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라는 개념은 대개 군사적 차원에서 거론됩니다. ‘기후’와 ‘안보’는 접합점이 없어 보이죠. 하지만 기후 변화가 야기하는 여러 가지 경제적 위협, 자원 배분의 문제 등을 생각하면 안보 관점에서 볼 수 있습니다. 해수면 상승으로 섬 하나가 거의 가라앉아 (주민들이) 호주나 뉴질랜드로 이주하는 현상도 마찬가지입니다.”손성환 외교부 기후변화대사가 지난 21일 기후안보회의 현장에서 <단비뉴스>와 인터뷰를 갖고 한 말이다. 2014년 유엔 기후변화정상회의(개최지 미정)에 앞서 서울 서초구 제이더블유(JW)메리어트호텔에서 아시아ㆍ태평양지역
‘라틴 음악’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문화방송(MBC)의 <무한도전>을 열심히 본 사람이라면 유재석이 우스꽝스런 분장을 하고 정신없이 스텝을 밟던 흥겨운 리듬, 삼바를 떠올릴지도 모른다. 혹은 걸쭉한 목소리로 노랫가락을 뽑아내던 하하의 레게를 생각할 수도 있겠다. 영화팬이라면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와 가브리엘 앤워가 ‘간발의 차이(Por Una Cabeza)’에 맞춰 멋들어지게 탱고를 추던 장면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라틴 음악이 삼바와 레게, 탱고로 끝이라고 생각한다면 중남미 사람들은 아주 섭섭해 할 것이
지난 3일 오후 2시 무렵, 서울 여의도 문화방송(MBC) 본사 앞에 노랑머리, 흰머리 등의 외국인들이 하나 둘 모이기 시작했다. 함께 나온 한국인까지 합쳐 전체 인원은 17명. 이들은 MBC 사옥 맞은편 가로수 아래 일렬로 늘어서서 ‘조용한 시위’를 벌였다. 자극적인 구호도, 소란도 없이 묵묵히 자신들의 ‘분노’를 표현했다. “외국인 남성과 사귀는 여성을 희생양(victim)이라고 부르더군요. 사실 확인도 제대로 하지 않고 국제 커플의 부정적 면만 보도한 프로그램에 유감을 표하러 나왔습니다.”결혼 후 16년째 한국에서 살고 있다는
'내 인생의 라이트모티프가 다시 들려왔다. 멀리서 나의 젊음이 내게로 걸어오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로 내가 무너져가고 있었다.'25년의 세월을 거슬러 올라가는 문집을 읽으며 문득 밀란 쿤데라 소설 <농담>의 한 구절이 떠올랐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 교정을 누볐을 선배들의 이야기가 까마득한 05학번인 나로서는 공감할 수 없는 소설처럼 느껴진 탓일 테다. 혹은 '맵고 흥분되는 대학의 냄새'로 기억되는 전두환 시대 한가운데 83년의 봄이 소설의 한 장면처럼 내게 걸어오고 있었던 까닭이리라. 너와
엄마 찾아 한국 왔더니, 엄마는 아들 찾아 미국에“7년 전 인카스 문을 열고 들어오던 그의 얼굴을 잊을 수가 없어요. 마흔살쯤 됐을까? 손에는 이만큼이나 되는 페이퍼를 들고. 5년 동안 그렇게 혼자 가족을 찾아다녔대요. 수북이 쌓인 페이퍼를 받는 순간 눈물이 났어요. 그 사람의 애절함, 부모를 그리워하는 마음. 자신이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으면 살아갈 수 없다는 절박함이 그대로 느껴졌어요.” 국제한국입양인봉사회 인카스(InKAS) 회장 정애리(53)씨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시울을 붉혔다. 해외입양인과 해외입양가족의 복지와 권리를 위
아무나 소개팅에 나갈 수 있는 건 아니다. ‘연애시장’에도 괜찮은 상대를 골라내는 ‘필터링 과정’이 있으니까. “어떻게 생겼어?” “학교는 어디?” “어느 동네 산대?” 이 세 가지 질문은 요즘 젊은이들이 소개팅을 할 때 따지는 필수조건이다. 상대방 조건이 자신이 세워둔 기준에 맞지 않으면 그의 인간 됨됨이나 장래 가능성과는 상관없이 일단 ‘아웃’이다. ‘연애시장’에 나갈 기회조차 얻지 못한다.이 세 조건은 ‘짝 찾기’에만 통용되는 게 아니다. 지역을 대표하는 정치인을 선출할 때도 외모, 학벌, 출신지역은 늘 중요한 변수다. 나 역
올해로 12회를 맞는 ‘인디다큐페스티발 2012’가 오는 22일부터 28일까지 서울 롯데시네마 홍대입구관에서 열린다. 한국독립영화협회가 주최하고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회가 주관하는 인디다큐페스티발은 독립다큐멘터리의 저변 확대와 신진 작가 발굴에 기여해왔다. 올해는 신작전 27편, 초청전 6편, 용산특별전 6편, 봄 프로젝트 3편, 다큐멘터리 발언대 5편 등 총 45편의 독립다큐멘터리를 만나볼 수 있다. 개막에 앞서 지난 18일 서울시 상암동 영상미디어센터 미디액트에서 현 인디다큐페스티발 집행위원이자 영화평론가인 변성찬 프로그래머(
사랑과 운명에 대해 함부로 얘기하면 안 된다. 특히 영원히 사랑할 거라는 말은. ‘팝의 디바’ 휘트니 휴스턴(Whitney Huston). 그녀는 영화 <보디가드>에서 자신을 위해 대신 총을 맞은 경호원(케빈 코스트너)을 위해 ‘전 항상 당신을 사랑할 거예요’(I Will Always Love You)라고 애절하게 노래한다. 하지만 영화 속에서도 현실에서도 그녀의 사랑은 영원하지 못했다.호텔 욕조에서 숨진 채 발견된 그녀는 19일 장례식을 치르고 남편도 애인도 아닌 아버지 곁에 묻혔다. 장송곡은 자신이 부른 <보디가드> 주제곡이었다
김종길의 시 ‘설날 아침에’가 떠오르는 음력 새해 첫날, 각 가정엔 일가친척이 모여 조상에게 차례(茶禮)를 올린다. 임진년이 시작된 23일 아침, 전국의 각 가정에서 정성껏 차린 차례상은 지역의 특산물과 가문의 전통에 따라 같은 듯 다른 모습이었다. <단비뉴스>는 전국 주요지역의 차례상이 어떤 특색을 보이는지 실제 상차림을 비교했다.전라도 “홍어가 빠지면 섭섭하죠” 곡창지대와 해안이 넓어 먹을 거리가 풍성하고 음식문화도 발달한 전라도에서는 차례상에 다채로운 음식이 오르지만 그 중에서도 빠지지 않는 게 홍어다. 홍어는 양념무침, 홍탁
OECD 국가 중 독서량 꼴찌“인간이 책을 읽는 능력은 진화과정에서 주어진 것입니다. 문자가 발명된 지는 수천 년밖에 되지 않았지요. 인간에게 주어진 이 능력은 훈련과 경험을 통해 발전시킬 수 있습니다. 어떤 책이든 읽고 이해하기 위해서는 단 기간에 일정 분량의 책을 읽어야만 한다는 것이지요. 운동선수가 점점 더 무거운 역기를 들어올리기 위해 강도를 높여 훈련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2년간 150권의 책을 읽으면 독서력이 만들어져 인문서든 철학서든 웬만한 책은 다 읽을 수 있게 됩니다.” ‘서평이란 무엇인가’라는 강연 주제에
소녀 가장으로 불운한 삶을 살아 온 여자.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제는 알츠하이머(퇴행성뇌질환)에 걸려 기억을 잃어간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남자. 약혼녀까지 있는 마당에 기구한 그 여자와 사랑에 빠진다. 집안의 반대와 여자의 병이 가져올 파국은 더 들여다보지 않아도 뻔하다. 언뜻 보면 전형적인 신파극 같은 이야기인데 김수현 작가의 에스비에스(SBS) 월화드라마 <천일의 약속>이 시청자들의 마음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달 17일 첫 방송부터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차지하더니 매회 상승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8일의 8회분 방
도시의 문화와 정체성을 찾아 떠난 여행알다시피 세계 4대 프로축구 리그는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영국 프리미어리그, 이탈리아 세리에A, 독일 분데스리가를 말한다. 특이한 것은 이들 리그가 모두 유럽에 있고 도시대항전이라는 점이다. 경기뿐 아니라 응원도 국가대항전을 능가할 정도로 치열한 것은 유럽 도시가 저마다 국가라 할 만큼 독자적으로 발달해왔기 때문이다. 유명한 스페인의 엘 클라시코는 레알 마드리드와 FC 바르셀로나의 더비 경기를 이르는 말이다. 이 경기를 스페인뿐 아니라 전 세계가 지켜보는 이유는 그만큼 두 팀 간에 라이벌 의식이
한방의 우수성을 알리고 제천한방산업의 대중화와 세계화를 위한 2011 제천한방바이오박람회가 1일 충북 제천시 왕암동 한방엑스포공원에서 막을 열었다. 개막식은 오후 6시로 예정돼 있었지만 박람회는 오전 10시에 개장됐다. 행사 첫날인 탓인지 관람객이 많지는 않았지만 삼삼오오 전시장이나 체험행사장을 둘러보며 주말의 여유를 즐겼다. 한방음식관에서는 ‘전국한방음식경연대회’가 열렸다. 우수한 한방음식을 발굴하고 보급하기 위한 이 대회에는 전문가와 학생 등 일반인이 참여해 한방약재를 활용한 한방음식을 다채롭게 선보였다. 서류심사를 통과한 전문
경쟁부문 대상에 스페인 애니메이션 <치코와 리타>레인 네버 스탑. 지난 11일부터 6일간 제천을 영화와 음악의 도시로 만든 제7회 제천국제음악영화제는 폐막식에도 어김없이 비가 내렸다. 폐막식은 16일 저녁 7시 의림지에 마련된 라이브 무대(JIMFF Live Stage)에서 열릴 예정이었지만 오후 5시부터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비가 쏟아지자 야외 행사가 취소됐다. 폐막식은 오후 7시 30분 의림지 근처 뉴이벤트홀로 장소를 옮겨 간소하게 치러졌다. 얄궂게도 퍼붓던 빗줄기가 서서히 약해지고 있었지만
14일 밤 10시, 호수 위로 불빛도 춤추는 의림지 라이브 무대에서 국내 포크 거장들을 만났다. ‘푸른곰팡이’(전 하나음악)의 장필순 윤영배 고찬용 이규호, ‘더 버드’의 김정렬, 조규원 등이 모여 깊어가는 음악영화제의 밤을 포크음악으로 감미롭게 했다. ‘하나음악’은 1980년대 조동진이 이끈 싱어송라이터들의 모임으로 어쿠스틱 사운드를 기반으로 다양한 음악적 시도를 해왔다.유서깊은 의림지에 마련된 제천음악영화제 라이브 무대(JIMFF Live Stage)는 영화제 기간에 다양한 장르의 음악공연과 영화를 무료로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지난 2일 오후 2시 전북 군산시 중앙로 1가의 한 빵집. 칼과 방패로 무장한 전사들처럼 집게와 쟁반을 들고 배회하는 사람들로 매장이 가득 차 있다. 무언가를 기다리는 그들의 눈빛에는 긴장감마저 감돌았다. 드디어 하얀 모자를 쓴 직원이 제빵실에서 따끈한 빵으로 가득한 5단 손수레를 끌고 나왔다. 반지르르 윤기가 흐르는 빵 쟁반을 매대에 내려놓기가 무섭게, 집게를 든 사람들이 돌진했다. 수북하던 빵은 5초도 되지 않아 동이 났다. 미처 빵을 집지 못한 사람들은 한숨을 내쉬며 발길을 돌렸다.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빵집 ‘이성당(李姓堂)
이글거리는 한여름 태양만큼이나 강렬한 기합소리. 지난달 17일 오후 경기도 파주시 헤이리 마을 입구의 서울액션스쿨에서는 50여 명의 교육생들이 비 오듯 땀을 흘리며 훈련에 집중하고 있었다. 한쪽 벽면에 크게 걸린 힘찬 필치의 ‘무(武)’자 아래 펼쳐 보이는 일사불란한 몸동작은 올해 초 폭발적 인기를 모았던 서울방송(SBS)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 익숙하게 보던 모습이었다. 한 순간 모든 교육생들이 동작을 멈추더니 일제히 허리를 굽히고 “안녕하십니까”를 외쳤다. 도장에 성큼성큼 들어서던 축구복 차림의 한 남자가 부드러운 미소로 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