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퀴어 유튜브 채널 '수낫수' 운영자 수

“스스로를 부정하고 비정상적이라고 생각해왔는데 영상을 보고 자신을 받아들였다는 댓글이 종종 달려요. 그럴 때 정말 (유튜버 활동) 잘했다 싶어요.”

동성애자 등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이 심한 우리 사회에서 온라인매체 유튜브(YouTube)를 통해 ‘소수자의 목소리’를 당당하게 내는 ‘퀴어 유튜버’들이 있다. ‘퀴어(Queer)’는 영어권 국가에서 다양한 범주의 성소수자들을 일컫는 말이다. 퀴어 유튜버들은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반박하거나 다양한 성적지향 등을 설명하는 영상을 제작한다. 이들 중 특히 주목받고 있는 ‘수낫수(Soo not Sue)’ 채널의 운영자 수(Soo·27)를 지난 5월 27일 서울 이태원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지난 21일 전화로 추가 인터뷰했다.

취미로 시작한 유튜브 활동, 이제는 사명감까지

▲ 유튜브 활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에 대해 말하고 있는 유튜브 채널 수낫수의 운영자 수. ⓒ 남지현

자신을 “그냥 퀴어 컨텐츠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소탈하게 소개한 그는 직장생활을 하며 유튜브 활동은 취미 삼아 한다고 말했다. 수(Soo)는 그의 영어 이름이다. 본명은 밝히지 않았다. 친구와 놀며 만든 영상을 올린 걸 계기로 지난 2015년부터 유튜브 활동을 시작했고, 성소수자에 대한 영상을 만들기 시작한 건 지난해부터라고 한다. 퀴어문화축제 현장을 영상에 담기도 하고, 다른 퀴어 유튜버들과 성소수자가 흔히 받는 질문에 답하는 식으로 출연도 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연애담을 솔직히 풀어 놓은 영상으로 큰 호응을 얻었다. 구독자도 꾸준히 늘어 1만 400명을 넘었다.

▲ 퀴어 컨텐츠 유튜브 채널 수낫수의 동영상 목록 화면. ⓒ 유튜브 페이지 갈무리

“제가 만드는 퀴어 콘텐츠의 타깃 수용자는 아직까지는 퀴어예요. 보통은 이성애자들을 대상으로 성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깨고자 만드는 퀴어 콘텐츠가 많죠. 저는 성소수자들이 공감하면서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어요.”

‘퀴어가 묻고 퀴어가 대답한다’는 뜻의 큐큐앤에이(QQ&A)는 그가 만든 대표적 연재물이다. 동성애자, 양성애자, 범성애자, 트랜스젠더 등 다양한 성적지향과 성정체성을 가진 이들이 직접 출연해 자신을 설명하고, 흔히 받는 질문에 답하는 형식이다. 성정체성이나 성적지향은 아직 그 정의에 대해 다양한 논의가 오가며 의미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기 때문에, 하나의 정의를 토대로 영상을 만드는 것이 부담스럽기도 했다. 수는 “하지만 ’2017년 한국에서 양성애자는 이렇게 정의되었다는 기록이 될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 작업 의지를 다졌다”고 말했다.

수가 만든 ‘양성애, 다성애, 범성애 101’라는 영상은 우리 사회에서 성소수자에 대한 정의가 어떻게 변하고 있는지 보여준다. 현재 통용되는 정의는 생물학적 성을 기준으로 한다. 동성애자는 ‘동성에게 성적으로 끌리는 사람’, 양성애자는 ‘동성과 이성 모두에게 끌리는 사람’, 범성애자는 ‘성별에 상관없이 성적 이끌림을 경험하는 사람’으로 규정되곤 한다. 그러나 수의 영상 속 한 출연자는 퀴어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생물학적 성이 아닌 젠더(사회적 의미의 성)를 기준으로 정체성을 정의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지금 나오는 양성애자에 대한 정의는 자신과 같은 젠더와 자신과 다른 젠더에게 성적 끌림을 느끼는 사람이라고 설명했다.

영상으로 담담하게 커밍아웃

“늘 커밍아웃(자신의 성적지향이나 성정체성을 공개하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나를 솔직히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그러다가 엄마한테 장난식으로나마 얘기를 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편해졌어요. 영상을 통해 제 이야기를 더 많이 들려주고 싶기도 했고, 영상 작업을 하면서 (출연자들과) 더 편하게 가깝게 눈높이를 맞춰서 작업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있었죠.”

▲ 수는 유튜브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자신의 성적지향을 밝히며 많은 고민 끝에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 수낫수 영상 갈무리

수는 지난 7월 7일 수낫수 채널에 올린 영상을 통해 자신이 양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감성적인 영상에 담담한 어조로 ‘바이섹슈얼’로서 살아온 이야기를 담아냈다. 이 영상에는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으며 응원과 감사를 표하는 이들의 댓글이 이어졌다.

“활발히 활동하는 수님이 저랑 같은 지향성을 가졌다니…응원을 받은 것 같아요.”
“저는 아직 몇 년 째 내가 누구인지, 언제부터였는지, 혼란 속에 두려워만 하고 있는데 정말 큰 위로가 되었고 한발 더 나갈 용기를 얻었어요.”
“용기를 내 줘 고마워요.”

문재인 대선 토론 후 온라인 혐오 발언 늘어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서는 위로와 공감을 주고받지만, 성소수자에 대한 사회의 편견 때문에 상처도 받는다고 수는 털어놓았다. 특히 지난 4월 25일 TV생방송으로 진행된 대선토론에서 당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군) 동성애에 반대한다”고 발언했을 때 화가 많이 났다고 말했다.

▲ 제이티비시(JTBC) 대선 토론 중 홍준표 당시 자유한국당 후보가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에게 “동성애를 반대하느냐”고 묻고 있다. ⓒ JTBC 유튜브 영상 갈무리

“가장 유력한 대통령 후보가 그러니까, 차별과 혐오가 더 힘을 받고 만연해지겠구나 싶어 화가 나고 걱정이 됐죠. 아니나 다를까, 토론 다음 날 몇몇 유명한 퀴어 유튜버 계정에 욕하는 댓글이 정말 많이 달렸어요. ‘인정 못 한다’, ‘더럽다’ 이런 뻔한 악플들 있잖아요.”

유튜브에는 혐오 댓글이나 욕설을 걸러주는 자체 필터링 기능이 있는데, 이 기준에 걸려서 솎아지는 댓글이 대선 토론 후 몇 배 늘었다고 수는 회고했다. 그는 또 지난 5월 육군 A 대위가 부대 밖 독신자 숙소에서 동성 군인과 합의하에 성관계를 가졌다는 이유로 기소돼 유죄판결을 받은 사건에 대해서도 분개했다. 명백한 동성애자 탄압이라는 것이다.

“A 대위가 성추행을 한 거라면 처벌해야 마땅하지만, 합의 하에 섹스를 했는데 왜 처벌받아야 하는지 이해할 수 없어요. 당장 제 주변의 친구들만 봐도 군대 있을 때 휴가 나와서 여자친구랑 데이트하고 자고 하는데, 왜 A 대위만 처벌받아야 하나요. (해당 군형법 조항은) 정말 없어져야 할 차별과 혐오의 조항입니다.”

▲ <단비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성적지향을 처벌 대상으로 삼는 군형법을 납득하기 힘들다”고 말하는 수. ⓒ 남지현

수는 자신이 원래 정치적 활동을 잘 안 하는 사람이지만, A 대위의 무죄 석방을 요구하는 탄원서까지 썼다고 덧붙였다.

성소수자 단체 후원하는 사업가 되는 게 꿈

수는 40대쯤에는 자신만의 사업을 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뭘 하고 싶고 잘 할 수 있을지 아직 열심히 탐색 중”이라며, 지금은 취미로 하는 유튜브 활동을 확장해 문화콘텐츠 사업을 꾸려가는 것도 가능할 것 같다고 말했다.

“60대쯤엔 경제적으로 안정적이었으면 좋겠어요. 성소수자 단체에 후원도 통 크게 하고 여러 가지로 도움을 주고 싶어요. 또 그때까지 제가 퀴어 콘텐츠를 만들고 있을지 모르겠지만 ‘수 할머니가 이렇게 얘기했으니까 괜찮아’하고 사람들이 위안받을 수 있다면 정말 좋겠어요.”


편집 :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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