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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와 언론, ‘원전 위험성’ 외면 말라
[원전재앙은 막자] ⑰ 취재기자 마무리 좌담회
2016년 03월 20일 (일) 20:11:07 기민도 박장군 기자 kmdwhat1@naver.com

기민도(이하 민도): 지난해 9월 28일 ‘30년 된 고물차, 질주 면허 받다’로 시작한 '원전재앙은 막자' 시리즈가 지난 16일 ‘지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까지 약 6개월간 16회의 대장정을 이어왔습니다. 취재에 참여했던 기자들의 좌담회를 통해 그 성과와 의의를 짚어보고 시리즈를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먼저 원전 시리즈가 어떻게 기획됐는지부터 얘기해 볼까요.

배지열(이하 지열): 작년 이맘때쯤이었어요. <단비뉴스> 환경팀이 2015학년도 첫모임을 했거든요. 그때 박장군 기자의 경험담이 인상적이어서, 모두들 관심을 갖게 된 것 같아요.

   
▲ 원전시리즈 취재기자 좌담회. ⓒ 박장군

후쿠시마 인근 해역에서 항해사가 느낀 공포

박장군(이하 장군): 저는 재작년까지 한진해운에서 항해사로 일하면서 동아시아와 미국 서부를 오가는 컨테이너선에 승선했어요. 홍콩에서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갈 때 일본 동경만 남방 해역을 지나갔어요. 그때가 2012년이었으니까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터진 지 1년 후였는데, 궁금한 거예요. 해도에서 지진 진앙지 좌표를 찍어보고 후쿠시마도 찾아보니까 항로에서 꽤 가까운 거리였어요. 왠지 모를 공포심과 위압감을 느꼈어요. 주변 해역에는 배들이 한 척도 없었고, 날씨도 우중충해서 ‘죽은 바다’라는 느낌이 강했죠. 후쿠시마 원전 방사능 오염수가 유출된 바다 위를 항해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꺼림칙했어요. <단비뉴스> 환경팀 첫 회의에서 그 당시 경험을 이야기 했는데, 팀원들이 큰 관심을 보였어요.

김민지(이하 민지): 그때 환경팀을 지도하신 제정임 교수님도 좋아하셨어요. 교수님도 원전을 생각하셨던 것 같아요. 교수님과 당시 환경팀장(이문예 기자)이 원전 시리즈를 기획해보자고 했어요. 그러니까 교수님도 원전을 생각하고 계셨고, 저희도 첫모임부터 원전 이야기를 했으니 저희는 원전할 운명이었나 봐요.

민도: 저는 2015년 가을 입학생이라 처음부터 함께 하진 못했죠. 그때 환경팀을 하나로 뭉치게 한 계기 같은 게 있었을 것 같아요. 원전 시리즈의 목표를 무엇으로 세웠나요?

민지: 교수님이 말씀하신 게 인상 깊었어요. “원전이 제 2의 세월호가 될 수 있다.” 안전문제는 언제 터질지 모르고 관리도 허술한데, ‘원전마피아’나 언론의 왜곡과 무관심 때문에 제대로 다뤄지지 못하고 있잖아요. “우리가 한 번 제대로 알려보자.” 이 말이 환경팀을 뭉치게 한 것 같아요.

   
▲ 민지. 독일의 탈핵과 폐로 문제를 다뤘다. ⓒ 박장군

경험도 자료도 부족한 기자들, ‘맨 땅에 헤딩’ 

민도: 제대로 알리자니 어려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취재하면서 다들 어떤 어려움을 겪었나요.

지열: 대학원에 들어오자마자 거대한 기획의 한 부분을 혼자 취재하게 되는 부담감이 있었어요.

민지: 입학하자마자 취재를 시작한 거니까요. 저는 경주 취재를 가지 않았지만 시리즈 초반에 현지에 가서 발로 뛰었던 취재팀이 대단하다고 생각했어요. 취재팀 중 신입생이었던 박장군, 배지열, 이정화 기자 등은 기사를 제대로 써본 경험이 없었는데 경주에 가서 ‘맨땅에 헤딩하듯’ 취재했거든요, 그 결과 중 하나가 박장군 기자의 ‘지하수 흥건한 방폐장, 주민들 “속았다”’(7편)죠.

민도: 저는 원전 폐로에 관한 기사를 김민지 기자와 함께 썼는데요, 자료마다 추정치가 달라 힘들었어요. 폐로 산업 규모가 200조원이다, 500조원이다, 어떤 곳은 1000조 규모라고 했거든요. 물론 상업용 발전, 군사용 등을 합치면 1000조가 되고 나름 근거가 있지만 기존 언론에는 그 근거가 잘 나오지 않았어요. 어떤 자료를 인용해야 할지도 혼란스러웠습니다. 논문을 찾아봤지만 논문 자체가 별로 없고, 전문가들이라도 해도 폐로 전문가가 아니어서 인용하기가 어려웠어요. 이제까지 우리나라는 원자력 발전만을 중심으로 투자해왔잖아요. 폐로는 이제야 관심을 갖기 시작했죠. 그동안 연구 인력을 키우려는 국가적 지원이 없었으니까 전문가가 없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던 거죠.

지열: 저도 일단 부딪쳤어요. 후쿠시마 출신인 일본인 친구를 대학원 동기로부터 소개받았어요. 일본인 친구는 평소 후쿠시마 출신인 걸 다른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지 않아 했는데도 취재에 동의해줬어요. 운이 좋았죠. 그분을 통해 한국에 유학 중인 또 다른 일본인 취재원도 만날 수 있었어요. 원전시리즈 8편 ‘국토 70% 세슘 오염 감추는 일본 정부’ 기사에 그분들의 이야기가 나옵니다. 그리고 JTBC <뉴스룸>에도 출연했던 일본 교토대학교 원자로실험소의 고이데 히로아키(67) 교수와도 이메일 인터뷰를 했어요. 제가 원전시리즈를 쓰기 전에 이홍기(56)감독의 다큐 <후쿠시마의 미래> 리뷰를 썼거든요. 고이데 교수가 그 다큐에 참여했었어요. <후쿠시마의 미래> 다큐를 보고 뒤풀이를 하다가, 감독님께 제가 이런 걸 기획하고 있다고 하니까 히로아키 교수를 소개해 주셨어요. 영어로 메일을 보냈는데 영어로 쓰는 것에 익숙하지 않다며 일본어로 답장을 보내셨더군요. 제가 번역기까지 돌렸어요. 이 내용도 8편 기사에 나옵니다. 고이데 교수는 “방사능 누출 문제가 아직 해결되지 않았고 도쿄전력과 정부 관계자들도 처벌받지 않았다”고 비판했습니다.

   
▲ 고이데 히로아키 교수로부터 온 메일 화면 갈무리. ⓒ 배지열

민지: 조금 다른 이야기이긴 한데, 취재 자체는 어려웠지만 대학원 수업 중 <경제사회 쟁점토론>과 <글로벌경제 심층토론>에서 배웠던 지식이 도움됐어요. 후쿠시마 사태와 신재생에너지 등에 대해 공부했기 때문에 인터뷰하거나 자료 조사할 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었어요. 신기했던 건 원전 근처에 사는 분들이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안다는 거예요. 부산 장안군 장안읍의 길천마을에 칠순이 넘은 할머니와 이야기를 했는데 폐로라는 용어도 아셨어요. “해체 작업이 어렵다더라”, “해체에는 2가지 방법이 있다는데 뭘로 할진 모른다”, “방사능 나올 수도 있다더라”는 말씀을 하시는 거예요. 주민들의 관심이 대단했어요.

‘탈핵은 가능하다’는 확신을 얻은 과정

민도: 각자 “내 기사는 이거다”를 한두 문장으로 표현해 볼까요?

장군: 핵폐기물이 계속 쌓이고 있다.

지열: 일본인도 모른다.

민도: 피할 수 없는 폐로, 위험은 계속된다.

민지: 탈핵은 가능하다. 

장군: 저는 원전에서 나오는 방사성 폐기물 문제에 대한 기사를 썼어요. 특히 고준위 핵폐기물은 전 세계적으로 뾰족한 대안이 없는 상황이어서 답답했어요. 우리나라의 경우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에서 최종 권고안을 발표했는데, 명확한 대책 없이 2020년까지 부지를 선정하자는 내용이었어요. 핵폐기물은 그 자체로 위험한데 옮기면 더 위험하고, 그렇다고 땅에 묻어 두는 것이 안전한 것도 아니고 뚜렷한 대안이 없었어요. 결국 핵폐기물 자체가 만들어지지 않도록 하는 게 가장 좋은데, 정부는 앞으로도 핵폐기물이 계속 만들어질 것을 상정하고 경주에 중·저준위 폐기물용 처분장을 만들었죠.

지열: 저는 후쿠시마 사건 이후 일본인들을 취재하고 싶었어요. 굉장히 불안해하고 정부를 성토하면서 문제를 제기할 줄 알았는데, 제가 직접 만나본 사람들은 오히려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 그거 몇십 년 지나야 증상 나타나는데 지금은 괜찮지 않냐?”라는 반응을 보였어요. 그걸 들으면서, ‘일본인도 잘 모르는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 지열. 후쿠시마 원전을 다뤘다. ⓒ 박장군

민지: 폐로기사는 처음 기획이랑 좀 달라졌어요. 처음엔 폐로산업의 경제성에 방점을 찍었는데, 직접 취재하러 가보니까 경제성에 대한 연구가 없거니와 실제로 경제성이 높은지도 모르겠다고 회의하는 분들이 많았어요. 폐로 대상 원전 인근의 주민들이 원하는 것은 안전성이었어요. 그래서 처음 기획이랑 결론이 달라졌죠. 또 ‘원전의 대안이 없는데 어떻게 멈출 거냐’는 말들을 많이 하잖아요? 그런데 독일을 취재해 보니 민주적인 방식으로 탈핵이라는 목표를 설정하고 신재생에너지를 발전시켜서 현실성 있게 잘 추진하고 있었어요. 우리가 따라갈 만한 모범적인 방안을 잘 보여주고 있죠. 이 시리즈의 결론으로 이야기할 수 있는 사례였어요. ‘탈핵은 가능하다’고 생각해요.

민도: 취업 등으로 오늘 이 자리에 참석하지 못한 기자들의 기사도 돌아볼까요? 이정화 기자는 원전 시리즈를 시작하는 3편의 기사를 썼죠. ‘30년 된 고물차, 질주 면허 받다’, ‘유령도시 프리피야트와 경주의 미래’, ‘사고 나면 끝장인데 떠날 수도 없다’로 노후 원전의 위험성을 알렸습니다. 구은모 기자는 ‘뜨뜻한 바다에서 물고기는 떠나고’와 ‘주민들 몸속 삼중수소는 어디서 왔나’를 통해 원전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환경오염을 고발했습니다. 이문예 기자의 ‘원전 옆 살았더니 온 가족이 암과 장애’와 ‘줄줄이 암 발병, 무관심하면 안 되죠’는 원전 인근 주민들의 건강권 문제를 현실적으로 다루었습니다.

댓글 격려에 독자원고료까지 받다

민도: 원전 시리즈는 <단비뉴스>와 <오마이뉴스>에 동시 게재됐는데요, 독자 반응도 뜨거웠죠?

민지: 시리즈를 거듭할수록 독자들의 반응이 커졌는데요, 특히 후쿠시마 사고 후 일본 농산물과 수산물 오염 가능성을 다룬 배지열 기자의 ‘방사능 오염수가 아직도 바다로 콸콸’ 등 2편이 나간 시점부터 두드러졌어요. ‘수입 생선에 방사능이 있을 수도 있다’라는 사실이 충격적이잖아요. 이문예 기자의 ‘원전 옆 살았더니 온 가족이 암과 장애’ 기사도 건강소송 문제를 다뤄서인지 반응이 뜨거웠어요. <오마이뉴스>에는 원전 시리즈에 대한 고정 독자가 생긴 것 같았어요.

지열: 기사를 송고한 후 ‘반응이 있을까’ 생각했는데, <오마이뉴스>에 로그인된 상태에서 댓글 알림 ‘푸쉬’가 끊이지 않고 오는 거예요. 어떤 분은 독자원고료까지 주셨죠.

민지: 독일 탈핵을 다룬 기사가 “메르켈은 어떻게 결단했나” 하는 제목으로 <오마이뉴스> 메인에 올랐고 <다음> 포털의 탑에도 올랐는데 댓글이 180개 정도 달렸어요. “한국은 토론 교육이 없어 익숙하지 않고 정책결정도 일방적이어서 토론이 가능하지 않은데 메르켈의 소통하는 리더십과 독일 사회의 토론이 가능한 문화가 부럽다”는 댓글이 인상적이었어요. 보통 인기 있는 연예기사에 댓글 100개 정도가 달리는데, 180개면 폭발적인 반응이라고 할 수 있죠. ‘사람들이 토론하는 과정 자체에 대해 갈증을 느끼고 있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원전 폐로에 대한 관심을 촉구한 ‘주민 참여 속 안전한 폐로전략 세워야’는 <오마이뉴스>에서도 반응이 좋았고 <단비뉴스>에서는 지금도 꾸준히 조회수가 오르고 있는데, 폐로의 개념과 관련 수치를 정리해 주는 기사가 독자들에게 필요했던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장군: <오마이뉴스>에 핵폐기물 문제를 다룬 ‘화장실 없는 맨션에 쌓이는 오물’을 송고했는데 순식간에 조회 수가 수천 건으로 올라 놀랐어요. 보고서를 비교·분석한 꽤 딱딱한 기사였는데도 많이 읽는 것을 보고 대중이 핵폐기물 이슈에 관심을 꽤 갖고 있음을 알게 됐죠. ‘지하수 흥건한 방폐장, 주민들 속았다’ 기사는 ‘화장실 없는 맨션’ 대비 세 배 이상의 조회 수를 기록했어요. 부모님도 기사를 보시고 핵폐기물 문제가 이렇게 심각한 줄 몰랐다고 하시더라고요. 두 번째 기사는 현장 사례 중심이어서 더 관심을 끌었던 것 같아요. 엄청 신기했어요. 사람들이 이 문제에 관심이 있었고, 정보에 갈증을 느끼고 있었음을 깨달았죠.

   
▲ 장군. 핵폐기물 문제를 다뤘다. ⓒ 박장군

원전업계 대변한 기성언론의 ‘황당한’ 기사들

민도: 원전 문제를 취재하면서 기성 언론의 관심 부족과 여론 왜곡에 실망하기도 했죠?

민지: 한 일간지의 보도가 황당했어요. 그 신문은 2015년 1월 5일부터 8월 3일까지 원전 기사를 서른 편 넘게 냈는데, 노골적으로 원전 찬성론자들의 주장을 대변했어요. 독일의 한 마을이 신재생에너지를 막 도입했는데 이내 실패하고 지금은 상황이 힘들다는 내용의 기사부터 좋은 방사성폐기물 처분장 부지를 찾았다는 기사까지, 수치나 근거 없이 자극적으로 쓴 기사들이었죠. 확인도 되지 않는 기사를 서른 편 가까이 내보내면서 마치 사실인 양 여론몰이를 하는 것이 황당했고 기사를 더 잘 써야겠다는 의지를 다졌어요.

지열: 후쿠시마산 수산물 문제에 대한 정부기관 등의 해석이 제각각이고, 주요 언론들은 국민의 입장에서 믿을 만한 보도를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다수의 전문가는 극소량의 방사능도 인체에 유해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2011년 12월에 발표된 미국국립과학원회보 보고서는 ‘방사능에 안전한 최저 기준치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밝혔죠. 하지만 국내 주요 언론들은 ‘정부가 정한 기준치 이하이니 괜찮다’는 식의 보도를 이어갔어요. 사람들이 이런 보도를 그대로 믿으면서 원전에 대해 잘못 생각하거나 놓치고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해요.

장군: 경주 월성원전 근처 마을에 취재하러 갔을 때, 주민들로부터 굉장히 홀대를 받았어요. 그동안 기자들이 많이 다녀갔는데 자신들이 한 얘기를 기사에 제대로 담지 않거나 심지어는 지어내 보도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거예요. 한 어르신이 막걸리를 한 잔 따라주시면서 “여기까지 와줘서 고마운데 사실대로만 써 달라”고 당부하셨을 때 괜히 죄송스러운 기분이었어요. 핵폐기물 자체를 다룬 기사는 많았지만, 보도 자료를 그대로 전달하는 경우가 많았고, 어떤 문제를 찾아내 독자들에게 친절하게 알려주는 기사는 드물었어요.

민도: 기사마다 수치가 달랐어요. 이전에 보도된 기사 내용을 참조하면서 제대로 확인을 하지 않다 보니 벌어진 현상인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지난해 7월 이후로 신월성 2호기가 상업운전을 시작해 현재 총 24기의 원자력발전소가 돌아가고 있는데 여전히 23기가 운전 중이라고 쓴 기사들도 많습니다.

   
▲ 민도. 폐로 문제를 다뤘다. ⓒ 박장군

원전 산업 내부자의 각성과 고발 기대  

민도: 그럼 각자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대안을 제시해볼까요.

지열: 일본산 음식물에 대한 수입기준을 강화해야 해요. 우리도 모르는 사이 방사능이 몸 안에 쌓일 수 있으므로 일반 시민이나 관련 단체들이 기준을 좀 더 엄격하게 잡고 감시해야 합니다.

민도: 정부가 원전 정책을 세울 때 기본을 지키지 않는다는 인상을 받았어요. 원자력발전소를 만들고 일정 기간 발전을 했으면 수명이 다해 폐로하는 게 정상인데, 폐로라는 말과 계획이 가동중지 결정을 내린 후에야 나오고 있어요. 처음 원전을 세울 때 없앨 것을 생각하지 않고 만든 거죠. 원전 찬성, 반대 논쟁을 떠나 폐로는 반드시 해야 하므로 이제라도 기본에 충실할 때라고 생각합니다.

민지: 전에는 환경문제를 다룰 때 사람들의 인식을 바꾸고 합의된 목소리를 도출해내는데 시민사회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원전 시리즈를 하면서 정치의 역할도 이에 못지않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특히 녹색당 이유진 공동위원장을 인터뷰한 뒤에는 정치에 대한 희망을 품게 됐죠. 이 대표는 20년 가까이 환경운동을 해 오면서 ‘원전 하나 줄이기 운동’ 같은 구체적인 성과를 내 왔어요. 작은 성과들을 계속 만들어오면서 녹색당 공동대표까지 됐죠.(관련기사: 지구가 망하면 일자리도 없다) 당장 원내로 진출해서 정책을 바꾸는 게 힘들진 모르지만 정치적인 설득과 합의가 마냥 비현실적인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장군: 이번 취재를 하면서 한계를 많이 느꼈어요. 아무리 언론에서 원전 문제를 다루고, 녹색당이나 기타 시민단체들이 활동에 열을 올려도 상황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게 암담했어요. 다소 엉뚱하지만, '원전의 실체를 알고 있는 내부자들이 나서야 할 때가 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전에서 일하다 퇴직을 한 분들이 내부고발자로 나서서 언론을 통해 진실을 얘기하는 일들이 많아져야 일반 시민들에게 원전 문제의 심각성이 확 와 닿을 거예요. 유명대학 원자력공학과 교수 같은 ‘원전마피아’들이 만들어 놓은 ‘깨끗하고 안전한 원자력발전’이란 환상에 균열을 가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 16편에 걸친 원전시리즈를 마무리하면서 열띤 좌담이 이어졌다. ⓒ 박장군

무관심했던 시민 움직일 ‘피부에 닿는 문제제기’ 필요

민도: 이번 총선에서 원자력발전, 탈핵에 관한 얘기가 거론되는 것이 있는지 궁금한데요.

민지: 부산이 보수적인 도시임에도 원전은 안전과 직결된 문제다 보니 반핵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이에요. 이유진 녹색당 공동위원장에 따르면 원전에 찬성하고 유용성을 홍보하는 국회의원을 의미하는 ‘찬핵 의원’이라는 것이 있대요. 그 의원들과 원전 업계의 유착관계가 입증된 것은 아니지만 찬핵 인사를 밝히고 유권자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것만으로도 큰 의미가 있다고 봐요.

지열: 언론 보도가 ‘누가 어느 지역에 공천을 받고, 탈락하고’에 초점을 맞추다 보니 원전에 대한 공약을 얘기하는 사람이 없죠. 이번 총선에서 탈핵 이슈가 그렇게 떠오를 것 같지는 않아요.

민도: 정치권이 공천과 경제 이슈에만 집중하다 보니 각 정당이 환경전문가를 비례대표로 영입했다든지 하는 뉴스를 본 적이 없어요. 4.13 총선을 앞두고 각 당에서 환경 이슈를 다루는 비례대표들이 어떤 활동을 해왔는지, 원전 인근 지역구 후보들은 어떤 말과 행동을 하고 있는지를 보도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장군: 생각할수록 정치의 역할에 회의감이 드는 게 사실이에요. 정치인들이 원전에 관심을 두지 않는 건 일반 시민들이 별로 관심이 없기 때문 아닌가요. 솔직히 저조차 탈핵 얘기가 나오면 거부감이 들 때도 있어요. ‘탈핵’ 구호는 원전찬성론자들이 만든 프레임의 틀 안에서 반대를 외치는 것이어서 피로감이 있는 거죠. 2014년 국내 개봉한 프랑스 영화 <그랜드 센트럴>은 원전 노동자들의 사랑을 슬프고도 아름답게 그리면서 원전의 위험성을 경고했어요. 원전 문제를 이렇게 친절하고 쉬운 방식으로 다뤄보면 어떨까요. 관심 있는 사람들만 기사나 자료를 찾아보던 이슈에서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이슈로 변화시킨다면 논의의 외연을 확장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리고 원전과 방폐장을 둘러싼 부지선정의 역사를 짚어보는 것도 의미가 있어요. 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에 따르면 2020년까지 처분시설 부지를 선정해야 해요. 그동안의 후보지를 보면 영덕, 포항, 경주, 굴업도, 군산, 위도 등 죄다 지방이고 소외된 지역인데요, 주민여론조사 등과 관련한 부정행위 논란도 끊이질 않았죠. 4년 앞으로 다가온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를 환기하고, 예전과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경각심을 주어야 합니다.

민지: 이처럼 원전 문제가 민주주의와 관련돼 있다 보니 정치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거예요. 수도권 사람들이 원전에 대해 ‘진짜 내 문제’라고 큰 관심을 가질 만한 계기가 있어야 해요. 도시에 사는 사람들이 필요한 전기를 얻기 위해 시골의 멀쩡한 논밭을 뒤엎고,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지도 않는 것은 불공평해요. 서울에 밀양같은 송전탑이 세워지거나 삼중수소가 검출됐다면 발칵 뒤집혔을 거예요. 그래서 전국 단위의 정치적 의제화가 더욱 중요한 거죠.

민도: 우리가 썼던 기사를 계속 업데이트하는 것도 중요해요. 각자 맡았던 주제에 계속 관심을 갖고 새롭게 추가되는 내용이 있으면 단신으로라도 독자들에게 알려야 합니다. 원전 문제에 대한 우리 각자의 책임을 다합시다.


지난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대참사 후 독일, 벨기에, 스위스, 프랑스 등 민주주의가 성숙한 나라들은 원전을 폐기하거나 줄여가는 ‘탈원전’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는 설계수명을 넘긴 월성 1호기를 연장 가동하고, 새로운 원전을 증설하기로 하는 등 거꾸로 가는 모습이다. 노후 원전의 사고 가능성과 지역주민의 건강 피해, 대책 없는 핵폐기물 등에 대한 시민사회의 우려를 외면한 채 이처럼 ‘원전대국’으로 직진해도 되는 것일까. <단비뉴스>는 우리나라 원전 정책의 문제점과 원자력발전의 근본적 위험성을 짚어보고 ‘생명을 위협하지 않는 에너지 체제’를 위한 대안을 모색한다.(편집자) 

편집 : 김영주 기자

[기민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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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락장송 (183.XXX.XXX.49)
2016-03-20 22:56:41
페로산업규모가 들쑥 날쑥 한 것은 폐로비용을 기당 얼마로 잡느냐가 관건이다. 주로 핵발전소 짓는 비용의 2.5배라 생각하면 맞을 것이다. 그렇다면 바로 1000조가 넘는 것이 정답이다. 우리도 트리가마크 3호기 해체에 192억 들었다.
핵발전이 대안이 없다고 말하는데 그것도 잘 못이다. 우리나라는 LNG화력발전소가 핵발전소보다 6기나 많다 보니 지금 핵발전소 당장 꺼도 전력이 남는다. 평상시 핵발전과 석탄발전으로도 전력이 남아 돌아 LNG화력발전소가 발전을 못하고 있다. 단가도 LNG화력발전소에는 개별소비세가 ㎏당 60원이고 핵연료에는 세금이 없다.
핵발전은 당초부터 민주주의와는 양립이 불가능하다. 핵발전소 건설비가 규모가 크다 보니 부정이 있기 마련이고, 부지선정부터 온갖 억압과 협잡이 난무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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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전시리즈 취재기자 좌담회. ⓒ 박장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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