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해외여행지에서도 쉽게 찾을 수 있는 맥도날드와 코카콜라. 한편으론 익숙한 것을 발견하는 반가움과 안도감을 주지만, 다른 한편으론 지구촌 곳곳을 장악한 자본주의의 위세를 확인하는 씁쓸함을 준다. 안으로 눈을 돌려보면, 허름한 골목상점들을 밀어내고 위풍당당하게 간판을 내건 대기업 계열의 기업형수퍼마켓(SSM)들이 비슷한 기분을 느끼게 한다. 약육강식의 원색적 자본주의가 동네 구석구석까지 주름잡고 있는 것 같아서. 얼마 전 의사파업 사태 등으로 다시 촉발된 의료영리화 논란은 맥도널드와 코카콜라식 대자본의 시장확대가 ‘먹고 마시는 영
20대 초반의 나는 철부지 여대생이었다. 사회 현안들에 평균도 안 되는 관심을 가진 소시민으로 20대의 반절을 보냈다. 나의 관심은 온통 옷, 맛집, 연애, 학점에 쏠려 있었다. 그때 나는 내면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성찰할 시간을 충분히 갖지 못했다.은희경 소설 ‘새의 선물’ 주인공 진희는 나와 다르게 열두 살에 세상물정을 일찍 알아버린 조숙한 소녀였다. 어린 시절 자신을 기둥에 묶어두고 집을 나갔다 돌아와 자살한 엄마가 그녀의 아킬레스건이었다. 그런 아픔 때문일까? 그녀는 위기 앞에서 침착하다 못해 냉소적으로 반응하는 법을 일찍 터
포르투갈의 살리자르는 1932년 총리로 취임한 이래 36년간 독재정권을 구축했다. 그는 국민의 정치적, 경제적 관심을 딴 데로 돌리기 위해 3F(Futebol, Fado, Fatima)라는 우민화 정책을 실시했다. 축구•음악•종교를 악용한 독재는 끝났지만, 3F는 아직도 많은 포르투갈 사람들 관심 속에 있다. 전두환 대통령의 우민화 정책은 3S(sports, screen, sex)였다. 프로야구 창설과 국내영화 활성화로 3S정책이 먹혀 들어가면서 사람들은 ‘정치’로부터 멀어졌고, 신군부가 다시 12년간 정치를 농단할 수 있었다.남한
먹으면 신선이 되는 음식의 비결 화통이 붙은 냄비(구자)에 어육과 채소를 소담스럽게 넣고 각종 고명으로 장식하여 육수를 붓고 끓이면서 먹는 전골요리나 탕을 신선로라 부른다. 신선로는 음식 이름이면서 그릇 이름이기도 하다. <조선요리학>에 따르면 연산군 시대에 정희량이란 선비가 산속에 은거하면서 화통이 붙은 냄비에 여러 가지를 넣고 끓여 먹었는데 그가 죽어 신선이 됐다 하여 그 음식을 신선로라 하였다고 전한다. 보기에도 좋고 건강에도 좋은 신선로는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 한식이 세
두 천재의 아내였던 김향안의 조언"아침을 꼭 먹어라. 팁을 많이 주어라. 기회와 유혹을 분간할 줄 알아라."3인치 그림으로 유명한 화가 강익중이 수필가이자 미술평론가인 김향안에게 들은 말이다. 김향안은 이상과 김환기라는 두 천재의 아내였다.지난 21일 서울미술관에서 있은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 ‘인문교양특강’에서 이주헌 서울미술관장은 “김향안 여사의 조언에 인문학의 기본자세가 담겨있다”며 “인문학이란 인간의 조건에 대한 깨우침을 주는 학문”이라고 말했다. 이 관장은 홍익대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와 <한겨레> 미술담당 기자
출출한 밤, 뜬금없이 뻥튀기 생각이 난다. 가끔씩 동네에 찾아오는 뻥튀기 아저씨는 언제 다시 올 지 기약이 없고, 그걸 파는 가게가 근처 어디쯤 있는지 알 길도 없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야! 인터넷에 ‘뻥튀기’를 검색어로 넣으니 ‘하루 만에 배송’을 약속하는 업체들 이름이 주르륵 뜬다. 다음 날, 어린 아이 몸집 만 한 뻥튀기 꾸러미가 집으로 왔다. 단 돈 오천 원이다. 인터넷은 이제 ‘없는 것 빼고 다 구해주는’ 마술 램프가 됐다. 소소한 생필품부터 희귀한 수집품까지 어지간한 것은 며칠 안에 다 배달된다. 신용카드와 무통장 이체
고등학생이었던 지난 2000년, 매주 토요일 밤 11시는 피씨(PC)통신 천리안에 둥지를 튼 ‘전람회’ 팬클럽 오즈의 정팅(정기채팅) 시간이었다. 우리는 각자의 컴퓨터 앞에 붙어 앉아 학교에서 벌어진 재미난 일들을 떠벌이거나 영퀴(영화퀴즈), 음퀴(음악퀴즈)를 풀었다. 비록 목소리가 아닌 키보드(자판)로 수다를 떠는 것이었지만 매주 손꼽아 기다릴 만큼 즐거운 시간이었다. PC통신의 인기가 시들해지면서 오즈의 친구들은 그해 인터넷의 ‘김동률닷컴’으로 이사했고, 오프라인에서도 가끔 만나 공연을 함께 보러 갔다. 이 친구들은 내가 대학에
“저희가 만약 요리사라면 매일 음식을 만드는 것이 저희의 일일 것입니다. 그런데 만약 그 음식에 상한 재료가 들어가 불량식품이 됐다면, 그걸 뻔히 알면서도 손님에게 내놓는 것이 옳은 걸까요? 때로는 잠깐 멈추고 잘못된 재료를 빼고 다시 요리하는 것이 진정한 요리사의 자세라고 생각합니다.”지난 16일 저녁 7시 무렵 서울 여의도공원 광장에서 열린 방송3사 노조 파업콘서트 현장에서 <문화방송(MBC)> 노조부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민식 피디(PD)를 만났다. 그는 공정하지 못했던 MBC 뉴스와 시사프로그램을 ‘불량식품’에 비유하면서 “그
아이팟으로 김정범(37)의 음악을 들으면 영혼의 사운드에 끌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재즈밴드 ‘푸딩’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푸디토리움’이란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그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밤 8시 홍대앞 에반스라운지를 찾았다. ‘푸디토리움’은 ‘자신만의 공간’이란 뜻. 그의 숨결까지 느끼면서 지켜본 라이브 공연은 그가 왜 그런 예명을 붙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고정된 재즈밴드의 울타리를 벗어난 덕분인지 그의 개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자신만의 공간'으로 초대된 100여 명 관객은 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