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추천 좋은 기사] 2020년 한국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수상작- SBS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업무추진비는 직무수행에 드는 비용을 위해 마련된 경비이다. 지방의회의 업무추진비는 두 종류로 나뉜다. 의장단이 쓰는 '의회운영 업무추진비'와 의회 전체가 함께 쓰는 '의정운영 공통경비'이다. 여기서 의장단은 기초의회를 대표하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을 말한다. <SBS> 데이터 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이 가운데 특히 의장단이 사용하는 의회 운영 업무추진비에 주목했다. 의장단의 임기는 2년으로 전반기와 후반기로 나뉜다. 취재팀은 2018년 지방 선거에서 뽑힌 전국 226개 시군구 기초의회 의장단의 전반기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분석했다.

기사는 2020년 8월 4일부터 8월 7일까지 <SBS>에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편’이라는 제목으로 4회에 걸쳐 보도됐다. 또한, ‘의원님의 골목식당’이라는 제목의 인터랙티브 콘텐츠도 만들었다. 시민들이 직접 기초의회 의장단이 자주 이용한 식당과 사용 금액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 기사는 2020년 한국기자상 전문보도부문 수상작을 받았다. 심사단은 “시민 감시가 소홀한 기초의회의 업무추진비 사용 실태를 빅데이터로 분석해 돋보였다”라고 평가했다.

마부작침이 보도한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의 첫 회의 대표 화면. SBS 홈페이지 갈무리
마부작침이 보도한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의 첫 회의 대표 화면. SBS 홈페이지 갈무리

데이터로 발견한 적발 사례

‘털어봤다! 동네의회-업무추진비’ 1편에서는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을 지역, 건수, 금액 등으로 분류했다. 데이터 분석 결과,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전북 전주시 의회였다. 2년간 의장단 7명이 2억 9422만 원을 썼다. 사용 금액이 가장 적었던 곳은 경북 청송군 의회였다. 의장단 2명이 2,821만 원을 썼다. 취재팀은 시·군·구 의회 간에 사용 내역의 차이가 큰 것을 발견했다. 의장단이 사용하는 업무추진비를 얼마나 편성할 것인지를 규정한 전국적 기준이 따로 없는 데서 비롯한 일이었다.

마부작침 취재팀은 전국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단이 가장 많이 찾은 식당을 순위별로 분석했다. SBS 홈페이지 갈무리
마부작침 취재팀은 전국 기초의회 전반기 의장단이 가장 많이 찾은 식당을 순위별로 분석했다. SBS 홈페이지 갈무리

2편에서는 심야 사용, 주말 및 공휴일 사용, 소액 결제로 나눠 사용, 본인과 지인 가게 사용 등 특이한 사례를 적발했다. 서울 성북구의회 전반기 의장은 업무추진비를 ‘이상한 방식’으로 사용한 대표적 사례였다. 그는 2년 동안 1만 원 미만 결제로 196차례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총액으로 120만 원 정도였다. 1건 평균 6000원 정도 쓴 것이다. 업무추진비를 가장 많이 사용한 곳은 00 커피 한성대점이었다. 카페 건물 7층은 그의 자택이었다. 집 앞 마트나 과일가게, 정육점 등에서도 업무추진비를 사용했다. 업무와 상관없는 개인 용도로 공금을 사용한 것이다.

이외에도 취재팀은 업무추진비로 사용하면 안 되는 의장실 화분 구입, 직원격려 물품 등을 구입한 의회를 적발했다. 또한, 동료 의원에게 선물을 준다는 명목으로 한 업체에서 48만 원, 44만 원으로 두 번 나눠서 결제한 것도 적발했다. 50만 원 이상 지출하면 사유서를 작성해야 하는 지침을 피하려는 꼼수로 추정되는 행태였다.

3편에서는 제대로 정보를 공개하지 않는 기초의회의 현실을 지적했다. 지방자치단체는 자체감사 운영에 필요한 사항을 밝힌 규칙을 갖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에 소속된 모든 기관이 감사받는 게 아니다. 지자체의 감사 규칙에 감사 대상으로 특정된 기관만 감사한다. 지방 의회 의원들의 업무추진비를 감사하려면, ‘의회 사무국’을 감사 대상으로 선정해야 하는 것이다. 2020년 7월 기준 감사 대상 기관에 의회 사무국을 포함한 기초자치단체는 73.5%(166개)다. 나머지 26.5%(60개)에 해당하는 기초의회 사무기구는 감사받지 않는다.

2020년 7월 기준 감사대상 기관에 의회 사무국이 포함된 기초자치단체는 226개 중에서 166개였다. SBS 홈페이지 갈무리
2020년 7월 기준 감사대상 기관에 의회 사무국이 포함된 기초자치단체는 226개 중에서 166개였다. SBS 홈페이지 갈무리

마지막 외전 편에서는 취재 과정에서 겪었던 어려움을 풀어냈다. 일부 의회는 업무추진비 관련 정보를 공개하지 않았다. 공개하는 경우에도 체계적 분석을 어렵게 만드는 이미지 파일 형태로 제공하는 일이 많았다. 의회마다 업무추진비를 관리하는 방식도 달랐다. 한 의회는 연도별로 뭉뚱그려 공개했고, 어떤 의회는 의장, 부의장, 상임위원장 등 직위별로 나눠 공개했다. 국민의 관점에서 데이터를 어떻게 관리하고 공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취재팀은 지적했다.

데이터가 만든 변화

보도 이후, 지역시민단체들이 모인 ‘참여자치 지역 운동연대’는 ‘지방의회 의정활동 통합 정보공개시스템 구축’을 제안했다. 행안부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이유로 이 제안을 당장 받아들이진 않았지만, 후속 조처로 지방자치법을 비롯한 5개 관련법의 제·개정안을 발의했다. 뒤이어 2020년 말 지방자치법 개정을 통해 의정활동 정보공개 의무를 제도화했다. 데이터를 바탕으로 한 문제 분석은 기초의회 감시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국민의 관심과 변화를 이끌었다.

*기사 원문은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인터랙티브 검색기는 여기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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