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68. 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국회 토론회
지난 16일 오후 서울 여의도동 국회 의원회관 제1간담회실에서 ‘농장동물 복지 향상 방안 모색’을 주제로 정·관·학·업계와 시민단체가 참여한 토론회가 열렸다. 동물복지국회포럼과 위성곤·윤미향·윤준병 의원실,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가 공동 주최한 이 행사는 개·고양이 등 반려동물뿐 아니라 소·돼지·닭 등 농장동물의 복지도 개선되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마련됐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최근 동물학대 기준 강화 등 동물복지 향상을 목적으로 법안 발의를 준비하고 있지만 농장동물에 관한 논의가 빠져 문제라는 지적이 있다. 이날 토론회에는 발표자인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와 토론자 함태성 강원대 교수, 안형철 돈마루 대표 등 30여 명이 참석했다.
전염병·탄소배출 심화하는 공장식 축산 줄여야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인사말을 통해 “공장식 축산으로 돼지 콜레라나 조류독감이 하나의 현상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변이성 조류독감은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만큼 공장식 축산에 대해 경각심을 가지고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동물사료로 쓰이는 콩을 재배하는 과정에서 열대우림이 파괴되고 이산화탄소가 배출된다”며 “탄소중립 차원에서도 (동물을 대규모로 사육하는) 공장식 축산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형주 어웨어 대표는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과 양돈농가 인식 조사’ 발표를 통해 “국민의 94.7%가 (동물에게 고통을 주고 전염병의 원인이 되는) 공장식 축산을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에 공감했다”고 밝혔다. 그는 “축산농가들이 동물복지농장으로 전환하려는 의지를 가질 수 있게 유인책을 마련하고, 농장동물 복지 향상을 위한 민·관·산·학 협력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경제적 지원 없이 동물복지농장 전환 어려워
이어진 토론에서 국내 돼지사육 농가로 구성된 대한한돈협회의 왕영일 감사는 “1인당 쌀 소비량이 (연간) 56킬로그램(kg)인 상황에서 1인당 돼지 소비량은 28kg에 도달했다”며 “돼지고기는 이미 (기호식품이 아닌) 식량으로 자리 잡은 만큼 (생산량 확대의) 필요성을 무시하고 오로지 동물복지 관점에서만 바라보는 것은 과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육류 가공업체인 돈마루의 안형철 대표는 “(농장동물이 원래의 습성을 유지할 수 있게 하는) 동물복지농장으로 개편하려면 스톨(사육을 위한 고정틀) 하나당 200~300만 원이 든다”고 밝혔다. 그는 “농장 전체로 본다면 10억이 넘게 든다”며 “다른 지원이 없고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축산인증 제품의 비싼 가격에 지갑을 열지 않아 농장주들이 이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 대표는 “동물복지는 선이고 나머지 관행은 악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며 “실현 가능한 정책이 도입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동물자유연대 채일택 팀장은 “공공급식에서 채식 선택권을 강화하고, (식물성 단백질로 만든 육류 대체품 등) 푸드테크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동물 섭취 자체를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녹색소비자연대 서아론 국장은 “소비자들이 동물복지시설에서 만들어진 제품은 기존 공장식 축산 제품보다 20%가량 높은 비용이 책정된다는 것을 받아들이게 해야 한다”며 “동물들을 위해 더 많은 돈을 지불하고 그 과정에서 효용감을 느끼는 가치소비 성향 확대를 위한 방안 모색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또 연간 20~30억 원에 불과한 농림부의 동물복지제품 홍보 예산을 크게 늘려 국민의 인식개선을 이끌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농장동물 복지 실태 파악을 위한 조사 필요
임영조 농림부 동물복지정책과장은 “농장동물 복지에 대한 국민들의 의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정부도 이에 대한 조직과 인력을 갖추었기 때문에 예산 등을 통해 뒷받침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해 말 농림부에 동물복지 전담국이 생기면서 과거 반려동물에만 국한했던 정책에 농장동물을 포함하는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진 청중 참여 토론에서 동물권단체 케어의 김영환 대표는 “농장동물들이 어떻게 살고 있는지가 알려져야 논의가 진전될 수 있다”며 전면적인 실태 조사를 제안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도 “전체 축산 농가에 대한 (농림부의) 실태 조사가 필요하다”며 “농장동물에 대한 복지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예산이 필요한지와 어떤 제도가 개선되어야 하는지가 제대로 파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인 그는 축산농가의 동물복지 시설 개선을 지원하고 동물복지 농장에 축산정책자금을 우대 지급하는 방안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후위기시대]
단비뉴스 환경부, 유튜쁘랜딩팀 우현지입니다.
지금 해야 할 일을 알고, 그 일을 행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단비뉴스 환경부, 시사현안팀 박정은입니다.
보이지 않는 사실, 들리지 않는 목소리에 집중해 진실에 다가서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