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사라지지 않는 언론의 ‘단독’ 표기 과잉 문제

언론 보도에서 ‘단독’ 표시는 다른 언론사는 구하지 못한 정보를 기자가 유일하게 찾아 보도한 것을 뜻한다. ‘단 하나’의 보도인 만큼 일반 기사보다 높은 가치를 인정받는다. 단독 보도는 내용에 독창성이 있거나 보도의 깊이가 있고 파급력이 큰 뉴스이다. 이런 단독은 이를 발굴하기 위한 언론사의 기획, 탐사 같은 노력의 결실이다. 숨겨진 진실을 파헤침으로써 권력 감시에도 큰 역할을 한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언론의 ‘단독’ 표시는 단지 다른 언론사가 다루지 않았다는 의미일 뿐, 권력 감시나 진실 발굴 보도와는 거리가 멀어졌다. ‘단독’ 표기를 남발하면서 그저 뉴스 소비자의 눈길을 끌기 위한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얄팍한 내용에다 부정확한 정보가 담긴 기사에까지 단독 표기를 하면서 진정한 단독 기사의 가치가 훼손되고 있다.

1년 동안 하루 50건씩 쏟아진 ‘단독’ 기사

언론진흥재단의 기사 데이터베이스인 빅카인즈를 통해 지난 15일 기준으로 1년 동안의 기사들을 조사한 결과 제목에 단독이라고 표시한 기사는 1만 8473개였다. 하루에 약 50개의 단독 기사가 보도된 것이다. 가장 단독 기사를 많이 보도한 언론사는 <서울경제>로 1351개였다. 1000건 이상을 보도한 언론사는 모두 세 곳이었는데, <매일경제> 1347개, <중앙일보> 1226개, <동아일보> 1206개였다. 다음으로 <경향신문>은 957건, <조선일보>는 955건이었다.

빅카인즈 상세검색을 통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1년간 제목에 ‘단독’을 붙인 뉴스를 검색한 화면. 총 18,473건이 검색되었다. 빅카인즈 누리집 갈무리
빅카인즈 상세검색을 통해 지난 15일을 기준으로 1년간 제목에 ‘단독’을 붙인 뉴스를 검색한 화면. 총 18,473건이 검색되었다. 빅카인즈 누리집 갈무리

‘단독’인 이유를 알 수 없는 ‘단독 기사’들

2018년에 나온 이화여대 커뮤니케이션 미디어연구소 유수정 연구위원의 논문 “포털에서 유통되는 ‘단독’ 보도의 유형에 대한 탐색적 연구”에 따르면 본문에 단독이라고 표시한 이유를 설명하지 않은 보도가 60%에 달했다. 단독이라고 표시는 했지만 다른 언론사 기사와 차별되는 내용이 무엇인지 드러나지 않는 경우가 더 많은 것이다.

논문에 의하면 단독을 유형별로 보았을 때, 수사결과나 연구결과 같이 이미 공개된 자료를 최초 보도한 ‘단독 입수’ 기사가 절반을 넘었다. 기자 스스로 연구한 독자적 기획이나 탐사에 의해 발굴된 ‘단독 발굴’ 기사는 14.0%에 불과했다. 단독이 될 만한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는 ‘단독 불분명’ 기사는 7.8%를 차지했다.

지난 12일 조선일보가 “[단독] ‘이재명 부모 묘지 훼손’ 경찰 합동수사팀 내사 착수”를 보도했다. 사안 자체는 여러 언론이 보도한 것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부분만 추가된 것인데 ‘단독’ 표시를 했다.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지난 12일 조선일보가 “[단독] ‘이재명 부모 묘지 훼손’ 경찰 합동수사팀 내사 착수”를 보도했다. 사안 자체는 여러 언론이 보도한 것으로 경찰이 수사에 착수했다는 부분만 추가된 것인데 ‘단독’ 표시를 했다. 조선일보 누리집 갈무리

예를 들면 지난 12일 <조선일보>가 보도한 “[단독] ‘이재명 부모 묘지 훼손’ 경찰 합동수사팀 내사 착수”는 ‘단독 불분명’에 해당한다. 이 대표의 페이스북 인용하거나 경찰 관계자의 말을 옮긴 부분은 다른 언론의 기사와 같은 내용이다. 경찰이 수사를 착수했다는 한 부분만이 아직 다른 언론이 보도하지 않은 추가적인 사실이었다. 사안으로 보아 경찰이 수사에 착수하는 것이 특이한 일도 아닌 만큼 ‘단독’ 보도라고 강조할 가치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

‘단독 표시 남발’ 배경은 포털 통한 뉴스 유통

단독 표시가 남발되고 있는 이유는 뉴스 유통에서 차지하는 포털의 영향력 때문이다. 신문이나 방송 같은 전통 매체를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이 줄었다. 인터넷 포털을 통해 뉴스를 보는 사람들은 크게 늘었다. 다양한 매체들이 등장하면서 포털에서도 언론사들 사이의 경쟁은 치열해졌다. 사람들의 눈길을 잡기 위해 선정적이거나 자극적인 제목이 많아진 이유다.

이런 상황이 언론사가 단독 표시를 통해 다른 기사와 차별화를 시도하게 된 배경이다. ‘단독’ 표시를 하면 포털에서 뉴스 소비자의 선택을 받는 데 확실히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높은 조회수는 인터넷 광고 등 수익으로 직결되기 때문에 단독 표시는 수익 극대화를 위한 수단이 된다.

단독 표시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자 <JTBC>는 지난 2018년 2월 ‘단독’ 표시를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대신 “<JTBC> 취재 결과 밝혀졌습니다”, “<JTBC>가 입수했습니다”와 같은 표현을 사용하기 시작했다. 단독이라고 주장하는 것은 사실상 똑같지만 제목에서 ‘단독’ 표기를 하지 않는 것만 해도 중요한 변화였다. 이후 방침을 수정해 사회적 의미가 큰 내용으로 탐사나 심층 보도를 하는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단독 표기를 하는 것으로 기준을 완화했다.

KBS가 내부적으로 만든 ‘단독 기사 체크리스트’. 출처 KBS
KBS가 내부적으로 만든 ‘단독 기사 체크리스트’. 출처 KBS

‘단독 표시’ 경쟁이 아니라 진짜 ‘단독 보도’ 경쟁을 해야

<KBS>도 단독 남발에 따른 언론의 신뢰 하락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단독 표기를 위한 기준을 만들었다. <KBS>는 지난해 2월 ‘단독 기사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사내에 공유했다. ‘독점성/독창성’과 ‘중대성’, ‘명확성’이라는 세 가지 영역으로 나누어서 여덟 가지 세부 항목을 따져 단독 기사로 표시할 것인지를 정한다는 것이다. ‘단독 보도’라는 것이 갖는 진정한 의미를 되살리기 위한 노력으로 보인다. 취재진과 보도 책임자 사이의 의견이 엇갈릴 경우 판단 절차까지 만들어둔 점이 눈에 띈다.

사실상 큰 의미가 없는 기사의 제목에 ‘단독’ 표시를 하는 것은 소비자를 기만하는 행위다. 포털의 영향력이나 언론사의 경영적 어려움 등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더라도 결국 이런 단독 표시 남발 문제는 언론사들이 책임질 부분이다. 엉터리 단독 표시가 언론 신뢰에 미치는 영향을 잘 헤아려서 언론사들이 자체 기준을 엄격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 특정 언론사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언론계 전반에서 이 문제의 심각성을 인식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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