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비스포츠] 롯데 제2홈구장, 삼성과 시즌 2연전 전석 매진

지난 4일 오후 6시30분 프로야구 롯데자이언츠와 삼성라이온즈가 2014시즌 3연전 첫 경기를 치른 울산문수야구장은 전날 내린 봄비에 아랑곳없이 야구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경기장 안에서는 사물놀이패가 흥을 돋우고, 출입구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는 롯데자이언츠 어린이회원에 가입하려는 아이들이 줄지어 섰다. 롯데 선수들은 경기시작 전 야구장을 찾아준 팬들에게 사인볼을 던져 감사를 표했고, 이에 화답하듯 팬들은 경기 시작 1시간 만에 1만2088개의 좌석을 모두 채웠다.

▲ 경기 전 표를 구매하기 위해 많은 사람들이 매표소 앞에 줄 서 있다. ⓒ 박세라

새 시설에 팬들 만족감, 롯데는 연승으로 보답

지난달 22일 시범경기와 함께 개장한 문수구장은 부산 사직구장을 제1홈으로 하는 롯데자이언츠의 제2홈구장이다. 울산 문수산 자락에 부지 6만2987제곱미터(㎡), 건축연면적 1만5600㎡의 지상 3층 규모로 지어졌다. 내야 지정석 8088석과 외야 잔디 자유석 4000석으로 사직구장의 절반 정도 좌석을 갖췄다. 울산은 다양한 체육시설이 많아 생활체육도시로 꼽히고 있지만 야구만큼은 불모지에 가까웠다. 이번 문수구장 개장을 계기로 울산의 야구 열기가 후끈 달아오르고 있다. 가족과 함께 왔다는 박지향(39·여·울산시 달동)씨는 "울산에 프로야구장이 생겨서 너무 좋다"며 "더 많은 시민들이 즐길 수 있도록 관중석이 더 늘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 롯데 자이언츠 외국인 투수 크리스 옥스프링과 포수 강민호가 경기 전 불펜에서 몸을 풀고 있다. ⓒ 박세라

이날 홈팀 롯데는 4대2 승리로 울산팬들의 기대에 멋지게 보답했다. 선발 옥스프링은 6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았고 타자들도 초반부터 착실히 득점하며 승기를 잡았다. 5일 다시 벌어진 삼성과의 경기에서도 롯데는 최준석의 첫 홈런을 포함한 4타점 활약과 선발 쉐인 유먼의 호투로 6대4의 승리를 거뒀다. 이날도 문수구장은 전석 매진이었다. 롯데는 이날까지 시즌 3연승을 기록하며 선두로 나섰고, 삼성은 이승엽이 시즌 첫 홈런을 기록했지만 3연패의 늪에 빠졌다.

4일 경기를 지켜본 울산 관중들은 깨끗하고 안락한 시설에 대체로 만족감을 보였다. 내야와 외야의 경계 아래에는 투수들이 몸을 푸는 불펜이 있어 경기장을 오가는 관중들이 선수들의 모습을 가까이서 흥미롭게 관찰하기도 했다. 외야석과 나란히 위치한 전광판 뒤편에는 태양광발전패널이 붙어 있어 에너지 자급노력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경기장 시설과 운영에서 아쉬움도 없지 않았다.

미흡한 시설운영, 관람문화는 개선해야

매표소의 경우 줄지어 선 관중 수에 비해 창구가 부족했고 인터넷 예매표와 현장 입장권을 다른 창구에서 분리 발권하다가 예매표가 더 많자 중간에 통합발권으로 바꾸는 등 우왕좌왕하는 모습이었다. 5회말 종료 후 클리닝타임(경기장정리시간)을 이용해 화장실을 찾는 관중이 몰렸지만 화장실 수가 적고 좁은 탓에 기다리는 사람들이 복도를 가득 채웠다.

▲ 내야석 맨 위에 자리한 장애인석에 사람들이 서서 경기를 관람하고 있다. ⓒ 박세라

내야석 3층 맨 위쪽에 장애인관람석이 배치됐으나 세심한 배려가 부족해 보였다. 일반석과 다르지 않은 의자는 장애인에게 좁게 느껴질 수 있고 간이테이블이 없어 음식을 먹으며 경기를 관람하기 어려웠다. 울산참사랑의집 거주지원2팀 이준열(29) 사회복지사는 “시설 가족 장애인 4명과 인솔교사 2명이 처음으로 야구장에 왔다”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지만 장애인들도 가까운 곳에서 경기를 볼 수 있도록 앞쪽에도 장애인석이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흡연과 음주, 쓰레기 등 시민들의 관전문화도 개선이 필요해 보였다. 건강증진법에 따라 체육시설 중 야구장, 종합운동장 등 1천 명 이상 수용시설은 금연구역으로 지정돼있다. 그러나 이날 화장실과 매점 앞 복도 등에서 담배를 피우는 사람들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었다. 경기가 끝난 뒤 관중석에는 빈 맥주 캔과 남은 음식 등 쓰레기가 수북했다. 쓰레기통은 일반·음식물·재활용품 등으로 나뉘어 있지 않아 온갖 쓰레기가 마구잡이로 쌓여 있었다. 입장티켓을 확인하는 아르바이트생 김모(20)씨는 “경기장 내 반입이 안 되는 컵라면이나 소주를 들고 입장하려는 사람도 많았다”며 “무작정 가지고 들어가려는 관중을 막으니 물건을 던지기도 했다”고 말했다.

▲ 경기장 복도에 금연팻말이 붙어 있지만 흡연자들이 모여있으며, 분리수거가 안 된 쓰레기가 쌓여 있다. ⓒ 박세라

시범경기 때부터 지적된 대중교통의 접근성 부족도 개선되지 않았다. 울산역에서 경기장까지는 약 18km, 자동차로 30분가량 걸린다. 고속철도(KTX) 등을 이용하는 타 지역 관중들은 울산역에서 내린 뒤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하는데, 버스는 배차간격이 길고 환승을 해야 하기 때문에 하는 수 없이 택시를 이용하는 경우가 많다. 약 200대를 수용할 수 있는 주차장도 협소한 편이다. 버스를 환승할 필요가 없도록 노선을 조정하고 경기가 있는 날은 배차 간격을 좁히는 등 대중교통을 확충하는 과제와 함께 장애인과 노약자를 위한 좌석보수, 쓰레기 분리수거함 설치, 흡연공간 지정 등의 보완책을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올해 문수구장에서는 4일부터 6일까지 이어지는 롯데와 삼성의 3연전을 포함, 정규시즌 8경기가 열린다. 정규시즌 경기가 없는 날은 아마추어와 2군 경기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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