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영화제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집행위원장 장해랑, 이하 DMZ영화제)가 9월 14일부터 21일까지 경기도 고양특례시와 파주시 일대에서 열린다. DMZ영화제는 ‘평화·생명·소통’ 메시지를 담은 국내외 우수 다큐멘터리를 상영하는 국제 다큐멘터리 축제다. 15회를 맞은 이번 영화제에서는 54개국에서 출품한 147편(장편 83편, 단편 64편)의 다큐멘터리 영화가 상영된다. 특히 올해는 한국전쟁 정전 70주년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개막식은 14일 오후 7시 경기도 파주시 평화누리 대공연장에서 열린다. 개막작은 칠레 감독 마이테 알베르디의 ‘이터널 메모리’(2023, 선댄스영화제 그랑프리상 수상)다. ‘이터널 메모리’는 칠레 민주화 운동을 기록한 저널리스트 아우구스트 공고라가 알츠하이머 투병 생활 동안 아내와 함께 보낸 일상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는 저널리스트였던 주인공의 삶과 칠레 민주주의 역사를 연결 지어 저널리즘, 민주주의와 역사를 다룬다.

제15회 DMZ영화제는 다양한 실험이 진행되고 있는 다큐멘터리 창작 현장의 변화를 반영해 프로그램 섹션을 개편했다. 경쟁 부문은 ‘국제경쟁’, ‘프런티어’(Frontier), ‘한국경쟁’으로 나뉜다. 신설된 ‘프런티어’ 섹션에서는 뉴미디어와 결합하는 등 새로운 영화적 비전을 선보이는 작품들이 경합한다. 비경쟁 부문은 각각의 영화가 추구하는 방향에 따라 총 4개의 섹션으로 나뉜다. 진실을 발굴하고 탐구하는 ‘베리테’(vérité, 진실), 다큐멘터리의 재현의 범위를 확장하는 ‘다큐픽션’(Docu-Fiction), 강한 주제 의식을 담고 있는 ‘에세이’(essay), 실험적인 현대 다큐멘터리 영화의 흐름을 보여주는 ‘익스팬디드’(expanded)로 구성되어 있다.

경쟁/비경쟁 부문 외에도 시의성을 지니는 주제들로 묶인 색다른 기획전 상영작들을 감상할 수 있다. 기획전은 작가전, 아카이빙전과 테마전으로 구성된다. 작가전 ‘메모리얼 이강현’에서는 故 이강현 감독의 연출작 세 편과 출연작 한 편을 모두 상영한다. 지난 3월 5일 세상을 떠난 이강현 감독은 현대 한국 다큐멘터리 장르의 혁신가로 평가받는다. 그는 전통적인 한국 다큐멘터리의 고정관념과 관습에 저항하는 논쟁적인 작품들을 남겼다. 이밖에도 아카이빙전 ‘뉴스타파: 카메라를 든 목격자들’에서는 독립 언론이자 다큐멘터리 제작 집단인 뉴스타파의 대표작을 상영해 뉴스타파의 과거 10년을 기념한다.

우크라이나 기획전 상영작들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우크라이나 기획전 상영작들 스틸.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페이지 갈무리

테마전 ‘정착할 수 없거나 떠날 수 없는: 너무 많이 본 전쟁의 긴급성’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의 면면과 현재 상황을 다룬 작품 12편을 상영한다. 특히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폐허에서 살아가는 사람들과 난민들을 다룬 영화들에 주목한다. ‘우크라이나에서’(토마시 볼스키, 피오토르 파블루스 연출)는 러시아군의 공습으로 화염에 휩싸인 우크라이나 마을들의 모습을 보여주면서 전쟁의 참상을 생생하게 전한다. ‘리어왕: 우리가 전쟁 중에 사랑을 찾은 방법’(드미트로 흐레시코 연출)은 우크라이나 서부로 피신한 난민들이 함께 연극 ‘리어왕’을 무대에 올리는 과정을 담은 작품이다. 영화 관람이 끝난 후 관객들은 다큐멘터리 감독과 우크라이나 전쟁에 관해 직접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감독들과의 대담은 17일 일요일 오후 1시에 고양 꽃전시관에서 진행된다.

이밖에도 기획 혹은 제작 중인 다큐멘터리 프로젝트를 지원하는 DMZ Docs 다큐멘터리 마켓, 다큐멘터리 장르 거장들의 강연인 마스터클래스, 영화학도들을 대상으로 하는 강연인 아카데미클래스, 전문 패널과 다큐멘터리를 논하는 자리인 포럼, 논쟁적인 주제를 담은 영화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는 독스 토크 등이 준비되어 있다. DMZ영화제 상영작들은 CGV 고양백석과 메가박스 벨라시타 등에서 상영된다.

DMZ영화제 채희숙 프로그래머는 단비뉴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DMZ영화제를 찾아야 하는 이유는 ‘상영작들의 다양성’이라 답했다. 채 프로그래머는 “기존에 다큐멘터리를 즐겼던 분들, 사회적인 문제에 관심을 가지고 다큐를 찾으셨던 분들, 영화는 좋아하지만 다큐멘터리에는 손이 잘 안 가셨던 분들 모두 자신에게 맞는 영화제를 준비했습니다. 시네필(영화 애호가)부터 지역주민까지, 영화학도부터 사회학도까지 풍성하게 즐길 수 있는 영화 축제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말했다.

채 프로그래머는 올해 영화제에서 우크라이나 기획전을 준비한 이유도 밝혔다. ‘첨예한 현실을 조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사회적 과제’와 ‘영화의 표현 방식을 통해 전쟁의 폐해와 모순에 응답하는 담론을 제시해야 한다는 영화적 과제’를 수행하기 위해서라고 밝혔다. 그는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은 모두 ‘터전의 상실’이라는 주제를 지닌 작품들이라고 했다.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제15회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공식 포스터.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제공

개막식 당일(14일) 서울역과 임진강역을 오가는 DMZ평화열차는 전국철도노동조합의 파업 여파로 인하여 운행이 취소되었다. DMZ영화제는 대안으로 경기도 파주시 문산역과 평화누리 대공연장(개막식장)을 오가는 셔틀버스를 운영한다.

상영시간표와 행사장, 셔틀버스 시간표 등 자세한 정보는 DMZ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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