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57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

일본 도쿄전력이 후쿠시마원전의 방사성 물질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기로 한 가운데, 해외 과학자들이 ‘오염수가 안전하게 처리됐다는 주장을 믿기 어렵다’고 공개적으로 이의를 제기했다. 2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 제2 소회의실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페렝 달노키 베레스 미국 미들베리국제대학원 교수는 도쿄전력의 원전 오염수 처리 관련 자료를 신뢰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는 ‘후쿠시마 오염수 안전성에 대한 10가지 문제’를 주제로 한 발표에서 “도쿄전력이 (데이터를 제공한) 4년 3개월 동안 전체 1천 개가 넘는 오염수 저장 탱크 중 불과 몇 개의 수조에서만 샘플링을 진행했으며, 그것도 전체 64개 방사성 핵종 중 9개만 샘플링한 것으로 확인했다”고 밝혔다. 도쿄전력이 매우 제한적인 표본조사만 해놓고 전체 오염수가 안전하다고 강변했다는 것이다.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 없는 데이터”

핵물리학자인 베레스 교수는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18개 나라로 구성된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자문단으로 활동하면서 도쿄전력의 오염수 데이터를 받아 분석해 왔다. 카이스트(한국과학기술원)의 초빙교수로서 소형원자로(SMR) 관련 연구도 하고 있는 그는 “도쿄전력이 확인한 9개의 방사성 핵종은 오염수 해양 방류의 안전성을 입증할 대표성이나 인과성이 없다”고 말했다. 베레스 교수는 또 “샘플링한 오염수 역시 저장 탱크의 4분의 1수준만 측정해,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에 대한 정보가 전무한 불완전하고, 부정확하며, 일관성 없는 데이터 표본 추출”이라고 지적했다.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자문단이자 카이스트의 핵물리학 초빙교수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태평양도서국포럼(PIF)의 과학자 자문단이자 카이스트의 핵물리학 초빙교수인 페렝 달노키 베레스 교수가 26일 국회에서 열린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주제 발표를 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통해 원전 오염수의 방사성 물질을 대부분 걸러낼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베레스 교수는 “데이터 결과값을 보면 방사성 물질 제거의 효율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고준위 방사성 슬러지 폐기물을 ALPS가 처리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ALPS로 처리한 후에는 몇 배 차이 나지 않는 것이 정상인 일부 핵종의 비율이 1만 6000배 이상 차이가 나는 등 도쿄전력의 데이터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베레스 교수는 또 켄 부에슬러 미국 우즈홀해양연구소(WHOI) 연구원의 말을 인용, 사고가 난 원전의 오염수를 바다에 쏟아내는 것은 '방류'가 아닌 '투기'라는 표현을 써야 한다고 말했다. 도쿄전력은 방사성 물질이 해양에 방류되면 시간이 지나면서 희석되고 농도가 낮아져 해롭지 않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베레스 교수는 부에슬러 연구원의 데이터 분석 결과를 들어 “방사성 물질이 강이나 지하수로 계속 스며들고 해양생물에 누적될 가능성이 있어, 완전히 희석된다고 보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부에슬러 연구원이 후쿠시마원전 근처 바다 밑 진흙을 분석한 결과 세슘 농도가 해양에서 떠온 지표수와 비교했을 때 1만 배 정도 높았다는 것이다. 베레스 교수는 “해저에 있는 방사성 물질은 해류를 통해 떠다니지 않아서 계속 농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으며 결국 해저가 장기적인 방사능 저장소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방사성 물질 어류에 누적되면 최종 포식자인 인간도 영향

이날 화상 연결을 통해 참석한 로버트 리치몬드 하와이대 케왈로연구소 소장은 ‘방사성 물질의 생물학적 흡수와 건강문제’ 발표에서 “방사성 핵종은 식물성 플랑크톤을 시작으로 어류와 최종 포식자인 인간에게까지 생물학적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방사성 물질이 어류의 체내에 유입될 경우 생물학적 반감기는 수개월에서 수년에 이르며, 오염수 방류 기간이 장기화할수록 방사성 물질이 축적되면서 피폭 피해가 커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역시 화상으로 참여한 아르준 마키자니 미국 에너지환경연구원장은 ‘오염수 데이터 적정성 문제와 대안’ 발표에서 도쿄전력과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신뢰성에 의구심을 드러낸 뒤, PIF 과학자들이 제시한 세 가지 대안을 소개했다. 첫째, 지진 위험 요소가 제거된 안전한 오염수 저장 탱크를 확보하고 삼중수소가 충분한 반감기를 거칠 때까지 저장할 것, 둘째, 62개 방사성 핵종에 대한 철저한 ALPS 제염 처리 후, 삼중수소와 탄소-14가 남은 오염수는 인간의 접촉이 적은 곳의 콘크리트 구조물 건설에 활용할 것, 셋째, 방사성 물질을 걸러내는 굴 양식 등 생물학적 정화 방법을 고려할 것 등이다.

발표 후 이어진 지정토론에서 송기호 법무법인 수륜아시아 변호사는 오염수 문제에 대응하는 한국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태도를 비판했다. 그는 "2021년 4월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 이후 원자력안전위원회가 보여준 태도는 우리의 국제법적 권리 행사를 포기하고 사실상 일본의 방출에 동조하고 있다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일본의 오염수 방출은 다른 대안이 있음에도 막대한 양의 오염수를 고의로 방출하는 유례없는 참사이자, 동시에 ‘기후위기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라는 전 인류적 과제에 역행하는 중대한 사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송기호 변호사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송기호 변호사가 후쿠시마원전 오염수 문제에 소극적으로 대응하는 한국 정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를 비판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야당, 국제연대 등 추진하며 정부 적극 대응 촉구

이날 토론회는 더불어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과 기본소득당 용혜인 국회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국회의원 등이 함께 주최했다. 위성곤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장은 태평양 연안국들의 대응을 언급하며 “한국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철저한 과학기술적 검증과 안전장치가 없는 후쿠시마 원전수 해양 방출은 인류 전체에 큰 위험으로 다가올 것”이라며 정부가 유엔 해양협약에 의한 잠정조처 등 국제법적 절차를 밟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현장 참석자들이 단상에 올라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해외전문가 초청 토론회에서 현장 참석자들이 단상에 올라 단체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박정은 기자

양이원영 민주당 후쿠시마오염수해양방출대응단 간사의원은 “그동안 삼중수소 등 약한 방사성 물질에 대해서는 물리학적 관점에서 평가가 이루어진 측면이 있는데 해양 생명, 인체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서도 많은 조사가 있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정부 차원에서 일본 정부에 적극적으로 자료를 요구하고 관련 자료에 대한 검증을 우선해야 한다”고 말했다.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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