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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지 마세요, 잊지 않을게요”
위안부 피해자와 함께 하는 젊은이들 ① 역사관 건립 돕는 ‘희움’
2014년 03월 31일 (월) 09:36:45 김성숙 박소연 최선우 기자 parksoyeon7@gmail.com

일제 강점기 일본군의 성노예로 끌려가 처절한 고통을 겪었던 위안부 할머니들은 아직도 제대로 된 사죄를 받지 못한 채 과거를 부인하는 일본 정부의 망언에 가슴을 치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위로하며 일본의 반성과 사죄를 함께 촉구하는 젊은이들이 있어 할머니들은 외롭지 않다. ‘희망을 꽃피우는소비 운동으로 역사관 건립을 돕는 청년들, 노래와 연극 등으로 할머니의 이야기를 전하는 문화예술인들, 매주 수요집회에 모여 위로와 응원을 건네는 젊은이들을 세명대 저널리즘스쿨대학원의 청년기자들이 조명했다.(편집자)

“저는 위안부 아닙니다. 엄연히 우리 엄마, 아버지가 지어준 이름 이용수입니다. 여러분, 정말 고마워요. 정말 고맙습니다. 여러분 때문에 제가 행복하게 살고 있습니다. 여러분을 보면 정말 귀엽고, 예쁘고, 그리고… 자꾸 눈물이 나요.” 

마이크를 통해 울려 퍼지는 목소리가 떨렸다. 지난 2월 22일 대구광역시 화전동의 대안예술시장 ‘소셜마켓’에서 열린 ‘희움콘서트’ 무대에서 이용수(85·대구)씨는 물기 어린 눈과 간절한 어조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콘서트를 보러 온 시민 40여명은 할머니의 인사와 참혹한 내용의 증언에 눈시울을 붉혔다. 불편한 걸음으로 무대를 내려 온 할머니에게 “힘드시지 않냐”고 묻자 의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이제 그만하고 싶어. 너무 힘이 들어. 근데 아직도 일본은 사과를 안 하잖아. 후손들이 맘 놓고 지낼 수 있도록 죽을힘을 다해 싸워야지. 끝까지 증언할거야.”

대구 위안부역사관 건립 위해 노래하는 인디밴드 

이날 공연은 ‘마쌀리나’ 등 대구지역 인디밴드 세 팀이 함께 기획했다. 공연수입 전액을 대구 위안부역사관 건립에 보태기 위해서다. 6인조 포크락 버스킹(거리공연) 밴드인 마쌀리나의 유현식(28)씨는 “우연히 역사관 건립에 대해 알게 된 뒤 우리 노래로 뜻 깊은 일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마쌀리나는 지난해부터 ‘길빅(길거리 빅밴드)’이라는 자체 모금공연을 세 차례 벌여 ‘정신대할머니들과 함께하는 시민모임’에 약 15만원의 기부금을 전달하기도 했다. ‘정신대’는 일본 정부가 전쟁을 위해 동원한 인력조직인데, 여성정신대의 경우 대다수가 위안부로 끌려갔다.    

지난 1997년 시작된 시민모임은 대구·경북지역에 사는 위안부 피해자들에게 반찬을 전달하고 간병인을 지원하는 등의 복지사업과 함께 위안부 역사관 건립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역사관 건립사업은 지난 2009년 위안부 피해자인 고(故) 김순악씨가 시민모임에 남긴 전 재산 5800만원이 종자돈이 됐다. 김 할머니가 세상을 떠나기 전 “나 죽으면 너네는 날 잊어버릴 거지?”라고 묻자 시민모임 회원들은 잊지 않고 역사관을 건립하겠다는 약속을 했다고 한다. 총 목표금액 12억원 중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2억원을 포함, 현재 8억 5천만원이 모였다. 

“올 한 해 동안 나머지 3억여원을 모금하는 것과 역사관을 완공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시민모임 유성 희움사업국장의 설명이다. 역사관 건립기금을 이 정도로 모으기까지, 거리모금 캠페인과 권윤덕 작가의 위안부 소재 그림책 <꽃할머니> 인세 등 여러 방면의 도움이 있었다. 그 중에서도 ‘희망을 꽃피움(blooming)'이란 뜻의 ’블루밍 프로젝트‘를 추진한 대학생들의 공이 컸다. 블루밍 프로젝트는 고려대학교의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가 만든 사업단위(프로젝트유닛)로, 2012년 3월 시민모임과 함께 소품 브랜드 ‘희움’을 선보였다. 

   
▲ 희움 브랜드를 만든 고려대 사회적기업 동아리 인액터스 회원들이 할머니들의 작품을 도안에 활용한 압화가방을 들어보이고 있다. ⓒ 인액터스

할머니들과 대중의 교감 끌어낸 ‘블루밍 프로젝트’ 

“위안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이 시위나 법적대응만 있는 게 아니라 사람들에게 편하고 친숙하게 다가가는 길도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블루밍 프로젝트를 맡고 있는 박성주(26·고려대 경영학과)씨는 ‘희망을 꽃피움’의 줄임말인 희움 브랜드 수익금은 모두 할머니들을 돕고 역사관을 건립하는 데 쓰인다고 설명했다. 희움은 지난해 7월 인기 아이돌그룹 비스트의 양요섭이 방송에 ‘의식팔찌’를 차고 나오면서 폭발적인 매출 상승을 기록했다. ‘위안부 피해자 문제를 제대로 알자’는 뜻에서 의식팔찌로 이름 붙인 이 장신구에는 ‘Blooming their hopes with you(할머니들의 희망을 당신과 함께 꽃피우리)’라는 글귀가 들어있다. 방송 직후 희움 사이트에 구매주문이 폭주하는 바람에 제품이 일시 품절되기도 했다. 지금까지 대략 200만개가 팔려 3억원의 수익을 냈다고 한다. 

   
▲ 가수 양요섭이 방송에 차고 나와 화제를 모았던 희움 브랜드의 의식팔찌. ⓒ 인액터스

블루밍 프로젝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관리하는 이지선(22·여·고려대 경영학과)씨는 기존의 수요시위와 할머니들의 항의만으로 이 문제를 공론화하는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소비자가 윤리적 가치 판단에 따라 상품을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를 통해 대중이 쉽게 참여할 수 있도록 새로운 접근을 택했다고 설명했다. 희움 모델은 단순 기부가 아니라 소비자인 국민과 생산자인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들 간의 소통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이씨는 덧붙였다. 희움의 인기상품인 압화(눌러말린꽃)가방은 고(故) 심달연, 김순악 할머니의 압화 작품을 디자인에 응용했다.   

희움 등의 활약에 힘입어 시민모임은 오는 8월 15일쯤 대구시 서문로 1가 2층 목조건물을 개조해 역사관을 만드는 공사를 시작할 예정이다. 시민모임 이인순 대표는 “(역사관을 통해) 위안부 문제를 단순히 여성 인권에 국한하지 않고 ‘밝혀야 할 진실이 가려진 사건’, ‘가해자는 처벌을 받지 않고 피해자는 보상을 받지 못하는 불의의 문제’라는 점을 더 부각시킬 수 있도록 (역사관) 구성과 운영방식을 논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 위안부 역사관이 들어설 대구시 서문로의 2층 목조건물. ⓒ 김성숙


* 이 기사는 KBS와 단비뉴스의 공동기획 '청년기자가 간다' 시리즈로 <KBS뉴스> 홈페이지와 <단비뉴스>에 동시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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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단비뉴스 영상부와 지역농촌팀에 속해있고 시사상식팀장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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