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뉴욕 양키즈의 전설적인 포수 요기 베라가 남긴 이 말은 끝까지 승부를 예측할 수 없는 야구의 묘미를 담고 있다. 9회말 투아웃 후에 만루홈런이 터져 승패가 뒤바뀌고, 꼴찌 팀이 월드시리즈에 진출하는 이변과 다양성이 야구의 흥행요소란 뜻으로도 들린다. 역설적이게도 그가 몸담았던 뉴욕양키즈는 메이저리그(MLB) 최다 우승 기록을 보유하고 있고, 베라가 현역이던 1946년부터 1963년까지 17년 동안은 무려 10번이나 우승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뉴욕양키즈가 매년 뛰어난 신인선수를 영입해, 이변도
“연례행사처럼 조류독감, 구제역이 생기면 애꿎은 닭, 오리, 돼지 등을 살처분하는데, 이건 우리가 유전적 다양성을 너무나 없애버렸기 때문에 겪고 있는 재앙입니다. 지금 우리가 기르는 닭과 오리는 거의 복제 닭, 복제 오리 수준이에요. 알을 잘 낳는 닭을 수천 세대 인위적으로 선택하다보니까 유전적 다양성이 다 사라져 가지고. 그러니 한두 마리만 비실거리면 일주일 후에 만 마리가 다 걸리는 거거든요.”활발한 저술·강연 활동으로 과학의 대중화에 앞장서온 생태학자 최재천(64) 이화여대 석좌교수가 22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아마데오 가르시아 가르시아는 타우시로족 최후의 생존자다. 페루 국경 내 아마존 깊숙이 숨어 살던 타우시로족은 유럽인이 퍼뜨린 전염병에 몰살당했다. 아마데오는 1999년 동생이 죽은 뒤로 지구에서 타우시로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사람이 됐다. 그의 말동무는 타우시로어를 기록하기 위해 그를 찾는 언어학자들과 어릴 적 입양 보낸 자식들뿐이다. 그나마 자식들과는 어눌한 스페인어로 짤막한 통화를 가끔 하는 정도다. 이제 70대 노인이 된 아마데오는 대부분 시간을 숲속에서 홀로 사냥하고 술을 마시며 보낸다. 타우시로어로 누군가 말하는 소리가 사무
신촌로터리에는 동상이 하나 있다. 오거리를 덮은 아스팔트처럼 회갈색을 띤 동상은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도로변 작은 잔디밭에 멀뚱히 서있다. 학부 시절 매일 학교 가는 길에 지나치면서도 자세히 본 적이 없다. 그 동상의 의미를 알게 된 건 학교를 졸업하고 나서다. 보도로만 다니던 로터리에 처음으로 스쿠터를 타고 간 날이었다.신촌로터리 동상이 말하는 것지구를 반으로 자른 듯한 반구 위에 축구공의 오각형 무늬가 양각되어 있고 그 위에 건장한 체격의 남자가 웃통을 벗고 서있다. 그는 어깨에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치켜들고 있는 남자아이를
시간은 본래 흐르는 강물과 떠가는 구름에, 아침을 밝히는 태양과 밤을 비추는 달에 있었다. 인류의 시간이 시계 안에 갇힌 건 불과 700년 전이다. 그 전까지 사람들은 자연의 리듬에 맞추어 일어나고 일하고 먹고 잤다. 시간은 해의 위치에 따라 큼직큼직한 덩어리로 인식됐다. 시간을 잘게 1초 단위로 쪼개고 24시간으로 정량화한 것은 기계식 시계가 발명된 이후이다. 자연의 시간이 기계의 시간으로, 주관적 시간이 공공의 시간으로 전환됐다.시간의 무수한 단위들은 마치 시간이 양적으로 늘어난 것 같은 느낌을 준다. 사람들은 실제로 잘게 나누
“비 안 올 때 땅을 이렇게 손으로 쓸면 새까매. 사시사철 그래. 큰 차도 엄청 지나다니고, 말도 마. 요새는 그래도 비 와서 덜한 거지. 안 아픈 양반들이 없어. 다들 심장 같은 데도 시원치 않고, 죽었다 하면 다 암이지 뭐. 여기도 지금 항암 주사 맞으러 병원 다니는 사람이 많어.”지난 8월 21일 오후 충남 보령시 주교면 고정2리 주민회관. 빙 둘러앉아 심심풀이 화투를 치던 할머니들이 오영혜(80)씨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를 쳤다. 이들은 주민회관에서 2킬로미터(km) 거리에 1983년 보령화력발전소가 들어서기 전부터 이
img { cursor:hand;}지난 10월 22일 오후 1시 30분쯤 서울 용산구 서울역 앞 광장. 유모차를 끌거나 유치원생, 초등학생 아이 손을 잡고 온 30~40대 여성 등 60여명이 돗자리를 펴고 삼삼오오 모여 앉았다. 대학생으로 보이는 20대 남녀 대여섯과 가족을 따라 나온 30~40대 아빠들도 몇 명 섞여 있다. 손에 손에 ‘미세먼지 측정과 예보의 정확성을 개선하라’, ‘교육기관 공조시스템 설치’, ‘국내 화력발전소 추가건설 철회하라’ 등이 적힌 파란 손팻말을 들었다. 회원 수 6만 7천여명인 네이버 카페 ‘미세먼지 대
지난 9월 3일 북한의 6차 핵실험 후 유엔(UN)의 대북 제재와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력공격 암시 발언 등이 이어지면서 국제사회는 한반도의 전쟁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문재인 대통령은 ‘한반도 운전자론’을 내세우며 남북문제를 한국이 주도하겠다는 의지를 거듭 밝혔지만 메아리는 없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노동당위원장이 서로 ‘미치광이’, ‘늙다리의 망발’ 등 ‘막말 폭탄’을 주고받는 동안 세계 언론은 사태의 향방을 주시하며 외교전문가들의 분석과 조언을 쏟아냈다.‘가장 강력한 대북경제제재’ 실효성에 회의 미국 일간지
올 여름 누굴 만나러 광주에 갈 일이 있었다. 일을 마치고 기차 시간까지 남은 시간을 어찌 보낼까 궁리하다 5∙18국립묘지에 가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택시로 30분을 달려 도착한 국립묘지는 예상 밖으로 발랄한 분위기였다. 노란 옷을 입고 유치원 생들이 견학을 온 모양이었다. 구수한 향내를 뒤로 하고 유골이 안치된 묘역으로 걸음을 옮겼다. 8월 뙤약 볕에 숨이 막혀왔다. 걸음걸음마다 방아깨비가 놀라 도망을 쳤다. 너무 많아 한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 묘비가 서글펐다. 진한 풀 냄새에 코 끝이 찡해졌다. 한 봉분이 유독 기억에 남는다
“한국 기독교계가 보수적인 신자들을 결집하기 위해 과거에 사용하던 ‘반공’이라는 기치를 ‘반동성애’로 전환했습니다.”지난 28일 서울 종로 한국기독교회관 에이레네홀에서 열린 '한국교회의 동성애 혐오를 경계하다' 주제 긴급간담회에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정의평화위원회 소속 최형묵 목사가 이렇게 말했다. 한국여성신학회와 한국여신학자협의회가 공동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최 목사는 국내 보수교단의 ‘3종 세트’를 거론했다. 과거에는 반공주의가 가장 잘 드는 칼이었다면 이제 그 칼이 무뎌지니 들고 나온 게 반동성애이고, 장차 반이슬람주의도 본격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영상을 보고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댓글이 종종 달려요. 그럴 때 정말 (유튜버 활동) 잘했다 싶어요.”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온라인매체 유튜브(YouTube)를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퀴어 유튜버’들이 있다. ‘퀴어(Queer)’는 영어권 국가에서 다양한 범주의 성소수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퀴어 유튜버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반박하거나 다양한 성적지향 등을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이들 중 특히 주목받고 있는 ‘수낫수(Soo not
민주주의의 목적은 무엇일까? 존 듀이는 ‘민주주의와 교육행정’이라는 1937년 논문에서 시민들이 자신들에게 이로운 것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이를 지배계급이 규정하는 사회에서 개인은 보이지 않는 강압과 억압에 시달린다고 지적했다. 관습과 사회제도로 구현되는 억압은 사람들이 쉽사리 알아차릴 수 없어 신체적인 강압이나 협박보다 효과적이다. 사람들은 자기 능력과 미덕을 개발하고 삶의 가능성을 탐험할 권리가 있다는 사실을 잊고 주어진 현실에 순응한다는 것이다. 민주주의는 대의정치와 권력분립을 통해 자
“모든 병의 원인은 사람마다 다양하기 때문에 ‘어떤 음식이 무슨 병에 좋다’는 얘기는 맞지 않습니다. 방송에 출연한 의사들이 그런 식의 단순한 해결책을 제시하는 것도 잘못이에요.”국내에 가정의학을 처음으로 도입한 윤방부(75·선병원재단 회장) 박사가 29일 SBSCNBC <제정임의 문답쇼, 힘>에 출연, 잘못된 건강지식이 폭넓게 통용되고 있는 세태를 꼬집었다.건강보조식품은 병의 예방·치료와 무관윤 박사는 국민 3분의 1이 언젠가는 경험하게 된다는 암을 포함, 모든 병은 여러 가지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단편적인 처방을 해
1999년에 개봉한 영화 <매트릭스>는 워쇼스키 자매가 제작한 매트릭스 시리즈 첫 편이다. <매트릭스>에서 인공지능은 인간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에너지원을 확보하기 위해 인간을 건전지처럼 착취한다. 매트릭스는 인간을 더 효과적으로 착취하기 위해 만들어진 프로그램 또는 가상세계이다. 주인공 네오와 모피어스를 비롯한 저항군은 인공지능과 맞서 싸우며 매트릭스를 붕괴시키기위해 고군분투한다.매트릭스와 현실세계가 상징하는 것매트릭스는 2199년, 1999년의 인간 세계를 모방해 설계된 프로그램에 불과하지만 인간 뇌로 자극을 전달해 작동하기
‘개인 공간(personal space)’이라는 문화적 개념이 있다. 타자와 나 사이에 지켜야 할 적정거리를 말한다. 이를 어기고 지나치게 가까이 상대에게 다가서면 그의 ‘개인 공간’을 침범한 것으로 여긴다는 건데, 개인주의가 발달한 서구에서 더욱 널리 쓰이는 개념이다. 물리적 거리만을 말하는 게 아니어서 남의 물건을 만지거나, 어깨 너머로 상대방의 핸드폰을 들여다보거나, 지나치게 사적인 질문을 하는 행위 역시 개인의 사적 영역을 침범하는 무례한 행위로 여겨진다.‘개인 공간’이라는 개념은 인간에게만 관찰되는 게 아니다. 미국 인류학
지난 1월 큰 논란이 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풍자화 ‘더러운 잠’을 떠올려 보자. 여인의 나체를 그린 마네의 <올랭피아>와 조르조네의 <잠자는 비너스>에 박근혜 전 대통령의 얼굴을 합성한 그림이다. 박근혜 정권에 의해 블랙리스트에 오른 예술가들이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며 개최한 ‘곧, BYE! 展’에 전시됐다. 이 작품이 논란에 빠지면서 전시의 국회 주최를 주도했던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당내 윤리심판원에 회부돼 6개월 당직 정지 처분을 받았다. 보수언론의 ‘가짜 페미니즘’‘더러운 잠’을 ‘여
‘아띠’라는 고양이가 있었다. 들릴락 말락 ‘애옹~’ 울음소리를 내던 새끼일 적 어미와 헤어졌다. 큰 도로가 옆에 있었으니, 어미는 차에 치여 죽은 게 아닐까 짐작할 뿐이다. 며칠을 구슬피 우는 새끼 고양이를 가엾게 여긴 누군가가 인근 대학가의 한 카페로 데려왔다. 약 4년 전의 일이다.충북 제천에 있는 이 카페는 10여 년 전 문을 연 후 ‘갈 곳 없는 고양이들의 쉼터’로 소문이 난 곳이다. 카페 사장 임모씨는 “개업 전부터 가게 터를 집으로 삼았던 어미 고양이와 새끼들이 있었고, 밥을 주며 함께 지내다 보니 하나 둘 길에서 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