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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류’의 미래... ‘황금의 나라’가 된 비결
[역사인문산책] 황금문화
2017년 12월 23일 (토) 16:27:26 박수지 기자 wbdjffl514@naver.com
   
▲ 박수지 기자

"신라를 방문한 여행자는 나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금이 너무 흔하다. 심지어 개의 쇠사슬이나 원숭이의 목테도 금으로 만든다." 알 이드시리는 <천애횡단갈망자의 산책>에서 신라를 '황금의 나라'로 그려냈다. 아랍 지리학자들 기록에 따르면 신라 사람들은 집을 금실천으로 단장하고, 금그릇에 밥을 먹었다. 물론 이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다. 그보다 5백여년 뒤 13세기 몽골에 왔던 베네치아 상인 마르코 폴로는 <동방견문록>에서 일본을 황금의 나라라고 전혀 엉뚱하게 묘사했으니 말이다. 아무리 그래도 1922년 처음 출토된 금관총 황금관을 비롯해 나뭇가지모양과 사슴뿔모양으로 장식한 5~6세기 신라 금관 6개는 황금문화의 백미다. 그리스나 아프가니스탄에서 출토되는 중앙아시아나 유럽금관에 견줄 유물로 손색없다.

   
▲ 최초로 발견된 신라 금관인 금관총 금관. 국보 제98로 지정됐으며, 미학적으로 가장 아름다워 신라 금관의 백미로 평가받고 있다. ⓒ 국립중앙박물관

신라에서 금은 원래 귀금속이 아니었다. 3세기 중엽 기록인 <삼국지> '위서·동이전'에는 “삼한에서는 금은과 비단은 보배로 여기지 않는다”고 쓰여 있으니 말이다. 그러면서도 당시 부여와 고구려는 이미 금으로 의상과 모자를 장식했다고 설명한다. 북방의 부여와 고구려가 신라보다 먼저 황금장식 풍습을 가졌다는 얘기다. 이는 황금을 숭배한 기마유목민족 ‘스키타이족’의 영향으로 보인다. 유라시아 초원에서 시작한 스키타이족 황금 문화가 초원의 길(Steppe Road)를 따라 동진하며 몽골 초원의 훈(흉노)족과 접촉한다. 훈족의 뒤를 이은 선비족 역시 부여, 고구려와 접하며 문화를 주고받았고, 이런 기마 유목민족의 황금문화가 동쪽 끝 신라까지 전파되면서 화려한 ‘금관’으로 피어난다.

금관을 비롯한 신라 황금유물은 5~6세기 만든 ‘돌무지덧널무덤(積石木槨墳, 적석목곽분)’에서 집중적으로 발굴됐다. 이는 나무로 짠 덧널을 세운 다음 돌을 쌓고 흙으로 덮은 무덤 양식인데, 신라의 금관과 유물들이 도굴되지 않고 온전한 모습으로 발굴된 비결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나무가 썩고 널이 무너져 돌이 무덤을 꽉 채우면서 도굴할 수 없는 상황에 발굴의 손길이 닿았다. 흥미로운 점은 이 ‘돌무지덧널무덤’ 양식 역시 몽골 초원에서 발굴되는 훈(흉노, 황금문화 숭배)족 무덤 나아가, 시베리아나 중앙 아시아에서에서 발굴되는 ‘스키타이족’ 무덤 형태와 똑같다. 신라 금관이 탄생한 것도, 도굴의 손길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도 초원의 길을 타고 전파된 스키타이 문화 덕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신라 황금문화는 초원의 길을 통해 형성된 고대 황금문화권 ‘공통의 문화유산’으로 ‘문화 교류, 융합’의 산물이다. 실크로드 문명교류학자 정수일은 “교류는 모방에 의한 문명 발달을 촉진하는 필수불가결의 매체”라 하지 않았던가. 신라는 자신들만의 문화에 갇혀 있지 않고,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고 교류했기 때문에 화려한 황금 문화를 꽃피울 수 있었다. 세계가 하나로 이어진 오늘, 우리는 5세기 신라인들보다 활발한 교류를 하고 있는지 묻는다. 오히려 다른 문화를 배척하고 우리 문화의 우수성에만 매달리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 볼일이다. 문화는 충돌이 아니라 교류다. 자기문화만 절대시하거나 확대해석하면서 다른 문화는 ‘주변문화’로 밀어내는 태도는 그 어느 나라, 어느 민족에게도 옳지 않다. ‘엑소’에서 ‘방탄소년단’까지. K-Pop의 한류(韓流)가 세계를 뒤흔든다. 그 노래 양식이 우리 전통 음악인가? 아니다. 이웃 것을 받아 더 좋은 것을 만들면 된다. 문화 강국의 진면목은 자기중심적이고 편협한 문명사관에서 빚어지는 것이 아니라 나를 비워놓고 이웃 문화를 받아들이는 ‘교류’의 열린 문화관에서 싹튼다.


세명대 저널리즘 스쿨은 1학기에 [서양문명과 미디어 리터러시], 2학기에 [문명교류와 한국문화]의 인문교양 수업을 개설합니다. 매시간 하나의 역사주제에 대해 김문환 교수가 문명사 강의를 펼칩니다. 수강생은 수업을 듣고 한편의 에세이를 써냅니다. 수업시간에 배운 내용에다 다양한 생각을 곁들여 풀어내는 글입니다. 이 가운데 한편을 골라 지도교수 첨삭 과정을 거쳐 단비뉴스에 <역사인문산책>이란 기획으로 싣습니다. 이 코너에는 매주 금요일 오후 진행되는 [김문환 교수 튜토리얼] 튜티 학생들의 인문 소재 글 한 편도 첨삭 과정을 포함해 실립니다. (편집자)

편집 : 조승진 기자

[박수지 기자]
단비뉴스 시사현안부장, 편집부, 환경부, TV뉴스부 박수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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