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가수 이효리의 블로그에 들어간다. 그녀가 키우는 유기견의 재롱을 구경하고, 화려한 무대를 누비던 ‘전직 요정’이 벙거지 모자를 쓰고 밭일하는 모습도 본다. 텃밭에서 직접 기른 열무와 콩으로 밥을 해먹는 소소한 일상, 그 사이로 드러나는 삶의 방식이 정말 멋지다. 요리사인 친구가 파스타를 만들어주면 ‘품앗이’로 기타레슨을 해주고, 썩는 데 500년이 걸린다는 일반 생리대 대신 친환경 ‘면 생리대’를 제안하는 모습이 신선하다. ‘조화로운 삶’, ‘간디의 물레’, ‘오래된 미래’ 등 블로그 카테고리의 제목들처럼 그녀는 아껴 쓰고,
지난 29일 서울 사직동 주민센터 앞 아랍요리식당 '카사자밀라'에서는 이스라엘의 폭격으로 참변을 겪은 팔레스타인을 돕자는 '세이브 가자(SAVE GAZA)' 행사가 열렸다. 이날 오후 2시부터 식당 앞에서 화려한 자수로 장식된 손가방과 차, 머플러 등 아랍 물건을 파는 오픈바자(장터)가 시작됐다. 팔레스타인과 요르단 등에서 온 네다섯 명의 유학생들이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직접 만든 과자 맛보세요” 등을 외치며 손님을 모았다. 식당 앞을 지나던 이들이 한국말을 유창하게 하는 외국인이 신기한 듯 발걸음을 멈추곤 했다. 오후 7시 반쯤
‘모로코는 어떤 나라일까’. 생각조차 해본 적 없지만 영화 ‘락 더 카스바(Rock the Casbah)’로 처음 만난 모로코는 낯설지 않다. 모로코에서 큰 전자회사를 운영하고 있는 아버지 물라이 하산(오마 샤리프 분)이 죽었다. 미국에서 영화배우로 성공한 막내딸 소피아(모르자나 아나위 분)가 모로코로 돌아오자 고향에 남아있던 마리암(나딘 라바키 분), 켄자(루브나 아자발 분)까지 세 자매가 모두 모였다. 영화는 ‘첫째 날 - 살아있는 자들’, ‘둘째 날 - 장례’, ‘셋째 날 - 이별’ 총 세 개의 장으로 구성되며 죽은 하산이 관
지난달 16일 벌어진 세월호 참사는 재난대응을 책임진 정부의 총체적 부실·무능과 함께 국내언론의 ‘받아쓰기 오보’, 자극적·반인권적 보도, 진실 외면 등 역기능을 여실히 드러냈다. 지상파 방송과 상당수 신문·통신 등 이른바 ‘주류’언론 취재진은 현장에서 ‘기레기(기자쓰레기)’라고 비난받으며 취재거부까지 당할 정도였다. 반면 종합편성채널 제이티비시(JTBC)의 <뉴스9>과 탐사전문매체 <뉴스타파>, ‘성역 없는 현장보도’를 내세운 <고발뉴스> 등 일부 ‘비주류’매체들은 피해자와 시청자의 관점에서 의혹을 파헤치는 접근으로 지지를 받고
지난달 31일 검찰이 국정원 대공수사국 김모(48) 과장과 국정원 정보원 김모(61)씨를 기소하면서 국정원의 간첩 증거 조작행위가 백일하에 드러났다. 검찰은 이에 앞서 지난달 27일 유우성(33)씨 간첩조작 사건 관련 문서 3건에 대해 증거신청을 모두 철회했다. 지난 2월 14일 중국 정부가 유씨 사건 담당 재판부에 이 문서 3건이 모두 위조된 것이라고 통보한 이후에도 위조 사실을 계속 부인하던 검찰이 마침내 백기를 든 것이다.드라마보다 더 드라마틱하게 전개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언론은 과연 어떤 역할을 했을까? 유우성씨 사건은 1
아카데미 시상식을 보고 있는데 삼성의 휴대폰 광고가 나왔다. 문득 <노예 12년>의 최우수상 수상에 박수를 치는 객석의 사람들에게 눈길이 갔다. 저들은 삼성 휴대폰을 만드는 한국에서 여전히 일본군 ‘성노예’ 문제가 ‘논란’중이라는 사실을 알까?영화 <노예 12년>은 실화를 바탕으로 죽음을 ‘자비’로 여길 만큼 끔찍했던 흑인 노예들의 처절한 삶을 현실감 있게 그려냈다. 주인공 노섭이 나무에 목 매달린 채 까치발로 서 간신히 숨을 붙들고 있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도와줄 수 없던 안타까운 장면은 아직도 뇌리에 생생하다. 편집을 최소화하고
세명대 저널리즘스쿨 대학원이 마련한 제8기 '언론인을 꿈꾸는 대학언론인 캠프'가 지난 1월 27일부터 1박 2일 동안 70명의 예비언론인들이 참가한 가운데 충북 제천 세명대 캠퍼스에서 열렸다. 이번 캠프에선 이봉수 저널리즘스쿨대학원장이자 경향신문 시민편집인, 김용진 저널리즘스쿨 교수 겸 뉴스타파 대표, 장해랑 KBS PD, 이상요 KBS PD, 이현택 중앙일보·JTBC 기자 등 쟁쟁한 전, 현직 언론인 출신의 강사진이 나와 실무와 이론 전반에 결쳐 열띤 강의를 펼쳤다.이봉수 대학원장은 “처음에는 50여명만 선발할 예정이었으나 예비언
“부푼 꿈을 안고 시작했죠. 지금은...그 쪽을 쳐다보기도 싫어요.”지난해 3월부터 9월까지 한 경제매체에서 인턴기자로 일한 박지연(28·여·가명)씨는 현재 일반기업의 마케팅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박씨는 언론사에서 인턴을 했던 경험을 “시간낭비였다”며 “한 살이라도 어릴 때 대기업에 취직하지 못한 게 후회된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대학을 다니다 해외대학으로 편입해 정치학을 전공한 박씨는 기자의 꿈을 이루기 위해 졸업을 앞두고 부푼 마음으로 귀국했다. ‘생생한 현장 체험을 할 수 있고, 기사쓰기 훈련도 받을 수 있다’는 공고에 끌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란 없다.” 매주 수요일 위안부 소녀상 앞에 모인 시민들의 손 팻말에서, 친일·역사왜곡 교과서 퇴출을 요구하는 시위대의 구호에서, 그리고 지난해 7월 동아시아컵 축구 한일전 응원석에서도 우리는 단재 신채호 선생의 이 경구를 보았다. 그런데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역사는 오욕의 근현대사만이 아닌 것 같다. 개인 피해자만 4만 명이 넘는 동양증권 사태를 보면 ‘금융사고의 역사’도 꼭 기억해야 함을 확인하게 된다. ‘모피아’, 즉 재무관료 출신 금융인과 당국자들은 끊임없이 그들의 잘못된 역사를 숨기고 지우면서
“권력이란 무엇이며 또 누구를 위한 것일까 권력 대탐사, 그 해답을 찾아가는 여정은 이제부터 시작입니다.” 지난 16, 17일 이틀에 걸쳐 방송된 SBS <최후의 권력 - 7인의 빅맨>(이하 <최후의 권력>)은 ‘권력 대탐사’라는 다소 관념적인 기획의도 아래 방송을 시작했다. 당이 다르고, 생각이 다른 7인의 정치인들에게 모든 것을 내맡겼다. 변호사 금태섭,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박형준, 정의당 대표 천호선, 새누리당 중앙미래세대위원 손수조, 전 국회의원 정봉주, 민주당 전 부대변인 정은혜, 전 국회의원 차명진이 출연한 <최후의 권력
범죄자의 심리를 분석해 사건을 해결하는 수사기법 ‘프로파일링’. 이를 제목으로 내세운 새로운 시사교양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지난 4일 방송된 문화방송(MBC) <프로파일링>이 바로 그것. 정규편성 여부를 결정하기 전에 시험 삼아 내보는 파일럿 프로그램이었다. 출연자 안전 문제로 논란이 됐던 <스플래시> 시간에 편성됐다. 이 날 방송에는 19세 소년의 살인 심리를 파헤친 '용인살인사건의 재구성', 강남3구 초등학교 6학년 학업성취도평가 성적과 주변 아파트 매매가의 상관관계를 빅데이터(디지털 환경에서 발생한 방대한 규모의 데이터)를 통
“고객님 많이 당황하셨어요?”한국방송(KBS) <개그콘서트>에서 시청률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황해’의 유행어다. 이 코너는 우리말이 서툰 조선족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 사기단의 실수담을 소재로 한다. '황해‘에서의 보이스피싱은 어설퍼 쉽게 들통이 나지만 주요 신문의 ’추석선물특집‘ 기사에 스며든 광고기법은 소비자를 교묘하게 현혹하고 있다. <단비뉴스>가 추석을 앞두고 지난 2일부터 16일까지 9개 중앙일간지와 3개 경제지를 살펴본 결과 모든 신문이 한 차례씩 ‘추석선물특집’ 기사를 게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사들은 대부분 노
‘놀토’ 앞엔 역시 ‘불금’이 제격이다. 다들 호기롭게 술집에 모여 웃고 떠들며 보내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런데 요즘 TV는 다른 의미에서 뜨거운 금요일 밤이다. 에스비에스(SBS)는 <정글의 법칙>, 문화방송(MBC)은 <나혼자 산다>, 엠넷(Mnet)은 <슈퍼스타 K5>로 각각 시청자 잡기에 안간힘이다. tvN의 <꽃보다 할배>도 그 대열에 끼여 있다. 케이블 채널임에도 시청률이 6%(2013.09.06, 닐슨코리아 제공)에 이르고, 1회 방송부터 장안의 화제로 떠올랐다. 고령화 사회의 흐름에 적절히 올라탔다든가, 근엄한 원로
한국방송(KBS)의 <다큐멘터리 3일>은 72시간, 만 사흘 동안 하나의 대상을 카메라로 밀착 취재한다. 그 대상은 때 놓친 학업에 악착같이 매달리는 방송통신대의 공부벌레들이 되기도 하고, 필리핀 가난한 마을에 희망을 주는 설탕공장이 되기도 하고, 울릉도 나리분지에 숨어있던 설국(雪國)이 되기도 한다. 약 45분 방송으로 압축된 72시간은 갓 지어 꾹꾹 눌러 담은 밥처럼 따뜻하고도 밀도 있는 감동을 시청자에게 선사한다. '할 말 못하는 방송'에서 덜 비겁해지려는 선택2007년 5월 첫 방송된 후 지난 6월 300회를 넘긴 <다큐 3
“언제부턴가 우리 동네에 이상한 소문이 떠돌기 시작했다. 남이 살고 있는 집에 몰래 들어와서 몸을 숨긴 채 살아가는 사람들 이야기였다.“영화 <숨바꼭질>은 재개발이 예정된 회색 빛 아파트촌을 배경으로 쓸쓸한 목소리의 내레이션이 흐르면서 시작된다. 오래 전에 연락을 끊은 형이 실종됐다는 전화를 받고 한 남자가 형이 살았다는 아파트를 찾는다. 그는 우연히 집 현관마다 적혀있는 이상한 표식과 함께 형의 집이 옆 집과, 옆집은 또 다른 옆집과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 아파트를 다녀 온 뒤 자신이 사는 고급아파트도 더 이상 안전
때려야만 폭력인가"전쟁상태도 아닌데 왜 이런(민간인 불법사찰과 같은) 불법이 용인되는 걸까요? 평화 시에 이런 불법이 일어나고 있는데, 국민들은 이걸 용인하고 있는 건가요? 당신들은 왜 가만히 있는 건가요? 왜 이렇게 조용한 건가요?" 지난 2008년 김종익 KB한마음 대표는 영화 ‘식코’를 패러디한 ‘쥐코 동영상을 올렸다는 이유로 당시 국무총리실로부터 강도 높은 조사를 받았다. 민간인에 대한 명백한 불법사찰이었다. 이 때문에 김씨는 대표직에서 물러났고 인간관계도 무너졌다. 사찰은 폭력의 다른 이름이었다. 김동춘 성공회대 교수는 세
며느리를 정신병원에 가두는 시어머니가 나오고, 사랑하는 연인이 알고 보니 이복 남매였다는 드라마, 욕하면서도 보는 ‘막장 드라마’가 여전히 인기다. 이 점을 의식한 것일까? 에스비에스(SBS) <출생의 비밀>이 지난 4월 방영을 시작했다. 자극적인 제목으로 눈길을 끄는 데는 성공했지만, 시청률 한자릿수를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보고 있나 땡PD’가 놓칠 리 없다. 이주의 땡피디는 <출생의 비밀>을 연출하고 있는 김종혁PD. 한국방송(KBS) <넝쿨째 굴러온 당신>에서 ‘국민남편’으로 인기를 끌었던 유준상과 연기력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