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인터뷰] 이야기하듯 노래하는 김정범

아이팟으로 김정범(37)의 음악을 들으면 영혼의 사운드에 끌려 그의 이야기 속으로 빠져들게 된다. 재즈밴드 ‘푸딩’의 보컬로 활동하다가 ‘푸디토리움’이란 이름으로 ‘솔로 프로젝트’를 진행중인 그의 공연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지난 9일 밤 8시 홍대앞 에반스라운지를 찾았다.

 

▲ 어디서나 음악과 이야기를 만들고 있을 것 같은 분위기의 김정범. ⓒ 푸디토리움 홈페이지

‘푸디토리움’은 ‘자신만의 공간’이란 뜻. 그의 숨결까지 느끼면서 지켜본 라이브 공연은 그가 왜 그런 예명을 붙였는지 짐작하게 했다. 고정된 재즈밴드의 울타리를 벗어난 덕분인지 그의 개성은 더욱 두드러져 보였다. '자신만의 공간'으로 초대된 100여 명 관객은 노래로 자신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독특한 그의 음악세계에 흠뻑 빠져들었다.

그는 아이팟으로 들을 때처럼 정적인 음악에만 머물지 않았다. 이번 클럽공연에서는 밴드를 재구성해 록 사운드를 가미함으로써 경쾌함을 함께 보여주었다. 클럽공연은 4월과 11월에 열리는 공연과 더불어 3부작의 하나로 기획된 '푸디토리움 밴드 세트'이다. 

▲ ‘푸디토리움’ 공연장 입구 간판에 루시드폴이 초대손님으로 적혀있다. ⓒ 이승현

 

▲ 김정범(키보드 연주자)이 재구성한 밴드와 함께 공연하고 있다. ⓒ 이승현

이번 공연은 푸딩의 ‘8:11분 PM’과 ‘YOU’로 시작하여 푸디토리움의 ‘Viajante’(비아잔찌) ‘그저 그렇고 그런 기억’ 등 김정범이 속한 두 밴드의 곡으로 채워졌다. 밴드 세트로 편곡된 10여 곡이 연주되는 동안 청중은 그의 음악세계에 몰입했다. 공연 중간에 자신의 이야기를 곁들여 관객들의 귀를 즐겁게 하기도 했다. 공연이 끝난 뒤 인근 카페에서 그를 만나 못다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원래 재즈를 공부하셨는데 브라질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뭡니까? 브라질 음악에 특별한 매력이라도 있나요?

“원래는 오석준씨 음악을 좋아했어요. 가요에도 보사노바가 있으니까요. 군악대로 입대했는데 군악대 행사곡에 팝 고전도 많습니다. 특히 '남과 여'에 관한 행사음악에 브라질 음악과 쿠바 음악이 많아 관심을 갖게 됐습니다. 브라질 음악의 매력은 리듬입니다. 삼바 리듬이 다 그 안에 들어있어요. 리듬을 느리게 한다든지 리듬을 쪼개서 재배치한다든지, 삼바 리듬이 근간이 된 음악들이 대부분이에요.”

-‘Viajante’를 부른 가수 파비오 카도레와 협연했는데 어떻게 인연이 닿았습니까?

“처음에 브라질 음악을 할 때 너무 막막했어요. 인기 가수 등 수많은 브라질 가수들에게 페이스북과 트위터 등으로 계속 연락하다가 젊은 친구들을 알게 됐는데, 파비오 카도레가 제일 대화가 잘 통했어요. 서로 메일 주고받으며 음악 들려주고 '같이 해볼래'라고 물었는데 좋다고 하더군요. 카도레가 아르헨티나 투어에서 첫 곡으로 ‘Viajante’를 불렀는데 반응이 좋아서 녹음을 하게 됐습니다.”
 
-그와 같이 공연을 다닐 생각이 있습니까?

“비밀입니다. 가능성은 열어두고 있습니다.”

-지난번에 공연장을 링처럼 한가운데 설치하는 실험적 무대 연출로 많은 팬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는데, 그 의미를 설명해주십시오.

“최근에 아티스트 쉐어, 곧 소통방식의 평등함에 관심이 많아요. '어떻게 하면 좀더 평등하게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는데, 보통 공연방식은 앞에 있는 사람이 자신의 감정을 강요하는 것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바라보는 시선이 모두 같은 공연을 만든다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어서 무대를 가운데에 설치하게 됐습니다.” 

“앨범 기획은 내가 살아온 경험의 산물”

-지난 앨범 <이별>과 <재회>에 이어 앞으로 <인연>을 내서 과거-현재-미래를 이어주는 3부작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는데 기획의도가 뭔가요?

“1부 <이별> 앨범의 첫 트랙이 ‘After 11:59 PM’이고 제가 그 전에 만든 앨범이 영화 <멋진 하루> O.S.T.인데 마지막 트랙이 ‘11:59PM’이에요. 이어지는 제목을 좋아하긴 하는데 그 이유는 음악 속 가사들이 제 얘기는 아니지만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아요. 예를 들면 지금은 '이별에 관한 얘기를 해볼까'하는 개인적인 경험이 바탕이 되는 경우가 많거든요. 기획은 내가 시간에 따라 살아가는 것하고 똑같습니다. ‘재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런 게 아니라 실제로 그런 경험들이 있거나 해서 3부작이 되는 것 같아요.”

-소극장에서 공연을 많이 하시는데, 소극장만의 매력이 있습니까?

“소극장, 대극장은 상관하지 않는데, 공연장 자체는 굉장히 신경 써요. '나는 여기 왜 있는가'를 말하는 극장이 있어요. 그런 극장을 좋아해요. 문래동에도 그런 데가 있어요.” (그는 4월 27~29일 문래예술공장에서 공연을 할 예정이다)

-의미 있는 장소를 찾아 공연한다는 얘긴가요?

“요즘 실험적인 사람들에게 대중적이지 않은 것들을 지원해주는 장소가 하나둘씩 생기고 있어요. 그것들이 메인 공연장이 되거나 대중적인 것이 되지는 않지만, 사람들이 실험할 수 있게 개방되어 있어요. 그게 그런 공연장들이 존재하는 이유입니다. 푸디토리움도 그런 장소에서 공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음에는 문래예술공장에서 스트링 쿼텟으로 공연한다고 들었는데 그 공연 컨셉트는 무엇입니까?

“앨범을 녹음하거나 곡을 쓸 때는 모든 것을 투영해서 한번에 발매하잖아요. 공연은 반대로 하고 싶었습니다. RGB컬러 세가지 프리즘처럼 하나가 들어가서 세 개로 나뉘는 거죠. ‘푸디토리움은 팝이다, 조용하다’라고 많이 생각하지만 밴드 세트는 조용하지 않거든요. 이번에 한 밴드 세트는 공연을 파티처럼 술 마시면서 들을 수도 있거든요. 제일 중요한 것은 창의성이에요. 시끄럽지 않아도 묵묵히 실험들을 진행해 나가는 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앞으로 계획은 무엇입니까? 3부 <인연>은 언제쯤 만나볼 수 있나요?

“앨범 준비해야죠. 계속 고민중입니다. 다음은 지금보다 뭔가 더 발전된 모습이겠죠. 내년 날씨가 추워질 때 내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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