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 년 전, 여러 선생님들과 함께 네팔로 교육 봉사를 간 적이 있다. 우리가 갔던 학교는 네팔 수도 카트만두에서 버스로 몇 시간을 달린 후, 두 시간 정도 등산까지 하고서야 도착할 수 있는 곳이었다. 사실 카트만두에서 묵었던 게스트 하우스도 하루에 전기가 4시간밖에 들어오지 않는 데다 그마저도 수시로 끊기곤 했었는데, 그렇게 깊숙한 곳에 있는 학교이니 전기는 꿈도 꿀 수 없었다. 전기뿐 아니라 수도 시설도 없어, 산에서 흘러내려오는 물로 고양이 세수를 하고 화장실도 땅을 파서 천막으로 겨우 가린 곳을 사용했다. 그곳에서 열흘 정도
정부의 일회용품 사용규제 이후 사용량이 급증하고 있는 텀블러 표면에서 기준치의 수백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는 조사 결과가 발표된 지 1년 4개월이 넘도록 대책이 마련되지 않아 텀블러 사용자들이 중금속 중독 등 위험에 방치돼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정부기관인 한국소비자원이 “텀블러 표면 중금속 오염 여부 조사 결과 기준치의 최대 884배가 넘는 납이 검출됐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용기표면에 관한 유해물질 관리기준을 마련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나 식약처는 “용기 안쪽만 우리 소관”이라며 아무런 조처도 취하지 않아 텀블러 사용자
“아시아 각국의 탐사보도기자협회 회원들을 중심으로 한 ‘investigative.earth(지구탐사)’라는 단체에서 기후변화를 주제로 연속 보도를 하고 있는데, 여기 한국 기자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게다가 국내언론은 기후위기 이슈에 대한 전문성과 관심 부족으로 기후 보도를 소홀히 하거나, 진영논리에 휘말려 사실관계를 왜곡해 보도하고 있습니다.”25일 오후 3시 서울 소공동 프란치스코 교육회관 212호에서 열린 ‘기후변화와 지속가능 저널리즘’ 세미나에서 1부 발제를 맡은 박기용 <한겨레> 사회정책부 기후변화팀장이 이렇게 말했다.
“우리도 늙어서 죽고 싶어요. 기성세대는 늙어서 죽겠지만 지금 청소년세대와 미래세대는 늙어서 죽지 못하고 기후위기와 이상기후로 죽게 될 것 같아요.”25일 오전 10시 청소년기후행동이 주최한 ‘기후를 위한 결석시위’에서 성시현(14·서울 송파구) 활동가가 모니터 화면에 손팻말을 들어 올리며 말했다. 코로나19 방역을 위해 10여 명의 활동가들만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부근 서울 마리나컨벤션센터 테라스에 모이고, 100여 명 청소년들이 전국에서 줌(ZOOM) 화상회의로 참여한 행사였다. 참가자들이 각자 위치에서 들어 올린 손팻말에는
"먹거리 부문을 기후위기 대응 정책과 그린뉴딜에서 배제하는 것은 실패하겠다고 작정하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먹거리는 더 이상 사적인 영역이 아닙니다."23일 오후 2시 서울 을지로 환경재단 레이첼카슨홀에서 열린 ‘채식부문 기후의제 포럼’에서 조길예 전남대 명예교수가 말했다. 유튜브로 생중계된 이날 포럼은 기후위기비상행동이 주최했다. 조 교수와 이의철 직업환경의학 전문의가 기조발제를 맡았고, 이지연 동물해방물결 공동대표, 박상진 비욘드넥스트(채식한끼) 대표, 주영재 주간경향 기자, 지현영 사단법인 두루 변호사 등이 토론에 참여했다.
'비상구’는 화재나 지진 따위의 갑작스러운 사고가 일어날 때 급히 대피할 수 있도록 특별히 마련한 출입구라는 뜻으로, ‘살아남기 위한 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거기에 ‘마지막’이라는 말이 더해져 제목의 묵직함이 배로 와 닿았다. 이 책은 ‘기자·PD 사관학교’로 널리 알려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원장과 대학원생들이 수많은 자료를 정리하고 직접 발로 뛰며 취재한 뒤 <단비뉴스>에 보도한 기사들을 엮은 것이다. 당장의 편리함을 앞세워 무심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삶을 유지하려면 어떤 변화가 필요한지 말해준다.
너무 정치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탈정치화하는 영역이 있다. 젠더(성)와 환경이 대표적이다. 이 문제들은 제도·구조적 변화를 요하는 것은 물론, ‘지금 여기의 삶’을 새롭게 감각할 것을 요구한다. 하지만 관성을 벗어나 일상을 정치적으로 사고하는 일은 매우 번거롭기에, 오히려 탈정치화해 도덕의 차원으로 격하되는 경향이 있다. “차별하지 맙시다”나 “환경보호”와 같은 구호가 그렇다. 이런 말은 도처에 넘쳐나지만 ‘당연한’ 혹은 ‘지루한’ 규범으로 치부될 때가 많다.문제는 또 있다. 기후문제는 전문지식과 여러 담론이 겹겹이 싸여 있어 이해하
올해 초부터 친구들과 비건(완전채식)·환경 스터디를 하고 있다. 비건 및 환경 관련 글을 읽거나 영상을 보고, 감상을 나누는 모임이다. 나는 어릴 때부터 환경문제에 부채감이 있었다. 관심은 있었지만, 너무나도 크고 두려운 현실 앞에 어찌할 바 모르고 외면했기에 마음의 빚이 쌓여갔다. 시간이 흘러 부채감이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커졌을 때 스터디를 하게 됐다. 더 이상 외면하지 않아야겠다고 결심했다. 우선 기후위기가 왜 왔는지, 우리가 무얼 잘못했는지, 막연히 두려워할 게 아니라 제대로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마음속 부채감 때문에 만난
대한민국에서 정규과정을 이수한 사람이라면 발전소에 대한 기본지식을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과정에서 반복·심화하여 학습했을 것이다. 나 역시 교과서를 통해 발전에너지의 종류와 장·단점에 대해 수없이 수업을 듣고 과제를 했다. 그리고 학습 빈도가 잦아질수록 이에 대한 편견 역시 단단해졌다. 성인이 된 후, 원자력에 대해 다시 생각할 기회가 왔다. 신고리 원전 사건이다. 처음엔 단순 님비(NIMBY)현상이라 치부하고 관심을 갖지 않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오랫동안 뉴스에 나오면서 나도 자연스레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되었다. 원전건설에
“이놈, 벼멸구가 왜 이리 많아. 쌔빠지게 해놓으니까 다 망치네, 다 망쳐.” 할아버지는 올해 들어 농사를 접었다. 수지가 안 맞는 것은 진작 알았지만, 도무지 날이 안 받쳐줘 버틸 수 없었던 탓이다. 해가 갈수록 병충해는 심해지고, 폭염도 때 이르게 찾아와 이겨낼 재간이 없다고 했다.나이든 농민 농사 접게 만드는 이상기후지난해 논 몇 마지기 하지도 않았는데, 유난히 힘이 빠진 건 순전히 날씨 때문이었다. 사실 할아버지의 농사에 손을 많이 보태지도 못했지만, 이상기온은 내가 도와드릴 엄두조차 못
“(코로나바이러스 대유행 등으로) 경제가 나빠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더 심각한 위기는 기후변화입니다.”10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위기 극복-탄소제로시대를 위한 그린뉴딜 토론회’에 기조연설자로 나선 제러미 리프킨 미국 경제동향연구재단 이사장이 화상연결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그린피스, 서울연구원, 에너지전환포럼 등이 공동주최한 이날 토론회에서 그는 “지난 2세기 동안 산업화를 위해 화석연료 에너지를 사용한 결과 과학자들은 기후변화로 (지구역사상) ‘6번째 대멸종’이 일어나고 있다고
2011년 3월 11일 14시 46분경 일본 도호쿠 지역에서 진도 9.1의 대지진이 일어났다. 도쿄에 있었던 나는 죽음의 공포를 경험했다. 대지진은 초대형 쓰나미를 불러왔다. 10미터(m)의 쓰나미는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를 덮쳤다. 자연재해는 인간의 힘으로 어쩔 수 없다. 재앙의 시작은 ‘돈’이었다. 쓰나미로 발전소가 정전되고 전기를 끌어 올 수 없었을 때, 바닷물을 부어서라도 노심 온도를 낮춰야 했다. 그런데 바닷물을 부으면 원자로는 용도 폐기된다. 원자력 건설비용이 아까워 신속한 결정을 못한 것 등 복합적 사유로 ‘인재’가 일
"현재 코로나로 일자리가 없어지고 수출이 막히고 내수가 약해지고 기업이 어디에 투자할지 모르는 이런 엄청난 위기 속에서 경제위기와 기후위기를 동시에 잡을 수 있는 전략은 그린 뉴딜뿐이라고 단언합니다."19일 오전 서울 통인동 에너지전환포럼 회의실에서 열린 ‘그린뉴딜 정부정책 제안 및 프로젝트 추진방향 기자간담회’의 사회를 맡은 홍종호 에너지전환포럼 상임공동대표가 이렇게 말했다. 그는 지난 13일 국무회의에서 ‘한국형 뉴딜’에 그린뉴딜을 포함하는 방안이 검토된 것을 거론하며 “그린뉴딜의 구체적 사업방향과 프로그램을 논의하기 위해 자리
21대 총선 전에 읽기 시작했던 이 책을 총선이 있던 날에 마저 읽었다. 지인 중 집권 여당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승리를 기뻐했고, 정부의 코로나 위기관리도 힘을 더해 ‘국뽕에 취한다’는 농담을 나누기도 했다. 그날 돌아보게 되었다. 대한민국에 태어나서 여전히 시민으로 살아가고 있는 나는 왜 그들처럼 ‘국뽕에 취해 본’ 적이 없을까. <마지막 비상구>가 그 이유를 알려주었다.내가 태어나 유년기를 보낸 곳은 경북 울진이다. 혹자는 성류굴이 있고 울울한 금강송 숲을 돌아 나오면 왕피천이 흐르는 곳, 천혜의 자연이 있는 그곳을 여행지로 떠
“기후위기와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은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미 기후위기 시대에 진입했어요. 코로나19는 결국 안정될 가능성이 있지만, 기후위기는 한번 일정 선을 넘으면 돌아오기가 매우 어렵습니다."12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의원회관 제1소회의실에서 열린 ‘기후·재난 비상대응 국회토론회’에서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기후·재난 위기 시대 새로운 정책 대안’ 발제를 이렇게 시작했다. 그는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해서는 우선 (화석연료에서 재생에너지로) 에너지 전환이 이뤄져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세계
단발머리 중학생이었던 시절의 나는, 교육부 최초로 ‘환경’ 과목을 정규 수업 과정으로 공부하기 시작한 세대였다. 당시 배운 내용 가운데 아직도 지워지지 않는 몇 장면들이 있다. 매연이 온 도시를 뒤덮은 런던 스모그 사건, 일본에서 수질오염으로 발생한 이타이이타이병 등이 그것이다. 교과서에는 런던 스모그로 폐 질환에 걸려 죽어가는 사람들과 일본의 강 하류에서 발견된 기괴한 물고기의 사진들이 실려 있었다. 환경이 오염되면 인간의 생명을 위협하는 결과로 되돌아온다는 사실이 어린 내게는 꽤 충격적이었다.그와 더불어 비중 있게 다뤄졌던 부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원장 제정임)과 도서출판 오월의봄(대표 박재영)이 공동주최한 <마지막 비상구> 서평 공모전에서 한송희 씨의 ‘함께 만드는 미래’가 1등에 뽑혔다. 한 씨에게는 상금 1백만 원이 수여된다. 심사위원단은 이 서평이 ‘위험한 에너지에서 안전하고 깨끗한 에너지로’라는 책의 주제를 필자의 성장기와 유학시절 등의 개인 경험에 녹여, 성찰적이고 설득력 있게 논한 수작이라고 평가했다.기후위기·원전재난에 관한 개인적 경험과 고민 녹여 이어 2등은 장경미 씨의 ‘희망의 출구를 상상하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