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세기 영국 해적 프란시스 드레이크 선장은 치고 빠지는 전술로 세계 최강이던 스페인 무적함대를 괴멸시킨다. 바다를 제패한 영국이 제국주의로 가는 길을 연 사건이었다. 20세기 후반, IT라는 망망대해에서 IBM제국이 독점하던 ‘제해권’은 스티브 잡스와 빌 게이츠라는 자유분방한 히피 집단에 의해 분산된다. IT기술 수혜자는 점점 ‘국가’에서 ‘개인’ 사용자 중심으로 바뀐다. ‘위대한 예술가는 훔친다.’ 잡스는 애플 개발팀에 피카소의 말을 인용하며 해군보다는 해적이 될 것을 주문했다. 해적과 히피는 모두 독점을 지독히 싫어하는 극단적
# 장면 1 - 공항 입국장 문 앞. 여느 때처럼 북적이던 인파가 해외파병 미군 한 명이 지친 기색으로 들어오자 일순 조용해진다. 그는 범죄자인양 사람들 시선을 피해 고개를 숙인 채 들어선다. 이 미묘한 긴장을 지켜보던 한 백발 노인이 큰 결심을 한 듯 팔을 들어 '탁. 탁. 탁.' 느리지만 또렷한 박수 소리로 정적을 깬다. 노인의 돌출행동에 한둘이 동참하더니 마지막에는 우레와 같은 갈채로 모든 이들이 이 ‘고개 숙인 존재’를 열렬히 환영한다. 그리고 자막이 깔린다. “우리는 언제나 당신들을 응원합니다.”유명한 미국 맥주 광고의 한
“내가 대통령으로 있는 한 재벌개혁을 반드시 해내겠다.”(김대중 대통령) “나는 최초로 재벌개혁에 성공한 대통령이 되겠다.”(노무현 대통령) 그러나 두 사람이 대통령직을 걸고 추진했던 재벌개혁은 실패했다. 두 대통령 재임 기간에 대재벌들은 덩치와 문제를 동시에 키웠고, 특히 삼성은 다른 재벌과 정부도 얕잡아 보는 절대강자가 됐다.‘재벌개혁’이 이번 총선은 물론이고 대선의 최대 이슈가 될 전망이지만, 역사의 거울에 비추어 보면 이번에도 조짐이 좋지 않다. 과거로 돌아가 왜 재벌개혁이 실패했는지 살펴보자. 우선 김·노 두 대통령은 정치
정부는 포퓰리즘 입각한 과다 복지 우려‘공생 발전: 위기 이후 자본주의와 한국의 과제’를 주제로 하는 ‘글로벌 코리아 2012’ 국제정책토론회가 23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려 세계적 경기침체와 함께 전환기에 처한 한국의 경제정책 방향 등을 집중적으로 논의했다.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하고 대통령 직속 미래기획위원회가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이명박 대통령이 기조연설을 하고, 노벨 경제학상 수상자인 크리스토퍼 피사리데스(Christopher A. Pissarides) 교수, 존 롤스톤 소울(John Ralston Saul) 국제 PE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정부가 정치권의 복지공약을 점검해서 대중의 인기에 영합하는 ‘포퓰리즘 정책’을 막겠다고 나서서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현재 정치권이 내놓은 복지공약을 이행하려면 향후 5년간 최고 340조원이 필요하다’는 계산을 내놨죠?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기획재정부가 복지태스크포스(TF)를 만들어 여당인 새누리당과 야당인 민주통합당의 복지관련 공약의 소요재원을 계산했다고 합니다. 새누리당의 공약 35건, 민주통합당의 공약 30건을 검토했더니 최소 연간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최근 한나라당과 민주통합당이 경쟁적으로 ‘경제민주화’를 내세우면서 재벌개혁 등의 정책을 제시하고 있습니다. 이를 둘러싸고 논란도 벌어지고 있는데요, 우선 ‘경제민주화’란 어떤 개념인가요? 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독재’에 반대되는 개념이 ‘민주주의’라고 한다면, ‘경제민주화’란 경제적 기회와 성과를 소수가 독점하지 않고 국민 전체가 고루 나누게 하는 것을 의미합니다. 즉 대기업 등 소수가 경제성장의 기회와 과실을 독점하지 말고, 중소기업 자영업자 농민 노동자
여성들의 차이가 젠더 문제라고?여성학과 평화학 강사로 유명한 정희진 박사는 우리가 사는 세상에 투명한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가 사회현상을 분석할 때 안경을 쓰고 볼 수밖에 없어 객관적 현실을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성 문제, 서울과 지방 문제 등 우리 주변에 산재한 많은 문제들은 이러한 렌즈의 존재 여부를 알지 못해 생기는 갈등이다. 사람들이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 중 하나로 정 박사는 서울과 지방 사람의 인식 차이를 든다. 가령, 서울 사람에게 대전은 그다지 멀지 않은 곳이지만 제주도 사람이 느끼는 거리는 전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정부의 경제작전사령부라고 할 수 있는 기획재정부가 어제 대통령에게 새해 업무보고를 했습니다. “올해 닥쳐 올 복합위험에 대처하겠다”는 말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복합위험이란 용어를 쓴 것일까요?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미래의 불확실성을 의미하는 리스크(risk), 즉 위험이 여러 가지라는 의미로 썼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기획재정부는 크게 세 가지를 위험 요소로 꼽고 있는데요, 먼저 지난해 내내 문제가 됐던 유럽의 재정위기입니다. 아직 이렇다할 해법이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올해는 유럽의 재정위기 등으로 전 세계 금융계가 크게 출렁거렸습니다만, 국내 금융계에서도 많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올 한 해 국내 금융계의 5대 이슈를 꼽는다면 어떤 것들을 들 수 있을까요?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굉장히 많은 일로 충격 받고, 분노하고 마음 졸이기도 했던 한 해였습니다만, 우선 16개사의 영업정지와 예금인출사태를 낳았던 저축은행 구조조정을 꼽을 수 있겠습니다. 또 900조 원까지 불어난 가계부채 문제를 뺄 수 없겠죠. 이와 함께 외환은행 매각을
학생 대부분이 정부 공직자인 KDI 정책대학원 재학 시절, 한국 경제발전과 새마을운동의 관계를 주제로 한 수업시간이었다. 나는 호기심에 새마을운동과 북한의 ‘천리마운동’에 어떤 차이가 있는지를 질문했다. 교수는 자기 전공이 아니라면서 답변을 피했고, 갑자기 강의실 분위기가 썰렁해졌다. 정말 차이점을 알고 논점을 분명히 하고 싶어 한 질문이었지만, 이후 나는 학생들 사이에서 ‘좌빨’로 규정됐다. 보수의 가치를 존중하는 내가 ‘좌빨’로 불린 경위이다. 2년 전, 일본 와세다대 유학생이던 나는 북한전문 교수의 강의를 들은 적이 있다. 북
서울 생활을 청산한 뒤 귀농할 꿈을 안고 충북 단양에서 거주할 황토집을 직접 짓던 박찬남(60・가명)씨는 지난 달 14일 갑자기 불어온 강풍에 합판이 떨어지면서 왼쪽 다리뼈가 부러지는 사고를 당했다. 급히 택시를 타고 단양에서 유명하다는 정형외과를 찾았지만 병원 측은 응급처치만 해준 뒤 ‘더 이상 치료는 불가능하니 큰 병원에 가라’고 권했다. 박씨는 일단 임시숙소인 공사현장 옆 컨테이너에 돌아가 쉬다가 도저히 통증을 견딜 수 없어 사흘 만에 강원도 원주시의 원주기독병원으로 갔다. 이곳은 연세대 원주의과대학 부설로 817개의 병상을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지난 10월의 경상수지 흑자가 42억 3천만 달러로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한국은행이 발표했습니다. 경상수지 흑자가 많다는 것은 기본적으로 좋은 일인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걱정스런 부분이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왜 그런가요?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경상수지가 흑자라는 것, 특히 그중 가장 큰 몫을 차지하는 상품수지가 흑자라는 것은 우리 기업들이 수출을 해서 벌어들인 돈이 수입으로 쓴 돈보다 많다는 것, 장사를 잘 했다는 뜻이니 기본적으로 바람직합니다.
‘논쟁에서 이기는 방법은 상대방의 논리를 깨는 데 있지 않고 그것을 왜곡하는 데 있다.’ 무슨 커뮤니케이션 이론에 근거한 게 아니라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논쟁들을 살펴보면 얻을 수 있는 결론이다.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둘러싼 공방전에서 이명박 정권은 협정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이들을 구한말의 쇄국론자나 북한의 폐쇄경제 지지자쯤으로 몰아붙였다.정몽준 전 한나라당 대표는 “지금 쇄국정책을 하자는 거냐”며 “에프티에이 반대론자는 노무현 전 대통령을 매국노라 하는 거나 다름없다”고 말했다. 사실 그 협정에 관한 한 노무현 대
김광진(KBS2라디오 ‘김광진의 경제포커스’ 진행자): 외환카드 주가조작 사건으로 유죄판결을 받아 외환은행 대주주의 지위를 잃은 론스타 펀드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어떤 처분을 내릴 것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습니다. 외환은행 주식에 대한 ‘조건 없는 매각명령’이냐, ‘징벌적 강제매각’이냐가 논란이 되고 있죠?제정임(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교수): 네. 론스타는 지난 2003년 외환은행을 인수하고, 곧 이어 외환카드를 합병했는데요, 이 과정에서 외환카드 주식을 헐값에 사들이기 위해 감자(자본 감축)를 할 것처럼 헛소문을 냈다는 혐의를 받
찰나의 포착과 긴 여운의 직업을 위해2010년 11월 11일은 미얀마 국민에게 역사적인 날이다. 군부정권에 가택연금 당한 민주운동가 아웅산 수지(수치) 여사가 풀려났기 때문이다. 미얀마인들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국부 아웅산의 딸로 태어나 민주화의 상징이 된 이래 15년간 세상과 단절된 뒤였다. 세계적인 통신사와 언론사의 사진기자들은 세상에 다시 얼굴을 내민 그녀의 모습을 찍어 전세계에 알렸다. 하지만 <국민일보>의 미얀마 르포기사(11월18일)에는 한국의 한 대학생이 찍은 사진이 실렸다. ‘프리랜서 기자 김성광’. 사진 아래 조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