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팬클럽 ‘해피스’ 첫 전국모임, 안 후보 ‘젊은 그대’ 열창

“정치하면서 처음 한 게 방명록 쓰는 것이었는데 못 쓰는 글씨로 쓰느라 혼났어요. 그런데 오늘은 가장 못하는 노래를 부르라고 하네요… 생각나는 건 청춘콘서트 때 부른 ‘젊은 그대’입니다.”

 

▲ 해피스 자원봉사자들과 김수철의 '젊은 그대'를 부르는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 ⓒ 박다영

사회자가 갑작스레 노래를 시키자 안철수 무소속 대선후보는 “각본에 없던 것 같은데...”라며 잠시 당황한 모습을 보이다 작은 목소리로 첫 소절을 시작했다. 하지만 곧이어 무대에 등장한 10여명의 자원봉사자들이 어깨동무하며 노래를 따라 부르자 한층 밝은 표정으로 목청을 높였다. 청중들은 자리에서 일어나 ‘1219 대선 찍고 해피 크리스마스’라고 적힌 자주색 손수건을 흔들며 호응했다. 노래가 끝나자 사회자는 “단일화 논의에서 노래는 빼야 겠어요”라고 익살을 떨어 객석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 '젊은 그대'를 따라 부르며 환호하는 관객들. '대선도 축제'라는 모티브로 모두가 흥겨운 콘서트를 즐겼다. ⓒ 박다영

SNS 통해 결집한 ‘각성된 시민 모임’ 

지난 3일 오후 2시 경기도 고양시 킨텍스에서 ‘안철수와 해피스’ 주최 <오! 해피스 데이> 콘서트가 열렸다. ‘해피스’는 안 후보가 박경철 안동신세계연합병원장 등과 함께 전국 대학을 돌며 ‘청춘콘서트’ 강연을 했던 시절 자원봉사자로 참여했던 대학생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중심으로 만든 팬클럽이다. 지난 9월 이후 페이스북, 트위터, 인터넷홈페이지 등을 통해 6천여 명이 가입했다. 회원의 70%가 20~30대지만 40~50대도 활발히 참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행사는 해피스 결성 후 첫 전국모임으로 서울, 경상, 전라, 제주 등 전국에서 2000여명의 회원(주최측 추산 5000명)이 참여했다.

 

▲ 행사장 입구에서 판매한 '해피스' 손수건. 참가자 대부분이 머리, 손목에 두르고서 '안철수'와 '1219 대선찍고 해피크리스마스'를 외쳤다. ⓒ 박다영

해피스 전국상임대표 김용주(56·울산) 변호사는 인사말을 통해 “해피스는 새로운 정치를 꿈꾸는 각성된 시민 모임, 행복한 세상을 꿈꾸는 자발적 시민 모임, 통일된 나라를 꿈꾸는 깨어있는 시민들의 모임”이라고 소개했다.

이날 행사는 발랄한 음악을 하는 인디밴드 ‘요술당나귀’, ‘온더스팟’ 등의 공연과 모래를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샌드 애니메이션 등으로 다채롭게 구성됐는데, 안 후보는 오후 3시 무렵 한 청중과 깜짝 전화연결을 하며 무대에 등장했다. 그는 “관객의 한 사람이 되어 오랜만에 긴장을 풀고 봤는데 축제에 온 것 같다”고 말했다.

“여러분만 바라보며 정치의 길 걷겠습니다”

 

▲ 공연 중 무대 아래로 내려온 해피스 자원봉사자들과 함께 콘서트를 즐기는 안 후보. ⓒ 박다영

짧은 인사 후 내려갔다가 오후 5시쯤 다시 무대에 오른 안 후보는 출마 선언 후 전국을 돌며 국민들을 만났던 40여 일간의 소감을 털어 놓았다. 그는 “가장 마음 아팠던 것은 어려운 시간을 견뎌내며 상처받았던 국민들”이라며 “(정부가) 경제 위기라 힘들다고 말한 게 몇 년 째냐, 하지만 (국민들의 처지는) 여전히 달라진 게 없다”고 말했다.

안 후보는 이어 “다른 한편으론 많은 사람들을 만나면서 좋은 기운을 받았다”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에너지가 우리에게 있다”고 강조했다. 전국을 돌아다니는 동안 (정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됐다는 안 후보의 말에 지지자들의 박수가 터져 나왔다.

“앞으로 저와 뜻을 같이 하는 분들이 더 많아질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저는 불안하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제가 앞으로 이뤄야 할 중요한 과제 중 하나가 국민이 바라는 정치로 바꿔나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정치는 국민의 뜻을 받들어 하는 것이고 이것이 당연히 받아들여지는 그날까지 여러분만 바라보며 그 길을 걷겠습니다.”

 

 

▲ 새로운 정치에 대한 갈망만큼이나 '투표시간 연장'을 외치는 목소리도 많았다. ⓒ 박다영

아이에게 ‘통일된 한반도’ 보여줄 지도자 희망

이날 행사장을 찾은 지지자들 중에는 ‘내가 만드는 새로운 정치’라는 해피스의 구호처럼 기성 정치인과 다른 안 후보의 모습에 끌렸다는 이들이 많았다. 친정어머니와 6살 조카까지 3대 가족이 함께 온 김명순(42·경기도 이천)씨는 “기존 정치를 답습한 여느 정치인들과 다르고 평범한 시민 같은 모습이 좋다”고 말했다. 

 

▲ 친정어머니, 형부와 언니, 두 조카와 함께 온 김명순씨(중앙) 가족. 김 씨의 어머니 황보출(70)씨는 "남편이 살아있다면 통일을 꼭 염원했을 것"이라며 안 후보에게 메시지를 전달했다. ⓒ 박다영

두 번의 무대인사와 ‘젊은 그대’ 열창 후 안 후보는 행사장을 떠났지만 지지자들은 오후 5시 반까지 공연을 즐기며 자리를 지켰다. ‘누구 엄마’, ‘아줌마’라는 호칭이 더 익숙했다는 박정옥(51·부산 연산구)씨도 부산에서 함께 온 친구와 연신 ‘안철수’를 소리높이 외쳤다. 박씨는 9시뉴스보다 드라마를 더 좋아하는 평범한 주부였지만 ‘밥상에 오르는 모든 것이 정치와 관련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후 선거에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한다. 

“아이 사교육비가 오르기 시작하면서부터 내 문제로 인식하게 됐어요. 요즘 학생들이 공부 때문에 스트레스 받아서 자살하는 모습을 보면 내 아이 문제처럼 마음이 아프고요. 제가 원하는 나라요? 보통 사람들이 마음 놓고 살 수 있는 상식 있는 나라가 됐으면 해요.”

이날 콘서트엔 아이와 함께 나온 주부들도 많았다. 4 살배기 딸과 앞자리에서 열광했던 정모(34·인천)씨는 2005년 탈북해 가정을 이룬 사람이었다. 그는 새로운 변화를 추구하는 안 후보의 비전을 믿고 지지한다고 말했다. 그가 특히 안 후보에게 바라는 변화는 남북관계 개선과 통일이다.

“이제 4살인 우리 딸에게는 통일된 한반도를 보여주고 싶어요. 그럴 수 있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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