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 소리뉴스]기후위기시대 ㉝ 연탄의 정의로운 전환 (상)

2022년 3월 26일 오후 2시 서울시 노원구 상계3·4동 수락산 자락 별빛마을에 사회복지재단 밥상공동체 연탄은행의 자원봉사자 100여 명이 모였습니다. 초등학생을 동반한 50대 부부와 대학생, 직장인 등 다양한 연령대의 봉사자들은 초록색, 자주색 등의 조끼를 입고 3.6킬로그램(kg)짜리 연탄 대여섯 장씩을 지게에 진 채 언덕길을 올랐습니다. 이들은 파란색 슬레이트 지붕 곳곳에 녹이 슬고 벽에는 낡은 판자가 덧대어 있는 집들을 돌며 연탄을 배달했습니다. 1965년 서울 청계천 철거민들이 산림청에서 가구당 10여 평 임야를 대여받아 정착한 별빛마을에는 무허가주택이 대다수고, 150여 가구 중 44가구가 아직 연탄을 땝니다.

화장실도 없는 집, 온기 지켜주는 연탄난로

50여 년 전 이곳에 정착했다는 박정심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탄이 없다면 전기세가 얼마나 많이 나오겠어요? 없는 사람에게는 반드시 연탄이 있어야지."

봉제공장 미싱사 보조였던 박 씨는 일용직 노동자였던 남편과 서울 성북구 돈암동에서 살다 재개발로 쫓겨나 수락산 자락에 무허가로 집을 지었다고 합니다. 여기서 낳아 기른 외동딸은 미국에 이민 간 후 연락이 끊겼고, 남편은 10여 년 전 세상을 떠났습니다. 방 두 칸짜리 집에는 화장실이 없어 박 씨는 마을 공용화장실을 씁니다. 그에게는 대문 밖에 얼기설기 만든 연탄창고가 보물창고처럼 소중합니다. 그는 거실을 겸한 마당에 연탄난로를 두고 낮시간을 보냅니다, 밤에는 전기장판을 켜고 잔다고 말했습니다. 국민연금과 기초연금 등 60만 원이 월수입의 전부인 그는 정부에서 지원하는 연간 47만 원의 연탄 쿠폰과 봉사자들의 기부로 연탄값 걱정 없이 겨울을 난다고 고마워했습니다.

취재팀이 별빛마을에서 연탄을 쓰는 44가구 중 34가구의 연령 및 소득 수준을 조사해 보니, 대부분이 고령의 저소득층이었습니다. 가구주가 70대인 경우가 15가구, 60대가 8가구, 80대가 5가구, 50대가 4가구 순이었습니다. 또 82%의 가구가 기초수급, 장애인, 독거, 상대적 빈곤가구 등 생계곤란층이었습니다.

연탄은행이 발표한 2021년 전국 연탄사용가구 조사에 따르면 한국에서 연탄을 사용하는 집은 총 8만 1721가구입니다. 이 가운데 기초수급이 2만 4810가구, 차상위(중위소득 50% 이하인 기초수급 바로 위 소득계층) 8040가구, 소외가구가 3만 5966가구로 약 84%가 생계곤란계층입니다. 소외가구는 연탄은행 분류 기준으로, 가족의 부양의무 기피나 열악한 생활환경 탓에 연탄 지원이 필요한 가구를 말합니다.

지역적으로도 고령인구 비중이 크고 가난한 곳에 연탄 사용자가 많습니다. 연탄은행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연탄 사용 가구수는 경상북도에 2만 7882가구, 강원도에 1만 9124가구, 충청북도에 5893가구 순으로 많았습니다. 2017년 기준 저소득층 가구수가 많은 7개 시도 중 충청북도는 1위, 강원도는 4위, 경상북도는 7위로 세 지역이 모두 순위권에 있습니다. 장승옥 계명대 사회복지학 교수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경북지역의 개인 소득이 낮고 고령화 비율이 높아 연탄 사용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건강을 해치는 것 알지만, 바꿀 수 없는 연료

경북 안동시 용천마을의 김동실 씨는 기초연금 30만 원과 폐지 수집에 기대 혼자 삽니다. 10여 년 전 남편과 사별했고, 경제 사정이 안 좋은 아들 둘과는 왕래가 끊겼습니다. 폐질환이 있는 그는 연탄을 갈 때마다 고통을 느끼지만, 다른 연료는 꿈도 꾸지 못한다고 합니다. 2022년 4월 1일 <단비뉴스> 취재진을 만난 김 씨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요즘 따라 연탄 갈고 나면 기침이 잘 안 멈춰요.”

일산화탄소를 배출하는 연탄은 폐에 나쁜 영향을 줍니다. 1980년대까지 우리나라 가구의 80% 이상이 연탄을 땠던 시절에는 겨울철 연탄가스 중독사가 자주 뉴스가 됐습니다. 1986년 서울 아시안게임과 1988년 올림픽을 계기로 정부가 대기질 개선에 신경을 쓰고, 아파트 건설 붐과 함께 석유·가스 등이 가정용 연료를 대체하면서 연탄 사용은 급격히 줄었습니다.

건강을 위협하는 연탄은 또한 탄소배출이 많은 연료여서 기후위기 시대에 특별히 눈총을 받고 있습니다. 연탄의 원료인 석탄은 석유, 천연가스 등 화석연료 중에서도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이 가장 많습니다. 유엔 기후변화정부간협의체(IPCC)가 발표한 탄소배출계수를 보면 무연탄(석탄)은 1.100탄소환산톤(TOE)으로, 휘발유(0.783), LPG(0.713), LNG(0.637) 등 다른 화석연료보다 배출량이 많습니다. 그래서 ‘2050년 탄소중립’을 목표로 하는 정부는 ‘탈석탄’ 기조 아래 석탄산업 구조조정을 진행 중이며, 제6차 석탄산업장기계획(2021~2025년)에 따라 국내 석탄광업소의 단계적 폐광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연탄생산도 머지않아 중단될 전망입니다.

그러나 정부의 계획에는 연탄에 의존하는 8만여 가구를 위한 정의로운 전환(Just Transition) 계획, 즉 이들의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한 구체적 대안이 부족합니다. ‘2022년 중 연탄 소비자의 주거실태조사 및 친환경 연료로의 소비전환 방안에 대한 연구용역을 실시한다’는 일정이 제시됐을 뿐입니다. 하지만 산업통상자원부는 아직 관련 연구용역 입찰도 공고하지 않았습니다.

별빛마을 박정심 씨는 취재팀이 정부의 탈석탄 계획을 설명하자 걱정하며 이렇게 말했습니다.

“연탄 없는 세상은 생각도 안 해봤는데 어떡해요.”

연탄은 다른 연료에 비해 값이 싼 데다 정부지원과 각계의 기부도 있어 안심하고 쓰지만, 석유·가스·전기 등 다른 에너지는 비용을 감당할 수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2019년 기준 에너지원별 명목가격이 연탄은 메타칼로리(Mcal) 당 50.33원인 반면 전기는 122.09원, 액화천연가스(LNG)는 155.29원 등입니다.

에너지빈곤층 ‘정의로운 전환’ 고민 없는 정부

충북 제천시 고명동 백양마을에 사는 한계순 씨도 연탄생산이 장차 중단될 수 있다는 얘기에 이렇게 말했습니다.

“돈 많이 들어가는 거는 못 하는데…”

기초생계수급자인 그는 2006년 주인 없이 방치됐던 현재의 집을 수리해 남편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지난 50여 년간 이처럼 빈집이나 월세를 찾아 사느라 제천 안에서만 13번을 이사했다는 그는 돈을 들여 가스보일러 등을 시공하는 것은 생각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렇다면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탈석탄을 가속하되 연탄을 쓰는 빈곤층도 배려하는 정의로운 전환의 길은 무엇일까요? 시민단체 '세상을바꾸는사회복지사'의 김혜미 전 간사는 근본적인 주거대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허가주택, 빈집, 월세 등으로 불안정한 공간에 사는 빈곤층이 목돈을 들여 난방이나 단열 설비를 바꾸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그러니 주거복지 차원에서 매우 저렴한 장기공공임대주택을 이들에게 우선 제공해야 합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기공공임대주택은 2020년 기준 약 170만 호로, 전체 주택의 8% 정도입니다. 이 가운데 27만 호는 5~10년 공공임대로, 엄격한 의미의 ‘장기공공임대’ 비중은 이보다 더 낮은 셈입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은 10% 내외이고, 주거복지가 잘 된 네덜란드는 40% 수준에 이릅니다. 김 간사는 이렇게 덧붙였습니다.

“프랑스에서는 협동조합이나 공공성을 가진 법인들이 사회주택을 운영하면서 소득 유형에 따라 임대료를 달리 산정해 공급합니다.”

프랑스식 사회주택을 신속히 확충해 저소득층 복지와 에너지전환을 동시에 실현할 것을 제안한 것입니다. 이종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건축에너지연구소 수석연구원은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소득층 거주 환경의 에너지 효율성을 높이는 친환경 리모델링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에는 낡은 주택의 벽면, 창호, 보일러 배관을 공사해 에너지효율을 개선하거나, 저효율 냉난방기기를 고효율 기기로 교체해 주는 저소득층에너지효율개선사업이 있습니다. 하지만 필요한 가구에 비해 지원이 매우 부족합니다. 한국에너지재단에 따르면 2019년 3만 53가구가 저소득층에너지효율개선사업 지원을 받았는데, 이는 소득 1분위(하위 10%) 가구의 1% 남짓에 불과합니다. 태양광, 태양열, 연료전지, 소형풍력 등의 친환경 에너지 설치비를 지원해 주는 에너지전환 사업도 있지만, 지원대상을 주택 소유주로 한정해 자기 집이 없는 에너지 빈곤층에겐 해당하지 않습니다.

이 연구원은 또 이렇게 말했습니다.

“기업에서 보여주기식으로 친환경 리모델링 사업을 시작해 놓고 그치는 경우가 있는데, 모니터링을 통해 지속 가능한 운영이 필요합니다.”

대전시는 2018년 한국토지주택공사(LH), 엘지(LG)전자, 대전환경연합과 함께 취약계층에 태양광패널을 보급했는데, 2~3년이 지나자 설치 가구의 절반 정도가 이를 떼어냈습니다. 조용준 대전환경연합 국장은 “설치 당시 주택 발코니 규격을 고려하지 않아 주민들이 불편함을 호소했고, 유지 관리를 위한 교육이 부족해서였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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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시대 소리뉴스]
① '석탄 퇴장' 급한데 신규발전소 더 짓는 한국
② '나만 지구 지켜?’ 불안과 실망을 넘어서
③ 정부·기업의 기후 대응, 시민이 압박해야
④ 석탄발전소 ‘질서 있는 퇴장’을 서둘러야
⑤ 썩은 당근 쏟으며 ‘위험’ 호소한 청소년들
⑥ 탄소중립 외치며 석탄발전·공항 짓는 위선
⑦ 기후과학자가 소형원자로 개발에 반대하는 이유
⑧ 개발도 안 된 핵융합 대신 자연 태양광 투자를
⑨ 기후와 생물다양성 위기 극복을 국가의 의무로
⑩ 떠오르는 '소형모듈원전' 조목조목 따져보니
⑪ 안전하지도 경제적이지도 않은 파이로프로세싱
⑫ 더 큰 재난 막으려면 원전 아닌 자연에너지로
⑬ ‘탄소감축 과정에서 피해 떠안는 노동자 없도록
⑭ 소고기가 배출하는 온실가스, 두부의 20배
⑮ '각자도생' 대신 서로 돌봐야 재난 이긴다
⑯ 쓰레기 여러 트럭 나오는 전시회는 '이제 그만' 
⑰ 지구가 깨끗해질 때까지 달리기로 했다
⑱ 화석연료에 여전히 돈 쏟아붓는 공적금융
 소송으로 입 막는 기업, 굴하지 않는 기후행동
⑳'기후재난 당사자가 애타게 전하는 위험 신호
㉑유행 따라 사고 버리니 지구가 열받았네
㉒‘온난화 주범’ 대기업에 ‘기후정의’를 압박하다
㉓‘신공항’ 대신 ‘정의로운 전환’에 집중 투자를
㉔먹거리 전환이 에너지 전환만큼 중요하다
㉕주민협동조합 이익공유로 ‘무석탄·무원전’ 확대

주요 정당 지도자들, 탄소중립 로드맵 제각각
㉗청년의 미래를 빼앗은 것에 용서를 구합니다
㉘20대 대선, 기후정의, 탈핵’ 포럼
㉙‘태양광 괴담’ 가고 나니 ‘이격거리’가 남았다
㉚위기 해결의 열쇠 함께 찾는 인문·과학 연구자들

㉛지구 살리는 채식, 학교가 가르치고 선택권 줘야

㉜에너지 자급자족 건물, 이제 선택에서 의무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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