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윤리] 방송 프로그램의 유튜브 영상 무단 도용 문제

사진과 텍스트는 인터넷에서 검색하는 것만으로도 복제와 표절을 쉽게 찾아낼 수 있다. 그러나 영상물은 그렇지 않다. 영상이 도용된 것을 알아차리려면, 영상 원본을 생생하게 기억하는 누군가가 도용한 영상을 목격해야 한다. 우리는 시청한 모든 영상을 기억하지 못한다. 그러다 보니 영상물을 무단으로 사용해도 들키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걸리지만 않으면 그만인 이 상황은 방송계의 삐뚤어진 관행으로 이어졌다. 고품질의 영상을 제작해야 하는 방송 제작자에게 매일 약 5백만 시간 분량의 콘텐츠가 쏟아지는 유튜브는 영상 소스를 검색하는 창구로서 매력적이다. 몇 년 사이 방송사들이 유튜브 영상을 무단 도용한 사례가 끊이지 않았다. 제작자의 허가를 받지 않고 출처를 표시하지 않는 것을 넘어서서 제작자의 로고를 지우기도 한다.

유튜브 영상을 허락 없이 사용하면 저작권 문제에 휘말릴 수 있다. 저작권이란 저작자가 자신이 만든 창작물에 대해 갖는 권리다. 창작자의 권리를 존중하지 않고 영상을 방송 프로그램에 허락 없이 사용하면 저작권을 침해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저작권을 위반하지 않고 다른 사람이 만든 영상을 안전하게 사용하는 방법은 없을까?

무단 도용 문제 제기에 돌아온 건 ‘사과’와 ‘삭제’

지난해 8월 27일 <SBS>가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스브스뉴스’에서 한국 김밥이 미국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영상이 공개됐다. 한 미국 대형 식품점에서 출시한 냉동 김밥이 미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불러일으켜 품절 대란이 일어났다는 내용이었다. 영상이 올라온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누군가 댓글을 통해 자신의 영상이 허락 없이 사용되었다고 항의했다. 미국에서 활동하고 있는 부부 유튜버 ‘레이진’이다.

(왼쪽) 미국에서 활동하는 부부 유튜버 레이진의 영상, 아내 레이가 미국 마트에서 냉동 김밥을 찾고 있다. (오른쪽) 레이진의 영상 14초 분량을 사용한 스브스뉴스 영상, 현재 해당 부분은 네모 모양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 출처  레이진, 스브스뉴스 유튜브 채널
(왼쪽) 미국에서 활동하는 부부 유튜버 레이진의 영상, 아내 레이가 미국 마트에서 냉동 김밥을 찾고 있다. (오른쪽) 레이진의 영상 14초 분량을 사용한 스브스뉴스 영상, 현재 해당 부분은 네모 모양으로 모자이크 처리되어 있다. 출처  레이진, 스브스뉴스 유튜브 채널

레이진은 스브스뉴스 영상에 ‘정말 실망’이라는 댓글을 남겼다. 스브스뉴스가 자신의 영상을 사용할 수 있는지 이메일로 물어와 사용 조건을 제시했는데, 스브스뉴스가 이를 무시하고 영상을 함부로 사용했다는 것이 레이진의 주장이다. 문제의 영상은 스브스뉴스 영상 공개 9일 전인 8월 19일 레이진이 올린 ‘출시된 지 단 며칠 만에 미국인들의 입맛을 사로잡은 김밥’이라는 제목의 영상이었다. 아내 레이가 미국 마트에서 떡볶이와 냉동 김밥을 찾다가, 김밥에 관해 다른 미국인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 스브스뉴스 영상에 약 14초 사용되었다.

화제가 된 것은 스브스뉴스의 사후 대응이다. 스브스뉴스는 레이진의 댓글을 차단했다. 댓글이 차단되자 레이진은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의 댓글을 갈무리한 사진을 올리며 해당 댓글이 차단되었다고 폭로했다. 구독자가 20만 명이 넘는 인플루언서인 레이진의 폭로에 누리꾼은 스브스뉴스 채널에 제작진을 조롱하는 댓글을 달았다. 스브스뉴스는 뒤늦게 사과문을 올렸다.

스브스뉴스는 사과문에서 레이진이 제시한 영상 사용 조건을 모두 충족했다고 생각했다고 밝혔다. 댓글을 차단한 이유로는 미국과의 시차로 답이 늦게 올 것으로 생각되어 그사이에 잘못된 정보가 퍼질까 우려해서였는데, 이는 잘못된 판단이었다고 사과했다. 그러나 이런 논란만으로도 스브스뉴스는 누리꾼의 악성 댓글이 쏟아지는 등 명성에 금이 갔다. 영상을 사용하려는 제작자와 저작권자 간의 소통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출처 명시하면 도용 아닌가?

타인의 영상을 사용할 때 영상 출처를 명시하는 일은 우선 ‘이 영상은 내가 촬영하고 편집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히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 출처 표시도 하지 않았다면 이는 저작권자에 대한 무례다. <tvN>의 인기 토크쇼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2020년 10월 14일 방송에서 기상청 예보관이 남극 세종과학기지에서 근무한 이야기를 설명하던 중 자료 화면으로 여행 유튜버 ‘빠니보틀’이 러시아에서 촬영한 영상을 도용해 논란을 일으켰다. 빠니보틀이 인스타그램을 통해 불만을 드러내자 유 퀴즈 온 더 블럭 측은 무단 사용을 인정하며 빠니보틀에게 연락해 사과하고, 영상 사용을 허락받으며 사건은 일단락되었다.

도용 논란에 휘말린 tvN ‘유퀴즈온더블럭’ 문제의 장면. 유퀴즈온더블럭은 2020년 10월 14일 자 방송에서 유튜브 ‘빠니보틀’의 영상 일부를 도용했다. 영상의 출처는 뒤늦게 추가되었다. 출처 유퀴즈온더블록 유튜브 채널
도용 논란에 휘말린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 문제의 장면.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2020년 10월 14일 자 방송에서 유튜브 ‘빠니보틀’의 영상 일부를 도용했다. 영상의 출처는 뒤늦게 추가되었다. 출처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튜브 채널

출처 표기는 다른 저작권자의 노력을 빌려왔다는 것을 밝히는 양심의 표현에 그치지 않는다. 출처를 표시하는 것은 저작권법에 명시된 법적 의무이기도 하다. 저작권법 제37조는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고 규정한다. 이 조항을 위반하면 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을 받을 수 있다(제138조). 하지만 출처를 표시했다고 다른 사람의 영상을 마음대로 써도 되는 것은 아니다.

경마 전문방송 ‘KRJ방송’ 영상 일부를 도용했다고 논란이 됐던 MBC ‘PD수첩’ 2020년 2월 18일 자 방송. 자막으로 영상의 출처를 표기했다. MBC PD수첩 갈무리
경마 전문방송 ‘KRJ방송’ 영상 일부를 도용했다고 논란이 됐던 MBC ‘PD수첩’ 2020년 2월 18일 자 방송. 자막으로 영상의 출처를 표기했다. MBC PD수첩 갈무리

<MBC> ‘PD수첩’은 2020년 2월 18일 방송한 ‘신의 직장과 7인의 죽음’ 편에서 한 경마 전문 방송업체의 영상물을 사전 협의 없이 내보냈다. 마사회의 비리를 폭로하는 유서를 남기고 사망한 한 기수의 이야기를 다루며, 마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점을 짚은 영상이었다. 프로그램은 2018년 김낙순 마사회장 취임식 당시 인터넷 매체 KRJ방송이 촬영한 영상을 사용했다. ‘KRJ 방송’이라는 출처만 남긴 게 논란의 쟁점이었다.

방송 이틀 후, KRJ방송의 본사 미디어피아는 자신의 온라인 누리집 ‘경마문화’를 통해 “20일 MBC 측에 내용증명을 보내 공식적으로 해명하고 사과 및 정정 보도 등 조치할 것을 요구했다”고 밝혔다. 3월 11일 PD수첩 제작진은 답변서를 통해 “KRJ방송 콘텐츠를 6차례, 총 1분 28초가량 인용했고 모든 부분에 출처를 표기했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공익 목적의 시사 방송이었다는 점도 강조했다. 결국 이 사건은 법적 분쟁으로 번지지 않고 MBC의 답변으로 일단락됐다.

저작권 보호의 예외도 있다

MBC의 주장대로 ‘공익 목적의 시사 방송’은 허락을 받지 않고 다른 제작자의 영상을 사용해도 괜찮을까? 유튜버의 영상을 인용하는 과정에서 출처를 ‘유튜브’라고 표기하는 건 어떨까?

유튜버가 제작한 영상을 무단으로 사용하는 행위는 윤리적으로, 법적으로도 문제가 발생한다. 저작권법에 따르면 영상저작물을 포함한 저작물은 저작자만이 그 원본과 복제물을 배포할 권리를 가진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저작물이 언제나 저작권 보호를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애초에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작물이 있고, 저작권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도 있다.

저작권법 제7조의 내용이다. 제7조 5항에 따르면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래픽 문준영
저작권법 제7조의 내용이다. 제7조 5항에 따르면 ‘사실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저작권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래픽 문준영

우선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저작물이다. 저작권법 제7조에 따르면 헌법, 법률, 국가와 지방단체의 공고 같은 것은 물론 ‘사실의 전달에 불과한 시사 보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여기서 ‘사실의 전달’이란 자연재해나 사건·사고에 관해 정형적으로 설명하는 문장을 말한다. 누구나 유사하게 표현할 수밖에 없었을, 따라서 창작물이라고 하기 어려운 저작물을 가리킨다.

보호 기간이 지난 영상 저작물도 사회의 공공 재산으로 인정돼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영상저작물의 저작권은 공표한 순간부터 70년간 존속한다. 저작권법이 제정된 1957년 이전에 생산된 영상저작물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지 못하니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저작권법은 보도 등을 위해 일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래픽 문준영
저작권법은 보도 등을 위해 일정한 경우 저작권자의 허락을 받지 않고도 저작물을 사용할 수 있는 길을 열어놓고 있다. 그래픽 문준영

둘째는 저작권의 행사가 제한되는 경우다. 저작권법 제26조는 보도 과정에서 저작물이 보이거나 들리는 것은 저작권 침해가 아니라고 규정한다. 예를 들면 전시회 개최 장면을 보도할 때 배경 화면으로 전시된 저작물이 나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정당한 범위 안’이라는 제한은 붙어 있다.

저작권법 제28조는 이미 공표된 저작물을 보도나 비평 등을 위해서라면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따라 인용하는 것을 허용한다. 영화 리뷰 프로그램을 비롯한 비평 방송이 저작권에 저촉하지 않는 이유다. KRJ방송 영상 도용 의혹에 휘말렸을 때, MBC PD수첩은 KRJ 방송 영상을 사용할 때 이미 출처를 밝혔고, 이는 시사 보도를 위한 이용이라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제28조의 보도 목적에 해당할 수 있다.

‘문제없는’ 영상 이용 절차는?

저작권법 제26조나 제28조에 나오는 ‘정당한 범위’와 ‘공정한 관행’이라는 말이 정확하게 의미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호한 면이 있다. 이 때문에 주요 방송사들은 저작권 분쟁을 방지하기 위해 내부적으로 방송 제작에 관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 두고 있다.

2022년에 만들어진 KBS의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은 저작권법 제28조에 나오는 ‘공정한 관행’에 해당하기 위해선 다음 다섯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사용된 영상은 ▲공표된 저작물이어야 하고 ▲인용의 필연성이 인정되어야 하며 ▲인용하는 저작물과 인용한 저작물 사이에 주종관계가 명확해야 하고 ▲원형 그대로 이용해야 하고 ▲출처를 명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주종관계가 명확해야 한다는 것은 인용한 저작물이 주가 되어서는 안 되고, 인용한 저작물이 증빙이나 예시, 참고 자료로 사용하는 데 그쳐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KBS 가이드라인은 저작물 이용 절차도 상세히 명시하고 있다. 우선 저작권 이용 허락을 받아야 하는지 확인하고, 다음으로는 이용하고자 하는 자료의 권리자가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권리자와 연락이 안 된다고 해서 면책되지 않는다. 담당자의 게으름이 이용 허락을 받지 못한 채 저작물을 인용하는 이유가 되어선 안 된다는 뜻이다. 그 후 무상 또는 유상으로 이용 허락을 받고, 허락을 받을 땐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입증할 수 있는 근거를 확보해야 한다. 유튜브 영상 이용에 대한 별도의 설명도 있다. 단순히 출처를 ‘유튜브’라고 표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유튜브 영상은 게시자가 권리자가 아닌 경우가 많다. 권리자가 누구인지 출처를 표시할 때도 단순 ‘유튜브’라고 하면 정당성을 인정받지 못한다. (중략) 이와 같은 권리관계가 불명확한 자료는 사용을 지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KBS 방송 제작 가이드라인> p.240)

MBC <프로그램 일반 준칙>에는 “회사가 저작권을 갖고 있지 않은 자료를 방송 소재로 사용할 경우 반드시 저작권 담당 부서와 사전 협의 후, 출처를 명확히 밝히고 사용한다”고 적혀 있다. 공개 저작물을 사용할 때도 반드시 사용 조건을 확인하고 출처를 표시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출처 표시는 기본이고, 혹시 모를 상황을 대비해 저작권 담당 부서와 미리 소통하라는 것이다.

종합해 보면 외부 영상을 인용할 때 주의할 점을 세 가지로 정리할 수 있다. 첫째, 시간에 쫓기더라도 창작물을 만든 저작권자를 존중해야 한다.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영상 도용이 화제에 오르자, 제작진은 프로그램 제작 시간이 부족해 허가 담당자와 편집 담당자 간의 소통 부재가 사건의 원인이었다고 해명했다. 시간이 부족한 것은 이해하나 그것이 저작권을 침해한 핑계가 될 순 없다. 둘째, 출처가 불명확한 자료는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특히 유튜브의 경우 영상의 권리관계가 복잡하게 엮여있을 수 있다. 출처와 저작권자가 분명한 대체 영상을 찾는 것이 우선이다. 마지막으론 권리자에게 이용 조건을 꼼꼼하게 확인하고 허락을 받아야 한다. 허락을 받을 때는 언제라도 증빙이 가능한 자료를 남겨 놓는 것이 필요하다.

영상 도용은 유튜버만 겪고 있는 문제가 아니다. 기술이 발달하고, 영상 제작 장비가 간소화하면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도 기성 미디어만큼 높은 품질의 영상을 생산해 소셜미디어에 공유하고 있다. 유튜브뿐만 아니라 각종 소셜미디어에 올라오는 영상들도 언제든 도용될 위험이 있다. 일반인들이 피해자가 되는 것만도 아니다. 방송사뿐만 아니라 저작권법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한 유튜버나 일반인도 다른 이의 영상을 허락 없이 사용할 수 있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엄청난 분량의 영상이 쏟아지는 세상에서 누구나, 언제든, 영상 도용의 가해자와 피해자가 될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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