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디학교에서 힙을 배우다


한국의 정규 교육제도는 획일적인 두발과 교복 규정으로 학생들의 개성 표현을 막는다. 제천의 간디학교는 비인가 대안학교다. 간디의 불복종 정신을 배우는 학교. 기존 교육에 순응하지 않고 새로운 문화를 만드는 공간. <힙학개론>은 사회에서 요구하는 모습이 아닌 자신이 정의 내린 가치를 아는 학생들을 만나고 싶었다. 그리고 그들이 생각하는 힙에 대해 알아보고자 했다.

간디학교 학생들은 한국 사회의 보편성을 거부하고 직접 대안을 선택했다. 청소년 대부분이 선택하는 학원, 인터넷 강의 같은 사교육은 선택하지 않았다. 국·영·수 중심의 수능 준비가 아니라, 미술, 음악, 철학 등 자신이 선택한 공부를 한다. 즉석 랩 공연을 선보이는 이도 있고, 열여덟 살임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만든 음악으로 앨범을 준비하는 이도 있다. 이들은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시하고 시행착오를 두려워하지 않는다. 그들의 미래는 누구보다 분명했다. 학생들은 전형적인 교육의 틀에서 벗어나 자신들의 미래를 위해 자유롭게 달려가고 있었다.

( 기획·연출: 서현재 최예은 PD, 김아연 기자 / 촬영: 서현덕 PD / 편집: 서현재 최예은 PD )

언제부턴가 ‘힙하다’는 말을 많이 쓴다.

여성 장관의 염색하지 않은 흰 머리를 보고 '힙하다'고 하고,

개성이 뚜렷한 자기만의 음악 세계를 가진 인디밴드를 '힙하다'고 말한다.

고기를 잡으면서도 시를 짓고 사는 어부를 '힙하다'고 하고,

화려한 연예계 생활을 뒤로하고 귀농한 가수를 '힙하다'고 말한다.

이처럼 ‘힙’은 다양한 상황과 사람을 형용한다. 그런데 그 정확한 의미를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힙’이라는 단어가 주는 막연한 느낌으로 짐작하고 있을 뿐이다. 과연 '힙하다'는 말의 정의는 무엇일까?

SNS의 시대, 누구나 자유롭게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통 큰 바지, 화려한 염색, 독특한 음악 취향 등으로 자신을 표현하기도 하고, 소신 있는 소비나 발언으로 자신만의 개성을 증명하기도 한다.

자기표현이 어느 때보다 자유로운 시대지만, 동시에 자유롭지 못한 시대다. SNS의 발달로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경쟁과 갈등 속에서, 능력주의가 팽배한 사회에서 천편일률적인 성공의 루트를 걸어야 한다는 압박 속에 살아간다.

'힙을 좇는 시대'다. 힙한 카페, 힙한 음악, 힙한 패션 등, '힙'이라는 수식어를 붙이면 돈이 모이고 사람들이 모인다. 사람들이 ‘힙’을 이토록 갈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자기표현의 시대에, 자기표현을 할 수 없는 이들이 자신을 마음껏 표현하는 ‘힙함’을 동경하게 된 것은 아닐까?

<힙학개론>에서 ‘힙’을 탐구해보고자 한다. 현대인들의 삶으로 들어가 그들을 직접 만나 묻는다.

“‘힙’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다양한 대답 속에서 ‘힙’의 가치를 탐구한다. <힙학개론>은 현대 사회에서 ‘힙’이라는 단어가 지닌 가치와 시대상에 대한 기록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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