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흔든 책]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박수진, 조을선, 장선이, 신정은/인물과 사상사/15,000원

바야흐로 디지털 혁명의 시대다. 업로드 버튼 한 번이면 누구나 정보를 제공할 수 있고, 심지어 스스로 언론이 될 수 있다. 종이신문보다 모바일로 뉴스를 접하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사람들을 매료시킬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게 언론의 숙명이 되었다. 어떤 뉴스를 만들어야 하는지에 관한 기자들의 고민도 깊어졌다. 그 고민을 해결하려고 누구보다 먼저 디지털 미디어의 세계에 뛰어든 이들이 있다. 그들은 숱하게 겪은 시행착오 끝에 얻은 가이드라인을 엮어 <기자들, 유튜브에 뛰어들다>를 발간했다.

SBS 기자 4명이 뉴미디어에 진출해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2022년 2월 출간됐다. 출처 인물과 사상사
SBS 기자 4명이 뉴미디어에 진출해 디지털 뉴스 콘텐츠를 제작한 이야기를 담은 이 책은 2022년 2월 출간됐다. 출처 인물과 사상사

1장에서는 국내 언론의 뉴미디어 진출기를 다루고, 뉴미디어 기자가 하는 일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준다. 국내 주요 언론사가 만든 여러 버티컬 채널의 특성과 차이점도 소개한다. 2장과 3장에서는 유튜브 뉴스 콘텐츠의 특징과 성공 전략을 설명한다. 4장과 5장에는 디지털 퍼스트 시대에 언론이 살아남는 방법을 담았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가장 중요한 것은 언론의 품위를 잃지 않고 본질을 지키는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외에도 '듣똑라' 이지상 기자, '그것을 알려드림'의 진용진 크리에이터, '소비더머니' 조현용 기자, '도티TV‘ 도티 크리에이터 등 뉴미디어의 바다를 항해하고 있는 여러 언론인의 인터뷰를 고루 담아 생생한 목소리를 전한다.

디지털 퍼스트 시대의 한국 언론

2014년, <뉴욕타임스>가 디지털 혁신을 위한 보고서를 하나 내놓았다. 혁신의 필요성과 변화에 대한 의지, 혁신 방안이 빽빽이 담긴 보고서의 결론은 ‘디지털 퍼스트’였다. 종이신문이나 방송 위주의 시스템에서 벗어나 디지털 콘텐츠를 중심에 두고 조직과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다.

미디어 시장의 변화는 한국에서도 급격하게 진행됐다. 디지털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면서 한국 언론계에도 인터넷 전용 언론은 물론 페이스북, 유튜브 등 새로운 미디어 플랫폼에 기초한 다양한 뉴스 미디어가 등장했다.

국내 주요 언론사의 대표적인 버티컬 브랜드. 차례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BS의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KBS의 크랩, 중앙일보의 듣똑라. MBC의 일사에프. KBS·MBC·SBS·중앙일보 웹 갈무리. 그래픽 이혜민
국내 주요 언론사의 대표적인 버티컬 브랜드. 차례로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SBS의 스브스뉴스, 비디오머그, KBS의 크랩, 중앙일보의 듣똑라. MBC의 일사에프. KBS·MBC·SBS·중앙일보 웹 갈무리. 그래픽 이혜민

제2의 브랜드, 버티컬 브랜드

특히 2018년 이후 모든 콘텐츠가 유튜브로 집중되고, 사람들도 유튜브로 몰렸다. 언론사들은 너도나도 제2의 브랜드, 즉 버티컬 브랜드를 내세워 유튜브 콘텐츠를 만들기 시작했다. 버티컬 브랜드는 언론사의 기존 이름을 드러내지 않고 새로운 이름을 내세워 기존 브랜드와는 별도로 만들어 운영하는 브랜드나 채널을 의미한다. 비디오머그, 스브스뉴스, 크랩, 일사에프, 헤이뉴스, 듣똑라, 씨리얼… 모두 국내 주요 언론사들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이다.

이 가운데 가장 선구적이자 성공적인 버티컬 브랜드 비디오머그와 스브스뉴스다. 이를 이끈 저자들은 기존의 기사를 그대로 뉴미디어에 올리지 않았다. 콘텐츠 기획부터 제작까지 모든 걸 뉴미디어에 맞췄다. 심층탐사보도를 도모할 때와 비슷한 수준의 시간과 노력을 들여 완전히 새로운 뉴스 콘텐츠를 만들었다. 국내 여러 언론사 가운데 SBS의 유튜브 구독자가 가장 많고(248만 명), 여기에 더해 비디오머그(112만 명), 스브스뉴스(76만 명), 스포츠머그(23만 명), 문명특급(180만 명) 등 다양한 버티컬 브랜드까지 성공시킨 배경에는 이 책 저자들의 노력이 있었다.

변종을 자처한 기자들

처음부터 꽃길을 걸었던 것은 아니다. 저자들은 각기 다른 이유로 SBS 뉴미디어국에 자원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디지털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 ‘변종’을 자처한 것이다. 기자 경력 14년에 SBS 주말 뉴스 앵커를 맡기도 했던 장선이 기자는 ‘마흔 살 전에 가보자’라는 마음으로 비디오머그 팀에 합류했다. ‘더 늦기 전에 배워야겠다’라는 마음이 컸다. 신문사를 거쳐 방송 기자가 된 12년 차 박수진 기자는 뉴스 생산자로서 ‘뉴스 소비자보다 뒤처지는 것 같은 두려움’에 비디오머그 팀에 자원했다. 12년 차 조을선 기자는 뉴미디어 조직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를 직접 실행해 보고 싶었고, 3년 차 신정은 기자는 새로운 세대를 위한 뉴스 형식을 실험해 보고 싶어 합류했다.

기자가 유튜브에서 생존하는 법

유튜브 플랫폼에서 성공하려면, 독자의 수요를 파악하고 이에 맞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저자들은 말한다. ‘현장에 답이 있다’는 명제는 여전히 유효하지만, 이제 기자들은 새로운 명제를 만났다. 뉴미디어 시대에 가장 중요한 원칙은 ‘독자에게 답이 있다’라는 명제다.

다만, 독자가 원하는 것을 콘텐츠 조회수로만 평가·파악해선 안된다. 단순히 조회수가 높은 것보다 댓글이나 공유 등 상호작용을 유도하는 콘텐츠가 좋은 콘텐츠다. 조회수는 상호작용을 성공적으로 유도했을 때,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숫자일 뿐이다. 독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추천 알고리즘에도 반영돼 꾸준히 확산될 수 있다. 독자들은 콘텐츠에 공감할 때 더 오래 보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며, 주변 사람들과 공유한다.

변하지 않는 뉴스의 본질

​저자들은 공급자가 아닌 수용자의 관점으로 뉴스를 공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다만, 이 과정에서 뉴스의 가장 중요한 본질인 '팩트‘가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설명한다. 조회수를 좇아 선정적이고 근거 없는 유언비어를 퍼트리면, 결국 뉴스 브랜드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낮추게 된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도 뉴스를 찾는 이들이 있다. 그들이 뉴스를 찾는 이유는 정확한 정보를 얻는 것에 있다. 다만 그 경로와 방법이 변화했을 뿐이다. 그 변화에 누구보다 빨리 성공적으로 발맞추되 저널리즘의 본령을 지키려 했던 기자들의 분투가 이 책에 담겨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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