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노모포비아(No mobile-phone phobia)’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휴대폰에 찍힌 시간을 확인하고, 저녁에 잠이 들기 직전까지 휴대폰으로 음악을 듣거나, 친구와 얘기를 하거나, 뭔가를 읽는다. 드라마, 영화 등 웬만한 영상은 모두 폰으로 찾거나 다운받아서 보고, 현금인출기에서 돈을 뽑는 일 외에는 대부분의 은행업무도 휴대폰으로 한다. 필요한 물건이 있으면 쇼핑몰 앱을 이용해 구매하고, 각 언론사 앱을 이용해 신문기사를 읽고 방송뉴스를 본다. 페이스북․트위터․밴드 등의 SNS에 바로 기사를 공유하거나 스크랩하기도
"우리 회사에 지원한 이유가 뭐죠?""아빠 차 바꿔주고, 엄마 용돈 드리고, 남동생 대학 보내려고요."모든 것이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대한민국 최고 기업', 누구나 부러워하는 '일등 직장'이었다. 초등학교밖에 안 나온 아버지를 뿌듯하게 만드는 자랑스러운 딸이 될 수 있었다. 만 열 여덟, 꽃다운 나이에 소녀는 그렇게 마스크를 쓰고 방진복을 입었다. 캠퍼스의 낭만도, 풋풋한 스무 살의 추억도 없이 밀폐된 작업장에서 각종 화학약품을 만지며 매일 실적에 매달렸다. 야근도 밥 먹듯이 했다. 그렇게 보낸 20개월, 돌아온 것은 급성골수성
2013년 재계순위 38위였던 동양그룹의 현재현 회장이 지난달 28일 구속 기소됐다. 부도 날 위험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업어음(CP)과 회사채를 마구 발행해 4만여 개인투자자들에게 1조원 넘는 손해를 끼치고, 횡령·배임·분식회계 등 불법을 저질렀다는 이유다. ㈜동양 등 주요 계열사 5곳이 법정관리에 넘어간 동양그룹 사태는 계열사들을 줄줄이 엮어 놓은 순환출자, 그룹 금융사를 사금고처럼 활용한 ‘금산결합’, 대주주 일가가 전 계열사를 좌우한 ‘황제경영’ 등 우리나라 재벌의 문제점을 다시 한 번 적나라하게 드러냈다.그래서
‘한국어와 영어 모두 능통할 것. 정치학과 국제관계학 등 관련 분야 전공자 우대. 리서치와 워드·엑셀·파워포인트 등 문서 작성 탁월한 자 우대.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3~6개월 근무. 본 인턴십은 무급이며 숙박비 및 교통비 등을 지급하지 않음.’지난해 12월 초 미국 워싱턴의 주미 한국대사관 홈페이지에 올라온 인턴채용공고가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달궜다. 쉽지 않은 자격조건을 요구하고 3~6개월간 종일근무를 시키면서, 교통비도 주지 않는 ‘무급’이란 조건을 당당히 내걸었기 때문이다. 한 트위터
한 지방대 예술관련 학과 졸업반인 김은성(23․가명)씨는 예술작품 수집과 기획 등을 담당하는 학예사가 되기 위한 준비과정으로 지난해 지방의 한 사립미술관 인턴모집에 지원했다. 김씨가 희망하는 3급 정학예사가 되기 위해서는 문화체육관광부가 인정하는 박물관, 미술관 등에서 실무경력 2년(전일제근무) 혹은 4000시간(시간제근무)의 조건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인턴을 하면서 미술관 일을 제대로 배울 수 있을 것이란 기대를 안고 출근했던 김씨는 그러나 첫날부터 실망하지 않을 수 없었다. 전시 업무 대신 강아지 배설물과 쓰레기 치우기 “(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하기 시작한 지는 백 년 정도밖에 안 됐습니다. 갑오개혁(1894) 전까지만 하더라도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어떻게 살지는 이미 정해져 있었습니다. 고민할 이유가 없었죠.”‘진로고민’은 ‘행복한 고민’이다. 서울 중동고 교사이자 철학자인 안광복 박사는 ‘부모가 농부면 자식도 농부, 부모가 상인이면 자식도 상인’으로 살아야 했던 직업 세습의 시대에 비하면 자신이 주체적으로 인생을 설계할 수 있는 지금은 무엇이든 가능한 시대라고 말했다. 20세기 이후, 인류는 역사상 최초로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할 수 있
수서발 고속철도(KTX) 자회사 설립을 반대하는 철도노조 파업이 20일째를 맞은 28일 오후 3시, 시청 앞 서울광장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조합원과 시민 등이 참여한 '민주노총 총파업 결의대회와 철도노조 파업 지지 연대 집회'가 열렸다. 서울의 아침 기온이 영하 9.6도까지 떨어진 매서운 한파에도 불구하고 이날 경찰 추산 2만 명, 민주노총 추산 10만 명의 인파가 모여 정부의 고속철도 민영화 시도를 규탄했다. 민주노총은 오는 31일 민주노총 산하 모든 작업장에서 '잔업-특근 거부 투쟁'을 벌이고, 같은 날 저녁 광화
드라마는 현실을 반영한다. 가난한 여주인공이 더 이상 부와 권력에 대한 열망을 고고한 자존심으로 숨기지 않듯, 주인공을 일방적으로 괴롭히기만 하는 악역의 전형도 이제는 거의 사라졌다. 악함에도 눈물이 있고, 선함에도 욕망이 개입한다는 사실을 브라운관 속 세상도 솔직히 보여주기 시작한 것이다. 이처럼 다양하고 복잡한 인물의 심리를 다룬 작품들이 범람하는데도 꿋꿋이 주인공의 비범함과 인간승리의 여정에 주목하는 드라마도 있다. 사극(史劇)이다.10월 22일 종영한 MBC <불의 여신 정이>는 조선 최초 여성 사기장(沙器匠)인 '정이'의
“시청자 여러분은 요즘 저축하시나요? 일정 수준의 저축은 개인, 국가 모두에게 꼭 필요합니다... 경제 빈혈 생기지 않도록 국가차원의 묘안이 필요한 때입니다. 데스크 분석입니다.” (10/29 저축 늘려 경제 활성화)“밀양만 빼고 주변 지역 주민들은 이미 송전탑 짓는 짐을 졌다는 겁니다...이 진실들은 밀양주민들도 존중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무조건 반대라는 인상을 줄 수 있습니다...데스크 분석입니다.” (10/2 송전탑 사태의 진실)“이번 채동욱 총장 사태는 혼외아들 문제에서 비롯됐습니다. 총장 개인의 도덕성과 관련해 물러난
"이 정도로까지 무너질 수 있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참담한 심정입니다."<뉴스타파>의 김용진 대표는 요즘의 KBS 뉴스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그는 1987년 한국방송(KBS) 기자로 입사해 매체비평 프로그램인 <미디어포커스>와 탐사보도팀 등을 이끌었으나 이명박 정권 들어 각종 탄압을 받다가 지난 2월 회사를 그만뒀다. 이후 MB 시대 해직 언론인들과 함께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KCIJ)를 설립하고 '비영리, 비당파, 독립언론'을 표방하는 <뉴스타파>의 대표를 맡았다. 또 국내 유일의 2년제 정규 저널리즘스쿨인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해진 후 일어나 해 뜨는 걸 보고 잠든 적이 있는가. 이 세상에서 ‘나’란 존재를 달랑 들어내도 먼지 한 톨 일지 않을 것 같은 기분을 느껴본 적은? 기름 낀 얼굴, 떡이 진 머리, 트레이닝복 바람으로 방구석에 웅크리고 앉아 ‘난 잉여다’를 되뇐 경험은?청년 실업자가 넘치는 사회, 어디서도 제자리를 찾지 못한 채 ‘쓸모없는 인간’ 혹은 ‘남아도는 인간’이란 의미의 ‘잉여’를 자처하는 젊은이들이 우글거리는 세상이다. 이런 분위기를 타고 ‘잉여들의 이야기를 쓰는 잡지’까지 등장했다. 지난해 2월 창간돼 최근까지 13호를 낸 <월간잉여>
“어떻게 지켜온 민주주의인데, 이렇게 후퇴하게 둘 순 없어서요. 나이든 우리야 상관없지만 앞으로 살아갈 후세를 위해서라도 가만히 있을 순 없었어요.”3일 저녁 7시 서울 서린동 청계광장에서 촛불을 든 회사원 김모(63·서울 상계동)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집회에 나온 이유를 설명했다. 지난 2008년 ‘광우병 쇠고기 수입 반대’ 촛불집회에도 참여했다는 김씨는 "국가 최고의 정보기관이 불법으로 대선에 개입했다는 정황이 밝혀졌는데도 정부와 여당은 국민을 기만하고 있다"며 "국민이 이 문제에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깨어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눈부신 조명 아래 화려하게 빛나는 스타들, 누구나 한 번 쯤은 TV 속 세상을 동경해본다. 꼭 연예인이 아니더라도 프로듀서(PD), 기자, 아나운서 등은 수년 째 청소년들의 장래 희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꿈의 직장이라고도 불리는 방송사. 하지만 무대 뒤를 들여다보면 전혀 다른 모습이 나타난다.“어차피 직원도 아니고 근로계약서 같은 것도 없으니, 저를 챙겨줘야 할 의무는 없으니까요.”햇수로 5년 째 지상파 방송사에서 프리랜서 구성작가로 일하고 있는 김지혜(27‧여‧가명)씨는 정규직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당한 임금 체계에 대한 불만
지하철을 탔다. 새파랗게 어린 여자애가 노인에게 욕을 한다. 혹은 그 반대 상황이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대부분은 둘 중 하나 일 것이다. 모른 척한다. 아니면 핸드폰을 꺼내 든다. 그렇게 촬영한 동영상을 자신의 가족이나 친구에게 보여주거나 자신의 SNS에 올릴지 모른다. 제목은 '지하철 패륜녀' 정도? 그러면 얼마 안 돼 댓글이 주르륵 달린다. "쯧쯧...요즘 세상 참 말세네요." "이 뒤로 어떻게 됐나요? 주변에 말리는 사람은 없었나요?" 등…… 그 동영상은 한동안 화제가 된다. 어른에 대한 최소한의 공경과 예의가 사라
한껏 부풀린 머리, 기다랗고 풍성한 속눈썹, 화려한 드레스, 높은 하이힐. 턱시도를 입은 남자 친구의 손을 잡고 다소곳이 걸어오는 저 신부. 자세히 보니 남자다. 이 커플은 지난 5월 국내 최초로 동성결혼 발표 기자회견을 연 영화감독 김조광수(48)씨와 그의 파트너 김승환(29·레인보우팩토리 대표)씨다. 김 대표의 여장, 이른바 '드랙 퀸(Drag Queen)' 퍼포먼스를 시작으로 지난 6일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제13회 ‘LGBT 영화제’의 막이 올랐다.‘LGBT 영화제’는 레즈비언(Lesbian), 게이(Gay), 양성애자(Bise
“내 걱정 그만하고 엄마 인생 살아, 제발!”“너도 꼭 너 같은 자식 낳아봐라.”전화번호를 지우고, 찾아가지 않고, 말 한마디 안 하고 살아도 평생 끊을 수 없는 관계가 있다. 가족. 작가 천명관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송해성 감독이 만든 영화 <고령화가족>이 지난달 9일 개봉 후 관객 100만을 넘기며 꾸준히 인기몰이 중이다. 예순이 넘은 엄마(윤여정 분)에게 만원만 더 달라며 손 내미는 30,40대의 두 아들(윤제문, 박해일 분)과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딸(공효진 분), 그 딸의 ‘개념상실’ 중학생 딸(진지희 분)까지. 이 ‘콩
시사다큐 프로그램은 기자가 만드는 게 있고 PD가 만드는 게 있다. 매주 화요일 저녁 8시 50분에 방송되는 에스비에스(SBS)의 <현장21>은 기자가 만드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엔 한 보수 성향 인터넷사이트의 실체를 파헤쳐(‘일베를 아십니까?’, 3월 16일 방영)로 주목을 받기도 했다. PD가 만드는 문화방송(MBC)의 이나 한국방송(KBS)의 <추적60분>에 비해 지명도나 영향력은 떨어지지만 이 프로그램에도 나름의 매력은 있다. 기자가 만드는 프로그램답지 않게 화려하고 세련된 영상이 바로 그것. 화려하고 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