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69. ‘경북·강원 산불 1년’ 전문가 토론회

지난 23일 오후 2시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산림비전센터 대회의실에서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1년을 말하다’ 주제로 전문가 토론회가 열렸다. 사단법인 생명의숲과 한국환경회의가 주최한 이 토론회는 지난해 3월 경북·강원 지역에서 발생한 대규모 산불의 배경과 산림 복원 현황을 돌아보고 재발 방지책을 모색하기 위해 마련됐다.

경북 울진과 강원도 삼척 등에서 일어난 산불은 ‘1986년 관련 통계가 시작된 후 가장 오래 지속된 산불’로 기록되면서 서울 면적의 40%에 달하는 2만 4319헥타르(ha)의 숲을 태우고 2천여억 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특히 산불이 울진 한울원전의 방벽까지 번지면서 원전 안전에 관한 우려가 커지기도 했다. 당시 울진·삼척 산불의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으나 기후변화로 인한 겨울 고온과 가뭄 등이 산불 대형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표자인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과 토론자, 청중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울진 한울원전 주변 등 활엽수림으로 바꿔야

지난 23일 열린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1년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지난 23일 열린 ‘2022년 경북·강원 대형 산불 1년을 말하다’ 토론회에서 발제자와 토론자들이 의견을 발표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공우석 소장은 ‘기후위기 시대, 우리 숲의 미래’를 주제로 한 기조 발제에서 “전 세계 6만여 가지 나무 중 30% 정도가 (기후위기 등의 영향으로) 멸종위기에 처했다”며 “산불이 그 원인의 13% 정도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후위기 문제, 생물 다양성의 문제, 자연재해 문제 등은 각기 독립적인 게 아니고 서로 보이지 않는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며 “자연생태계의 균형과 순환 체계가 무너지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에 시민 한 사람 한 사람이 친환경적인 실천을 하고 지혜로운 소비자, 현명한 유권자로서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희 사무처장은 ‘경북·강원 산불 1년 진단과 과제’를 주제로 한 발제에서 2019년 강원도 고성에서 산불이 났을 때 민가 주변에 참나무 등 활엽수가 많았던 지역은 피해를 보지 않았던 사실을 지적하며 ‘내화수림대’ 조성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내화수림대는 산의 임도(숲속 도로), 능선, 철도 등을 따라 불에 강한 나무를 심은 ‘불막이 숲’을 말한다. 그는 울진 한울원전 주변의 소나무 숲 사진을 보여주며 “산림청에서 정책적으로 이 숲을 사서 활엽수로 바꾸든지 국민 안전 차원에서 뭔가 조치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최 처장은 또 “우리나라 산림은 사유림, 국유림, 공유림 등으로 나눠서 관리가 되고 있는데 산불 대응을 위해 통합적으로 관리하는 게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과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이 기후 위기 시대에 더욱 커지고 있는 대형 산불의 위험성과 대처 방안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공우석 기후변화생태계연구소장과 최승희 생명의숲 사무처장이 기후위기 시대에 더욱 커지고 있는 대형 산불의 위험성과 대처 방안 등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1년 중 절반은 ‘화약고’ 상태인 숲

이어진 토론에서 임주훈 한국산림복원협회장도 내화수림대 조성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임 회장은 “과거 산불을 보면 해발 500미터(m) 이하에서 주로 발생하여 남북으로 넓게 확산하므로, 내화수림대의 위치를 동서 방향의 능선 지형을 이용해 선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활엽수림을 모자이크 상(바둑판 모양)으로 배치하면 산불이 발생했을 때 대형 화재로 번질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임 회장은 “숲은 우거져 탈 것이 많아졌고 화기(성냥 등)를 가진 사람들은 일시에 대거 더 자주 방문하고, 기상은 건조하여 숲이 바짝 말라 있기 때문에 그야말로 1년 중에 반은 화약고와 같은 조건이 되어 있다”며 “최근 산불은 생활권역의 피해를 동반하고 있다는 점에서 대응 전략이 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윤도현 강원영동생명의숲 사무국장은 “영동 지역 사람들은 산불을 생활의 일부라고 여길 정도로 자주 겪는다”며 “정부 주도의 대규모 개선대책과 함께 마을, 시군 단위의 소규모 대책도 병행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위해 예방, 진화, 복구 등 모든 단계에서 소규모 단위의 매뉴얼(행동 지침)을 개발하고 지속적인 교육과 훈련, 그에 따른 지원방안 등을 함께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전문위원은 “관리되지 않는 민간의 임도로 인해 방화 (접근) 가능성이 커졌다”며 “산림의 공익적 기능은 공유림을 통해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고 말했다. 산림청이 산불 종합 대책 차원에서 사유림도 규제해야 한다는 뜻이다.

임주훈 한국산림복원협회장, 윤도현 강원영동생명의숲 사무국장,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전문위원이 내화수림대 조성 등 산불 대응 방안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임주훈 한국산림복원협회장, 윤도현 강원영동생명의숲 사무국장, 맹지연 환경운동연합 자연생태전문위원이 내화수림대 조성 등 산불 대응 방안에 관해 토론하고 있다. 조재호 기자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59 호수 위에 뜬 그 꽃잎이 태양광발전소라니

60 우리 땅 농산물과 천연재료를 고집하는 가게

61 과학을 부인한 그들, 세계를 위험에 빠트리다

62 아이들이 안전하게 살아갈 ‘봄’을 만드는 마음

63 환경을 살리는 선택이 일자리도 만드는 시대

64 소비 중독 벗고 ‘순환 경제’로 가야 살아남는다  

65 기업 ‘친환경 경영’ 속도 높일 단일법 추진

66 오염수 방류 임박, 후쿠시마 참사는 ‘진행 중’

67 쓰레기 안 만드는 생산·유통·소비에 도전하다

68 ‘소·돼지·닭의 복지’도 인간에게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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