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허위·조작정보’의 온상이 된 소셜미디어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지는 허위·조작정보

코로나19가 유행하던 시기에 바이러스 외에도 기승을 부리던 게 하나 있다. 바로 잘못된 정보를 담은 ‘허위·조작정보’이다. ‘표백제가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있다?’, ‘소 배설물을 바르면 코로나가 없어진다’, ‘마늘을 먹으면 코로나19 감염을 막을 수 있다’ 등등은 모두 소셜미디어를 통해 퍼진 코로나19와 관련된 잘못된 주장이다. 2020년 3월, 안토니오 구테흐스 UN 사무총장은 코로나19를 둘러싸고 퍼지는 허위 정보들의 위험성을 지적하며 “인포데믹(infodemic)은 우리의 적이다”라고 말할 정도였다. 인포데믹은 ‘정보’(information)와 ‘팬데믹’(pandemic)의 합성어로, 잘못된 정보가 유행병처럼 빠른 속도로 퍼지는 현상’을 의미한다.

그의 말은 현실이 됐다. 2020년 4월, 이란에서 ‘메탄올이 코로나를 예방할 수 있다’라는 가짜 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도로 퍼지면서 5000명이 중독되고 525명이 사망했다. 잘못된 정보를 담은 뉴스가 얼마나 즉각적이고 치명적인 피해를 초래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허위·조작정보’는 사실이 아닌 정보가 사실인 양 언론 보도와 유사한 형식을 띠고 널리 전파되는 것을 뜻한다. 뉴스란 사실의 정보를 신속하고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목적이기에, ‘허위·조작정보’는 뉴스가 아니다. 워터게이트 특종으로 유명한 밥 우드워드 <워싱턴포스트> 기자는 2019년 9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매일경제가 공동 주최한 '4차 산업혁명과 허위·조작정보로 인한 세계적 저널리즘의 위기' 포럼에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이 언론의 신뢰를 저해하려는 의도로 사용하는 ‘가짜뉴스’라는 말을 폐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언론에 관한 불신을 확산하고, 특정 세력이 정치·경제적 이득을 얻을 의도로 퍼뜨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국내에서는 한국외국어대학교 김민정 교수가 논문에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폐기하고 ‘허위·조작정보’로 사용할 것을 제안했다. EU와 영국 역시 ‘가짜뉴스’라는 용어를 공식적으로 폐기하고 ‘허위·조작정보’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사실이 아닌 정보인 '허위조작정보'가 사실인 양 언론 보도와 유사한 형식을 띠고 널리 전파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사실이 아닌 정보인 '허위조작정보'가 사실인 양 언론 보도와 유사한 형식을 띠고 널리 전파되고 있다. 출처 게티이미지뱅크

허위·조작정보에 현혹되는 사람들

디지털 기기가 발달한 이후로, 기성 언론이 아닌 다양한 매체에서 사실 검증을 제대로 거치지 않은 정보를 우후죽순으로 생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왜 우리는 허위·조작정보에 쉽게 현혹되는 걸까.

뉴스보다 빠르게 퍼져나가기 때문이다.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 경영대학원에서 온라인상의 뉴스 확산에 관한 연구를 진행한 결과, 온라인 내 ‘허위·조작정보’의 확산 속도가 뉴스보다 평균 6배나 더 빨랐다. 진짜 뉴스가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60시간이었던 반면, ‘허위·조작정보’가 1500명에게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은 불과 10시간이었다. 전파 범위에서도 압도적이었다. ‘허위·조작정보’는 뉴스보다 평균 35% 많이 퍼졌고 리트윗되는 횟수도 70% 더 많았다. 그렇다면 왜 빠르게 퍼져나가는 걸까? 크게 두 가지로 설명할 수 있다.

첫 번째는 ‘확증편향’이다. 확증편향이란 사람들이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듣고 싶은 것만 듣는 것을 의미한다. 확증편향이 발생하는 이유는 ‘자기방어 동기’와 ‘정확성 추구 동기’로 설명할 수 있다. 사람들은 기존에 가지고 있는 신념, 가치관, 의견하고 합치되지 않는 정보를 접하게 되면 상당한 불편함을 느끼는데, 이를 인지 부조화라고 한다. 이러한 인지 부조화를 줄이기 위해 사람들은 정보를 접했을 때 그 정보를 자기가 가진 신념, 의견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왜곡 해석하기도 하고 편향된 방식으로 기억하기도 한다. 이를 ‘자기방어 동기’라고 한다. ‘정확성 추구 동기’는 주어진 정보의 타당성을 정확하게 판단하고자 하는 동기다. 문제는 사람들이 ‘정확한 결론을 내려야 되겠다’는 동기가 모든 이슈에 대해 동일한 수준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안마다, 상황마다 정확성을 다르게 추구하니 부정확한 정보를 습득할 우려가 있다.

두 번째는 사람들의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이다. 요즘처럼 너무나 많은 양의 정보가 쏟아져나오는 상황에서 사람들은 참이나 거짓을 판단할 만한 사전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 따라서 주변 단서에 의존해서 그 정보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많이 접해 보고, 많이 들어본 것 같은 얘기를 진실인 양 받아들이기 쉽다. 선동정치의 대가로 알려진 나치의 괴벨스는 “거짓말을 되풀이하면 결국 모든 사람이 믿게 된다”라는 말을 남겼다. 허위·조작정보라도 반복해서 본다면 참으로 판단한다는 의미다.

하지만, 허위·조작정보를 믿는 소비자들에게 모든 책임을 돌려서는 안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정보환경 속에서 사람들의 인지 편향과 정보 처리 능력의 한계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래야만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해결책을 다각도로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으로 문제가 되는 허위·조작정보

허위·조작정보는 과거에도 존재했다. 백제 무왕이 지었다는 <서동요>에 얽힌 설화도 선화공주와 결혼하려고 거짓 정보를 노래에 담아 퍼뜨렸다는 것이다. 하지만, 과거에는 정보 생산과 유통이 쉽지 않아, 확산 속도나 범위가 매우 한정됐다. 하지만 지금은 모든 사람이 연결된 초연결사회여서 정보의 생산과 유통의 진입 장벽이 매우 낮아졌다. 누구나 쉽게 ‘허위·조작정보’를 상업적 이익이나 정치적 목적을 위해 전 세계에 전달할 수 있다. 문제는 ‘허위·조작정보’가 다른 사회적 문제와 결합하면, 문제들을 더욱 증폭할 수 있다는 점이다.

양극화가 심각한 사회에서 상대를 공격하고 폄하하는 허위·조작 정보들이 퍼진다면 어떻게 될까? ‘허위·조작정보’가 알고리즘을 타고 다른 사람들의 삶을 제대로 보지 못하도록 눈과 귀를 막을 것이다. 현실에 관한 공통된 인식이 사라져 문제 해결책을 모색할 기반조차 잃어버려 사회는 더욱 심각한 양극화에 이르게 될 것이다. 정치 쪽에서도 이해관계에 따라 허위·조작정보를 이용해 양극화를 부추기곤 했다.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CNN이나 뉴욕타임스 등이 자신에게 불리한 보도를 하면 그 보도에 대해 구체적인 반박을 하기보다는 통째로 ‘가짜뉴스’라고 공격하며 언론의 신뢰를 떨어뜨리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행동을 반복했다.

사람들은 허위·조작정보라는 걸 알게 되더라도 인지 부조화를 해소하기 위해 허위·조작정보로 형성된 기존의 믿음을 고수하는 경향이 있다. 이처럼 잘못된 정보가 정정된 후에도 대상에 대한 태도에 여전히 영향을 미치는 현상을 ‘신념의 메아리(Belief Echo)’라고 시러큐스대학교 정치학자 에밀리 토슨이 정의했다. 허위·조작정보 생산자는 거짓으로 판명이 나더라도 의도한 효과는 거둘 수 있으므로 계속해서 조작된 정보를 만들어내는 것이다.

소셜미디어 통해 집중 유통되는 허위·조작정보

자극적인 제목과 미리보기를 내세워 ‘허위·조작정보’를 올리는 유튜브 계정. 유튜브 갈무리
자극적인 제목과 미리보기를 내세워 ‘허위·조작정보’를 올리는 유튜브 계정. 유튜브 갈무리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특히, 영상 소셜미디어인 ‘유튜브’를 통해 ‘허위·조작정보’가 많이 유통되고 있다. 선정적인 제목·소재와 허위사실을 담은 미리보기로 시청자들의 흥미를 유도한다. 오로지 수익 창출을 위해 만들어진 엉터리 콘텐츠로, 높은 조회 수를 기록하고 있다.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허위·조작정보’가 많이 유통되는 데는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 한국언론의 신뢰성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응답자들은 TV, 포털 다음으로 소셜미디어의 영향력이 크다고 응답했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 2021년 12월 발표한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83.5%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뉴스를 이용한다고 답했다. 뉴스·시사 정보를 접하는 소셜미디어로는 유튜브가 66.8%를 차지해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카카오톡(51.1%), 페이스북(28.2%), 인스타그램(25.7%) 순이었다.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TV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2021 소셜미디어 이용자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TV를,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했다. 출처 한국언론진흥재단

유튜브를 가장 많이 접한다면서도 허위·조작정보를 주로 확산한다는 이유로 신뢰도는 가장 낮게 평가했다. 첫 번째 표를 보면 응답자들은 가장 신뢰하는 매체로 TV를 꼽았으며, 가장 신뢰하지 않는 매체로 소셜미디어를 지목했다. 또 응답자의 58.4%는 유튜브가 허위·정보가 주로 확산하는 소셜미디어라고 답했다. 그 뒤를 이어 카카오톡 10.6%, 페이스북 8.0%, 온라인 카페 6.7%, 트위터 5.0%로 나타날 정도로 유튜브를 허위·조작 정보 유통 창구로 지목한 사람이 많았다.

‘허위·조작정보’를 바로잡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을까?

허위·조작정보에 따른 피해가 커짐에 따라 세계 각국은 ‘허위·조작정보’에 따른 법적 책임을 묻고 있다. 독일에서는 페이스북·트위터 등 소셜미디어 사업자가 허위·조작정보를 삭제하지 않으면 최대 5000만 유로(약 650억 원)의 벌금을 부과한다.

한국에서도 ‘허위·조작정보’로 피해를 보았다면, 특정 사안에 대해 법적 책임을 물을 수도 있다. 명예훼손, 사생활 침해 등 개인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허위·조작정보’는 작성자에게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고, 선거와 관련된 허위사실 유포나 명예훼손에 대해서는 공직선거법에 따라 처벌할 수 있다.

하지만, 국내에서 ‘허위·조작정보’를 규제하는 법이 존재하더라도 처벌까지 가기 어렵다. 허위·조작정보’에 관한 개념조차 명확하지 않고, ‘거짓 또는 왜곡된 사실’이나 ‘언론 보도로 오인하게 하는’ 내용의 정보를 규제 대상으로 정의하는 등 포괄적이고 추상적이다. 이런 상황에서 무리하게 규제하면, 오히려 표현의 자유와 언론·출판의 자유 등 같은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정보통신망법에 따라 포털과 같은 인터넷 서비스사업자들도 해당 정보를 삭제하거나 차단할 책임이 있다. 하지만,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으면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마땅한 규제 수단이 없는 것이 현실이다.

세계의 움직임에 따라 소셜미디어 업계에서도 규제책을 내놓고 있다. 페이스북은 조회수 대비 공유 수가 많은 게시물은 ‘허위·조작정보’일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해당 게시물 노출 횟수를 줄인다. 유튜브는 지난해 1월, 허위 주장을 하는 새 동영상을 게시하는 모든 채널은 앞으로 경고받게 될 것이라는 새로운 규정을 발표했다.

이미 유튜브는 2021년 12월 잘못된 정보, ‘허위·조작정보’를 올리지 말 것을 경고했고 유예기간을 뒀다. 앞으로 경고받은 채널은 동영상 게시 또는 실시간 스트리밍 서비스를 일시 중단하고 동일한 경고를 90일 안에 3번 이상 받으면 그 채널은 영구적으로 삭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구글도 기계학습 기술로 악성 댓글을 잡아내는 기술을 선보였다. 페이스북과 구글 모두 언론사와 제휴해 ‘허위·조작정보’ 확산을 막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허위보도나 잘못된 보도를 언론계 스스로 규제하고 통제하고 관행을 바꿔나갈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 장치들을 각 언론계 종사자와 플랫폼 사업자가 논의하여 도출해야 한다. 언론도 ‘팩트체크’를 확대해 허위·조작 정보 유통을 막는 역할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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