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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