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영리단체 ‘나눔과나눔’의 김민석(29) 팀장은 연고 없이 죽은 이의 장례를 치르고, 삶의 조각을 모아주는 사람이다. 서울시 무연고 사망자 공영장례를 11년째 지원하고 있는 이 단체에서 유일한 ‘풀타임(전일)’ 근무자로, 팀원 2명과 함께 현장 작업을 맡고 있다. 지난해 2월 이 일을 시작한 후 거의 매일, 때로는 하루에 두 번씩 장례를 치른다. 사망자 시신처리 의뢰공문과 함께 오는 사망진단서 사본, 수급자 증명서 등을 토대로 고인의 삶과 죽음의 경위를 추적·정리하고, 부고를 쓰고, 유족에게 유품을 전달하는 것도 그의 일이다. 좋은
지난 5월 13일 아침, 서울시 누하동 서울환경운동연합 마당은 분주했다. 자원봉사자 네다섯 명이 녹색과 노란색 천막 아래로 짐을 옮기고 정리하느라 종종걸음으로 움직였다. 신우용(48) 서울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이 활짝 웃으며 기자에게 다가와 “플라스틱방앗간 캠페인 준비 때문에 바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당초 계획한 것보다 시민들의 열기가 뜨거워서 놀랐다”며 “그만큼 기후위기 문제가 시민들의 삶에 직접 다가온 것 같다”고 덧붙였다. 그의 안내에 따라 들어간 환경운동연합 건물은 마당이 있는 옛날 주택을 개조해 만든 공간이었다. 1층에는
“청년들이 가상화폐 투기에 열광하는 것을 보면 나라가 거대한 ‘가상 카지노’가 된 것처럼 보입니다. 카지노에서 도박으로 돈을 불려 나가는 손님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카지노 주인 배만 불려주는 모습과 같아요. 가상자산도 마찬가지로, 돈을 버는 청년은 극히 소수에 불과하고 대다수는 삶이 송두리째 흔들릴 정도로 돈을 잃고 있습니다.” 정의당의 청년 조직인 청년정의당을 이끄는 강민진(26) 대표의 말이다. 중학교 2학년 때 체벌과 두발·복장 규제 등 폭력적 학교 분위기에 반발해 자퇴한 뒤 청소년인권운동에 앞장서 온 그는 2019
코로나19 확산으로 배달 수요가 폭증하면서 지난해 음식 배달 거래액이 전년 대비 43% 늘어난 20조1005억 원(과학기술정보통신부 조사)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오토바이 등으로 배달 일선에서 뛰는 사람들(라이더)의 일거리도 그만큼 늘어났다. 배달노동자의 권익을 지키는 라이더유니온의 박정훈(37) 위원장도 더욱 바빠졌다. 그는 주중에 유니온 일을 하고, 주말에는 배달을 나간다. 지부 모임에 참석하고, 언론에 기고하고, 인터뷰에 응하는 일 등으로 주중 일정이 빼곡하다. 지난달 27일 서울 동교동의 라이더유니온 사무실에서 박 위원장을
20세기 초 유럽의 멀티미디어 작가 라즐로 모홀리-나기는 “미래의 문맹자는 글을 읽지 못하는 사람이 아니라, 이미지를 모르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제 누구나 손안의 스마트폰으로 사진과 영상을 쏟아낼 수 있는 시대가 됐지만, ‘영상 언어’를 제대로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유튜브 등 온라인 플랫폼에서는 왜곡되거나 조작된 영상과 이른바 ‘가짜 뉴스’가 개인의 인권과 사생활을 침해하고 사회 혼란을 부추기기도 한다. 나준영(52) 한국영상기자협회장은 이런 상황에서 올바른 영상취재·제작 기준을 만들고 널리 알리기 위해
지난달 14일 서울 대학로 마로니에공원 가설무대에서 열린 서울장애인인권영화제. 장애인과 활동가, 관객 등 30여 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박준형(30) 프로듀서(PD)의 다큐멘터리 ‘너의 이웃이 되고 싶어’가 상영됐다. 발달장애인 시설에서 퇴소한 이원형(24) 씨를 주인공으로 한 영상이었다. 씨비에스(CBS)의 뉴미디어 채널 <씨리얼>에서 일하는 박 PD는 이어진 ‘감독과의 만남(GV)’ 시간에 관객의 질문을 받고 “원형 씨가 뮤지컬(지킬과 하이드)에 나오는 ‘지금 이 순간’을 부르며 뮤지컬 배우가 되겠다고 한 장면을 담지 못해 아쉽다
‘한글을 배우는 할머니들과 20대 짝꿍들의 학교생활’ ‘카카오톡 대화로 나누는 말 없는 토크쇼’. 권성민(36) 프로듀서(PD)가 연출한 예능 프로그램들의 개요다. ‘보기 드문 착한 예능’이라고 평가받은 문화방송(MBC)의 <가시나들>과 ‘획기적 포맷(형식)’이라는 평을 받으며 인기몰이 중인 카카오TV <톡이나 할까>를 만든 사람. 매체의 경계를 넘어 도전하며, 따뜻한 이야기를 풀어내는 권 PD를 지난달 19일 서울 합정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고 13일 이메일로 추가 인터뷰했다. 세로 화면에 ‘글로 주고받는 대화’가 새로움 선사 권
(주)에코말리온의 우태식(31) 대표는 고등학교 시절 봉사활동을 하던 중 “쓰레기가 이렇게 많이 나오는구나”하고 놀랐던 기억이 있다. 한신대 컴퓨터공학부에 입학한 그는 친구들과 환경동아리를 만들어 활동했고, 졸업 후 직장생활을 거쳐 자원순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체를 창업했다. 에코말리온이 내놓은 첫 제품은 페트병 뚜껑에 연결된 플라스틱 고리(링)를 자르는 ‘링컷’이다. 거북이 모양의 링컷 안쪽에 칼날이 달려있어 페트병 고리를 쉽게 자를 수 있다. 학창 시절의 문제의식을 창업으로 연결한 우 대표를 지난달 28일 경기도 부천시
지난달 11일 오전, 강원도 양양군 강현면 강선리 마을에서 산길로 차를 조금 달리자 나무로 지은 3미터(m) 높이 10평 남짓한 갈색 농막 앞에 ‘친환경 농장 양양로뎀농원’이라는 팻말이 보였다. 토끼풀이 수북한 농장 안쪽에서 검은 고무호스를 들고 밭에 물을 주던 농부가 방문객을 반갑게 맞아주었다. 28년간 서울 중앙대에서 교수로 일하다 정년을 3년 앞둔 2016년 명예퇴직하고 농장 주인이 된 윤석원(68) 대표다. 그는 중앙대를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주립대에서 농업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농농농(농업·농촌·농민)’을 외치는 교수
지난 1월 ‘월경상점’을 연 안지혜(35) 대표는 ‘가게 문 옆에 의자를 하나 둬야 하나’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연인과 함께 온 남성들이 문 옆에 쭈뼛쭈뼛 서 있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몇 달 지난 요즘은 남성들이 데이트 코스처럼 여자친구를 데리고 오는 경우도 있다. “이제는 남성들이 (월경을) 나랑 관계없는 일이 아니라, 연인을 위해 내가 알아야 하는 일이라고 인식하는 게 아닐까 싶다”고 그는 말했다. 국내 최초로 여성 생리용품 전문점을 낸 안 대표를 지난달 15일 서울 대방동 월경상점에서 만나고, 지난 1일 전
충북 제천시의 유일한 인문학 독립서점 ‘안녕, 책’이 작년 5월 31일 문을 연 후 개점 1주년을 앞두고 있다. 제천시 덕산면에 그림책·만화책 전문 독립서점이 있지만 다양한 분야의 책을 종합해 다루는 독립서점은 제천에서 ‘안녕, 책’이 유일하다. 제천시 봉양읍 미당리 작은 마을에서 ‘안녕, 책’을 운영하는 이경신(41) 대표를 만나 지역 독립서점의 가치를 물었다. 3월 17일부터 4월 9일까지 세 차례에 걸쳐 인터뷰를 진행했다. ‘안녕, 책’은 어떤 곳인가요?누구나 와서 각자의 방식으로 책을 즐
“좋아하는 것에 관한 이야기를 계속 할 수 있는 게 좋아요. 거기에 중독성이 있어서 하는 것도 있고요. 누구나 그렇게 할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하면 힘들다고 하는 사람들이 있지만, 좋아하는 것을 일로 해서 좋은 점도 있어요.”대중음악평론가 김윤하(40) 씨는 중학교 시절부터 음악이야기가 너무 하고 싶었다. 어느 날 친구가 온라인으로 음악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피시(PC)통신 동호회를 소개해줬는데, 집에서 PC통신을 할 수 없어 그 친구에게 부탁해 글을 올렸다. 그렇게 글쓰기를 시작해서 인터넷 여기저기에 음악이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턱’ 막혔던 숨을 ‘탁’ 트이게 해줬어요. 그곳에서 다시 카메라를 들 수 있었고, 필름에 무엇을 담아야 할지 알게 됐어요. 아프리카 사람들과 함께 생활하며 밥 먹는 것, 자는 것, 입는 것, 모든 걸 감사하게 됐어요. 만약 그들을 위해 꼭 필요한 일이 있다면, 또 그 일을 누군가 꼭 해야만 한다면, 제가 하고 싶어요.”영화를 짝사랑한 소녀가 있었다. 좋아하는 영화를 여러 번 보고, 영화에 관한 글을 쓰고, 영화판에 들어갔다. 하지만 영화는 그의 구애를 받아주지 않았다. 상업영화판에서 상처를 입었고, 도망치듯
유튜브 채널 중 유독 목가적인 풍경이 눈에 띄는 <오느른(onulun)>. 들깨향이 나는 듯한 논두렁, 갓 절인 배추에 양념을 펴 바르는 동네 주민들, 그 옆에서 김치를 얻어먹는 젊은 여성이 눈에 들어온다. 문화방송(MBC)의 뉴미디어 제작부서인 디지털 크리에이티브센터 엠드로메다 스튜디오팀 소속 최별(33) 프로듀서(PD)다. 그는 지난해 4월 전북 김제시 부량면 옥정리에 내려가 ‘115년 된 폐가’를 4500만 원에 샀다. 신도시도, 재개발도 아무 상관없는 시골동네, 낡은 집. 그는 거기서 뚝딱뚝딱 집을 고쳐 귀촌생활을 시작했고,
히즈빈스는 장애인 직업인을 양성하는 사회적기업 ㈜향기내는사람들의 커피 브랜드다. 히즈빈스의 전체 직원 100명 중 60여 명은 장애인이다. 이들은 모두 전문교육을 받은 바리스타로, 서울·포항 등 전국 16개 매장에서 일한다. 히즈빈스의 장애인 사원은 대부분 정신장애, 발달장애 등 정신적 장애를 지닌 이들이다. 한국장애인고용공단 <2020년 장애인경제활동실태조사>에 따르면 정신장애인 고용률은 15개 장애유형 중 9.9%로 최하위이고, 취업하더라도 대부분이 비정규직이다. 반면 히즈빈스 장애인 사원은 대다수가 정규직이다. 3개월 이상 직
고등학교 3학년생이 수능을 2주 앞두고 학교를 그만두었다. ‘세상에 대한 환멸과 미래에 대한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던’ 그는 호주로 날아가 아홉 달간 청소를 하며 돈을 모았다. 그 돈으로 호주 체류일 포함 702일 동안 24개 나라를 돌아다녔다. 페이스북에 <수능 대신 세계일주> 페이지를 개설하고 낯선 곳에서 겪은 일들을 꾸준히 기록했다. 만 열여덟에 한국을 떠난 청년은 스물이 되어 돌아왔고, 이듬해인 2016년 페북 페이지와 같은 이름의 책을 냈다. 책은 입소문을 타며 2019년 3쇄를 찍었다. 고등학생의 대학진학률이 70%를 넘
“기본소득에는 여러 가지 성격들이 있죠. 예를 들면 소득재분배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어떤 분들에게는 증세를 위한 수단의 성격도 가지고 있고, 탄소세와 연동된 탄소세 기본소득 같은 경우는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성격도 가지고 있을 수 있고. 그래서 저는 기본소득이 되게 매력적이라고 생각하거든요.”제 21대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지난해 1월 ‘평균연령 27세의 정당’으로 탄생한 기본소득당의 용혜인(30) 의원이 자신감 넘치는 목소리로 또박또박 말했다. 그는 기본소득이 ‘굉장히 간단한 아이디어이면서도 새로운 사회를 설계하는 데 효과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