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놈의 민방위 훈련만 아니었어도···.” 우리 엄마 신세 한탄의 시작이다. 대학생 때 학교 마치고 집에 가는 길, 민방위 훈련 사이렌이 울려 근처 오락실로 급히 들어갔는데 그때 옆에 앉은 남자가 엄마에게 한눈에 반해 쫓아왔다. 10분만 이야기하자던 그는 매일같이 자기를 보러 왔고 어느새 결혼식장에 같이 손잡고 들어가고 있더란다. 신혼을 즐길 새도 없이 한 달 만에 내가 생겼고 시어머니가 그토록 바라던 아들까지 낳아 키우다 보니 이렇게 늙어버렸다는 이야기다.그러니까 그 사이렌 때문에 아빠와 결혼하게 됐고, 우리를 낳고 키우느라 얼굴
"신라를 방문한 여행자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금이 너무 흔하다. 심지어 개의 쇠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금으로 만든다." 알 이드시리는 <천애횡단갈망자의 산책>에서 신라를 '황금의 나라'로 그려냈다. 아랍 지리학자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사람들은 집을 금실천으로 단장하고, 금그릇에 밥을 먹었다. 물론 이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보다 5백여년 뒤 13세기 몽골에 왔던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황금의 나라라고 전혀 엉뚱하게 묘사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1922년 처음 출토된 금관총 황금
“이동휘? 어 박보검 ㅇㄱㄹㅇ 빼박캔트 반박불가 인정하는 각이고요~ 오지고요~ 지리고요~ 앙 기모띠.”10대들 사이에서 급식체가 일대유행이다. 예상되는 상황을 설명할 때 ‘~하는 각이다’라고 표현하거나, 놀라거나 감탄할 때 ‘오지다’, ‘지리다’고 말하는 식이다. 동의를 구하거나 답할 때는 ‘인정’ 이라는 단어의 초성만 사용해 ‘ㅇㅈ’이라 쓰고, ‘진짜’라는 뜻의 ‘이거레알’도 초성 ‘ㅇㄱㄹㅇ’만 사용한다. ‘동의? 어, 보감’처럼 재미를 위해 여러 단어를 이어 말하는 경우도 있다.모양이 비슷한 모음과 자음을 바꿔 새로운 단어를 만
도시에서 들리는 차 소리 대신 맑은 새소리가 들리고 매캐한 매연 대신 상쾌한 공기를 마실 수 있는 곳이 제천시 수산면이다. 수산면은 빠르게 변화하는 도시와 달리 자연과 함께 느림의 철학을 실천하는 마을 ‘슬로시티’다. 수산면은 2012년 충청북도 최초로 슬로시티에 선정됐다. 청풍호를 바라보며 자리 잡은 수산은 제천 10경으로 꼽히는 옥순봉과 금수산 등 천혜의 자연환경을 품은 마을이다. 제천은 청풍(淸風)·덕산(德山)·한수(寒水)·백운(白雲)·송학(松鶴)이라는 면 이름들에서 보듯이 경치가 아름답지 않은 곳이 없지만 그중에서도 수산(水
“이곳은 우리가 당신을 보호하기 위해 무언가를 묻은 곳입니다. 큰 고통을 치르면서 말이에요. 이곳은 당신이 살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건들지 말아야 하는 곳이죠. 절대 가까이 오면 안돼요.”느리고 낮은 목소리의 내레이션(설명)과 함께 카메라가 어두컴컴한 지하터널 안으로 천천히 들어간다. 잠시 후 어둠 속에서 ‘탁’ 하고 성냥불을 켠 남자가 카메라를 응시하며 비밀을 털어놓듯 말한다.“여기는 당신들이 와서는 안 되는 곳, ‘온칼로’입니다. 은신처(hiding place)라는 뜻이죠.”세계 최초의 핵폐기물 영구처분장 ‘온칼로’
“처리할 방법도 없는 핵폐기물을 계속 만들면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사용후핵연료를 (원전 외부) 임시 저장시설에 쌓아두고 있는 건 우리가 보기엔 완전히 바깥에 그냥 방치해 놓은 상태로 보여요. 원전보다 더 위험한 게 핵폐기물인데 도대체 저걸 다 어쩔 거냔 말이에요.”경주 월성원전 인접지역 주민의 이주를 요구하는 나아리 이주대책위원회 황분희(69·여) 부위원장은 지난 5월 4일 경주시 양남면 나아리 월성원전홍보관 앞 농성천막에서 얼굴이 붉어질 정도로 목소리를 높이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런 위험한 것들을 손자들에게까지 물려주고
<앵커>‘청탁금지법’, 일명 ‘김영란법’이 시행 1년을 맞았습니다. 국민 10명 중 9명은 이 법의 효과를 인정할 만큼 높은 지지를 보내고 있는데요. 한편에서는 매출액이 크게 줄며 울상 짓는 농민들의 시름이 깊어만 갑니다. 박수지 기자가 실태와 대책을 점검해 봤습니다.<리포트>#충북 제천시 ‘가람화원’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한 화원. 우아한 곡선을 뽐내며 휘어진 잎 위로 보라색 꽃이 활짝 피었습니다.난은 승진이나 기타 축하할 일이 있을 때 즐겨 찾던 선물의 대명사였죠. 하지만, 지금은 이렇게 많은 난들이 판매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청
토마스 사라세노의 작품을 제대로 만나기 위해서는 1층 출입구로 들어가지 않고 계단을 통해 2층으로 올라가야 한다. 작품 전체를 위에서 조망하며 관람을 시작하길 바란 작가의 의도다. 2층 출입구에 두 겹으로 쳐진 검은 장막을 손으로 걷고 들어서자 커다랗고 하얗게 빛나는 구(sphere)가 전시장을 가득 채우고 있다.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전시장으로 내려가면 거대한 구에 가려졌던 다른 구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노랑, 잿빛, 흰색 등 다양한 색의 구들은 크기와 재료가 다르고 빛의 밝기도 다르다. 구들은 색과 모양이 다른 행성들이 모
"원전이 자기 집 앞에 세워지는데 동의하지 않는다면 다른 사람에게도 강요하지 않는 것이 민주주의입니다. 더 이상 소수의 권력이 소수의 희생을 강요해선 안 됩니다."환경운동연합 에너지기후팀 양이원영(45) 처장은 요즘 가장 활발하게 ‘탈핵(탈원전)’ 주장을 펼치는 운동가 중 하나다. 탈원전을 공약한 문재인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달 24일 신고리원전 5·6호기 공사 백지화 여부를 논의할 공론화위원회가 발족한 가운데, 양 처장은 각종 토론회와 기자회견 등을 통해 ‘탈핵의 불가피성’을 설파하고 있다. 그는 탈원전 정책이 민주주의 실현 뿐 아
“어렸을 때부터 어머니와 선생님들께 배운 가장 중요한 가르침이 ‘단점에 연연하지 말고 장점을 키우라’는 것입니다. 남들과 비교해서 부족한 부분을 자꾸 의식하면 기가 죽고 자신감을 잃게 되죠. 반면 내가 가진 장점에 자부심을 갖고 집중적으로 키워나가면 아주 특별한 사람이 되는 거예요.”세계적인 첼리스트이자 음악 영재를 키우는 교육자인 정명화(73) 평창대관령음악제 예술감독이 20일 SBSCNBC 방송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미래를 준비하는 세대에게 이같이 조언했다.실패와 좌절은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는 기회
문재인 대통령님 안녕하세요. 저는 대학원에 다니고 있는 학생입니다. 대통령님께서 힘을 쏟으며 걱정하고 계신 일자리 만들기의 대상인 취업준비생이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대통령님의 행보와 사이다 같은 인사 발표, 시원시원한 정책 추진에 ‘살 맛 난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삽니다. 제 주위 청년들도 희망이 보이기 시작한다고 말합니다. 대통령님이 저희의 인생을 확 바꿔 주고 단박에 취업까지 시켜 주리라고는 기대하지 않지만, 대통령님이 노력하는 모습에서 희미하나마 빛이 보이기 때문입니다.대통령님 희망으로만 끝나서는 안 될, 꼭 지키셔야만 하는
“저출산 대책이 보육정책 하나로 성공한다고 절대 보지 않아요. 주택, 입시, 일자리, 노인복지 등 모든 것을 아울러야 해결할 수 있습니다.” 참여정부 시절 무상보육제도를 처음 도입한 장하진(66) 전 여성가족부 장관이 15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세계 최저수준의 출산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일자리와 복지정책의 총체적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살기 좋은 나라’ 만들어야 출산 회복 2015년 기준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낮은 1.18명의 합계출산율을 기록한 우리나라는 인구절벽(생산가능인
“오늘 란츠게마인데에서 우리 공동체를 확인하고, 함께 정치하는 것이 얼마나 삶을 풍성하게 해주는 것인지 다시 증명해 보입시다.” 글라루스 주지사의 개회사로 정치 축제가 막을 올린다. 초등학교 운동장 크기의 광장에 할머니 할아버지부터 아이의 손을 잡고 나온 부부, 청년들까지 다양한 사람이 모여든다. 오전 9시부터 펼쳐지는 군악대와 주정부, 주의회 인사들의 퍼레이드는 축제 분위기를 끌어 올린다. 광장에 모인 유권자들은 중앙 연단에서 의장이 읽어내는 의제를 듣고 거수로 표결 한다. 대여섯 시간이 넘는 마라톤 총회는 단순하게 ‘예/아니오’
나는 TK(대구경북) 출신이다. 그런데도 ‘진보성향’이었으니 TK의 덕을 본 적은 없다. TK 출신의 진보성향 정치 지도자가 집권한 일 자체가 없으니 줄을 댈 일도 없었다. 박근혜 정권은 <한겨레>에 이어 <경향신문>에서 시민편집인으로 활동하던 나를 ‘블랙리스트’에 올려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중단시켰다.초⋅중⋅고 동창회 같은 데 가끔 나가면 유럽에서는 중도보수쯤으로 분류될 나에게 ‘좌빨’이라며 핀잔을 주거나 “니가 우야다 그리 됐노”라며 진정으로 걱정해주는 이도 있다. 그러나 이제 ‘왕따’를 당하더라도 진정한 보수를 살리기 위해 할
지난 2일 오후 3시쯤 충북 제천시 중앙로 1가 중앙시장. ‘홍준표’와 숫자 2가 큼직하게 쓰인 빨간 점퍼 차림의 자유한국당 권석창(제천단양) 의원이 시민들의 손을 덥석 잡으며 거리 유세에 한창이었다. 길 위에 좌판을 펼치고 나물을 팔던 할머니들이 손가락으로 숫자 2를 만들어 보이며 화답했다. 이름 밝히기를 거절한 한 할머니(66)는 “여기는 원래 다 2번 찍는다”며 “문재인은 너무 대통령 된 것처럼 으스대고 다녀 싫다”고 말했다. 인근 금은방 주인 손재열(60)씨도 “똑똑한 사람을 뽑겠다”며 홍준표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혔다. 중앙
<앵커>대형서점에서 느낄 수 없는 독특한 매력의 독립서점들이 최근 인깁니다. 판매량이 아닌 희소성과 전문성을 잣대로 고른 책들을 선보이는데요. 다양한 서비스까지 더해져 젊은 층을 중심으로 확산추셉니다. 박수지 기자가 개성 넘치는 독립서점들을 둘러봤습니다. <기자># 헬로 인디북스(서울시 연남동 책방길)서울시 연남동의 한 골목에 위치한 작은 책방. 대형서점 서가에서 보는 말끔한 장정의 책들과 달리 일견 투박한 모습입니다. 작가가 직접 자르고 붙여 만든 책들이어서 창작의 수고와 과정이 흠씬 묻어납니다. ‘독립서점’은 이렇게 좀처럼 보기
봄은 로맨스의 계절이다. 따뜻한 날씨가 선남선녀가 사랑을 나누기에 안성맞춤이다. 자연의 순리와 달리 안방극장은 ‘범죄’와 ‘싸이코패스’물이 점령했다. SBS 월화드라마 <귓속말>, KBS 수목드라마 <추리의 여왕>, tvN 금토드라마 <시카고 타자기>. OCN 주말 드라마 <터널>. 월화수목금토일 ‘장르물’이 방영되고 있다. ‘장르물은 망한다’던 말은 쏙 들어가고 ‘장르물의 전성시대’가 왔다. 방송사에게도 시청자에게도 외면 받던 장르물이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월화수목금토일’ 안방 점령한 장르물시작은 <시그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