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월 근로기준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주당 법정 근로시간을 현행 68시간에서 52시간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당장 300인 이상 사업장에 오는 7월 1일부터 적용된다. 근로시간 단축 관련 개정안은 19대 국회에서 처음 발의됐다. 5년이 지나 20대 국회에 와서 겨우 통과된 것이다. 개정안이 통과됐다고 논쟁이 끝난 건 아니다. 개정안 통과 전후에 보수·경제신문과 진보신문은 근로시간 단축의 충격을 완화하기 위한 보완책을 전혀 다르게 내놨다.정부는 지난 5월 17일 ‘노동시간 단축 현장 안착 지원대책’을 발표했다. 이에
8일 오전 일찍부터 서울시청 신청사 1층 로비가 구직자들로 붐볐다. 서울시가 개최한 ‘2018 뉴딜일자리 박람회’다. 이번 박람회에서는 서울시의 대표적 공공일자리 사업인 ‘뉴딜 일자리’에 대한 정보 제공과 구직 상담에 이은 일자리 참가접수까지 한 자리에서 이뤄졌다.8일 오전 11시부터 열린 특강은 특히 인기를 끌었다. ‘좋은 일 컴퍼니’에서 진로&취업 강의를 맡고 있는 차지웅 강사가 진행한 ‘스펙을 이기는 직무분석 자소서 특강’이었다. 핵심만 알려주는 자소서 특강열띤 호응 덕에 11시 50분 끝
엄마가 달달한 커피를 좋아할 줄은 몰랐다. 동생과 커피를 사러 카페에 간 날이었다. 내 것과 동생 것을 한 잔씩 주문했는데, 엄마 것은 뭘로 사야 할지 몰라 잠시 멈칫하다 무난한 ‘아메리카노’를 외쳤다. “아니, 엄마도 캐러멜 마키아토 먹던데…” 그러면서 동생이 주문을 바꿨다. 엄마가 예전에 달달한 커피를 먹지 않았던 것은 “시도해본 적이 없어서였다”는 말도 덧붙였다.최근 엄마는 내 옷을 입어보는 일이 부쩍 늘었다. 내가 안 입는 옷이길 바라는 눈치다. 요즘 들어 젊은 애들이 입는 옷이 입고 싶다며 말끝을 흐린다. 이런 엄마에게 나
19세기 수도는 프랑스 ‘파리’다. 20세기 수도는 미국 ‘할리우드’다. 영화문화에서는 그렇다. 두 도시에는 차이가 있다. 도시와 시각문화를 연구하는 바네사 슈와르츠는 <구경꾼의 탄생>에서 파리는 ‘실제로 있는 장소’이고 할리우드는 ‘실재하지 않는 장소’ 곧 ‘꿈의 공장’이라고 썼다. 쉽게 말해 파리는 문화·예술이 자연스레 싹트고 문화가 소비되는 곳이다. 반면 할리우드는 철저하게 문화 소비를 위해 계획된 도시다. 다시 말해 로스앤젤레스를 유명하게 만들고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만들어진 것이다.돈의 힘이 강력하게 작용하는 사회에서 도시
‘새’는 생존을 위해 몸단장을 한다. 깃털에 유분을 묻히는 일은 깃털을 튼튼하게 해 잘 날아다니게 할 뿐 아니라 체온을 조절하고 방수까지 되게 한다. 새는 하루에 몇 번이고 털 고르기를 한다. 털 속 기생충을 제거하면 건강해질 수 있고, 건강해 보여야 더 강한 짝을 유혹하고 건강한 새끼를 낳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새들도 몸단장을 게을리 하는 시기가 있다. 알을 낳았을 때다. 이때는 몸단장보다 새끼 키우기가 우선이다.얼마 전 종영한 TV 드라마 <고백부부>가 많은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결혼을 후회하는 주인공 부부가 18년
‘열망’은 삶을 떠받치는 힘이다. 행복을 추구하는 존재인 인간은 자신의 미래와 관련한 열망을 간직하고 이룸으로써 행복에 가까이 가려 한다. 이런 인간의 열망을 미디어는 ‘환상’을 통해 유지해준다. 대표적 장르가 ‘드라마’다. 과거에는 소위 ‘신데렐라 판타지’가 많은 사람들의 열망을 반영했다. 요즘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해 취준생(취업준비생)이나 공시생(공무원시험준비생) 등을 주인공으로 등장시킨다. 하지만 이 또한 해피엔딩으로 끝나는 사례가 많다. 결국 취준생·공시생의 ‘성공스토리’가 핵심이다.미디어가 보여주는 ‘환상’은 인간의 ‘열망
6·10민주항쟁 이후 30년. 정치적 민주화는 이뤄졌지만 민주주의는 완성되지 않았다. 고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의 진상을 밝히며 민주항쟁을 촉발했던 언론은 이후 30년간 민주주의를 완성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해왔을까?지난해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서 언론은 다수 국민에게 다른 권력 못지않게 개혁대상으로 지목됐다. ‘이게 나라냐’의 외침 뒤에는 ‘이게 언론이냐’는 외침이 있었다. 언론이 지난 30년 간 본연의 역할에 충실하지 못했던 이유는 무엇일까?<미디어오늘>과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가 23일 오후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박근혜 정권의 국정농단에 가담한 검찰 등 관료조직을 물갈이하는 것을 두고 자유한국당 등 과거 집권세력 쪽에서는 정치 권력이 새로운 갈등요인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비난한다. 그러나 원래 정치는 ‘갈등’과 ‘통합’에 모두 관계한다. 프랑스 정치학자 모리스 뒤베르제의 말이다.정치학자 김비환은 <이것이 민주주의다>에서 갈등과 통합을 가능케 하는 핵심적 원리로 ‘권력’을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권력의 내용과 권력이 행사되는 방식에 주목한다. 민주주의에서 권력 남용을 막으려면 권력은 민주적으로 형성·행사·통제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관계망(SNS)을 통한 ‘해시태그(#)’ 운동이 한창이다. 최근 한국에서는 ‘#그런데 최순실은?’ ‘#문단_내_성폭력’ 등이 유행이었다. 이런 움직임은 우리가 굳이 목소리를 내기 위해 실제 광장에 나가지 않더라도 온라인에서 광장을 만들어갈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앤더슨이 말한 ‘상상의 공동체’다. 물리적 공간에 함께 있지 않아도 우리는 같은 생각을 공유하고 있음을 알기에 온라인 광장에 동참해 공동체를 만들어간다.이제 우리에게 실제 광장은 필요 없어진 걸까? 그러나 ‘연대’의 가치를 강조한 철학자 로티는 개인의 자유를 확대하려면 연
대학에서 사회복지를 전공하고 있는 26살 A씨는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방학 동안 사회복지 현장실습에 나갔다. 처음 간 곳은 ㄱ지역아동센터. 그 곳에서 A씨가 한 일은 밥하고 설거지, 청소가 전부였다. A씨는 주말마다 8시간씩 총 120시간 일하고 실습비로 20만 원을 ㄱ지역아동센터에 냈다. 점심식사비는 포함되지 않아 추가로 들어갔다.똑같이 120시간을 일하지만 주중에 일하면 실습비는 15만 원이다. 실습비가 어떻게 책정되느냐고 물었더니, 주말에는 일거리가 없어 더 편하기 때문에 비싸다는 뜻밖의 답이 돌아왔다. 종교시설을 함께
헌법에 명시된 ‘민주공화국’이 매일같이 불려 나오는 요즘이다. <헌법의 발견>에서 박홍순은 ‘공화국’을 사적 요소가 공적 영역인 정치를 좌우하지 않는 체제라고 정의한다. 핵심은 공과 사의 구분이다. 민주공화국은 공익을 추구하는 국민의 집합이기 때문이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는 사인에게 공적 권력을 위임했다는 점에서 민주공화국의 핵심을 완전히 무너뜨린 헌정유린이라 할 만하다.권력구조를 개편하는 개헌이 답일까? 현재 지적되는 대통령의 제왕적 권력 문제는 ‘5년 단임제’ 탓만으로 돌릴 수 없다. 제도를 바꾼다 한들 대통령과 주변 권력이
충북 제천시에 위치한 세명대학교. 학교 주변으로 불합리한 원룸 임대료를 시정하자는 내용의 현수막이 곳곳에 눈에 띈다. 원룸 임대료에 대한 학생들 불만이 불거진 것은 어제 오늘의 이야기가 아니다. 세명대 학생들의 경우만 해도 이미 지난해부터 불합리한 가격에 대한 시정요구가 시작됐다. 하지만 원룸 임대업자들과 대화가 이뤄지지 않는다. 급기야 총학생회가 나서 성명서를 발표하며 기자회견까지 열었지만 역부족이다. 학교 앞 원룸 무조건 10개월 선금학생들이 억울해하는 첫 번째 시정 요구사항은 10개월 선불
사회학자 지그문트 바우만의 <위기의 국가>에는 ‘국가 없는 국가주의’라는 개념이 나온다. 이는 국가의 무능을 권력과 정치의 분리 현상에서 찾는다. 세계화는 글로벌 자본으로 권력이 집중되는 현상을 가져왔다. 권력과 정치의 분리 현상은 심화됐고 국가는 정치적 지도력과 통제력을 잃었다. 일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인 ‘권력’을 잃어버린 국가는 어떤 조처를 취할지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인 ‘정치’만을 갖고서는 위기 상황에서 제대로 된 선택을 할 수 없게 된 것이다.한국은 세계화 과정의 ‘최고 우등생’이었다. 다국적 자본의 투자를 유치하고 일자
지난 27일 오후 2시, 충북 제천 세명대학교 학생회관 3층의 한 동아리방을 찾았다. 바닥에 깔린 신문지 위에 두엄 같은 게 놓였다. 수업을 마치고 동아리방에 모인 6명의 학생들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다루는 중이었다. 학생들 표정에 애벌레에 대한 애정이 가득 묻어났다. “지난 방학 동안 밥 주러 왔었잖아. 걔네들이 낳은 새끼들이야” 동아리 회장 최도혁(20) 군이 뿌듯한 듯 동료들에게 말한다. 학생들은 그동안 키운 장수풍뎅이 애벌레를 분리해 수를 셌다. “한 통에 너무 많이 들어가면 서로를
나이를 먹을수록 나를 표현하는 일이 어렵다. 서른이 돼서야 내가 누구인지 고민하고 설명하려 노력하지만 답이 안 나온다. 소속된 곳이 없는 취업준비생이라서? 어쩌면 소속이 없기에 지금이라도 나에 대해 고민할 기회가 생긴 것은 행운일지 모른다. 사회학자 어빙 고프먼은 수도원과 정신병동 시설과 같은 ‘전체적 제도’가 자아를 축소한다고 했다. 수도승 또는 입원환자라는 역할로 축소하기 때문이다. “몇 학년 몇 반 누구입니다”로 나를 표현할 수 있었던 우리는 어쩌면 전체적 제도에서 축소된 자아로 살아왔다.물리적인 소속이 사라졌다고 나의 자아가
대학생은 두 가지 의미에서 노동자다. 첫째, 교육비는 물론 먹고 살 생활비를 벌어야 하기에 본분인 공부와 관계없이, 임금노동에 시달린다. 둘째, 대학생은 교육이라는 상품을 유지하는 노동의 주체다. 이 노동은 교육상품 유지에 불가결의 요소로서 자리매김 한다. 수업참석을 넘어 배운 내용을 암기하고, 대학 체제를 위한 분주한 활동까지... 학생들이 떠안은 노동이다. 대학생들의 지속적인 노동과 인내가 없으면 대학은 존재할 수 없다. 공짜노동 착취에 교육의 기회균등에도 위배학부 때부터 대학원 박사과정까지
보수적 이념을 가진 독자가 보수신문을 보면 보수적 이념은 강화된다. 진보적 이념을 가진 독자가 진보신문을 볼 경우도 마찬가지다. <코끼리는 생각하지마>에서 조지 레이코프는 ‘낱말의 덫’이 바로 프레임 형성의 핵심이라고 말한다. 프레임을 짜는 것은 자신의 세계관에 부합하는 언어를 취합하는 것이다. 그런데 언어의 본질은 그 안에 있는 생각이고 언어는 그러한 생각을 실어 나르고 불러일으킨다. 이런 방식을 이용해 특정 생각을 불러일으키도록 낱말에 덫을 두고 특정 프레임을 만들어 주입시키는 것이 미디어다. 특히 정파성이 강하고 전통이 오래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