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현장] 기후정치바람 ‘2024 기후총선 집담회’

“결과를 바꿀 만큼 유의미한 볼륨(크기)의 (기후)유권자층이 서울에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괜히 표 안되는 공약 내서 밀리면 어떡하지’ 고민 마시고 이분들을 충분히 움직여보면 기후정치 가능성 있다는 얘기를 꼭 드리고 싶습니다.”

지난 21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기후총선 집담회’ 세 번째 행사에서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이날 집담회는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으로 구성된 기후정치바람이 ‘2024 총선 결과를 바꿀 기후유권자, 기후정책과 표심’을 주제로 열었다. 서 대표는 ‘2024 총선 격전지와 기후유권자’ 발표에서 “기후유권자는 실존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녹색정의당, 새진보연합의 총선 출마 예정자 4명과 기후유권자 대표 4명을 포함해 80여 명이 참여한 이 행사에서는 기후정치바람이 지난해 12월부터 약 한 달간 전국 17개 광역시도에서 유권자 1만 7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의 지역별 분석 결과도 발표됐다.

조사대상의 3분의 1이 기후 의제에 민감한 유권자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기후총선 집담회’에서 각 당의 4.10 총선 출마 예정자와 기후유권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전나경 기자
지난 21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2024 기후총선 집담회’에서 각 당의 4.10 총선 출마 예정자와 기후유권자들이 토론하고 있다. 전나경 기자

서 대표는 기후유권자가 총선 격전지의 결과에 유의미한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조사 결과를 설명했다. 기후유권자는 기후 의제에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를 말한다. 서 대표는 유권자의 3분의 1인 33.5%가 기후유권자로 조사됐다고 말했다. 그는 21대 총선에서 서울 강남·송파·강동은 1위와 2위 후보의 득표율 차가 5% 이내였는데 이번 조사에서 나타난 강남·송파·강동의 기후유권자 비율이 42%라고 지적했다. 기후유권자가 당락을 좌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 21대 총선 때 격전지였던 서울 강남·송파·강동의 기후유권자 비율은 42%로 나타났다. 기후정치바람 제공

이관후 건국대 교수는 ‘기후 이슈 지역과 기후유권자’ 발표에서 이념, 성별, 연령대에 따라 기후위기 정책에 관해 특정한 생각을 가질 것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일회용)컵보증금 제도를 2030 여성들이 좋아하지 않을까 막연하게 생각했던 부분이 있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고 말했다. 서울 지역 조사대상자 중 70.7%가 보증금제에 찬성했는데, 연령별로는 40대가 75.2%로 찬성률이 가장 높았다는 것이다. 또 서울 은평·서대문·마포구에서는 81.3%가 일회용컵보증금제에 찬성했으며, 60대 이상의 찬성률이 87.4%로 가장 높게 나타났다.

강원도 강릉에서는 주문진 폐기물 매립장 설치에 관해 진보 성향 유권자의 58%, 중도 및 보수 성향 유권자의 51%가 찬성해 큰 차이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수는 개발과 일자리 증가만을 바란다’고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교수는 “기후에 대한 이슈와 평소에 가지고 있었던 지지 정당 성향이 그렇게 일치하지 않는다”며 “기후공약에 대해 어떤 후보든지 자신 있게, 지역의 관심 있는 분들에게 이야기하면 먹힌다”고 말했다.

“탄소세·기후배당 결합한 녹색 조세개혁 필요”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장은 ‘2024 국회의원 선거지역 기후에너지 정책 제안’에서 온실가스 감축과 민생이 동시에 고려되는 7개의 정책을 제시했다. 그중 하나는 탄소세와 기후배당을 통한 ‘녹색 조세개혁’이다. 화석연료 사용에 탄소세를 물리고, 이 재원으로 모든 국민에게 배당을 주자는 구상이다. 기후정치바람의 조사에 따르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한 재원 마련 방안으로 탄소세를 지지하는 비율이 37.8%였다. 이 소장은 “21대 국회에서도 탄소세와 탄소배당 관련 법안이 발의됐지만, 사회적으로 논의가 되지 못했다”며 “이 이슈를 22대 국회에서 던질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오스트리아가 2022년부터 탄소배출 톤(t)당 30유로(약 4만 3000원)의 탄소세를 걷고, 거주지역별로 주민을 4개 그룹으로 나눠 각각 다른 금액의 ‘기후보너스’를 지급한다고 소개했다. 이 소장은 이와 함께 ‘녹색 일자리 창출’ ‘재생에너지 수출산업 육성’ ‘녹색건축·그린리모델링’ ‘버스 예산 국고보조와 교통위기 특별지역 지원’ ‘농업·석탄발전·자동차산업 전환지원’ ‘탄소중립 주무 부처 기획재정부로 이관’ 등을 제안했다.

기후유권자로서 참석한 김소영 마을닷살림 대표는 주거지역의 기후재난 대응이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자신이 사는 서울 동작구 상도동 성대골이 상습 침수지역인데, 2022년 홍수로 침수된 후 차수막(빗물이 건물 안으로 들어오지 않게 막는 시설)을 새로 설치했으나 이전 것과 높이가 같았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이런 대책이라면) 또다시 이런 일은 일어날 수밖에 없다”며 “전혀 근본적인 대책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24년째 일하고 있는 이태성 씨는 2025년부터 발전소가 단계적으로 폐쇄되지만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화력발전소 노동자의 75%가 같은 생각이라고 전했다. 이 씨는 “공공 주도의 재생에너지 사업이 빠르게 운영되어야 할 필요가 있고, 이 과정에서 시민과 노동자들의 참여가 정당화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마용운 씨는 지난해 냉해 등 이상기온과 폭우로 사과 생산량이 전국적으로 30.3% 줄자, 정부가 사과값 폭등을 막기 위해 미국·뉴질랜드 사과 수입을 검토한다는 대책을 내놓았다고 회고했다. 마 씨는 “기후위기 대책과 농민 적응을 위한 대안을 마련할 생각은 하지 않고, 사과값 조금 비싸졌다고 냉큼 미국 사과 수입하겠다는 게 정부 대책”이라며 “그런 얘기를 들으면서 훌륭한 정치인을 수입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다”고 말했다.

경남 함양에서 사과 농사를 짓는 마용운 씨가 기후위기와 농업위기에 무대책인 정부를 비판하고 있다. 전나경 기자

젊은 정치인을 육성하는 비영리 사단법인 뉴웨이즈의 박혜민 대표는 “기후 국회로 전환되기 위해 기득권 정치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양한 기후 당사자의 얼굴을 반영하기 위해 청년과 여성 등이 국회에 많이 진출해야 하지만, 현실은 반대라고 지적했다. 박 대표는 “(지난) 20일까지 공천이 확정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후보 150명의 평균 연령은 57.1세로 21대 국회의 54.7세보다 많다”고 지적했다.

케이블카 대중교통, 가축분뇨 바이오가스 아이디어도

이동학 더불어민주당 인천 중구·강화군·옹진군 예비후보자는 ‘케이블카 대중교통’이라는 아이디어를 제시했다. 인구 유입이 계속되면서 교통 문제가 심각한 인천 영종도에서 저탄소·무매연 교통수단으로 케이블카를 실험하겠다는 것이다. 프랑스 툴루즈시는 2022년 텔레오라는 대중교통 케이블카를 도입했는데, 공중으로 다니기 때문에 자동차로 30분 걸리는 구간을 10분에 주파하는 등 효율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요금은 지하철 등 다른 대중교통 수단과 비슷하다.

2022년 개통한 프랑스 툴루즈의 케이블카 탤레오. 친환경 교통수단이면서 자동차보다 훨씬 빨리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장점이 있다. 프랑스 대중교통기술국(STRMTG) 누리집 갈무리

오준호 새진보연합 정책본부장은 “탈탄소 녹색전환·에너지전환을 이번 총선 핵심과제로 설정했다”고 밝혔다. 오 본부장은 2035년까지 전력부문 탄소중립 90%를 달성하기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60%까지 올리고, 재생에너지를 공공 개발해 그 수익을 햇빛·바람 배당으로 지역 주민에게 지급하는 정책도 제안했다. 햇빛 배당은 전남 신안 등 일부 지역에서 시행하고 있다. 새진보연합의 전신인 기본소득당의 용혜인 의원은 2021년 21대 국회 최초로 ‘탄소세법안’과 ‘탄소세배당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지난 5일 녹색정의당의 ‘인재영입 1호’가 된 조천호 전 국립기상과학원장은 “분산에너지로 분권 민주주의를 키우겠다”고 말했다. 지방자치단체와 지역주민이 스스로 에너지에 관한 결정을 내리고 혜택도 공유하는 재생에너지 체제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경기도 포천·가평 출마 예정인 김용태 국민의힘 전 최고위원은 “빠른 기술혁신으로 경제성을 확보하는 기후변화 완화 전략을 세우겠다”고 말했다. 그는 포천의 가축분뇨를 이용한 바이오 도시가스화 사업 공약을 수립 중이라고 밝혔다.

기후정치바람의 ‘2024 기후총선 집담회’ 세 번째 행사에 참석한 발표자, 토론자 등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전나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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