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위기시대] 59 수상태양광 현황과 과제

충북 제천시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50여 분을 달리면 한수면 상노리가 나온다. 이 동네 언덕에서 인근의 청풍호를 내려다보면 커다란 꽃잎 모양의 평평한 구조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약간의 간격을 두고 직사각형 구조물도 나란히 떠 있다. 지난해 10월 31일 <단비뉴스> 취재팀이 한수면 어업계의 모터보트를 빌려 타고 가까이 다가가 보니 검푸른색 태양광 패널들이 부유물 위에 촘촘히 연결돼 있었다. 플라스틱과 철제로 된 부유물 발판에 올라가 드론을 높이 띄워 보니, 청풍호 수면을 수놓은 꽃잎 모양의 태양광발전소가 한눈에 들어왔다.

제천시와 충주시에 걸쳐 있는 청풍호에는 모두 3호의 태양광발전기가 설치돼 있다. 한국수자원공사와 한국전력, 충청북도, 제천시가 공동으로 2017년에 1호를 건설했고 2018년 2호에 이어 지난해 8월 3호를 건설했다. 청풍호 수면 97제곱킬로미터(㎢) 가운데 0.05%인 5만 1200제곱미터(㎡)의 수면을 1만 3000여 장의 태양광 모듈로 덮었다. 밋밋한 사각형인 1, 2호와 달리 3호는 꽃잎 모양으로 패널을 배치해 미관을 살렸다.

충북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인근의 청풍호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수상태양광 1~3호의 모습. 꽃잎 모양이 가장 최근에 설치된 3호 태양광발전소고, 3호에 바로 이어진 직사각형 3개짜리가 1호, 오른쪽 구석에 조금 떨어져 있는 2개짜리가 2호다. 박시몬 목은수 기자
충북 제천시 한수면 상노리 인근의 청풍호 상공에서 드론으로 촬영한 수상태양광 1~3호의 모습. 꽃잎 모양이 가장 최근에 설치된 3호 태양광발전소고, 3호에 바로 이어진 직사각형 3개짜리가 1호, 오른쪽 구석에 조금 떨어져 있는 2개짜리가 2호다. 박시몬 목은수 기자

단비뉴스 취재팀이 지난해 10월 31일 청풍호 수상태양광발전소 현장을 취재했다.

청풍호 수상태양광에서 3천 가구분 전력 생산

연구용인 2호는 설비용량이 0.2메가와트(MW)에 불과하지만 발전사업용인 1호와 3호는 각각 3MW, 2.6MW의 설비로 연간 총 7455메가와트시(MWh)의 전기를 만든다. 이는 3인 가구 기준 약 3000가구의 연간 전력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양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충주권지사 관계자는 이 태양광 발전량이 연간 3400톤(t)의 탄소를 줄여 소나무 약 18만 그루를 심는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수자원공사는 여기서 생산된 전기를 한전에 파는데, 연간 약 13억 원의 수익을 올린다고 밝혔다. 1호와 3호에 투입된 사업비는 각각 약 84억 원과 56억 원이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수상태양광은 온도 차가 적은 수면에서 전기 생산에 가장 적합한 온도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에 육상태양광보다 5% 정도 효율이 높다. 무엇보다 비어 있는 수면에 설치하기 때문에 부지확보와 시설공사가 상대적으로 간편하다.

수자원공사는 당초 충주댐 인근에 수상태양광을 설치하려 했으나 충주시 도시계획 조례의 이격거리 기준 등에 맞지 않아 현재의 위치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주민설명회와 동의절차를 거쳐 1, 2호기를 설치했으며, 3호기는 23명의 어업인으로 구성된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에서 먼저 제안해 추진했다고 한다. 수자원공사와 충청북도, 제천시, 한국전력 등은 한수면 황강리에 전기공급, 도로포장, 한수초·중학교 장학금, 어업자율공동체 공판장 설치 등 경제적 지원을 제공했다.

수상태양광은 태양광 모듈을 부유체와 함께 수면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수상태양광은 태양광 모듈을 부유체와 함께 수면에 설치해 전력을 생산하는 친환경 발전시설이다. 한국수자원공사 제공

산림·농지 등 잠식 없어 탄소중립시대 기대주로 부상

정부가 대내외에 선언한 ‘2050년 탄소중립’을 위해 재생에너지 발전량 확충이 시급한 가운데, 수상태양광은 육상태양광에 비해 산림과 농지 등의 훼손 없이 설비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우리나라는 2012년 경남 합천군의 합천호에서 수상태양광을 상용화한 이후 호수, 저수지, 댐 등의 수면에 태양광발전 설비를 적극적으로 늘려가고 있다. 신승욱·이철성의 2022년 논문 ‘수상태양광 운영현황과 전망’에 따르면 2021년 말 기준으로 국내에 설치 운영되고 있는 수상태양광의 시설용량은 약 300MW다. 한국농어촌공사가 설치한 것이 86MW, 한국수자원공사 46MW, 기타 51MW 등이다. 또 올해 말까지 경남 합천군 합천댐, 경북 군위군 군위댐, 강원도 춘천시 소양강댐, 경북 안동시 임하댐 등에 총 147.4MW 규모의 수상태양광이 추가 건설될 예정이다.

환경부는 2021년 탄소중립 이행계획에서 오는 2030년까지 수상태양광으로 2.1기가와트(GW)의 청정에너지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원전 2기를 대체할 수 있는 규모다.

국내 중대형 수상태양광 주요 설치 지역. 자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그래픽 박시몬
국내 중대형 수상태양광 주요 설치 지역. 자료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그래픽 박시몬

한때 수상태양광 설비가 전자파 발생과 중금속 오염, 유해 세척제 오염 등 건강과 환경상의 피해를 유발한다는 지적이 일부에서 있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수자원공사에 따르면 청풍호 수상태양광의 경우 조류배설물 등의 제거를 위해 물과 밀대를 이용한 청소를 하고 있으며 화학성분의 세척제는 쓰지 않는다. 또 태양광 모듈의 모든 재료는 납(Pb) 등 중금속 성분이 포함되지 않은 상수도용 자재를 사용한다. 2019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이 합천호 수상태양광과 관련해 4차례 수질검사를 했는데,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검출되지 않았으며 수질오염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어획량 감소 논란, 주민 보상 불만 등 해결 과제도

그러나 수상태양광 확대에 긍정적 반응만 있는 것은 아니다.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 소속 김인호(59) 씨는 지난해 10월 31일 <단비뉴스> 인터뷰에서 “수상태양광 설치 후 어획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청풍호의 3호 태양광 설치공사에도 직접 참여했다는 그는 쏘가리, 장어, 붕어, 메기 등의 어획량이 2017년 수상태양광 첫 설치 후 5년 사이 체감상 60% 정도 준 것 같다고 밝혔다. 수상태양광 시설 아래 그늘에 치어(어린 물고기)들이 은신하는데, 먹이를 찾는 쏘가리 같은 큰 어류도 그곳에 몰려 그물을 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는 “구조물 아래 퇴적물이 쌓이면서 물이 순환하지 못하고 충주댐 영향으로 생긴 녹조현상과 함께 가끔씩 폐사하는 물고기도 발견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수자원공사측은 어획량이 실제로 줄었다면 어민들이 수상태양광 추가 설치를 요구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이런 주장을 부인했다.

충북 제천시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 김인호 씨가 청풍호 수상태양광에 관해 단비뉴스 취재진 등에게 설명하고 있다. 목은수 기자
충북 제천시 한수 내수면 어업자율공동체 김인호 씨가 청풍호 수상태양광에 관해 단비뉴스 취재진 등에게 설명하고 있다. 목은수 기자
수상태양광 부유체 아래로 치어들이 모여 있다. 목은수 기자
수상태양광 부유체 아래에 치어들이 모여 있다. 목은수 기자

수상태양광 관련 주민 보상을 둘러싼 불만도 있다. 한수면 상노리의 이용재(56) 이장은 지난해 12월 27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수자원공사의 보상에서 마을간 형평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황강리에는 전기공급과 도로포장 등이 이뤄졌지만 수상태양광과 더 가까운 상노리에는 아직 구체적 지원이 없다는 것이다. 주민들은 수상태양광 전기 생산량의 0.1% 정도를 마을 발전기금으로 환원할 것, 마을에 5킬로와트(kW)의 태양광을 설치할 것, 마을환경을 정비해 줄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수상태양광을 확대하기 위해 주민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용하고 구체적인 보상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한다. 오현영(41)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2일 <단비뉴스> 전화 인터뷰에서 “수상태양광 이익공유 관련 국내 규정은 근거리만 인정하는데 주민들이 바로 수상태양광 옆에 살지 않아서 이익공유가 현재 잘 되고 있지 않다”며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해외에서는 주민들과 이익을 공유하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수상태양광 사업이 활발한 네덜란드의 경우 지역주민이 지분을 갖고 협동조합에 참여해 의결권을 행사하고 이익도 공유하고 있다.

[기후위기시대]

① 온실가스 주범 석탄발전소 ‘더 짓는 중’

② '기후우울' 떨치고 '어벤져스'로 나서다

③ 탄소세 부과로 ‘신호’ 줘야 기업 바뀐다

④ 노동·지역경제 배려 ‘정의로운 전환’을

⑤ "석탄발전소 짓는 한국, 리더 아닌 꼰대"

⑥ ‘그린워싱 대신 행동을’ 거센 녹색 함성

⑦ "SMR 등 원전은 기후위기 대안 못 돼"

⑧ “상용화 먼 핵융합, 탄소중립 도움 안 돼”

⑨ “기후위기 극복 의무를 헌법에 넣자”

⑩ 소형모듈원전(SMR) 상용화 가망 없다

⑪ “파이로프로세싱은 과학 아닌 소설”

⑫ 기후재난으로 원전 위험성 더 커진다

⑬ ‘기후 일자리’ ‘탄소국민배당’ 추진을

⑭ 고기 즐기는 너, 기후변화 공범 아니니

⑮ 청소년은 ‘미래’ 아닌 기후재난 ‘당사자’

⑯ 기후 미술관, ‘제로 웨이스트’로 가다

⑰ 쓰레기 줍다 보니 삶이 바뀌더라

⑱ “한국 공적금융이 에너지 전환 걸림돌”

⑲ ‘ESG 경영’ 뒤로 ‘기후행동 봉쇄 소송’

⑳ ‘국민이 처한 위험’ 알리려 당근 쏟았다

㉑ 나는 오늘 옷을 샀다, 기후위기를 샀다

㉒ 시민이 일어나 정부·기업을 움직이자

㉓ 탄소 줄이는 갯벌 메워 공항을 짓다니

㉔ 공장식 축산 줄이고 채식 늘려야 생존

㉕ 경작과 에너지 생산을 ‘하이브리드’로

㉖ 이재명 ‘재생에너지’, 윤석열 ‘원전’ 강조

㉗ 이재명·윤석열도 ‘기후대선’ 동참해야

㉘ ‘할머니가 지킬게, 초록지구’ 119 출동

㉙ 기후변화만큼 핵발전도 위험하다

㉚ ‘주차장 태양광’ 시급한데 조례로 막아

㉛ 채식 급식 확대, 환경교육과 병행 필요

㉜ 지구는 우리가 지킨다, 연구의 힘으로

㉝ 낡은 단독주택이 제로에너지 건물로 깜짝 변신

㉞ 개발에 밀린 무허가 정착민의 ‘생존 연료’

㉟ 난청·진폐 앓아도 떠날 곳 없는 노동자들

㊱ 실종된 ‘기후정치’를 찾습니다

㊲ ‘막장’에서 땀 흘린 이들의 희망은 어디에

㊳ 물 부족은 아프리카에서 끝나지 않는다

㊴ 돌고 돌아 사람 몸속에 쌓이는 플라스틱

㊵ 바이오연료, 전기차로 가는 징검다리 될까

㊶ 왕우렁이가 돕는 쌀농사, 도시농부도 보람

㊷ 취약층 ‘쪄 죽는 사회’ 막으려면

㊸ 속 썩은 배추에 농부 마음도 썩어들어가고

㊹ 탄소흡수 ‘바다숲’ 228곳 조성 후 관리 미흡

㊺ 중·고교 5600여 곳에 환경담당 교사는 41명

㊻ ‘탈석탄법’으로 신규발전소 건설 중단 길 터야

㊼ 강력한 탈탄소 정책과 기후정의 함께 가야

㊽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 역대 최대 인파

㊾ BTS RM의 그 가방, 폐시트와 빗물로 제작

㊿ 채취량 반으로 줄고 낙석에 생명의 위협도

51 ‘그린워싱’ 고발하다 법정에 선 활동가들

52 보틀클럽과 리필스테이션이 있는 마을 실험실

53 ‘블루카본’ 갯벌을 신공항으로 덮으려는 정치

54 애타는 기후 시민, 정부를 법정에 세웠다

55 기후행동 ‘목적의 정당성’ 인정한 판결에 환호

56 ‘단 한 명이라도…’ 매주 간절하게 올리는 기도

57 과학자들, '엉터리 근거로 오염수 투기 강행' 비판

58 농지에서는 농사를, 유휴부지에는 태양광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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