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학개론 마지막 이야기

 

힙학개론 에필로그. 영상 서현덕

2022년 가을에 시작한 '단비 오리지널 웹 예능 콘텐츠 힙학개론'이 이번 에필로그 편을 끝으로 막을 내린다.

'힙하다'는 말의 의미를 찾아서 김아연 기자가 발로 뛰었다. 다만, 기자가 아니라 MC로.

제천 세명대학교 캠퍼스를 누비면서 힙을 물어보고 다니다가, 총장님이 힙하다는 소식을 들었다.

술집에 있던 학생들의 술 값을 계산하고, 교내에 커피차를 제공했다는 정보를 듣고 역시 재력이 곧 힙의 소양인 줄 알았다. 직접 만나본 세명대학교의 총장님은 본인은 검소하면서 남에게 베푸는 사람이었다. 돈이 많아야 힙해질 수 있는 줄 알았는데, 그보다 중요한 것은 여유로운 마음이라는 것을 알았다.

힙한 가수 황소윤의 팬이어서 그의 모교인 간디학교를 찾아갔다. 아이들은 교정에서 자유롭게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국어, 영어, 수학 같은 문제집을 푸는 사람은 없었다. 랩을 하고, 음악을 만들고, 애니메이션을 만들거나, 춤을 추고, 철학책을 탐독하는 학생들이 있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하게 알고, 미래를 걱정하기보다 긍정적으로 만들어 가는 학생들의 모습은 자유로움 그 자체였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각자의 힙이 빛난다는 것을 발견했다.

IT의 성지, 판교 테크노벨리에 있는 기업을 다니는 직장인들은 자율복장으로 출근한다. 자유로움이 있으니 힙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아 찾아갔는데, 직장인들은 모두 자신들이 '힙'과는 거리가 멀다고 이야기한다. 실망하고 돌아서려다가 이야기를 조금 더 들어봤다. 분명한 자신만의 철학이 있었다. 힙한 사람을 무조건 따라 하기에 앞서 자신이 가진 자본을 고려해야 한다거나, 물건에 종속되지 않기 위해 실용성을 먼저 생각한다고 말한다. 과시하는 소비를 지양하지만, 좋아하는 것에 적극적으로 소비하는 것은 존중한다고 말한다. 자신만의 삶의 기준을 가지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다 보니, 각자가 가지고 있는 숨겨진 '힙'을 발견하게 되었다.

아연 MC는 정말 많은 사람에게 묻고 다녔다. "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대부분은 대답을 잘해주지 않거나, 아예 시선도 주지 않고 자리를 피했다. 그렇게 100명이 넘는 사람을 만났다. 그중에는 아연의 질문에 진지하게 대답해 주는 멋있는 사람들도 있었다. 세명대 총장님부터 제천 간디학교의 학생들, 판교의 직장인들을 만나면서 모두의 마음속 어딘가에 '힙'이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힙 레벨 0'인 아연 MC가 '힙 만렙'을 만나 힙을 물어보고 다녀보니, '힙'은 먼 곳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자기 자신의 마음 안에도 '힙'이 자리하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이제 아연 MC가 자신 있게 말한다. 우리 모두 힙의 최고 레벨에 도달해 있다고.

'힙학개론'은 우리 사회에 있는 '다양성'을 재치 있게 담아내는 웹 콘텐츠를 표방했다. '힙하다'는 말에는 자유롭고, 개성이 넘치는 사람을 동경하는 시선이 담겨 있다.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대 한국 사회의 억압적인 구조와 그 맥락도 살펴볼 수 있다고 생각했다. 다만, 예능 콘텐츠의 역할은 진지하고 무겁게 문제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즐겁고 유쾌한 웃음을 바탕으로 내용을 전달해야 하는 것이기에, 문제를 직접적으로 부각하지 않았다. 우리 사회가 지향하는 '다양성'의 긍정적이고 밝은 측면을 '힙'이라는 단어에 녹여내어 전달하려고 노력했다.

에필로그에서는 MC 아연과 함께 그간 방송을 돌이켜보며, 일련의 과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졌다. 그리고 가장 고생한 MC를 위한 조촐한 축하의 시간, 그동안 부족했던 구독자들과의 소통 시간을 담았다.

(기획: 서현덕, 서현재, 최예은 PD / 연출: 서현덕 PD / 출연 : 김아연 기자)

언제부턴가 '힙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여성 장관의 염색하지 않은 흰 머리를 보고 '힙하다'고 하고,

개성이 뚜렷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가진 인디밴드를 '힙하다'고 말한다.

고기를 잡으면서도 시를 짓고 사는 어부를 '힙하다'고 하고,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귀농한 가수를 '힙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힙'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형용한다. 그런데 그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힙'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느낌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힙하다'는 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SNS의 시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통 큰 바지, 화려한 염색, 독특한 음악 취향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소신 있는 소비나 발언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증명하기도 한다.

자기표현이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지만, 동시에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SNS의 발달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경쟁과 갈등 속에서, 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루트를 걸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힙을 쫓는 시대'다. 힙한 카페, 힙한 음악, 힙한 패션 등, '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돈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들이 '힙'을 이토록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표현의 시대에, 자기표현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힙함'을 동경하게 된 것은 아닐까?

<힙학개론>에서 '힙'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현대인들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을 직접 만나 묻는다.

"'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대답 속에서 '힙'의 가치를 탐구한다. <힙학개론>은 현대 사회에서 '힙'이라는 단어가 지닌 가치와 시대상에 대한 기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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