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20여일이면 4월 16일 세월호 참사 1주기가 된다. 사고 이후 온 국민이 슬픔에 빠지고 무능한 정부에 분노했지만 한 해가 흐른 지금까지도 실종자를 찾기 위한 선체인양과 특별조사위원회를 통한 진상규명 등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다. 세월호 참사 시민기록위원회에서 활동해 온 오준호(40) 작가가 경기도 안산과 전라남도 광주의 법정을 오가며 ‘기록’에 몰두한 것은 ‘진실이 스스로 모습을 드러내진 않는다’는 생각 때문이었다. 그는 지난해 6월 10일 세월호 선원 첫 공판준비 기일부터 11월 11월 1심 선고공판까지 33차례 광주의
"이젠 화낼 힘도 없어유..."충청북도 제천시 도화리의 농장에서 돼지 1500마리를 키우는 김병화(60)씨는 지난 14일 찾아간 <단비뉴스> 취재진에게 풀죽은 목소리로 이렇게 말했다. 2011년 한-유럽(EU) 자유무역협정(FTA)과 2012년 한미FTA가 발효한 데 이어 지난 11일 한-캐나다 FTA가 타결된 데 대한 반응이다. 산기슭에 자리한 농장엔 아직 매서운 바람이 불어대고, 덩치 큰 개들은 낯선 이들을 향해 사납게 짖고 있었다. 김씨는 추위에 약한 돼지들을 위해 난방을 점검한 뒤 돈사를 막 나오던 참이었다. “결국 농촌 사
어떠한 진술과 사실에도 진실은 있다. 부분적 진실을 통합하고 총체적으로 사고하는 활동을 통해 진실에 다가갈 수 있다. 문화비평가이기도 한 이택광 경희대 교수는 “데이터와 사실 관계를 비판적으로 검토해서 부분의 진실을 모아 꿰는 것이 문화비평의 방법론”이라고 말했다.그는 “‘욕망의 지도’를 가지고 한국 사회 엘리트들을 분석했다”며 “한 사회의 지배적 욕망에 대해 마이너(minor)한 욕망이 정체성 투쟁을 벌이는 것이 모든 사회의 원리”라고 말했다. 결혼제도를 통해 사회에서 인정받으려는 동성애자들의 활동이 좋은 사례이다. 이렇게 주류
안동이 보존문화를 꽃피운 까닭안동은 동방유교의 본향으로 알려졌지만 불교와 민속 등 다른 전통문화 또한 제일 잘 보존해온 곳이다.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과 벽돌탑인 봉정사 극락전과 법흥동 7층전탑이 둘 다 안동에 있다. 가장 오래된 강원도 상원사 동종도 실은 안동에 있던 것을 예종이 세조의 명복을 비는 원찰인 상원사로 옮긴 것이다.양반의 고장이라지만 백정과 같은 천민이 양반을 풍자하는 하회탈춤이 5백년간 전승된 곳이 안동이고, 무당이 성주풀이를 할 때 불러 모시는 성주의 본향이 안동 땅 제비원이다. 차전과 놋다리밟기 등 민속놀이가 고려
말이 없는 사람은 왠지 신비로운 분위기를 자아낸다. ‘무슨 생각을 할까’, ‘지금 기분이 어떨까’ 등 상대방을 궁금하게 만든다. 미팅에서 분위기를 주도하고 웃음을 이끌어내려고 고군분투하는 사람은 짝을 못 이룰 가능성이 높다. 많은 사람에게 웃음을 선사하고 호감을 샀다 해도 그렇다. 인터넷 고민상담 게시판에 ‘분위기를 띄우는 남자는 왜 항상 미팅에서 커플이 안 되나요’라는 글이 종종 올라온다. 답변은 간단하다. ‘바람잡이만 될 뿐 주인공은 조용히 구석에서 침묵에 잠긴 남자랍니다.’말이 없는 게 매력이라고 생각했던 나는 연애 경험을 통
전문대학교 자동차학과를 다니다 군복무를 마친 고모(22)씨는 등록금 마련을 위해 지난 8월 말부터 지방의 S조선소에서 일하고 있다. 기능공의 업무를 보조하는 ‘조공’인 고씨는 하루 일당 8만원, 한달이면 약 180만원의 보수를 받는다. 전문기술이 없는 고씨에게 적지 않은 수입이지만 대신 현장에서 ‘살 떨리는’ 긴장을 감내해야 한다.“(건조 중인 배에서) 바다 쪽으로 돌출한 4,5층 건물높이의 장비에 올라가 핸드레일(난간) 설치하는 일을 했는데, 밑으로 바닷물이 출렁이고 있어서 용접하는 동안 무서웠어요. 안전장비는 착용하고 있었지만
얼마전 본방송을 놓친 프로그램을 주문형비디오(VOD)로 보려고 TV를 켰는데, 프로그램 목록을 살피던 중 갑자기 화면이 꺼졌다. 여기저기 살폈지만 도저히 해결이 안 돼, 수신기에 붙어있는 수리(AS)센터 전화번호로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직원은 정말 친절하고 상세하게 해결책을 알려줬고, 덕분에 다시 TV를 작동시킬 수 있었다. “이래서 업계 1위 기업이구나”하고 감탄하며 시계를 보니 밤 11시가 넘어있었다. 그 직원은 자정이 다가오는 시간에 노동현장에 있었던 것이다. 그 순간, 한밤의 ‘감동서비스’에 대해 보상은 제대로 받고 있
“돈 천 석, 사람 천 석, 글 천 석이라는 뜻으로 ‘삼천 석 댁’으로 불리며 호의호식하고 살 수 있는 집안이었지. 그래도 나라를 되찾으려고 가문의 사람들을 다 이끌고 추운 겨울 망명을 떠나지...그게 시작이었어.” 서울 대림동에 있는 낡은 연립주택에서 지난 6월 2일 <단비뉴스> 기자를 맞이한 김시진(78)씨는 깊이 주름진 얼굴과 손에 힘을 주어가며 집안 어른들의 ‘독립투쟁’을 설명했다. 김씨는 일제강점기 만주에서 항일운동을 이끈 백하(白下) 김대락(1845~1914)의 종증조손(從曾祖孫)이다. 아버지와 할아버지, 종증조부등이 독
우리는 왜 태어났을까? 왜 살아야 하는가? 누군가에게 이런 질문을 받는다면 적잖이 당혹스러울 것이다. 이런 질문의 해답은 학교나 교과서에서 배우는 지식이 아니기 때문이다. 한겨레신문사 조현 종교전문기자는 ‘우리는 선우 제천지회’(회장 김연호) 주최로 지난 5일 제천 유유예식장에서 열린 강연회에서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 봄으로써 근본적인 해답을 탐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 역시 스스로 진리와 깨달음을 찾고자 종교의 발상지들을 순례했다. 그는 여행을 통해 무엇을 깨달았을까?그리스와 인도 여행에서 만난 깨달음의 비결 - 질문조 기자는 이날
세계 어느 도시에나 가난한 이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지만, 우리네 ‘달동네’는 세상에 유례가 없는 독특한 주거지역이다. 외국의 슬럼가는 범죄에 찌든 사람들이 희망도 없이 살아가는 곳이 많지만, ‘달동네’는 정반대다. 그들은 일할 의욕이 없어 가난해진 사람이 아니다. 자식 교육열도 높다. 이른 아침 비탈진 골목길을 쏟아져 내려오는 학생들은 ‘달동네’의 희망이다. 겉모습이 남루할 뿐 그들만의 행복한 보금자리요 건전한 공동체가 바로 달동네이다. 정감 어린 ‘달동네’들이 대부분 개발주의에 밀려 헐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